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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교역 줄어도 수출 14% 늘었다…로봇·관광객 소비 키우는 중국
[경제일보] 중국의 올해 1~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미국과의 교역은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유럽연합, 일대일로 참여국과 거래가 늘면서 전체 교역액은 30조위안을 넘어섰다. 자본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가 60억위안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에 들어갔다. 베이징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한 출국세 환급 신청서가 지난해의 5배 수준으로 늘었다. 내국인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수출 상대를 넓히고 로봇 산업에 자금을 대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 미국 줄고 아세안 늘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상품 수출입액은 30조13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했다. 수출은 17조4400억위안으로 14%, 수입은 12조6900억위안으로 22% 늘었다. 7월 한 달간 수출입액은 4조6600억위안으로 전년 동월보다 19.2% 증가했다. 수출은 17.8%, 수입은 21.2% 늘었다. 월간 교역액은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4조위안을 웃돌았다. 교역 상대별 실적은 엇갈렸다. 아세안과의 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고 유럽연합과의 교역은 9.5% 증가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교역도 각각 15.4%, 18.9% 늘었다.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으로 분류한 국가들과의 교역액은 15조3600억위안으로 15.5% 증가했다. 중국 전체 교역액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과의 교역은 1.6% 줄었지만 감소 폭은 상반기보다 2%포인트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줄어든 거래를 아세안과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이 메우는 양상이다.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도 미국이 아니라 아세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현지에서 부품과 중간재를 조달하는 움직임도 교역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7월 중국의 기계·전자제품 수출은 11조1200억위안으로 21.2%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8%로 지난해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전기차 수출은 71.2%, 리튬 배터리는 35.8%, 풍력발전기는 34.8% 늘었다. 3D 프린터 수출액은 지난해의 두 배를 넘었고 산업용 로봇 수출도 13.2% 증가했다. 의류와 완구 같은 소비재보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용 장비가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수입도 빠르게 늘었다. 기계·전자제품 수입액은 5조3100억위안으로 29.7% 증가했다. 인공지능 산업과 첨단 제조업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장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1~7월 수입 증가율은 수출 증가율을 8%포인트 웃돌았다. ◆ 유니트리에 몰린 중국의 큰손들 중국 로봇 업체 유니트리는 지난 6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기업공개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으로 확정했다. 커촹반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첨단 장비 기업이 주로 상장하는 시장이다. 유니트리는 신주 4044만6434주를 발행한다. 상장 후 전체 주식의 10%에 해당한다. 이번 기업공개로 조달하는 금액은 약 60억9900만위안이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9억9300만위안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유니트리의 상장을 승인했다. 유니트리는 네 발로 걷는 사족보행 로봇과 사람의 몸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 조달한 자금은 로봇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체화지능 알고리즘 개발 등에 쓸 예정이다. 체화지능은 인공지능이 로봇의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의 지시를 글이나 음성으로 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보다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지만 시장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에는 딥시크 운영사인 항저우선두추숴인공지능기초기술연구유한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딥시크는 약 93만3400주를 배정받아 1억4100만위안을 투자한다. 텐센트 계열 상하이치산투자와 중국석유그룹 쿤룬캐피털, 중국남방전력 계열 투자회사, 차이나텔레콤 계열 톈이캐피털도 참여했다. 인공지능 업체와 정보기술 기업, 에너지·통신 국유기업이 유니트리 주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모가는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유니트리의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약 219배다. 같은 업종 기업들의 평균인 약 39배보다 5배 이상 높다. 유니트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을 10억5200만~11억2800만위안, 순이익을 2억5800만~3억600만위안으로 예상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도 현재의 공모가를 뒷받침하려면 로봇 판매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 연구개발비와 판매비가 늘면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상장 후에는 로봇을 얼마나 많이 생산해 어느 시장에 팔 수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 관광객이 산 자리에서 세금 돌려준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이 입국해 쓰는 돈을 늘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2291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1781만5000명으로 30.6% 늘었다.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77.7%가 비자 없이 중국에 들어왔다. 관광객이 늘면서 쇼핑도 함께 증가했다. 올해 1~7월 베이징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한 출국세 환급 신청서는 지난해보다 400% 증가했다. 지난해의 5배 수준이다. 환급 대상 상품 매출은 44.5%, 실제 환급액은 44% 늘었다. 베이징의 출국세 환급 매장도 7월 말 기준 2000곳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사는 물건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실크 제품과 차, 전통 공예품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전동칫솔, 액션카메라, 무선이어폰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베이징 싼리툰의 샤오미 매장과 중국 국제무역센터 인근 DJI 매장에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사려는 외국인이 몰리고 있다. 