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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실수보다 무서운 것은 조직적 은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 송파·강남·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본은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뒤 정식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산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직원들이 오입력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수치를 나눠 입력하자는 취지의 내부 대화를 나눈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아직 수사기관이 확인 중인 혐의다. 실제로 누가 어떤 수치를 왜 수정했는지, 투표 결과나 최종 집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성급한 부정선거 주장이나 정치적 예단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의혹은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 현장에서 숫자를 잘못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류를 발견하고도 정해진 보고·승인 절차를 피한 채 전산상 숫자를 임의로 맞췄다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진다. 실수는 고칠 수 있지만 은폐는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 선관위는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지역별 분배 실패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남았지만 일부 투표소에 충분히 배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용지 관리 부실에 이어 투표율 통계까지 임의로 수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사태는 현장 직원 몇 명의 착오가 아니라 조직의 보고·통제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사건으로 봐야 한다. 선거관리의 핵심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다. 국민은 자신의 한 표가 정확히 발급되고 집계되며 모든 수정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고 믿어야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선거기관 직원이 필요에 따라 통계 수치를 바꿀 수 있고 그 과정이 사후 검증되지 않는다면 선거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불신과 음모론을 막기 어렵다. 합수본은 통계 수정이 이뤄진 범위와 지시·보고 체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시간대에 한정된 일인지, 비슷한 방식이 다른 선거나 다른 통계에도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종 투표자 수와 개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객관적인 전산 자료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혹을 정략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수사와 별개로 선거관리 시스템의 전면 개편도 필요하다. 첫째,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수정할 때 입력자와 승인자, 수정 전후 수치, 변경 사유와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해야 한다. 수정 기록은 담당자가 삭제하거나 덮어쓸 수 없는 방식으로 보존해야 한다. 둘째, 통계 오류는 숨길 일이 아니라 즉시 공개할 일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선관위는 오류 발생 지역과 원인, 수정 시각과 절차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잘못된 숫자를 잠시 공개한 것보다 그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더 큰 불신을 낳는다. 셋째, 전산 수치 수정에는 이중 승인제를 적용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변경은 중앙선관위 감사·감찰 부서에 자동 통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 직원 한두 명이 수치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라면 내부통제라고 부를 수 없다. 넷째,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정당과 정보기술·통계·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검증기구를 구성해 선거가 끝난 뒤 전산 로그와 수정 내역을 점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외부 감시가 서로 충돌하는 가치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독립은 견제를 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다섯째, 오류와 비위를 스스로 신고한 직원은 보호하되 은폐나 무단 수정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수를 처벌할까 두려워 보고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 반대로 조직의 체면을 위해 오류를 감춘 행위까지 관행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번 수사는 부정선거 논란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과 기록으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혐의를 입증할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를 구분해 설명하고 선관위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사실과 기존 절차의 문제점, 개선 계획을 국민에게 단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 독립성은 선거를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여된 것이다. 관리 부실과 내부 비위를 외부 검증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선거 통계까지 임의로 손댄 사실이 확인된다면 몇몇 직원의 징계로 끝낼 수 없다. 지휘·감독 책임과 전산 통제 체계, 조직문화까지 모두 수술해야 한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실수를 숨기기 위해 숫자를 바꾸고 조직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관위가 신뢰를 되찾는 길은 의혹을 방어하는 데 있지 않다.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2026-07-24 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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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국회 과방위로 돌아왔다…후반기 여야 진용 확정
[경제일보]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배치를 마치면서 과방위가 활동 채비를 갖췄다.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과방위에 합류해 방송 규제체계 개편과 공영방송 관련 현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후반기 과방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맡는다. 여당 간사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 야당 간사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으로 정해졌다. 정원 20명인 과방위에서 민주당은 송 위원장과 한 간사를 비롯해 김남국·김우영·김현·이연희·이정헌·이주희·이훈기·정동영·황정아 의원을 배치했다.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의원, 무소속에서는 최혁진 의원이 참여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 간사를 비롯해 박정하·서천호·김장겸·이진숙·조경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언론인 출신인 김장겸 의원과 전직 방송 규제기관 수장인 이진숙 의원이 함께 배치되면서 방송·미디어 현안에 대한 야당의 대응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진숙 의원이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방통위 조직 개편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 규제와 진흥 기능을 통합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법안에 담긴 정무직 임기 종료 규정을 두고 자신을 방통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이제 피감기관 수장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으로 과방위에 들어오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정당성과 방미통위 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상임위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전반기 과방위 간사를 맡았던 김현 의원이 잔류해 두 사람의 재대결도 예상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 방송 규제기관의 독립성, YTN·TBS 관련 현안도 여야가 부딪힐 수 있는 분야다.