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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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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8-11 09:48:51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각각 2.6%포인트(p) 떨어지고 2.5%p 오른 수치다. 긍정평가는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적 사건, 정책 발표 등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시점의 수치만으로 국정운영 전체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주 연속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당 폭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 사법제도 개편 논란,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하락폭이 컸고, 연령별로도 60대와 70대 이상, 20대에서 지지율이 내려갔다.
 
정부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추진 방식이다. 개혁 과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을 충분한 설명과 조정 없이 밀어붙이면 정책 취지가 옳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뀌면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걱정하게 된다.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 청년층이 정책 변화의 부담을 직접 느낀다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강조해도 정책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기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이다.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운영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발표한 정책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증가해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느끼는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호황을 맞더라도 내수와 고용, 주거와 물가 부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것만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 이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정책 홍보와 다르다.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정책을 고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 진짜 소통이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한다면 설명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에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핵심 지지층만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정치적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이 멀어지면 국정운영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집권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여당의 책임은 아니다. 민심이 정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현실성과 충돌할 때는 당 지도부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우리 편이 얼마나 결집했는가’보다 ‘우리 편이 아니었던 국민을 얼마나 설득했는가’를 국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지층의 힘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국정은 국민 다수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지율 43.3%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조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주 연속 이어지는 흐름이 보내는 신호다.
 
국정운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정책의 비용과 부작용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와 민생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결국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한 단면이다. 신뢰는 강한 메시지나 정치적 동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원칙과 일관된 정책, 성과와 책임을 통해 쌓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다. 남은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제로 바꿨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나 언론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몇 번의 여론조사에 흔들려 국정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의 경고를 듣되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지층 결집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집권 2년 차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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