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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OSHA,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DTS '안전·보건' 동시 점검
[경제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가스터빈 시장 공략의 핵심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현지 서비스 자회사 두산터보머시너리서비시스(DTS)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안전·보건 점검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건의 조사는 같은 날, 같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하나의 민원번호로 연결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미국에서 대형 가스터빈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DTS의 현지 정비·서비스 역량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 만큼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3일 본지가 미국 노동부 산하 OSHA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OSHA 휴스턴 사우스 지역사무소는 지난 8월 11일 텍사스주 라포트에 있는 ‘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 Inc.’사업장에 대해 두 건의 점검을 개시했다. 검사번호는 각각 ‘1910460.015’와 ‘1910461.015’다. 두 사건 모두 점검 유형은 ‘Complaint(민원)’, 조사 범위는 ‘Partial(부분)’이며 사전통보 여부는 ‘N’으로 기록됐다. 현재 두 건 모두 사건 상태가 ‘OPEN’으로 표시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사 분야다. 검사번호 1910460.015는 ‘Safety(안전)’, 1910461.015는 ‘Health(보건)’로 각각 분류됐다. 사업장 주소는 두 사건 모두 ‘12000 North P Street, La Porte, Texas’로 동일하다. DTS가 자사 홈페이지와 두산그룹에 공개한 미국 본사 주소도 이곳과 일치한다. 두 조사에는 동일한 민원 활동번호 ‘2474957’이 연결돼 있다. 하나의 민원이 접수된 뒤 같은 날 안전과 보건 분야의 별도 검사번호가 만들어진 것이다. OSHA 데이터상 안전 분야 사업분류는 기계가공업(NAICS 332710), 보건 분야는 터빈 및 터빈발전기 제조업(NAICS 333611)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같은 민원서 ‘안전·보건’ 두 갈래…구체적 내용은 아직 비공개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번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제 법규 위반 여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OSHA는 근로자나 근로자 대표 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 기준 위반이나 신체적 위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민원을 제기하고 점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원을 토대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지를 OSHA가 판단하며, 민원 점검은 일반적으로 제기된 위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위반 가능성이 발견되면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Complaint’ 유형의 점검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두 DTS 사건의 OSHA 공개 페이지에는 현재 위반사항이나 과징금이 표시돼 있지 않다. OSHA 역시 미종결 사건의 경우 위반 통지가 발부되더라도 고용주가 통지를 받은 뒤 일정 기간을 거쳐 관련 내용을 게시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DTS가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가스터빈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DTS는 두산중공업 시절인 2017년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업체 ‘ACT Independent Turbo Services’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당시 두산은 ACT가 보유한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인력과 설비, 수주 실적 및 노하우를 확보해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도 DTS를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로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창원 가스터빈 서비스 공장과 DTS를 연계해 장기 부품 공급, 기술 자문, 정기점검, O&M 지원, 로터 및 고온부품 정비 등을 제공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 자료에서도 사업장의 성격이 확인된다. TCEQ는 DTS가 이 사업장에서 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에 사용되는 터보기계의 수리·재생·리컨디셔닝 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DTS는 앞서 이곳에 새로운 쇼트 블라스팅 부스와 열분사 설비를 추가하는 허가 변경도 추진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장의 설비나 작업공정이 이번 민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美 가스터빈 12기 수주 뒤엔 DTS…‘현지 서비스’ 경쟁력 시험대 DTS의 중요성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수주 확대와 함께 더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대형 가스터빈의 첫 해외수출을 성사시켰다. 당시 두산은 향후 미국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를 DTS가 수행할 예정이라며 현지 서비스 역량을 수주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일한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가스터빈 3기를 추가 수주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7기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준으로 미국 공급계약 물량은 총 12기다.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수주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검증된 성능, 빠른 납기’와 함께 DTS를 통한 현지 서비스 지원을 직접 꼽았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가 밝힌 가스터빈 전체 수주량은 총 23기였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핵심 무대이기도 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증설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자체 발전설비 확보에 나섰고, 비교적 건설기간이 짧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가스터빈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북미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370MW급 스팀터빈과 발전기도 처음 수주했다. 가스터빈 단품을 넘어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결합한 복합발전 솔루션으로 미국 전력시장 공략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를 두산에너빌리티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증권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와 체코 원전 사업 등이 올해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미국 현지 서비스 거점의 안정적인 운영은 가스터빈 판매 이후의 장기 서비스 사업까지 연결되는 두산의 사업모델과 직결된다. 가스터빈은 수십 년간 운전되는 발전설비라 신규 제작만큼 정기점검과 부품 교환, 성능개선, 장기유지보수 계약이 중요하다. 미국 고객 입장에서도 현지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능력이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은 공식 EHS 방침에서 임직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는 안전·환경·보건 경영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가스터빈 시장의 전면에 서 있는 DTS에 대해 OSHA가 같은 민원을 토대로 안전과 보건 두 분야의 점검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원칙이 미국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원번호 2474957에 어떤 안전·보건 문제가 제기됐는지, OSHA가 실제 위반사항을 확인했는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가스터빈 공급을 본격 확대하고 현지 유지보수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시점에서 DTS의 OSHA 점검 결과는 단순한 미국 자회사 한 곳의 산업안전 이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미국 수주의 강점으로 내세운 ‘현지 서비스 경쟁력’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현장 운영과 안전관리 역량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3 0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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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버리고 원전 품었다…130년 두산의 '변신 본능'