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미디어 규제체계 정비 역시 후반기 과방위가 다뤄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과방위의 다른 한 축인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입법과 예산 심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반도체 등 정부의 전략사업 지원과 AI 안전·데이터 활용 규제를 어느 수준에서 조정할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원과 6G·AI-RAN 등 차세대 네트워크, 통신비 부담 완화, 알뜰폰 경쟁력 강화 등이 논의 대상이다. 최근 통신업계가 요구한 AIDC 세액공제와 3G 종료 기준, 보편적 역무 요금감면 제도 개편도 국회 입법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 송기헌 위원장은 과방위가 AI·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의 입법을 지원하는 동시에 방송의 공정성과 통신 소비자의 권익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준호·최형두 간사가 쟁점 법안과 현안질의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후반기 과방위 운영의 흐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2026-07-23 16: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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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투표자 수 통계 수정 정황' 수사…노태악 책임론 다시 부상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전산 통계 수정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자 수와 관련된 전산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수정 시점과 횟수, 수정 전후 수치, 전산 접속 기록과 내부 보고 자료 등을 확보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는 투표용지 인쇄량 산정과 현장 대응을 넘어 선거 이후 전산 통계가 처리된 과정으로 확대됐다. 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수치를 바꿨는지, 정상적인 오류 정정 절차를 거쳤는지, 변경 사실이 상급자에게 보고됐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합수본은 지난달에도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해 투표용지 인쇄 계획과 투표록,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 10여명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출국금지 조치도 받았다. 투표자 수 통계가 수정됐다는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에 손을 댔다고 볼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합수본도 현재는 통계 수정의 목적과 절차,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그렇다고 선관위 내부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로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다. 투표자 수는 투표용지 교부 수량과 잔여 수량, 투표록의 기록을 대조하는 기초 자료다. 전산 수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면 근거 자료와 승인 절차, 변경 전후 내역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합수본은 전산 통계가 실제 투표소별 기록과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실이 발생한 뒤 수치가 변경됐다면 변경 사유와 보고 경로도 살펴야 한다. 부족 수량이나 추가 공급량을 사후에 맞추기 위한 수정이었는지도 수사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수사가 전산 통계로 확대되면서 노 전 위원장의 재임 중 책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까지 중앙선관위를 이끌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틀 뒤인 지난달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합수본은 노 전 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을 금지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결정은 인쇄 기준 축소였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인 수 대비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이었지만 중앙선관위원회의 공식 회의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의 전결로 처리됐다. 어떤 사항을 위원회 의결에 부치고 어떤 사항을 사무처 전결로 처리할지 판단하는 내부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선거1국장은 규칙과 편람·지침을 구분하는 별도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10%포인트 낮추는 결정은 비용 절감이나 행정 편의에 머물지 않는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오거나 지역별 투표율 편차가 커지면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송파구의 최종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보다 높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거나 마감 시간이 연장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각 투표소의 용지 수량을 직접 계산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인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어떤 절차로 정해지고 있는지, 사무처의 결정이 현장에서 어떤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는 감독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 기준 축소를 언제 보고받았는지, 관련 위험에 관한 검토를 지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상황도 투표 종료 약 40분 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이라면 선거 현장의 중대한 문제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전달되는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량 축소와 전산 통계 수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직접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임 당시 수장의 지휘·감독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인쇄 기준 축소를 보고받았다면 결정의 타당성과 위험을 검토한 과정을 밝혀야 한다. 보고받지 못했다면 투표권 행사와 직결된 사안을 사무처가 자체 판단하도록 둔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 당일 전국의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한데 위원장에게 보고가 늦어진 이유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산 통계 수정 정황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관계 직원 개인이 임의로 수치를 바꾼 것인지, 지역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사이에 보고가 오갔는지, 지휘부가 수정 사실을 알았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통계 수정이 여러 기관에서 이뤄졌다면 동일한 지침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밝히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임기 종료를 앞둔 사퇴가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사실 규명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누가 기준을 낮췄고 누가 위험을 검토했으며 사고 발생 뒤 어떤 보고와 조치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 대신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투표용지조차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사후 전산 통계까지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독립성만 내세울 수 없다. 합수본 수사가 통계 수정에 관여한 실무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춘 결정 과정과 선거 당일 보고 지연, 전산 통계 수정 경위가 서로 연결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시 지휘부가 각 단계에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는 선거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투표자 수 통계는 투표용지의 교부와 잔여 수량을 검증하는 자료다. 두 업무에서 동시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현장 직원 몇 명의 착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노태악 전 위원장 개인의 형사책임은 증거와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재임 중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이번 수사는 선관위 직원들이 전산 수치를 왜 고쳤는지만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 당시 선관위 수뇌부의 관리 책임까지 규명해야 한다.
