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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논란' HD현대오일뱅크 "공개된 가격정보"…교환 시점은 공정위서 소명
[경제일보]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정보 교환·담합 혐의와 관련해 거래처에 공지한 입금가가 시장에 신속하게 전파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 경영진·준법감시 부서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 7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두 회사에 송부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가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 등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초에는 두 차례 입금가를 합의한 것으로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심사관의 판단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은 향후 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심사관이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두 회사 합계 약 44조1000억원이다. 이는 혐의와 관련된 매출 규모로, 부당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을 뜻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한 경제일보의 질의에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세금 등을 고려해 입금가를 정하고, 결정 즉시 주유소·대리점 등 거래처에 알린다고 답했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정보가 시장에 빠르게 퍼진다는 설명이다. 입금가는 주유소와 대리점이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전에 지급하는 대금의 기준이 되는 잠정 공급가격이다. 회사는 거래처에 공지된 가격을 경쟁사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경쟁사와 교환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가격과 판매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입금가 합의 혐의도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이라며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확인할 대목은 가격 공지와 경쟁사 정보교환의 시간 순서다. 거래처에 가격을 알린 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교환 당시 시장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등을 대조해야 회사의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설명을 검증할 수 있다. 회사는 이번 답변에서 구체적인 교환 시점이나 사례를 제시하지 않고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한 정보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문제 삼은 대상은 입금가뿐 아니라 확정가와 판매정책도 포함한다. 반면 회사의 이번 답변은 입금가의 산정과 시장 전파 과정에 집중됐다. 확정가와 판매정책의 공개 시점, 경쟁사와 직접 정보를 교환한 목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경쟁사 접촉을 경영진이나 준법감시 부서가 알고 있었는지, 관련 보고·점검 절차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회사는 이 역시 정식 심의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답했다. 조사 이후 경쟁사 접촉 기준이나 가격 결정 절차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행한 조치나 변경 기준, 적용 시점은 답변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회신만으로는 경쟁사 접촉 경위와 내부 보고·점검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답변 유보 자체가 혐의나 내부통제 부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식 심의에서 관련 자료와 의견을 제출해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한 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6-10-15 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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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잇단 법원 제동…조사권·기업 방어권 경계 다시 세워야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와 처분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행정조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쿠팡이 제기한 현장조사 결정 효력정지 신청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제지·제분업체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집행이 정지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원 판단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쿠팡 조사의 경우 약 30일간 유보돼 조사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기업 대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과 경쟁당국의 조사 실효성이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한화 사건에서는 전자정보 조사 방식까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 한화 측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자료를 열람하고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변호인과 피조사인의 사전 동의를 받았으며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법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불공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위에 어디까지 조사권을 허용할 것인가. 동시에 조사받는 기업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정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료 확보의 적시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조사 단계마다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그때마다 상당 기간 조사가 중단된다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사권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경쟁당국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어서도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조사 회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다만 그는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본격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조사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모든 조사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의 휴대전화와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업무정보와 사생활이 뒤섞여 있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조사는 과거 서류철을 들여다보던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사 대상과 범위, 전자정보 확보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다. 