베이징 훙차오시장은 하루 방문객 8000여 명 가운데 외국인이 7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출국세 환급 절차도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최소 구매액을 500위안에서 200위안으로 낮췄고 현금 환급 한도는 1만위안에서 2만위안으로 올렸다. 물건을 산 매장에서 세금을 먼저 돌려주는 ‘즉시 환급’ 제도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 7월부터는 구매액이 1만위안 미만인 경우 모든 물품을 검사하지 않고 일부만 무작위로 확인한다. 신청서와 영수증도 종이로 낼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즉시 환급을 받은 관광객이 상하이나 광저우 공항을 통해 출국하더라도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지역 간 환급도 허용했다. 즉시 환급을 받은 뒤 출국해야 하는 기간은 28일로 통일했다. 중국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부진한 내수가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매판매액은 24조8722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품 판매 증가율은 1.1%였다. 수출입 증가율과 비교하면 소비 회복 속도가 더디다. 관광객 소비만으로 중국 전체 내수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다만 관광객이 쓰는 돈은 숙박과 음식, 교통, 쇼핑으로 곧바로 퍼진다. 무비자 입국을 확대하고 외국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를 허용한 데 이어 세금 환급 절차까지 손보는 이유다. 중국은 아직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해외에서는 거래처를 넓히고 국내에서는 로봇 기업에 자금을 대며 공항과 상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돈을 더 쓰게 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동산과 내국인 소비가 예전처럼 성장률을 끌어주지 못하자 다른 곳에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2026-08-07 17: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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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장에서 세계 1위 두부기업으로…'바른 먹거리'가 키운 풀무원
[경제일보] 온라인 식품 구매가 일상이 된 지금도 풀무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두부 회사'다. 하지만 풀무원의 출발은 두부가 아니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 고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세운 공동체와 국내 최초 유기농 농장이 그 시작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포장두부와 냉장식품, 식물성 식품을 거쳐 글로벌 사업으로 이어졌다. 풀무원의 역사는 제품을 늘려온 과정이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바른 먹거리' 1981년 서울 압구정의 작은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에서 출발한 풀무원은 현재 두부와 생면, 만두,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 등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채소를 판매하던 작은 가게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대에 따라 제품과 사업 영역은 달라졌지만 '바른 먹거리'라는 창업 철학만큼은 40여년 동안 기업의 중심을 지켜왔다. 사업이 확장되는 동안에도 풀무원의 중심에는 '바른 먹거리'가 있었다. 풀무원은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제조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아왔다. 이러한 철학은 두부와 콩나물 등 신선식품에서 출발해 생면과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에 맞춰 제품군은 끊임없이 확장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라는 본질은 지키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 풀무원의 성장 동력이었다. 풀무원의 출발은 일반 식품회사 성장사와 다르다. 1981년 원경선 원장이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 개념이 낯설던 시절,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농산물을 판매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알렸다. 이후 1984년 풀무원식품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장두부가 바꾼 식탁…두부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성장의 중심에는 두부가 있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두부는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큰 판두부를 잘라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위생 문제가 잦고 쉽게 상하는 탓에 전국 유통에도 한계가 있었다. 풀무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물이 담긴 비닐 포장두부를 선보인 데 이어 1987년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한 포장두부를 출시하며 두부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 위생성과 보관성을 높인 포장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두부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두부는 시장에서 사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마트에서 믿고 사는 식품'으로 바꿨다. 이후 콩나물과 생면 등 냉장 신선식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 속 식탁으로 확장했다. 풀무원은 두부를 기반으로 식탁 전체를 확장했다. 두부와 콩나물로 쌓은 냉장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면과 만두, 냉장간편식(HMR), 김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소비자의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두유면, 만두 등 대체육 중심에서 한 끼 식사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비빔밥과 잡채, 짜장면 등 한식을 식물성 식품으로 구현하는 등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 두부와 콩나물 등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식품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만두, 두유면 등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비빔밥·잡채·짜장면 등을 담은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K-푸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두부 중심 기업에서 식물성 식품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다. 