2026-07-23 1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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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으로 끝나지 않은 4743만원…노태악 배우자 출장 의혹의 다섯 쟁점
[경제일보]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중 배우자의 해외 출장에 들어간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호주·뉴질랜드, 독일·에스토니아, 덴마크·스웨덴 등 세 차례 출장에서 배우자에게 지출된 비용을 중앙선관위가 산출한 금액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우자 출장 비용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국정조사에서는 배우자 동행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전부 다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 제기도 없어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고 반납으로 4743만여원은 회수됐다. 그러나 배우자 출장비를 국고에서 부담한 근거와 배우자의 공적 역할, 예산 편성·집행 과정, 외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노 전 위원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합수본은 지난 20일 노 전 위원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초점도 반납 사실보다 지출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반납은 국고 지출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 공금 지출의 적법성은 돈을 돌려줬는지가 아니라 지출 당시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배우자 동행이 선관위원장의 공식 업무 수행에 필요했는지, 배우자가 현지에서 맡은 공적 역할이 있었는지, 상대 기관이 배우자를 공식 초청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할 수 있는 규정과 내부 지침이 존재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업무상 횡령 혐의는 노 전 위원장의 예산 집행 관여 정도와 국고 부담의 근거, 지출 경위와 당시 인식을 종합해 판단된다. 사후 반환은 지출 당시의 행위와 판단을 소급해 바꾸지 않는다. 반납 시점도 짚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은 노 전 위원장 재임 중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비용 반환은 국정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형사 고발이 이뤄진 뒤 진행됐다. 선관위 내부 점검으로 먼저 바로잡은 사안이 아니라 외부 문제 제기를 거친 뒤 취해진 조치다. 노 전 위원장이 국고에 반납한 4743만8900원이 배우자에게 들어간 비용 전부인지도 공개돼야 한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현지 교통비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동 지출 가운데 배우자 몫은 어떤 기준으로 나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그렇게 해왔다”는 말이 넓힌 책임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동행을 의심하지 않은 이유로 과거의 관행을 들었다. 선관위도 헌법기관장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배우자 비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관행은 국고 지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령과 예산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이 반복됐다면 문제의 범위는 노 전 위원장의 세 차례 출장을 넘어선다. 선관위가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 비용을 계속 부담해왔다면 전임 위원장 때도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배우자 동행을 누가 제안했고 어느 부서가 예산을 편성했는지, 법률 검토와 내부 감사가 있었는지, 누가 최종 결재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노 전 위원장의 기관장 책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예산 편성과 집행을 실무 부서가 맡았더라도 배우자를 세 차례 동반한 당사자이자 선관위의 최고 책임자는 노 전 위원장이었다. 관행을 따랐다는 설명은 국고 부담의 근거를 확인해야 할 기관장의 책임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에게 선거법과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후보자의 회계보고와 선거비용을 감독하고 작은 기재 오류와 기한 위반에도 책임을 묻는다. 기관장 배우자에 대한 예우가 오랜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검증 없이 이어졌다면 선관위가 외부에 요구해온 기준과 내부에서 적용한 기준이 달랐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국민 눈높이’는 법적 근거를 대신할 수 없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장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는 국고 지출의 법적 근거를 대신하지 못한다. 배우자 동행이 공식 업무에 필요했다면 선관위는 관련 규정과 공식 일정, 초청 문서, 배우자가 수행한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공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비용은 개인 부담 영역에 속한다. ‘헌법기관장 예우’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 수천만원의 국고 부담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예산에 배우자 비용이 편성돼 있었다는 사실도 지출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공예산은 편성 목적과 실제 사용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선관위 해명은 배우자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동행했는지 답하지 않았다. 