검색결과 총 3건
-
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③정부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 역할이 산업 지원과 규제 정비에 집중됐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 전력망, 인재, 안전망, 소비자 보호, 공공서비스, 국가 안보까지 포괄하는 종합 설계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기업의 생산 방식과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동시에 바꾸면서 정부도 단순한 규제자나 투자자를 넘어 국가 운영체제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 진흥, 규제 설계,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는 이미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K-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기가와트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예약과 결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1인 1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AI 제도 정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AI 연구개발과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활용 확산, 창업 지원, 인재 양성,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동시에 고영향 AI에 대한 투명성, 안전성, 인간 감독 등 신뢰 확보 장치도 포함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과도한 규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설명 책임과 안전장치가 없으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산업 진흥과 신뢰 구축을 동시에 설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 산업정책, 지원금 경쟁으로 끝나선 안 돼 정부의 AI 산업정책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이고,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자동화와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모든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다. 정부가 이 세 분야를 묶어 국가 프로젝트로 제시한 것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에너지, 지역경제, 안보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재정 투입과 세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데이터센터 입지,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지역 주민 수용성, 전문 인력 공급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수도권 밖 호남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두고 대규모 전력·용수 수요와 지역 주민 반발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산업단지 조성에는 80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계획대로면 4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만으로도 광주·전북·전남 지역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의 70∼8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전력망, 용수, 도로, 대학 인력, 지역 민원 조정까지 정부가 함께 풀어야 실제 착공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전력·인재가 새 국가 인프라로 부상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는 도로와 항만, 공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GPU, 전력망, 고급 인재가 새로운 국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안정적인 컴퓨팅 자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I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인 동시에 에너지 정책, 교육 정책, 지역균형 정책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와 직결된다. AI 연산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권역별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더라도 전력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원전, 송전선로 문제를 동시에 조정하지 못하면 투자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전문인력은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이 동시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2개 부처와 함께 514만명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하고,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 69개 거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AI 인재 정책은 박사급 연구자 양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소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금융·제조 현장 인력까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신뢰 구축 병행 요구 AI 기본법 시행으로 한국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조성을 함께 추진할 법적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은 고영향 AI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요구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표시 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 의료, 금융, 교통, 채용, 교육처럼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 재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AI 활용에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과 인간의 감독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AI 기본법과 시행령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인증, 문서화, 영향평가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소비자와 시민사회에서는 AI가 신용평가, 채용, 보험, 의료 판단에 활용될 경우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초기 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문서화와 검증 부담이 부과되면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위험도가 낮은 서비스와 고영향 AI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AI가 금융 심사나 채용, 보험료 산정에 쓰일 경우 소비자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술 발전을 이유로 설명 책임과 이의제기 절차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있다.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무조건 늦추면 신뢰가 약해질 수 있고, 신뢰 확보를 이유로 규제를 과도하게 설계하면 혁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분야별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부문 AI, 행정 혁신의 시험대 정부 자체도 AI 전환의 대상이다. 행정 민원, 복지 심사, 세금 신고, 재난 대응, 교통 관리, 보건의료, 교육 행정 등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반복 민원을 줄이고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공공부문 AI에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의 AI 판단은 국민의 권리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복지 수급 대상 선정, 세무 조사, 채용·평가, 치안·감시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오류나 편향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 공공 AI는 효율성뿐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감사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 정책 넘어 국가 조정 능력이 관건 AI 시대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을 키우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고,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전력과 지역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도 고영향 AI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청년에게는 새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노동자에게는 전환 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전환의 성패가 개별 부처의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산업, 금융, 교육, 노동, 복지, 에너지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AI 전환이 성장보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인프라, 인재, 규제,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을 경우 AI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AI 시대 정부는 돈을 나눠주는 투자자나 기업을 단속하는 규제자에 머물 수 없다”며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전력망,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 일자리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1 11:22:24
-
젠슨 황 "지금은 한국의 시간"…정부·AI 생태계와 피지컬 AI 도약 논의
[경제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마지막 일정에서 한국 인공지능(AI) 생태계 전반과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와는 GPU 26만장 도입, 베라 루빈 기반 AI 팩토리, 엔비디아 R&D센터 설립을 논의했고 국내 대기업·스타트업과는 피지컬 AI와 글로벌 진출 방안을 공유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앞서 황 CEO와 별도 면담을 가졌다. 양측은 지난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형성된 한국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협력을 실제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배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 GPU 26만장의 차질 없는 도입을 요청했다. 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인프라인 베라 루빈 NVL72 기반 AI 팩토리 도입을 연내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AI 팩토리는 G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데이터 수집과 학습, 추론까지 AI 전 과정을 수행하는 차세대 지능형 데이터센터다. 정부의 관심은 단순 GPU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배 부총리는 한국이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는 미국 빅테크에 뒤처졌지만, 제조와 로봇, 반도체 기반을 결합한 피지컬 AI에서는 앞서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로봇, 공장, 자동차, 장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 R&D센터 국내 설립도 주요 의제였다. 배 부총리는 엔비디아 연구개발 거점이 조속히 국내에 마련돼 국내 산·학·연과 피지컬 AI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실질적 협력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엔비디아가 서울 근무 조건으로 피지컬 AI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선 만큼 한국 R&D센터 설립 논의는 실행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이날 한국 AI 산업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이 바로 한국의 시간”이라며 한국이 반도체와 제조, 에너지 인프라, 소프트웨어, 문화적 확산력을 함께 갖춘 드문 국가라고 평가했다. 중공업과 전자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쌓은 한국이 AI 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황 CEO는 한국에 “수천억달러 규모의 잠재적 사업”을 가져왔다고도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언급하며 메모리와 AI 클라우드 분야의 초대형 파트너십이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핵심 공급사이고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기반 GW급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섰다. 이날 리셉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현대차그룹, LG전자, 네이버,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참석했다. 업스테이지, NC AI, 프렌들리AI, 트웰브랩스, 파일러, 노타 등 AI 스타트업과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엔닷라이트, 에이로봇 등 로봇·피지컬 AI 기업도 자리를 함께했다. 반도체, 클라우드, 게임, 로봇, 모빌리티, 생성형 AI 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간담회에서는 생성형 AI와 소버린 AI, AI 반도체 인프라, 스타트업 투자, 글로벌 시장 진출, 피지컬 AI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참석 투자사들을 향해 한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AI의 미래에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던진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 엔비디아의 한국 전략은 뚜렷해졌다. SK하이닉스는 HBM과 차세대 메모리, SK텔레콤은 AI 클라우드, 네이버는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LG는 데이터센터와 휴머노이드 로봇, 현대차는 모빌리티와 제조 AI, 두산은 로보틱스, 게임업계는 시뮬레이션과 피지컬 AI 소프트웨어에서 각각 협력 축을 맡는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GPU 도입과 AI 팩토리 구축은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입지, 인재, 규제, 보안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엔비디아 R&D센터가 실제 산학연 공동연구와 산업 실증으로 이어지려면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맞물려야 한다. 검증대에는 실행력이 오른다. GPU 26만장 도입과 베라 루빈 AI 팩토리 구축이 일정대로 진행되는지, 엔비디아 R&D센터가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스타트업 투자와 글로벌 진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황 CEO의 방한은 한국을 단순한 메모리 공급국이나 GPU 구매국이 아니라 AI 인프라와 피지컬 AI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 거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선언을 산업 현장의 성과로 바꾸는 일이다. 한국이 반도체와 제조, 로봇,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묶어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이번 협력의 본질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6-08 22:5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