미국에서 세계 1위…글로벌 두부기업의 탄생 풀무원의 또 다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1991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일본·베트남·유럽까지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하며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일찍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두부를 수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미국 유기농 식품기업 와일드우드(Wildwood)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과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 현지 두부기업 아사히코를 인수했고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두부와 생면, 냉동만두, 김치 등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을 넘어 현지 생산과 브랜드, 유통망을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현지화 전략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현지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올해 11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식물성 단백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부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생면과 냉동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아사히코는 두부를 넘어 두유 디저트와 식물성 단백질 제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8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68.9% 늘었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중국 법인은 면류와 냉동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일본 법인도 생산거점 효율화와 K-푸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40% 이상 줄였다. 해외사업이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 먹거리의 다음 과제…철학과 수익성의 균형 다만 풀무원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식품시장은 저출생과 내수 소비 둔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두부와 생면, 냉장간편식(HMR) 등 주력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냉장간편식과 식물성 식품, 고단백 제품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식물성 식품 시장 역시 초기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찾는 제품을 만들고 식물성 식품을 일상적인 식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풀무원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사업도 숙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현지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크다.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품질 관리와 공급망 운영,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역량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두부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사업을 식물성 식품과 K-푸드 전반으로 확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풀무원의 40여 년은 두부를 만든 역사가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산업으로 만든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한 철학은 이제 포장두부와 냉장식품을 거쳐 식물성 식품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창업 당시의 철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식문화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바른 먹거리를 향한 철학이 앞으로도 풀무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먹거리'는 사업이 확장된 지금도 풀무원의 가장 중요한 DNA"라며 "제품 개발부터 원재료 조달, 품질·안전관리, 식물성 식품, 글로벌 사업까지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풀무원다움'을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 문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0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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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에서 더단백까지…빙그레 '장수 브랜드' 공식
[경제일보] 1974년 출시된 단지형 바나나맛우유는 지금도 편의점 냉장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반세기 동안 소비 트렌드는 수없이 바뀌었다. 흰 우유에서 커피로, 아이스크림에서 단백질 음료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여전히 빙그레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빙그레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신제품을 반복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한 것과 달리 빙그레는 한 번 잘 만든 브랜드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빙그레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DNA는 '축적과 재해석'이다.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 브랜드 본질은 유지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용기와 패키지, 제품군, 마케팅, 해외시장까지 확장하면서 브랜드의 수명을 늘려왔다. 단지 용기가 브랜드 되다…빙그레의 자산 축적법 빙그레의 출발점은 바나나맛우유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바나나 향을 우유에 접목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쟁 제품이 등장했지만 바나나맛우유는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 특유의 맛을 유지하며 대표 가공우유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가 지켜온 것은 바나나맛우유의 맛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은 출시 당시부터 이어져 온 단지 모양 용기다. 둥근 항아리를 닮은 독특한 용기는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던 사각 종이팩이나 병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상징이 됐다. 소비자는 제품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노란색 단지 형태만 봐도 바나나맛우유를 연상한다. 대부분 식품이 맛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빙그레는 용기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한 셈이다. 이후 맛과 패키지 디자인, 용량은 시대에 맞게 바꾸면서도 단지 형태만큼은 유지해 세대가 바뀌어도 소비자 기억 속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왔다. 