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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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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국장 극비 방러…우크라·이란 '두 전쟁' 놓고 푸틴에 경고했나
[경제일보]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극비리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 모두 방문 사실과 회동 상대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동시에 교착 국면에 들어간 만큼 양국 현안을 비공개로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BS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5일(현지시간) 랫클리프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수송기 C-17A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착륙한 사실도 항공기 추적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CIA와 크렘린궁, 미 국방부는 방문 목적과 회동 대상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방문은 랫클리프 국장의 취임 이후 첫 러시아 방문이며, 공개적으로 확인된 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으로는 2021년 11월 윌리엄 번스 전 국장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번스 전 국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를 경고했고, 석 달 뒤 러시아는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동원 능력을 점검하고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 새너 전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은 랫클리프의 방러가 러시아에 행동을 경고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미국은 랫클리프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급 대표단의 방러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북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일정 수준의 민감한 협의를 동반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 이란전까지 얽힌 미·러 협상 가능성 이란 문제도 변수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란과 군사·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용 드론을 공급해왔고,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에 군사·정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는 관련 지원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미국·이란 분쟁 해결에 관여할 의사를 내비쳐왔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도 사실상 교착 상태다. 러시아는 최근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재 전선과 영토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미국이 양국 간 대화를 중재하는 상황에서 CIA 수장이 직접 모스크바를 찾았다는 점은 공식 외교 채널과 별도로 정보·안보 라인을 통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랫클리프의 방러 목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전의 추가 확전 억제, 러시아의 대나토 도발 가능성 경고, 이란전 관련 러시아의 역할 조율이라는 세 가지 현안이 동시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의 전략적 무게는 작지 않다. 미·러 관계가 공식 외교 채널만으로 풀기 어려운 국면에서 정보기관 간 비공개 접촉이 새로운 협상 통로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반대로 별다른 합의 없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우크라이나와 이란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2026-08-26 07: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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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선언"…이란 반발 속 유가·해상교통 긴장 고조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상 영유권 주장이라기보다 미군의 해상 봉쇄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설에서 “이란을 완전히 패배시킨 뒤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 수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이후 해협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해협 폐쇄의 원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핵무기 허용 못 해”…이란 “해협은 이란 통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에 대해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내가 원했던 것보다 군대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괜찮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폐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바시즈 민병대의 호세인 타엡 신임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 당국도 선박이 이란의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측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군사력을 근거로 실질적 통제권을 강조하고 있고, 이란은 지리적·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국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용 압박 카드이자 국내 여론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협 통항 급감…유조선 피격에 긴장 확산 실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업체 자료를 인용해 최근 해협 통과 선박 수가 하루 8척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쟁 전 하루 130~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해상 물류가 마비에 가까운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긴장은 유조선 공격으로도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DNOC이 운항하는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UAE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배후로 지목하며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보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계 경제 부담 커져 호르무즈 리스크는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8.5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40달러로 각각 1달러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주간 기준 상승세를 보였다. 유조선 공격과 미·이란 협상 교착, 러시아 수출 터미널에 대한 드론 공격 등이 겹치며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조금 더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장기전과 유가 상승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수입국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통로다.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운송비 상승과 공급선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일부 아시아 구매자들이 러시아산이나 미국산 원유로 대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 교착…유럽 외교 채널도 가동 외교적 해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과 접촉하며 외교 채널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국가이고, 그리스는 해운 이해관계가 큰 국가라는 점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역할이 거론된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포기와 해협 재개방, 지역 내 친이란 세력의 공격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미국 영토’ 발언이 실제 영토 편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군사적 봉쇄 장기화와 추가 제재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수사가 시장과 군사 현장에서 실제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정세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줄과 같은 곳”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통제권을 두고 정면 충돌할수록 유가, 해운, 보험료,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압박용인지 실제 봉쇄 장기화 신호인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2026-08-15 0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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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교수 "공급 병목 풀어야 주거 안정"…인허가·착공 감소 진단
[경제일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멈춰 선 주택 공급 흐름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준공·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경우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등 주거비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의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 자재 조달 차질 등 대내외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3일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허가와 착공이 줄면 일정 시차를 두고 준공과 입주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감소가 단순히 새 아파트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인허가가 줄면 향후 시장에 나올 주택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기존 주택 매물 축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경우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 위축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낮아 서민과 청년층이 활용해 온 주거 유형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이후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금융·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축 비아파트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신축 공급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제시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금리 부담으로 멈춘 사업장이 착공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심 중소형 주택과 임대용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입지와 수요, 사업성을 따진 선별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도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했다. 재건축·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도심 내 주택을 늘릴 수 있는 통로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조합 갈등, 분담금 부담이 사업 전 단계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단순한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는 사업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책 설계도 실제 공급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착공과 준공 실적, 주택 순증 효과, 공공기여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급 후보지 발굴부터 계획, 보상, 조성, 교통대책, 착공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실행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건축 규제는 저이용 부지와 노후 건축물의 복합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반시설 확보와 기존 도시 기능 훼손 방지, 개발이익의 공공 환원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와 사적 전월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인, 리츠, 재무적 투자자 등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되 장기임대 의무와 임대료 안정, 임차인 보호를 함께 묶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 공급 공백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부담가능주택 공급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은 투기 억제 효과가 있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 국민 불편을 함께 낳을 수 있다. 진 교수는 시장 불안 지역에는 정밀하게 규제를 적용하되 해제 여부는 가격과 거래량, 대출 동향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배경을 묻는 장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공급 위축을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 인상 이후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그 여파가 이후 공급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재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공사비가 크게 오른 점도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배경으로 짚었다. 금리와 공사비, PF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보수적으로 판단했고 이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07-23 10:5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