[경제일보] 두산의 1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을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버렸는가’에 더 가깝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의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해 화장품·주류·식음료를 거쳤고, 지금은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서 원전·가스터빈·로봇·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창업의 계보는 이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사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15년 화장품 ‘박가분’을 제조했고 1950년대 동양맥주를 세우면서 소비재 기업의 색채가 짙어졌다. 1978년에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의 원전·가스터빈 사업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역사다. 팔아서 다시 샀다…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전후해 오히려 사업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네슬레·한국3M·한국코닥 등 합작기업 지분을 정리했다. 1997년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4322억원에 넘겼다.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면 6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 효과가 예상되는 규모였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모태사업인 OB맥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박용곤 당시 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가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알짜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같은 해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당시 438%였던 ㈜두산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두산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할 여력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은 몸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에 투입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밥캣 등을 품었다. 오늘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핵심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룹의 정체성도 바뀌었다. 대우종합기계의 2003년 실적을 포함하면 중공업 비중은 1999년 50.2%에서 84.3%까지 높아지는 반면 식품·주류 등 소비재는 40.4%에서 11.5%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중심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빠른 변화에는 값이 따랐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두산은 2008년 밥캣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공격적 M&A는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과 재무 부담도 키웠다. 두산의 ‘변신 DNA’가 강점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두 번째 구조조정이 현실화했다. 글로벌 석탄화력 발주 감소와 국내 신규 원전 일감 축소, 두산건설 지원 등으로 누적된 재무 부담이 겹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두산은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선택은 과감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했고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1990년대 ‘필요하면 핵심사업도 판다’는 방식이 20여 년 만에 반복된 셈이다. 원전·가스터빈·로봇, 세 번째 변신 현재 두산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를 3대 핵심사업으로 두고 다시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대형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에서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커지는 흐름도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5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MR에서는 미국 X-energy와 Xe-100 16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생산능력 예약계약을 맺었고, 이달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도 확보했다. 과거 한국중공업 인수로 확보한 원전 제조 기반이 20여 년 뒤 글로벌 SMR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전·가스터빈·SMR의 핵심 기술과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면서 장기 서비스와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15.9% 증가했다. ㈜두산 자체사업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전자소재 수요를 타고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세 번째 변화의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이 294% 증가한 1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냈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려던 사업재편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금융당국의 제동 끝에 철회되기도 했다. 두산의 130년은 한 업종을 끈질기게 지킨 역사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소비재를 덜어내고 중공업을 샀고, 2020년에는 다시 핵심 자산을 팔아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제 그 중공업 기술을 원전·가스터빈·SMR로 확장하고 로봇과 첨단소재를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변신의 속도가 아니라 비용”이라며 “과거 공격적 M&A가 재무 부담을 남겼다면 이제는 신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주주와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130년간 보여준 것은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며 “세 번째 변신의 승부는 과거와 같은 비용을 반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7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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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오픈AI 데이터센터에 150조원 보증…'순환금융' 논란 커진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105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금융 위험까지 떠안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객의 장기 수요를 담보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 공급을 사실상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서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개발하는 ‘포츠파이크’ 데이터센터 캠퍼스와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 규모의 잔존가치 보증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시설을 20년간 임차한다. 1단계는 4.25기가와트(GW) 규모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전체 캠퍼스는 최대 8GW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구조를 뜯어보면 엔비디아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SB에너지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오픈AI는 장기간 임대료를 낸다. 