이는 단순히 오래 같은 포장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의 핵심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 대신 새로운 맛과 한정판, 협업 제품을 같은 브랜드 아래 추가하면서 소비자는 익숙함을 유지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쉽게 없애지 않은 점도 한 몫 했다. 요플레는 떠먹는 발효유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장면을 선점했다. 메로나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판매되는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으며 붕어싸만코 역시 계절을 가리지 않는 장수 제품으로 남았다. 빙그레가 만든 장수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소비가 이뤄지는 특정 순간을 먼저 선점했다는 데 있다. 요플레는 아침 식사나 간식, 건강관리를 위한 발효유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메로나는 더운 날 가볍게 즐기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나나맛우유는 출출할 때 간편하게 마시는 간식형 우유로 자리 잡으며 각기 다른 소비 장면을 차지했다. 제품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는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면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는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와 연결된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빙그레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가 차지한 소비 장면을 유지하면서 맛과 용량, 패키지, 협업 콘텐츠 등을 추가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제품은 그대로, 브랜드는 진화…IP로 젊어진 장수 브랜드 장수 브랜드는 오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세대의 추억에만 머무는 제품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익숙함이 구매 이유가 되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에게는 '부모 세대가 먹던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빙그레는 이를 막기 위해 제품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대표적인 방식이 굿즈와 캐릭터, 이종업계 협업이다. 바나나맛우유의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처럼 소비자가 즉시 알아보는 시각적 자산을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 문구류 등에 적용해 브랜드 경험을 식품 매대 밖으로 확장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마시거나 먹지 않는 순간에도 익숙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와 팝업스토어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제품의 맛이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패키지 디자인과 전시 공간,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 브랜드를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렸다. 특히 온라인과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시각적 요소와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면서 오래된 제품을 추억의 식품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되는 문화적 소재로 재해석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장수 브랜드의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브랜드처럼 다가간 것이다. 제품 본체는 지키되 브랜드가 등장하는 장소와 방식만 바꾸면서 연령대별 소비자와의 접점을 동시에 넓힌 셈이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IP(지식재산)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굿즈와 협업 상품, 팝업스토어, SNS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됐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는 역할도 한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제한적이지만 IP는 일상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소비자에게는 친숙함을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메로나에서 더단백까지…축적한 브랜드 확장 빙그레의 장수 브랜드 전략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메로나다. 1992년 출시된 메로나는 국내에서는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장수 아이스크림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K-디저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빙그레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하며 메로나를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키워왔다. 해외 소비자에게 메로나는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새로운 디저트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라도 해외에서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 자산과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신제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별도의 글로벌 브랜드를 새로 육성하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브랜드 수명을 다시 늘리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단백질 음료 '더단백'을 앞세워 웰니스(Welln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 예방이 아닌 일상 속 자기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인식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백질 음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오랜 기간 축적한 유가공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단백질 음료와 고단백 식품 시장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달콤한 가공우유가 성장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단백질과 영양, 건강을 앞세운 제품이 미래 먹거리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더단백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트렌드가 간식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웰니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차세대 장수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크다.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오래 축적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하는 전략이다. 