공식 대표단 구성원이었는지, 의전상 동반이 필요했는지, 현지에서 수행한 일정이 무엇인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예우라는 설명만 있고 예우에 국고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내부 예산에는 있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없었다 선관위는 배우자 비용을 예산 편성 단계부터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가 외부에 제출한 국외출장 내역에는 배우자 동행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배우자 동행을 전제로 비용을 편성하면서 외부 자료의 출장자 명단에서는 배우자가 빠진 것이다. 공식 출장 참여자로 보았다면 외부 자료에서 제외된 이유가 남는다. 공식 출장 참여자가 아니었다면 국고로 비용을 부담한 근거가 약해진다. 기재 누락이 서식과 작성 기준에 따른 것인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배우자가 제외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와 검토자, 승인권자도 확인 대상이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의 불일치는 선관위의 정보 공개 기준과 연결된다. 배우자 동행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됐다면 국민은 누가 어떤 자격으로 출장에 참여했고 얼마의 예산이 사용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감독하는 기관이라면 내부 출장 예산과 참여자 정보도 같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배우자 비용은 공식 예산에 반영하면서 동행 사실은 공개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구조는 선관위의 설명 책임을 무겁게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함께 드러난 내부 통제 문제 배우자 동반 출장 의혹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투표용지 부족과 배우자 출장비는 발생 원인과 성격이 다르다. 두 사안에서 함께 제기되는 문제는 선관위 내부 통제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수량을 점검하고 부족 사태를 막아야 할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과정에서 기관장 배우자의 출장비가 세 차례에 걸쳐 국고에서 지출됐고, 외부 출장 내역에는 동행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거 관리의 기본 업무와 수뇌부 관련 예산 집행에서 각각 어떤 점검과 감독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무자의 판단에만 맡겨진 것인지, 중간 결재와 사후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기관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가 조사돼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부여된 지위다. 예산 집행과 조직 운영까지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특권은 아니다. 선관위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과 선거 관리 부실에 이어 기관장 배우자 출장비 논란까지 맞으면서 독립기관의 책임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독립성은 스스로 법과 절차를 더 엄격하게 지킬 때 설득력을 얻는다. 수사와 자체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합수본의 압수자료 분석은 배우자 출장비의 사용처와 함께 동행 결정, 예산 편성, 내부 결재, 공개자료 작성 과정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배우자 동행에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식 초청과 현지 일정, 배우자의 역할이 판단 자료가 된다. 둘째, 국고 부담의 법령상·예산상 근거를 밝혀야 한다. 헌법기관장에 대한 예우가 어떤 규정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인정됐는지가 핵심이다. 셋째, 세 차례 출장의 의사결정과 결재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 관계자들이 배우자 비용 편성과 집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았는지가 형사책임과 기관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넷째, 외부 출장 내역에서 배우자 동행 사실이 빠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 예산자료와 공개자료가 달라진 과정과 작성·검토·승인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 선관위의 자체 점검도 필요하다. 노 전 위원장 재임 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역대 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출장과 비용 부담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 관련 규정과 출장보고서 공개 기준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출장 비용 4743만8900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반납으로 확인된 것은 비용이 회수됐다는 사실이다. 세 차례 배우자 동행에 어떤 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국고 부담은 어떤 근거와 결재를 거쳤는지, 공개자료에서 동행 사실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설명해야 할 책임은 바로 그 지점에 남아 있다.