엔비디아는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잔존가치를 보증하고 여기에 15억달러를 SB에너지에 직접 투자한다. 대신 엔비디아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AI 가속기를 독점 공급한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고 오픈AI가 임대료를 낼수록 엔비디아가 부담해야 할 잔여 위험도 줄어드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순환금융이 아니다”라며 오픈AI가 임대료를 지급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이 가동되면 엔비디아의 잔여 위험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확실한 GPU 수요가 예상되는 곳에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자금의 방향보다 위험의 연결고리 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임대차 계약을 보증한다. 그리고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자원은 다시 엔비디아의 GPU로 채워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돈이 한 바퀴 돌아 공급자에게 되돌아가는 순환금융은 아니더라도, 고객의 미래 수요가 공급자의 금융지원과 매출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구조 라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오픈AI처럼 비상장이고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받는 방식이 제한적인 기업에게 엔비디아의 신용도가 금융 조달의 중요한 보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오픈AI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약 12GW 규모의 자사 컴퓨팅 자원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2단계까지 확대될 경우 약 16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30년까지 약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컴퓨팅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계산이다. 여기서 이번 거래의 본질이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만 파는 기업이 아니다. GPU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건설과 전력 확보, 자금조달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 5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자본 부담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전력도 변수다. 포츠파이크에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SB에너지가 최대 10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9.2GW는 천연가스 발전으로 추진된다. 미국 에너지부도 올해 3월 소프트뱅크와 SB에너지, 현지 전력회사와 함께 오하이오 지역에 10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전력과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AI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텍사스 애빌린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오라클은 올해 3월 애빌린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추가 증설 계획을 철회했다. 자금조달 협상이 길어진 데다 오픈AI의 수요 전망이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확보 용량을 메타가 임차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엔비디아가 이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빌린 사례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예측과 자금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면, 오하이오는 그 문제를 엔비디아의 신용보강으로 풀어보려는 실험 에 가깝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데이터센터 사업자 혼자 감당하는 대신 GPU 공급자가 위험을 일부 나누고, 장기 임차인이 수요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이 방식이 AI 인프라 시장의 표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위험은 오픈AI의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AI 컴퓨팅 수요다. 20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AI 모델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거나 새로운 컴퓨팅 구조가 등장하면 현재 예상한 GPU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엔비디아가 선점한 대규모 인프라가 막대한 매출 기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병목인 컴퓨팅·전력·자본 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반도체 기업의 경쟁이 더 빠르고 비싼 칩을 만드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그 칩이 들어갈 데이터센터와 전력, 그리고 이를 건설할 자금까지 누가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 보증으로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1050억달러 전체가 아니라 계약상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때의 잔존가치와 임대·전력 관련 위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단일 고객의 인프라에 이 정도 규모의 신용을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AI 산업의 자본 구조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순환금융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픈AI의 미래 수요를 믿고 엔비디아가 자신의 신용과 자본을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다. 이번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성패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GPU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18 14: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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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엔진·디노티시아, 창원 방산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경제일보] STX엔진과 인공지능(AI) 기업 디노티시아가 창원 지역의 방산 제조 생태계와 AI 인프라를 연결하는 방산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29일 STX엔진은 디노티시아와 ‘창원 방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방위산업 분야의 AI 활용을 확대하고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AI 학습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사업 투자와 전력 인프라 구축, 방산 AI 기술 개발 등을 중심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디노티시아는 AI 데이터센터의 사업 기획과 개발, 운영체계 구축을 맡는다. STX엔진은 사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발전기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 설비 공급을 지원한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방산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발전설비 공급, 방산 분야 AI 기술·솔루션 개발, 지역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STX엔진은 그동안 축적한 엔진과 발전설비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는 정전이나 전력 공급 불안이 발생하면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비상발전기를 비롯한 안정적인 전력 설비가 필수적이다. 