과거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가 한 시대를 대표했다면 더단백은 웰니스 시대를 대표할 차기 브랜드 후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 브랜드 넘어…미래 성장동력 찾기가 과제 다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곧바로 미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가 주력으로 삼아온 유가공과 빙과 사업은 모두 시장 구조상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우유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양적 성장이 쉽지 않고, 원유 가격과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빙과 사업 역시 여름철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장마와 폭염 등 날씨 변화에 따라 판매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의 통합 효과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제품군과 브랜드가 늘어난 만큼 생산시설과 물류망, 영업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겹치는 상품과 채널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한 브랜드를 기존 포트폴리오 안에서 재배치하고 성장시키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빙그레의 지난 50년은 브랜드를 오래 지켜온 역사였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시대가 바뀌어도 소비자의 일상 속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의 장수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30~50년 동안 찾을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결국 빙그레의 다음 반세기 경쟁력은 축적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품 고유의 맛과 형태, 색상, 패키지 등 소비자가 기억하는 핵심 자산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브랜드가 지닌 본질과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가 가진 익숙함과 신뢰는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도 꾸준히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7-31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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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외산 AI 끊기면 속수무책"…한국형 프론티어 AI 승부수
[경제일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대응해 세계 최상위 수준의 ‘프론티어 AI’ 개발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내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넘어, 미국·중국과 직접 성능을 겨룰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프론티어 AI 개발은 아직 정부의 예산과 사업 구조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정부가 막대한 개발비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지분투자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을 재정당국과 협의하는 구상에 가깝다. 배 부총리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고성능 AI를 핵무기처럼 통제하려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우리만의 역량이 없다면 외산 AI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가격이 100배 올라도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독파모 넘어 ‘미토스급’ 모델 도전 정부가 검토하는 전략은 투트랙이다. 현재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통해 국내 산업과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모델을 확보하는 동시에,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5’처럼 세계 최고 성능을 겨루는 프론티어 모델 개발을 별도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프론티어 AI는 단순히 매개변수가 큰 모델을 뜻하지 않는다. 복잡한 추론과 코딩, 과학 연구, 사이버보안, AI 에이전트 등에서 기존 모델의 한계를 넓히는 최첨단 모델을 말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공격적인 사이버 능력 등 이중용도 위험도 커 국가가 접근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달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했다가 이후 규제를 완화했다. 배 부총리는 이를 글로벌 AI 서비스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들었다. 중국도 변수다.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3’는 일부 평가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오픈웨이트 전략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넓히고 있지만, 기술 경쟁이 격화하면 중국도 고성능 모델을 폐쇄하거나 해외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배 부총리의 진단이다. ◆ GPU만 3조5000억원…보조금으로 감당 어려워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 배 부총리는 미토스급 모델을 개발하려면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을 기준으로 약 1만장이 필요하고, GPU 가격만 현재 추산으로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장관이 제시한 추정치로 실제 비용은 모델 구조와 학습 방식, GPU 도입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냉각·네트워크, 데이터 구축, 연구인력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자액은 더 늘어난다. 현재 독파모 참여 기업에 배정되는 GPU가 엔비디아 B200 기준 500∼735장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프론티어 모델은 기존 지원 규모와 차원이 다르다. 특정 기업 한 곳에 수조원대 자원을 무상 지원하면 형평성과 특혜 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투자형 R&D’를 검토하는 이유다. 