주 위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 대목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시 법치주의의 한 축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사법절차를 통해 다투고 조사제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 정도다. 사법적 통제를 곧바로 조사권의 무력화와 동일시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법치의 힘은 권한의 크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논어>에는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는 구절이 있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기만 하면 백성은 처벌을 피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행사만으로 질서를 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오래된 경계다. 기업이라고 법의 밖에 있을 수 없고 행정기관이라고 절차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부터 전자정보의 조사 범위, 개인 휴대전화 접근 절차, 자료제출명령의 한계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조사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기업의 절차적 권리가 정당한 조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정위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몫이다. 기업 역시 적법한 조사에는 협조해야 한다. 세 주체가 각자의 선을 지킬 때 경쟁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조사권이 강해질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두터워질수록 정당한 조사에 협조할 책임도 커진다. 공정한 시장을 지키는 힘은 강한 권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명확하고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2026-09-22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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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주문하고 문자가 승인한다…SKT, 'AI 시대 문자' 표준화
[경제일보]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예약·결제 등 실제 행동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맞춰 '문자'의 역할 재정의에 나선다.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거래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의 기본 문자 앱을 최종 승인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글로벌 메시징 표준으로 제안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온 문자메시지를 사람과 AI를 연결하고 이용자의 최종 의사결정을 확인하는 '신뢰 채널'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15일 SK텔레콤은 서울 SKT타워에서 오는 18일까지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RCS 그룹 대면 표준화 회의를 개최하고 AI와 메시징 서비스의 결합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AT&T, T모바일, 보다폰, 오렌지 등 글로벌 통신사와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16개사의 실무진과 GSMA 사무국 관계자 33명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 RCS 표준화 안건과 함께 AI를 주제로 한 특별 세션도 진행된다. 해당 세션은 SK텔레콤이 GSMA에 AI 의제를 직접 제안하면서 마련된 세션으로, 오는 17일 'AI와 메시징의 진화'를 주제로 열린다. RCS와 AI 에이전트의 결합 방향을 비롯해 AI에 대한 신뢰와 이용자 통제, AI를 활용한 브랜드 등록 절차 개선, 비즈 메시징의 AI 기반 스팸 대응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AI와 메시징의 결합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AI 에이전트의 역할 확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AI가 질문에 답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찾고 예약하거나 결제하는 등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날수록 이용자가 AI의 실행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별도의 접점이 필요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회의에서 'RCS 기반 AI 에이전트 승인'을 표준 안건으로 제안했다.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RCS 메시지를 통해 이용자에게 주문 내용과 결제 금액 등을 보여주고 최종 승인을 받도록 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AI 에이전트에 상품 구매를 요청하면 AI가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 및 결제 정보를 준비한다. 이후 RCS 메시지를 통해 이용자에게 승인 요청을 보내고, 이용자는 스마트폰의 기본 문자 앱에서 상품과 결제 금액을 확인한 뒤 승인 버튼을 눌러 거래를 확정할 수 있다. AI가 거래 준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대신 처리하면서도 최종 실행 단계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RCS가 AI 에이전트의 최종 승인 채널로 활용될 경우 거래 상대방에 대한 확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등록·검증된 기업만 이름과 로고를 표시할 수 있어 이용자가 승인 요청을 보낸 주체를 확인할 수 있고, 메시지에 상품 이미지와 승인 버튼을 함께 넣을 수 있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승인 요청과 결과는 스마트폰 기본 문자 앱의 대화 목록에 남아 이후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따로 설계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구상하는 RCS의 역할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실제 기업과 AI가 보낸 요청을 확인하고, 거래 내용을 검토한 뒤 이용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공식적인 접점으로 메시징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전화와 메시지를 통한 연결, 전화번호와 인증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이용을 지원해온 통신사의 역량을 AI와 결합해 'AI 신뢰 인프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기업의 서비스를 대신 이용하는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해당 요청의 주체와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기업 인증이 가능한 RCS를 활용해 AI 에이전트의 행동과 이용자의 최종 승인을 연결함으로써 AI 서비스의 편의성과 이용자 통제권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SK텔레콤은 국내에서 RCS 망과 서비스를 운영하며 관련 기능을 글로벌 표준에 반영해왔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RCS 회의에서 제안한 메시지 서식 표현 기능은 올해 초 RCS 표준 규격인 'Universal Profile 4.0'에 반영됐다. 