디노티시아는 AI 데이터와 스토리지 기술,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국방기관과 방산기업이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산 특화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양사는 향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투자 규모와 사업 방식,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 등 단계별 추진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창원을 중심으로 한 방산 제조 기반과 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하고 국내 방위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TX엔진 이상수 대표는 “이번 협약은 방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핵심 인프라 확보의 출발점”이며 “민·방산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구축과 AI 활용 기반 확대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국방 디지털 전환, 첨단 방산 생태계 구축에 적극 참여해 국가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디노티시아 정무경 대표는 “STX엔진의 엔진 기술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로, 디노티시아의 AI 데이터·스토리지 기술은 제조 AI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엔진과 AI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접점으로 각자의 기술과 사업 영역을 넓히는 협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6-07-29 1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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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이 끌었다…2분기 영업익 16%↑
[경제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복합발전 프로젝트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7조원을 넘고 수주잔고도 26조원대로 불어나면서 중장기 실적 기반도 두꺼워졌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두산에너빌리티가 2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분기 연결 매출은 4조7248억원, 영업이익은 314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3%, 1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264억원으로 14% 늘었고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5%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8조9859억원으로 8%, 영업이익은 5478억원으로 32.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5.0%에서 6.1%로 높아졌다. 회사는 에너빌리티 부문의 프로젝트 공정 확대와 두산밥캣의 가격 정책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고, 에너빌리티의 이익 개선과 밥캣의 관세 환급 효과가 수익성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발전설비를 담당하는 에너빌리티 부문의 회복이다. 해외 자회사를 포함한 내부관리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2조233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74억원으로 404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3.0%에서 4.4%로 높아졌다. 대형 가스발전 프로젝트와 원자력 기자재의 공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다. 수주 흐름은 실적보다 가파르다. 에너빌리티 부문의 상반기 수주는 7조1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6% 늘었다. 미국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7기와 사우디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소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말 수주잔고는 26조3509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2조1038억원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13조3000억원이다. 상반기에만 이미 53.6%를 채웠으며 하반기에는 대형 원전 2조7000억원,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자재 1조원, 해외 복합발전 EPC 1조1000억원, 해상풍력 1조2000억원 등을 주요 후보로 제시했다. 체코 신규 원전과 SMR 기자재 계약 성사 여부가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가스터빈 사업은 실적 개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상반기에 가스터빈 12기와 스팀터빈 6기, 장기서비스계약 5건을 확보했다. 회사 집계로는 올해 미국 대형 H급 가스터빈 발주 18기 가운데 7기를 수주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단기간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발전원을 찾으면서 가스복합발전 설비와 유지보수 수요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과 SMR은 중장기 수주 확대를 뒷받침할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최대 10기의 장기 제작품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계획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보글 원전 등에서 AP1000 핵심 기자재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SMR 전용 제작공장은 2028년 하반기 완공해 연간 20개 모듈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늘어난 재무 부담은 점검할 대목이다. 2분기 말 연결 순차입금은 4조10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4907억원 늘었고 부채비율은 129.1%에서 136.4%로 상승했다. 수주잔고가 매출 가시성을 높이더라도 대형 원전과 가스터빈 생산 확대에는 선투자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이익을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속도가 실적 개선의 질을 가를 전망이다.
2026-07-28 08: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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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에서 지능산업으로…샌프란시스코 선언이 연 한국 AI의 미래
[경제일보] 10년 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무엇으로 평가받을까. 젠슨 황과 샘 알트만, 다리오 아모데이, 혹 탄이 한국 기업인들과 한자리에 섰던 장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날 발표된 투자액도 시간이 지나면 낡은 숫자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난 AI 기업과 제품, 일자리와 수출이 남아야 비로소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참석자의 면면보다 산업 질서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엔비디아와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모두 같은 제약에 맞닥뜨렸다. AI의 성장 속도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날 때마다 더 많은 칩을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고 전한 것은 이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기업이 수요처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AI 기업이 생산되지도 않은 칩과 아직 지어지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연산 자원까지 먼저 확보하려 한다. AI 산업은 소프트웨어의 얼굴로 출발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중공업의 속성을 띤다. 모델을 고도화하려면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발전설비와 변전소, 냉각장치, 통신망이 따라붙는다. 최첨단 알고리즘도 전기와 반도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AI 기술 패권이 제조 역량과 자본조달 능력의 경쟁으로 넓어진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 드문 기회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자동차·조선·배터리·로봇·바이오 등 AI가 적용될 산업 현장도 폭넓다. 통신망과 클라우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기업까지 보유했다. 