기존 출연금처럼 예산을 지급하고 끝내는 대신 정부가 기업이나 SPC에 지분을 투자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지분 가치나 수익을 회수해 후속 연구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배 부총리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이 정도 자원을 몰아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분투자나 SPC 설립 등 투자형 R&D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재정당국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형 R&D가 작동하려면 실패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누가 보유할지 정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한 모델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지, 공공과 중소기업에 어떤 조건으로 개방할지도 쟁점이다. ◆ 한국형 AI 풀스택, 미중 사이 제3국 공략 프론티어 모델은 수출 전략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국산 AI 모델과 서비스, NPU,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하나로 묶은 ‘한국형 AI 풀스택’을 구축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종속되기를 원하지 않는 국가에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배 부총리는 유럽연합(EU)과 중동,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과의 AI 협력을 희망하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모델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언어와 데이터 주권, 보안 규제에 맞춘 인프라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 미중 사이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다국어 성능이다. 한국어에 강한 모델을 해외에 그대로 내놓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서비스가 될 수 없다. 배 부총리는 협력국 언어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의 최소 1% 수준까지 확보해야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러시아·브라질 등 29개국과 출범시킨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참여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AI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이용하면서 중국 오픈모델도 활용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 진영에 서기보다 기술·안보·통상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한국도 프론티어 모델을 보유해야 한다’는 선언을 넘어 개발 주체와 자금 조달 구조, 성능 목표, 데이터 확보, 상용화 경로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수조원을 들여 모델을 만든 뒤 실제 이용자와 매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회성 국가 프로젝트에 그칠 수 있다. 한편 프론티어 AI의 성패는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보다 모델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산업과 해외 시장에서 쓰이게 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가 투자형 R&D를 꺼낸 것도 기술 개발과 사업 성과를 함께 요구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6-07-20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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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인도 상륙…'14억 시장' 공략 본격화
[경제일보]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며 글로벌 K-푸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제너시스BBQ 그룹에 따르면 인도 남부 핵심 도시 벵갈루루에 HSR 레이아웃점과 코라망갈라점 등 2개 매장을 동시에 열고 인도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 기반을 구축해온 BBQ는 이번 출점을 시작으로 하이데라바드, 첸나이, 벨로르 등 주요 도시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벵갈루루는 인도의 대표적인 IT·스타트업 중심지로 젊은 고소득 소비층이 밀집한 도시다. 1호점이 위치한 HSR 레이아웃은 일렉트로닉 시티, 사르자푸르 로드, 아우터 링 로드 등 주요 IT 업무지구와 인접한 신흥 주거·상업지역으로 글로벌 기업 종사자와 전문직 인구가 많은 프리미엄 상권으로 꼽힌다. 2호점이 들어선 코라망갈라는 다양한 글로벌 외식 브랜드와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밀집한 외식 중심지로 유동인구가 풍부해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유리한 지역이다. 두 매장은 232㎡(약 90석), 172㎡(약 60석) 규모의 QSR(퀵서비스레스토랑) 형태로 운영된다. 젊은 직장인과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해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K-푸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표 메뉴로는 골든프라이드, 시크릿양념, 핫스파이시, 소이갈릭, 허니갈릭 등 치킨 메뉴를 비롯해 버거류와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 한국식 식사 메뉴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모든 치킨 메뉴에는 말레이시아 인증기관 JAKIM 할랄 인증을 적용해 인도 시장의 종교적 특성을 반영했다. 또한 채식 인구가 많은 현지 특성을 고려해 베지테리언 버거와 컬리플라워 메뉴를 도입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BBQ는 “종교·문화·식습관을 모두 고려한 메뉴 구성으로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약 14억명의 인구와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외식 기업들이 주목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최근 K-콘텐츠 확산에 따라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BBQ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주목된다. BBQ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중동 등 50여 개국에 진출해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매장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뉴욕·LA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확대하며 K-치킨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중동과 동남아에서는 할랄 인증 기반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치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며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BBQ는 인도 시장에서도 ‘K-치킨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BBQ 관계자는 “인도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핵심 시장”이라며 “현지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전략을 통해 K-치킨의 매력을 알리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2 08: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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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는 누구의 전기를 먹고 자라는가