2026-07-21 0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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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에 안주할 때 아니다…외환 방어력 키울 골든 타임이다
[경제일보]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에 모처럼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외화 유입이 늘었고, 한동안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려 온 우리 경제에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안정이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더욱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개방경제다.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과 지정학적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정치와 안보 논리에 따라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고 해서 대외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환율 안정기에 외환 방어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경제의 최후 안전판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국가 신용을 지키는 버팀목이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다. 외화가 충분히 유입되는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적기다.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외화를 흡수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보유 자산의 질도 함께 높여야 한다. 거시경제 체질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환율이 안정됐다고 가계부채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업의 생산성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더디고,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도 지속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부양에 치우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다. 노동과 연금, 규제 개혁을 비롯한 생산성 제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정부 정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재정 규율을 확립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인 환율 수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 차례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관리 실패가 얼마나 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충분한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위기는 늘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고, 준비된 나라만이 충격을 최소화했다. 반도체 호황과 환율 안정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면허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며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경제는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한 나라가 위기에서도 살아남는다. 오늘의 환율 안정을 내일의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정부와 경제 당국이 놓쳐서는 안 될 시대적 책무다.
2026-07-13 0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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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부 전문가에 보안전략 맡긴다…AX 전환 앞두고 '신뢰 방어선' 구축
[경제일보] KT가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기에 앞서 외부 전문가에게 전사 보안전략을 검증받는 체계를 마련했다. AI와 클라우드 사업이 확대될수록 고객 데이터와 기업 시스템을 함께 다루게 되는 만큼 기술 투자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신뢰를 보안 거버넌스로 뒷받침하려는 행보다. KT(대표이사 박윤영)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협의체인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고 12일 밝혔다. 위원회는 KT의 정보보호 전략과 정책을 외부 시각에서 점검하고 AI 보안과 제로트러스트, 클라우드 보안, 침해사고 대응, 보안 기술 혁신 등 전사 정보보안 분야의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보안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의 설계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예방 중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자문위원에는 박춘식 한국제로트러스트보안협회 이사, 정은수 청주대 디지털보안학과 교수,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윤명근 국민대 인공지능학부 교수, 김홍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철준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최광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참여한다. ◆ 개인정보와 정보보안 분리…전문성 높인다 KT는 올해 상반기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먼저 신설했다.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보관·파기 과정과 처리의 적법성 등 정책·법률 영역을 살핀다면, 새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는 네트워크와 IT 시스템을 실제 공격으로부터 지키는 기술·전략 분야에 집중한다. 두 위원회를 분리한 것은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의 전문 영역이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입력한 데이터의 저장·학습 여부와 해외 이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동시에 AI 모델을 속이는 프롬프트 인젝션과 권한 오남용, 클라우드 공급망 공격 등 기존 통신망 보안과 다른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KT가 추진하는 산업별 AX 플랫폼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내부 데이터를 연결해 AI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 가입자 정보뿐 아니라 고객사의 영업기밀과 업무 시스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안이 지원 기능을 넘어 AX 사업 수주의 전제 조건이 되는 셈이다. ◆ 4조원 투자와 조직 개편…실행력이 관건 KT는 2026년 조직 개편을 통해 IT와 네트워크 등에 분산돼 있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했다.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조직을 분리하고 관련 인력을 확대하는 한편 제로트러스트 원칙에 따라 전사 보안 체계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정보보안과 IT 혁신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3년 투자액의 두 배 수준으로, AX 인프라 확장에 앞서 통신망과 데이터, 클라우드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자문위원회의 실효성은 외부 전문가의 권고가 실제 투자와 서비스 설계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달렸다. 회의 개최 자체보다 보안 취약점 개선과 제로트러스트 적용 범위, 권고사항 이행 결과를 지속해서 점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KT가 자문위원회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주요 개선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AX 플랫폼 사업에서 차별화된 신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자문이 내부 검토에 머문다면 대규모 투자와 조직 개편의 효과를 이용자와 기업 고객이 체감하기 어렵다.