반도체 생산과 산업 실증을 한 국가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조건이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이 자산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한국이 반도체를 납품하는 공급국에서 벗어나 컴퓨팅 인프라를 운영하고, 산업용 AI를 개발하며, 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스택 AI 국가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을 가장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긴 기업 중 하나가 네이버다. 엔비디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도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조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00억달러가 모두 네이버 계좌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10억달러는 지분 투자이고, 브룩필드의 최대 90억달러는 프로젝트금융 등을 활용한 인프라 조달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네이버의 주주가 되고, 글로벌 대체투자사가 데이터센터 금융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 200MW, 장기적으로 1GW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블랙웰과 베라 루빈 등 약 10만개의 엔비디아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검색과 지도·커머스 서비스를 연결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의 도전은 한국 AI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반도체를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GPU 임대와 모델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개발, 산업별 서비스까지 하나의 체계로 제공해야 한다. 포털 기업이 AI 시대의 컴퓨팅·서비스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는 실험이다. 소버린 AI의 의미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모든 장비와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주권은 아니다. 엔비디아 GPU와 글로벌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데이터와 모델, 운영 권한을 국내 기업과 고객이 통제하고 그 위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든다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 기술을 쓰지 않는 나라보다 외국 기술을 자국의 가치로 전환하는 나라가 강하다. 네이버의 AI 팩토리가 성공하려면 시설 규모만큼 고객 구성이 중요하다. 해외 빅테크의 연산 수요만 채우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과 제조기업, 대학과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이 돼야 한다. 그곳에서 한국의 산업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과 에이전트가 나오고, 다시 세계 시장으로 수출돼야 투자 의미가 완성된다. 이 지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세 가지 방향과 네이버의 투자가 만난다. 최 회장은 국민 1인당 하나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AI 네이티브 국가’, 메모리 생산과 데이터센터 확충을 통한 토큰 비용 절감, 일자리와 환경을 포괄하는 AI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SK가 HBM과 데이터센터로 공급 기반을 만들고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모델, 서비스로 활용 경로를 넓힌다면 한국형 풀스택 AI의 윤곽도 선명해질 수 있다. 정부의 ‘모두의 AI’는 이 구상을 대규모 수요로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 5000만 국민이 일상과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AI 테스트베드가 된다. 국내 모델과 스타트업에는 초기 시장이 생기고 공공·교육·의료·제조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용 사례가 축적될 수 있다. 정책의 목표는 무료 이용자 수가 아니다.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만들고, 기업이 생산공정과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그 결과를 제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팔아야 한다. 사용 경험이 창업과 수출로 이어질 때 모두의 AI는 보급 정책을 넘어 성장 정책이 된다. 이를 뒷받침할 자원이 데이터다. 한국은 제조와 의료, 금융, 교육, 행정 분야에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기관과 기업 내부에 흩어져 있다. 개인정보와 산업기밀을 보호하면서도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규칙과 기술 기반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개방을 무조건 확대하자는 뜻은 아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보안형 데이터 공간과 비식별 처리, 접근권한 관리, 사용 이력 기록을 결합하면 보호와 활용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산업 현장의 경험도 수출 가능한 AI 제품으로 전환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의 가능성이다. 세계 AI 기업들은 한국을 반도체 공급처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 제조 역량과 인프라, 산업 수요를 갖춘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팩토리는 그 가능성을 실제 사업과 매출로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AI 시대의 선진국은 칩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칩 위에서 새로운 지능을 만들고 산업을 바꾸며, 완성된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에 판매하는 나라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한국이 그 길로 들어섰음을 알린 신호다. 다음 10년의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해 온 나라에서 세계가 사용하는 지능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26-07-27 14: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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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초격차'…반도체·AI 데이터센터, 전력망이 성패 가른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앞세운 초격차 산업 전략이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발표의 성패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망과 용수, 입지와 인허가, 지역 인재와 정주 여건, 소부장 생태계가 맞물려야 비로소 ‘계획’은 ‘산업’이 된다. 이에 본지는 ‘800조 전쟁’ 기획 시리즈를 통해 주요 기업들의 투자 전략과 한전·수자원공사, 지자체, 소부장·로봇 부품기업까지 초격차 프로젝트의 실제 승부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더 이상 반도체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전력 인프라를 핵심 축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기존 제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수천 개의 GPU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고, 반도체 공장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공조설비, 초순수 생산시설 등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정전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대용량'은 물론 '고품질' 전력 공급이 필수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력과 용수를 생산설비 못지않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력과 용수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체에서 모두 중요한 요소"라며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라고 했다. 