올해 회의에서는 기존 메시징 기능을 넘어 AI 에이전트와 RCS의 결합으로 논의 범위를 확대하고 글로벌 통신사와 단말·플랫폼·메시징 사업자 간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경상 SK텔레콤 AI CIC장은 "이용자를 대신해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이용자가 중요한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최종 결정하는 접점이 중요해진다"며 "메시징이 AI 에이전트와 이용자를 잇는 신뢰 기반의 채널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파트너들과 표준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15 14: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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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 민원인가 압력인가
[경제일보] 국회의원에게 민원은 일상이다. 지역 주민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행정기관에 전달하고, 기업의 규제 애로를 정부에 설명하는 것도 의원의 역할이다. 문제는 어떤 사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추진하던 업체와 관련해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도된 문자에는 식약처 내 담당 부서가 언급됐고,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김 후보자는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후보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며 2024년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법원 판결문에도 해당 행위를 곧바로 부정한 청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겼다. 현 단계에서 위법성을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 여부와 공직자로서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은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느 지점부터 권력의 압력으로 작동하느냐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일반 민원과 다르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고 전문적인 과학 판단이 요구된다. 승인 여부와 자료 보완은 정치권이 아니라 규제기관과 전문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다. 국회의원이 식약처장에게 직접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면 무게가 달라진다. 의원은 정부를 국정감사하고 예산을 심사하며 법률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다. 형식은 민원 전달이라 해도 행정기관에는 압박으로 읽힐 여지가 크다. ‘승인해달라’와 ‘빨리 검토해달라’는 표현도 다르지만 처리 속도 자체가 행정 판단의 일부다. 특정 사건을 먼저 챙기게 하는 순간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물론 신속한 행정은 필요하다. 규제 때문에 기술개발과 사업화가 지연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특정 의원의 전화로 속도를 높일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과 처리 시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것이 규제 혁신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행이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정상 절차와 기술력보다 정치권과의 연결이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기업은 연구개발보다 인맥과 로비에 비용을 쓰게 된다. 정치권 주변에는 내가 의원과 장관을 안다는 브로커가 몰려든다. 대관과 로비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정부기관에 직접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정치인이나 전직 관료를 찾는다. 이들이 고위공직자에게 연락하면 해당 민원을 다른 민원과 똑같이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정치와 행정 사이의 회색지대가 그렇게 생긴다. 현행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만으로 이 문제를 모두 가려내기도 어렵다. 금품이 오가지 않고 노골적으로 허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부정청탁 여부가 쉽게 갈리지 않는다. 그래서 접촉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인허가·제재 관련 민원을 전달할 경우 접촉 사실과 주요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의약품 허가, 금융 인허가, 공정거래 조사, 세무조사, 수사처럼 독립적 판단이 중요한 분야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국회의원에게도 선은 분명해야 한다. 민원을 전달한다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검토해달라’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 기한이나 담당자를 찍어 속도를 요구하면 행정기관에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사건에서 정치후원금 제공 시도와 주변 인물들의 금전 관계를 둘러싼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과 정치권 주장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업체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확인된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개인의 유무죄 공방으로만 끝내서는 곤란하다. 같은 구조가 남아 있으면 또 다른 의원과 기업, 정부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논어>에는 군자는 말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반복된다. 권력자의 말은 명령이 아니어도 주변의 행동을 바꾼다. 오늘날 국회의원의 문자 한 통, 기관장에게 건 전화 한 통도 다르지 않다. 공직자의 영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한번 봐달라’는 말이 실무자에게는 ‘반드시 챙겨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무게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정치인이 기업의 어려움을 듣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행정부에 전달하는 것은 국회의 기능이다. 다만 그 과정이 특정인의 절차를 앞당기는 통로로 변질되는 순간 민원은 특혜 논란으로 바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과 행정기관 사이의 접촉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전문 규제기관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은 가볍지 않다. 그 무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평범한 국민의 민원은 뒤로 밀리고 행정의 공정성도 흔들린다. 권력에 가장 먼저 필요한 덕목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영향력을 절제하는 태도다.