[경제일보]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속 기술이 아니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요약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공장을 움직이고 병원을 보조하고 조선소와 물류창고, 자율주행차와 국방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있다. AI가 현실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산업정책의 언어도 달라졌다. 이제 AI 경쟁은 모델 성능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과 부지, 데이터센터와 지역 수용성의 문제가 됐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과 피지컬 AI 확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늦으면 따라잡기 어렵다. 인허가를 빠르게 하고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고 제조 현장에 AI를 심겠다는 방향도 틀리지 않다. 반도체와 통신망, 로봇과 제조업을 가진 우리가 AI를 산업 현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미래 경쟁에서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도만으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미래 산업이라는 말은 많은 것을 가린다. AI 데이터센터는 미래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심장은 피를 먹고 뛴다. AI 데이터센터가 먹는 것은 전기와 물, 토지와 송전망이다. 그 위에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환경 부담, 전력요금, 세제 혜택, 고용 효과가 얹힌다.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 계산서는 누가 받는가. 데이터센터 하나가 들어서면 건설 기간에는 지역이 분주해진다. 장비가 들어오고 공사가 진행되고 숙박과 식당도 잠시 움직인다. 그러나 완공 뒤의 모습은 다르다. 고도로 자동화된 시설은 생각만큼 많은 상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보안과 시설 관리, 전력·냉각 설비, 운영 인력이 필요하지만 제조공장처럼 대규모 고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전력망 부담과 부지 갈등, 냉각수 문제와 환경 우려는 지역에 남는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 산업단지는 성장의 상징이었지만 어느 순간 환경과 노동 격차의 현장이 됐다. 발전소와 송전탑은 국가 전력망의 필수 시설이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희생의 상징이 됐다. 데이터센터도 다르지 않다. 이름만 미래 산업일 뿐 결국 땅 위에 짓는 시설이고 전력망에 기대는 산업이며 지역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인프라다. 사회적 계산서를 쓰지 않은 산업정책은 언제나 뒤늦은 갈등 비용을 치른다. 그렇다고 AI 데이터센터를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유럽은 AI 인프라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을 돌릴 컴퓨팅 자원, 이를 감당할 전력망, 산업 현장에 적용할 데이터와 로봇 체계가 없으면 AI 주권은 구호에 그친다. 남의 클라우드에 기대고, 남의 칩을 빌려 쓰고 남의 모델을 가져다 쓰는 나라는 편리할 수는 있어도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핵심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는 일이다. 어디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인가. 어떤 전력을 쓸 것인가. 지역에는 무엇이 돌아갈 것인가. 주변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중소기업과 대학, 직업교육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전력·냉각·보안·운영 인력은 지역에서 길러낼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인허가만 앞당기면 산업은 커져도 신뢰는 작아진다. 피지컬 AI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AI 모델, 소프트웨어, 로봇·센서, 컴퓨팅 인프라를 묶는 한국형 풀스택을 말한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풀스택은 발표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기업과 로봇 기업,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 제조 대기업과 협력사, 대학과 연구기관이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공장 데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하고 보안 책임을 정해야 하며 실패를 허용하는 실증 공간도 있어야 한다. AI 전환이 몇몇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대기업 생산라인은 AI로 고도화되는데 협력사는 여전히 인력난과 비용 부담에 갇혀 있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올라가지 않는다. 피지컬 AI가 진짜 산업정책이 되려면 중소기업과 지역 제조 현장까지 내려가야 한다. AI가 대기업의 효율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제조 생태계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장치가 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선언이 아니라 조율이다. 특례를 만들고 협의체를 띄우고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망 투자와 산업 입지, 데이터 활용과 보안, 인재 양성과 지역 보상 체계를 함께 묶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과기정통부만의 일이 아니고 피지컬 AI는 산업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 수용성은 지자체만의 몫도 아니다. 이것은 국가 운영체계를 다시 짜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바꾼다면 어떤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가.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들어온다면 주민에게 무엇이 돌아오는가. 기업이 전력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면 사회에는 어떤 책임을 지는가. 정부가 미래라는 이름으로 속도를 요구한다면 안전과 환경, 지역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이런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AI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AI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챗봇 성능만 보고 데이터센터를 건물로만 보고 피지컬 AI를 로봇 시연으로만 보는 일이다. AI는 이미 전력망과 공장, 지역사회와 노동시장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산업정책도 넓어져야 한다. 기술의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필요하다. 피지컬 AI도 필요하다. 우리 제조업이 다시 도약하려면 이 길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 산업이라는 말이 모든 절차와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속도는 중요하다. 설계 없는 속도는 사고를 부른다. 정부와 기업은 답해야 한다. AI 인프라가 우리 경제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역과 중소기업, 노동시장과 청년에게 어떤 기회를 줄 것인가. 전기와 물, 땅과 세금의 계산서를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AI 시대의 경쟁은 빨리 짓는 나라와 늦게 짓는 나라의 싸움만이 아니다. 제대로 짓는 나라와 대충 짓는 나라의 싸움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되 지역과 함께 짓고 피지컬 AI를 키우되 제조 생태계 전체와 함께 키워야 한다. 미래는 속도로만 오지 않는다. 미래는 설계된 만큼만 온다.