2026-07-12 15: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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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 가짜뉴스법 첫 대상은 네이버·구글 등 8곳…'투명성센터'도 띄운다
[경제일보]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과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대형 플랫폼 8곳이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대상 사업자로 지정됐다. 정부는 플랫폼의 신고·처리 체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민간 사실확인 활동을 지원할 ‘투명성센터’ 구축에도 나선다. 허위정보 대응 체계가 본격 가동됐지만 정부 지원이 사실상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8일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적용받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구글, 메타, 엑스(X), 틱톡 등 8곳을 지정해 통보했다. 기준은 전년도 말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다. 이들 사업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자율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신고 접수 사실과 조치 결과는 신고자와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하며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이날 관련 내용을 담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다만 지정이 곧바로 강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미통위는 8개 사업자에 공문을 보내고 이견이 있을 경우 일주일 안에 소명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 운영정책 마련 시한도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 사업자 협조와 현장 점검 중심으로 제도가 굴러갈 전망이다. 새로 추진되는 정보통신서비스투명성센터도 핵심 축이다. 투명성센터는 민간 사실확인 단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교육, 국제협력, 활동비 지원 등을 맡는 거점으로 설계됐다. 방미통위는 약 28억원 규모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예비비가 반영되면 센터 구축과 지원 대상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논란은 사실확인 단체의 독립성이다. 현재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은 국내 단체는 JTBC 한 곳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3개 단체가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 예산이 사실확인 단체에 들어갈 경우 팩트체크 대상과 기준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미통위는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사실확인 단체를 지원하더라도 어떤 사안을 선정해 어떤 기준으로 검증하는지에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도 정부와 정당,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자금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부터도 편집상·운영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과징금 대상도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 게재자다. 법원에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알고도 2회 이상 반복 유통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경우가 대상이다. 방미통위는 일반 이용자의 의견 표명이나 사적 대화, 풍자·패러디 자체를 규제하려는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도의 성패는 정부의 설명보다 실제 운영에서 갈릴 전망이다. 플랫폼이 법적 부담을 피하려고 과도하게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논란이 커질 수 있고 느슨하게 운영하면 AI 딥페이크와 수익형 허위정보를 막기 어렵다. 투명성센터 역시 민간 팩트체크를 키우는 기반이 될 수도 있지만 독립성 관리에 실패하면 검열 논란의 진앙이 될 수 있다. 허위정보 대응의 첫 과제는 거짓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판단하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2026-07-08 18: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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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선거 신뢰, 선관위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경제일보] 민주주의의 생명은 선거이고, 선거의 생명은 국민의 신뢰다. 그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빈틈없이 지켜질 때 비로소 쌓인다. 그런데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잇달아 드러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투표함 보관시설에는 CCTV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투표지가 쇼핑백에 담겨 이동하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국민은 충격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거 관리 시스템을 자부해 온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참담함을 넘어 국가적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책임이다. 아무리 독립된 기관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선거 관리조차 허술했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투표용지 수급은 선거 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이며, 투표함 보관과 운송은 공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절차다. 이러한 기본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실무 착오나 현장 직원의 과실만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의 기강과 관리 체계, 위기 대응 시스템을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할 사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절차가 공정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용지가 부족하고, 보관 절차에 허점이 드러나며, 관리 과정이 허술하게 비쳐지는 순간 선거의 권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의 비판과 견제를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 등 조직 운영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선거 관리 부실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은 견제와 감시가 작동할 때 건강해진다. 스스로를 성역으로 여기고 책임보다 권한을 앞세우는 조직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마련이다. 감사원과 수사기관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은 왜 발생했는지, 관리 체계는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법령과 규정 위반이나 관리상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직 존립을 좌우하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 관리 전 과정을 디지털 기술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전면 재설계하고, 투표용지 관리, 보관 및 운송 체계, CCTV 감시 시스템, 내부 감사 기능까지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성과 투명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존중받는다. 책임을 외면한 독립성은 독선으로 비칠 뿐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의 신뢰이며, 그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과감한 개혁 외에는 없다. 선관위가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6-07-08 14: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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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선관위, 홍명보호보다 더 위험한 실패