2026-09-03 09: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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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밍 데이터 최대 67% 확대…장기·청년 고객까지 맞춤 공략
[경제일보] 해외여행객의 데이터 소비가 늘어나면서 통신사들의 로밍 경쟁이 이용자별 맞춤형 상품과 여행 관련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KT는 장기 여행객과 청년층, 대용량 데이터 이용자를 겨냥해 로밍 상품을 세분화하는 한편 공항 라운지와 현지 이동·배달 서비스 할인까지 제공하며 해외여행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1일 KT는 대표 로밍 상품인 '함께 쓰는 로밍'과 '하루종일 로밍'을 개편하고 이용자별 데이터 수요에 맞춰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데이터 제공량 확대와 이용 기간 연장을 중점으로 진행된다. 가족이나 친구와 데이터를 나눠 쓰는 '함께 쓰는 로밍' 3만3000원 상품의 데이터는 기존 4GB에서 5GB로, 4만4000원 상품은 8GB에서 10GB로 늘어난다. 6만6000원 상품은 12GB에서 20GB로 확대된다. 고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도 새롭게 선보인다. KT는 7만7000원에 40GB를 제공하는 '함께 쓰는 로밍 40GB'를 출시한다. 만 34세 이하 고객을 위한 'Y 함께 쓰는 로밍'도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하고 일반 상품보다 40% 저렴한 요금에 1GB의 추가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행 기간에 따른 상품 선택권도 넓혔다. '함께 쓰는 로밍' 3만3000원 상품과 'Y 함께 쓰는 로밍' 1만9800원 상품의 이용 기간은 기존 15일에서 30일로 늘어난다. 단기간 해외여행뿐 아니라 장기 체류나 여러 국가를 일정 기간 이동하는 여행객까지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루 단위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하루종일 로밍'도 데이터 제공량을 두 배로 늘린다. 베이직 계열은 하루 500MB에서 1GB로, 플러스 계열은 1GB에서 2GB로 각각 확대한다. 이번 KT의 상품 개편은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로밍 서비스는 통화와 문자, 간단한 인터넷 검색 등이 주요 사용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지도와 번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차량 호출, 음식 배달 등 해외여행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영역이 넓어졌다. 또한 KT의 로밍 서비스 경쟁 영역도 단순한 통신 연결에서 여행 편의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KT는 이번 상품 개편과 함께 인천·김포 국제공항 라운지 1만원 할인과 동남아시아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그랩(Grab) 제휴 혜택도 제공한다. 공항 라운지 할인은 KT 멤버십 앱에서 쿠폰을 받은 뒤 제휴사 전용 페이지에서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해외 현지에서는 베트남·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캄보디아 등 7개국에서 그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국가에 입국하면 문자메시지로 그랩 트래블 패스 코드가 자동 발송되며, 이용자는 그랩 앱에 코드를 등록해 차량 호출과 음식 배달, 마트 쇼핑 등을 할인받을 수 있다. 로밍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해외에서 이동·식사·쇼핑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추가 혜택을 제공하면서 통신 서비스를 여행 경험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KT의 로밍 서비스 개편은 로밍 상품을 여행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세분화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와 연결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향후 통신사들의 로밍 경쟁 역시 단순히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느냐'를 넘어 여행객의 이동과 소비까지 얼마나 편리하게 연결하느냐로 확대될 전망이다. 강이환 KT 고객부문 고객서비스본부장 상무는 "해외여행 고객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데이터 혜택 확대에 중점을 두고 이번 개편을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 이용 패턴을 반영한 차별화된 로밍 서비스를 지속 선보여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01 10: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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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광고 1원 쓰면 매출 5원"…카카오, 브랜드메시지 실증 효과 공개
[경제일보] 카카오톡을 활용한 광고가 실제 매출과 재구매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카오가 한양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브랜드메시지를 활용한 파트너 2510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송비 1원당 약 5원의 매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카카오는 카카오 정책산업 연구 브런치를 통해 한양대 ERICA 경제학부 류한별·김지환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브랜드메시지의 파트너 비즈니스 성과와 이용자 편익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브랜드메시지를 활용한 비즈메시지 파트너 2510곳을 대상으로 브랜드메시지 발송 전후의 매출과 재구매, 방문자 수 변화를 분석했다. 브랜드메시지는 카카오톡 채널 친구이면서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이용자에게 광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분석 결과 브랜드메시지 발송비 1원당 약 5원의 매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송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46.2%, 재구매 건수는 30.7%, 방문자 수는 16.9% 증가했다. 