2026-06-21 1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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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 안보우산…"韓, 동맹 의존 넘어 전략적 자율성 키워야"
[경제일보] 미국의 안보 역할 축소와 중·러 협력 장기화로 한국 외교·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중심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사회과학회, 민주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 개최한 '세계질서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 외교·안보 전략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美 역할 축소에 커지는 유럽 자강론 윤성욱 충북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간 안보 균열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란 핵합의를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탈동조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린란드 병합 발언과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유럽의 독자 안보체제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EU 조약에는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누가 지휘하고 어떤 군대를 동원할지에 대한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재무장과 프랑스의 핵우산 제공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 간 입장이 달라 단일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미국의 관여 확대를 원하지만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군사동맹 참여 자체에 부정적"이라며 "유럽 차원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향후 나토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를 유럽에 맡기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되 실제 역할은 줄이는 '기능적 탈퇴(functional withdrawal)' 형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앞으로 나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역할 축소와 유럽의 자강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동맹 비용…"한국 역할 확대 요구 거세질 것" 이어 발표에 나선 공민석 제주대 교수는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 교수는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인지, 아니면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노선을 선택하더라도 동맹국들에 대한 역할과 기여 요구는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능력도 있어야 하고 미국에 기여도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동맹국들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미동맹은 보호는 줄어들고 비용은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안보 기여 확대 압박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견제를 우선하든,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하든 한국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북한만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인지, 아니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태평양 지역이 명시돼 있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루 위험은 커지고 편승의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은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안보 협력 등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어렵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동맹을 유지하되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고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러 비공식 동맹 오래 간다"…한국 외교 시험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한국 외교에 새로운 변수로 제시됐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중러 관계는 명확한 상호방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동맹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루 위험을 회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군사협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공식 동맹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중러 관계에 대해 "양국은 세계 질서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같지만 변화의 방식과 수단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기존 세계 질서 안에서 자신의 지분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변화에도 만족할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는 기존 세계 질서 자체의 해체와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력을 활용하지만 러시아는 상당 부분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양국의 경제 협력은 상호보완성이 높지만 중국은 협력을 위한 대안이 많고 러시아는 대안이 제한돼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한계에도 중러 협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제 교수는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 심화가 양국 간 불화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방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대러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중러 비공식 동맹은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교수는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행기의 혼란 속에서 한국에는 독자적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며 "강대국 간 관계 변화에 종속되지 않고 한국의 가치와 이익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며, 동맹은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교수는 외교 전략의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및 일본과 안보 협력을 하더라도 이념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중국 및 러시아와 고위급·실무급 전략대화 채널을 상설화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심 이익을 정교하게 분리 관리하는 다각도 외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이란 전쟁과 나토 변화, 한미동맹 재조정, 중러 비공식 동맹 장기화 등 서로 다른 주제가 다뤄졌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높아지는 안보·경제 부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역할, 대중·대러 관계, 공급망과 경제안보 등 복합 현안이 동시에 얽히는 만큼 한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사안별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가 '동맹 의존'을 넘어 '동맹 활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6-06-18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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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갈등 아닌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 모을 때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을 타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 ‘달콤한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마저 연기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숙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초과이익 환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오늘날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투자, 전력·용수 등 사회기반시설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물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환원해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장이다.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멈추는 순간 도태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정부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미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이념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수많은 상생기금이나 사회공헌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면죄부'로 전락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선의나 정부의 강제적 개입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 공정한 조세 체계 확립, 직업훈련 및 산업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 투자,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지금의 논쟁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의를 성장과 분배, 경쟁력과 상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지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06 13: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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