[경제일보]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팀은 결과로 평가받는 조직이고, 감독은 그 결과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실패를 기록으로 남겼다. 아프지만 대표팀에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전술과 선수 구성을 다시 손 볼 시간이 남아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선관위 역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조직이다. 다만 선관위가 책임져야 할 결과는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사퇴가 남기는 무게까지 같을 수는 없다. 축구대표팀의 실패는 국민에게 실망을 남기지만,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반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렸거나 언제 투표할 수 있을지 모른 채 투표소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유권자에게는 다음 경기가 없다. 그 한 표는 선거 당일, 그 투표소에서 보장됐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몇몇 투표소의 우발적 혼선으로 정리할 수 없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140곳이 부족 가능성 때문에 추가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추가 용지를 사용한 곳은 91곳이었고, 26곳에서는 투표가 잠시라도 중단됐다. 선관위가 처음 파악한 범위를 넘어 피해 실태가 계속 드러난 것도 국민 불안을 키웠다. 사태의 시간표는 더욱 답답하다. 송파구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50분께 이미 무번호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예상해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부여 방안을 문의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함께 대응에 나선 것은 약 5시간 뒤였다. 오후 4시 46분이 되어서야 송파구선관위가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내보내겠다고 알렸고,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가 넘어 민원을 계기로 서울시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선거를 총괄하는 기관이 현장의 경고를 제때 받아내지 못하고, 민원과 혼란이 번진 뒤에야 대응에 나섰다면 이는 단순한 전달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소별 투표율과 남은 용지를 누가 점검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끊겼는지, 중앙 상황실은 왜 먼저 움직이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은 중앙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아니라, 보고와 지휘 체계가 왜 그토록 허술했는지를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진상규명위원회도 결론을 흐리지 않았다.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발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중앙선관위와 논의하지 않은 채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했고, 송파구선관위에서는 투표가 끝나기 전 개표가 시작되는 일도 있었다. 전국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선거일 하루 동안 같은 지휘선 아래 움직이지 못한 셈이다.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결정도 비켜갈 수 없다. 해당 지침은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고, 사전 보고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가 있었을 수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인쇄 비율은 서류철 안의 작은 행정 항목이 아니다. 본투표일에 유권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하는 최소 안전장치다. 보관 공간과 관리 비용을 고려할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투표소의 용지 부족으로 이어졌다면 선관위는 그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관리의 기준과 지휘 체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낮아졌다면 그 위험을 점검했어야 하고, 선거일 현장에서 부족 징후가 나타났다면 보고와 대응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직을 움직였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역할은 현장의 숫자를 대신 세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이 흔들릴 때 조직 전체가 즉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태악 개인의 사퇴로만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노태악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관련 실무자 6명에 대한 징계도 권고했다. 이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일선 직원 몇 명의 과실로 돌려 봉합할 수 없다는 뜻은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참정권 보장에 실패한 국가기관 수장의 책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야 할 절차도 달라야 한다. 누가 인쇄 기준을 낮췄는지, 현장의 경고가 어디에서 멈췄는지, 중앙은 왜 위험을 먼저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 판단과 지연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외부 권력이 선거 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내부 실패에 대한 설명 의무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준비와 책임이 요구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고가 나면 국가기관이 즉시 수습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다. 홍명보호의 탈락은 한국 축구에 숙제를 남겼다. 노태악 선관위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묻게 한다. 축구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그날 투표소에서 행사되지 못한 한 표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바로 그날 국가가 지켜냈어야 할 권리였다.
2026-06-30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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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넥슨, 2500억 '차세대 K-게임 성장 사다리' 놓는다
[경제일보] 문화체육관광부와 넥슨이 K-게임의 초기 개발부터 글로벌 지식재산(IP) 성장까지 지원하기 위한 대형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정책금융과 대형 게임사의 자본·전문성을 결합해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초기 게임 개발사의 성장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체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게임 IP에 투자하는 1200억원 규모의 자펀드 ‘코나 글로벌 아이피 투자조합’을 결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출자 구조는 문체부 600억원, 넥슨 588억원, 운용사 코나벤처파트너스 12억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 펀드는 모태펀드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게임기업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문화계정 자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1000억원을 넘는 대형 게임 IP 펀드가 꾸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펀드의 목적은 게임산업의 ‘성장 사다리’ 구축이다. 결성 총액의 일부는 초기 게임 개발사와 유망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과 IP에는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단발성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A, 이후 글로벌 확장 단계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투자 대상은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 줄거리 IP, 융합콘텐츠 IP 등 확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다. 단순히 게임 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는 IP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수 IP가 게임을 넘어 웹툰, 영상, 굿즈, 플랫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넥슨도 별도 투자법인 ‘넥슨파트너스’를 설립해 이번 프로그램에 힘을 보탠다. 넥슨파트너스 대표는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맡았다. 넥슨은 이번 전략펀드와 별개로 넥슨파트너스 주도의 1300억원 규모 자체 자금도 투입해 후속 성장 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투자 대상이 넥슨이 직접 퍼블리싱하는 IP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넥슨은 이번 프로그램을 한국 게임산업 전체를 위한 오픈 생태계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대형사가 유망 개발사를 흡수하는 방식보다, 초기 개발사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는 셈이다. 이번 펀드가 나온 배경에는 국내 게임 스타트업 투자 위축이 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AI와 딥테크 분야로 자금이 쏠리면서 게임 초기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 흥행 불확실성이 크고 개발 기간이 긴 게임산업 특성상 초기 자금 공백이 길어지면 유망 팀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정헌 넥슨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국내 초기 게임 개발 시장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유망한 개발사들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초기 자금 공백을 해소하고 AI 전환기를 계기로 탄생할 차세대 글로벌 IP를 발굴하는 장기 생태계 투자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K-컬처 400조원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금융으로 콘텐츠 IP 투자 마중물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콘텐츠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K-게임의 경쟁력은 대형 게임사 몇 곳의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새로운 개발팀이 등장하고 실험적인 IP가 자금을 만나고 실패를 견딜 수 있는 투자 생태계가 있어야 다음 글로벌 흥행작도 나온다. 문체부와 넥슨의 2500억원 프로그램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성패는 펀드 규모가 아니라 실제 초기 개발사에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자금이 흘러가느냐에 달려 있다.