재구매 증가 효과는 메시지 발송 이후 최대 3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자일수록 브랜드메시지의 광고 효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발송 직전 평균 매출 중위값을 기준으로 파트너를 나눠 분석한 결과 소규모 파트너는 발송비 1원당 11.1원의 매출 효과를 기록했다. 발송 전과 비교한 매출은 90.2%, 재구매 건수는 47.3%, 방문자 수는 22.6% 증가했다. 대규모 파트너 역시 브랜드메시지 발송 이후 매출과 재구매, 방문자 수가 모두 증가했다. 다만 발송비 1원당 매출 효과는 4.1원으로 소규모 파트너보다 낮았다. 류한별 한양대학교 ERICA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술적으로 진화된 문자 기반 광고의 효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국내 첫 실증 연구"라며 "특히 소규모 사업자군에서 나타난 높은 광고 효과는 저비용·고효율 마케팅 수단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브랜드메시지가 광고주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경제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기존 문자메시지 광고는 발신번호만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실제 기업이 보낸 메시지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반면 브랜드메시지는 사업자 확인을 거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발송돼 발신 주체를 확인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가 이용자의 정보 탐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메시지에 포함된 상품과 혜택 정보를 통해 별도의 검색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필요한 상품을 확인할 수 있고, 발신 주체와 공식 채널 여부도 상대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간 및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연간 약 24억4000만원 규모의 소비자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실제 현금이 지급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브랜드메시지를 통해 절약된 시간과 거래 과정의 비용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수치다. 스미싱이나 기업 사칭 메시지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연구에서 다뤄졌다. 연구진은 공식 사업자 인증을 거친 채널을 통해 메시지가 발송되는 구조가 소비자가 발신 주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사칭 메시지로 인한 피해 예방 효과를 별도의 경제적 가치로 추산했다. 카카오톡은 월간 이용자가 대규모로 확보된 플랫폼으로 이용자에게 직접 상품과 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는 브랜드메시지를 통해 메시지 발송에서 상품 탐색, 구매로 이어지는 이용자 경험을 연결하고 광고주에게는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마케팅 수단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16개 딜러사가 동일한 규모로 브랜드메시지를 발송한다고 가정할 경우 소비자 편익이 연간 390억4000만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브랜드메시지의 광고 효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메시지를 받지 않은 사업자와의 차이를 통제하는 등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분석 방법이 적용됐다. 김성준 카카오 정책아젠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브랜드메시지가 파트너의 마케팅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 경험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편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와 이용자 모두의 가치를 높이며 비즈니스 메시지 시장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25 1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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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로TV 개인정보 46만여건 유출…일부 계좌·카드정보 포함
[경제일보] 삼프로TV 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은 지난 9일 삼프로TV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을 공지했다. 회사는 외부 행위자가 삼프로TV 애플리케이션에 불법적으로 접근해 다른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이달 초 외부 행위자가 다른 이용자 개인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했으며, 현재까지 유출된 개인정보 규모를 46만여건으로 추산했다. 유출 정보는 회원별로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항목은 이름, 프로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계좌정보(은행명·계좌번호·예금주명), 서비스 이용 시 생성기록, 기기정보, 카드명, 마스킹된 카드번호, 서비스 이용기록 등이다. 이 가운데 주소 정보는 2건, 계좌정보는 2972건, 신용카드 정보는 317건으로 파악됐다. 다만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나 민감정보는 수집하지 않아 유출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브로드캐스팅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했다. 연락처를 보유한 회원에게는 사고 발생 사실을 개별 통지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삼프로TV 회원들에게 사칭 연락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개인정보 악용으로 의심되는 삼프로TV 사칭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받을 경우 각별히 주의하고,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전화·문자메시지·이메일의 링크나 첨부파일은 클릭하지 말고 삭제·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026-08-10 07:4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