2026-06-23 1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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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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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한국서 '챗GPT 광고' 시작…무료·Go 이용자 대상
[경제일보] 오픈AI가 한국에서 챗GPT 광고 파일럿을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챗GPT가 구독료 외 광고 기반 수익모델을 국내 시장에서도 시험하는 것이다. 오픈AI는 19일부터 챗GPT 광고 파일럿을 한국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광고는 앞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먼저 도입됐으며 이번에 한국으로 적용 지역이 넓어졌다. 오픈AI는 초기 파일럿 시장에서 이용자의 의도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환경을 통해 고객과 만나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광고 노출 대상은 챗GPT 무료 및 Go 요금제를 이용하는 성인 사용자다. 챗GPT Plus, Pro, Business, Enterprise, Edu 요금제 이용자에게는 광고가 표시되지 않는다. 미성년자로 확인되거나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계정에도 광고를 표시하지 않는다. 오픈AI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은 답변의 독립성이다. 광고는 챗GPT가 생성하는 답변과 명확히 구분되며 ‘스폰서 콘텐츠’임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된다. 광고주는 챗GPT 답변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광고 역시 답변의 객관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보호도 주요 원칙으로 제시됐다. 오픈AI는 이용자의 대화 내용과 개인정보를 광고주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고주는 광고 조회 수와 클릭 수 등 집계된 형태의 성과 정보만 확인할 수 있으며 개별 이용자의 대화 내용, 대화 기록, 개인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용자 통제권도 포함됐다. 이용자는 표시된 광고를 숨기거나 관련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설정에서 광고 개인화 여부와 광고 경험을 직접 관리할 수도 있다. 오픈AI는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광고의 관련성과 전반적인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광고가 표시되지 않는 영역도 정했다. 오픈AI는 정신건강이나 정치 등 민감하거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제와 관련된 대화에서는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광고 파일럿 적용 대상 이용자에게는 챗GPT 제품 안에서 관련 안내를 제공한다. 이번 파일럿은 오픈AI의 수익모델 다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챗GPT는 무료 이용자 기반이 크지만 고성능 AI 모델 운영에는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든다. 광고는 더 많은 이용자가 비용 부담 없이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대화형 AI 안에서 이용자 의도와 맥락을 기반으로 광고를 연결하는 새로운 디지털 광고 실험이기도 하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는 “오픈AI의 미션은 AI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이라며 “광고는 더 많은 사람들이 비용 부담 없이 챗GPT의 유용한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챗GPT는 검색, 학습, 업무, 구매 의사결정 등 민감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광고가 답변과 분리돼 있더라도 이용자가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답변 독립성에 의문을 갖게 되면 서비스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오픈AI가 답변 독립성, 대화 개인정보 보호, 이용자 선택권을 반복해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 시장은 생성형 AI 이용률과 디지털 광고 경쟁이 모두 높은 시장이다. 이번 파일럿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챗GPT는 단순 AI 구독 서비스를 넘어 대화형 광고 플랫폼으로도 실험 범위를 넓히게 된다. 다만 광고가 AI 답변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조건은 분명하다. 챗GPT 광고의 성패는 광고 수익보다 이용자가 ‘광고와 답변은 다르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6-19 07:4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