이어 "전력 인프라는 개별 기업이 고민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정책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발표한 345kV 계통 여유 정보 공개와 지역별 전기요금제 등에 대해서도 "기업의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AI 시대 기업 경쟁력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확보 능력에도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력 병목…정부 '전력 고속도로' 추진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첨단산업이 필요한 곳에 전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규모로 확대하고,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들이 전력 공급 여건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345kV 계통 여유 변전소 정보를 공개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호남권을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전력 계통을 활용해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정책이 발표됐다고 해서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실제 가동되려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 전력망이 함께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 "계획은 나왔지만 현실은 아직"…승부는 송전망 속도 실제 전력망 구축을 담당하는 한국전력도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정부가 전력망특별법 등을 활용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송전망 확충 속도로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지는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동시에 확대되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용량 전력과 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발전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막대한 전력을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계통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신규 발전설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ESS를 함께 활용하는 전원 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전설비와 송변전망 확충 방안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다만 송전망 구축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 전력망특별법 역시 아직은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력망특별법 제정 당시 평균 4년 정도 사업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법 시행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완료된 사업이 아직 없어 실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발전소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역으로 전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정부는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전력 인프라 확충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기업들도 전력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력망을 구축하는 한전은 아직 공급 속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는 발전설비 확대 자체보다 송전망을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대용량·고품질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2026-06-30 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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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망 넓히고 로켓 되찾는다
[경제일보] 중국이 전력과 우주항공, 디지털 협력을 한꺼번에 키우고 있다. 발전설비는 처음으로 40억㎾를 넘어섰고, 재사용 로켓을 위한 해상 회수 체계도 갖추기 시작했다. 선전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포럼이 열려 인공지능(AI)과 신에너지, 기업 해외 진출을 놓고 각국 기업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겨냥하는 지점은 같다. 산업을 돌릴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첨단기술의 사업화를 넓히며, 우주 발사 비용까지 낮춰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발전설비 40억㎾ 넘었지만, 과제는 전력망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중국의 발전설비 용량은 40억1000만㎾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러시아의 발전설비를 합친 규모를 넘어선다. 비화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62%까지 높아졌다.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도 61%를 차지했다. 석탄발전 설비 비중은 2010년 61%에서 올해 5월 32%로 낮아졌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설비 확충이 전체 전력 체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설비 용량과 실제 발전량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력·수력 등 조정 전원이 함께 필요하다. 중국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깔아 놓고도 석탄발전을 완전히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첨단 제조업이 늘수록 전력 수요는 더 커진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얼마나 많이 세우느냐의 문제를 넘어,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고 전력 변동을 관리하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 선전 포럼서 AI·신에너지 협력 논의 선전에서 열린 2026 APEC 중소기업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디지털 경제와 AI, 신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13개 APEC 회원 경제권의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술 사업화, 산업단지 운영,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중국으로서는 AI와 신에너지를 자국 기업의 성장 분야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산업 의제로 키우려는 자리였다. 기술을 개발한 뒤 해외 시장을 찾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생산 거점, 유통망, 자금 조달, 인허가와 법률 지원까지 함께 갖춰야 중소기업도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산업단지 운영과 기술 사업화, 기업 국제화 지원을 위한 협약이 이어진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AI와 신에너지 산업은 기술 하나만으로 커지기 어렵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력망, 데이터센터, 물류, 인력과 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 로켓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시대’ 벗어나나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재사용 로켓을 뒷받침할 해상 회수 인프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첫 로켓 회수 전용 해상 플랫폼인 ‘링항저’는 길이 144m, 만재배수량 2만5000t 규모로 건조됐다. 중국은 이 장비를 로켓 1단을 해상에서 회수하는 체계의 한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사용 로켓은 발사체 일부를 회수해 다시 쓰는 방식이다.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전부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면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위성 발사 횟수가 많아지고, 민간 우주기업이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회수 기술과 정비 체계가 사업성을 좌우하게 된다. 중국이 해상 회수 장비에 투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위성통신과 지구관측, 우주 인터넷, 국방·안보 분야의 수요가 커지면서 발사 횟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발사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로켓을 회수하고, 점검하고, 다시 발사할 수 있는 체계까지 갖춰야 상업우주 산업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 전력·기술·우주를 묶는 중국식 산업 전략 중국은 전력과 제조업, 디지털 산업, 우주항공을 따로 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은 생산과 유통의 비용을 줄인다. 재사용 로켓은 통신과 관측, 위성 서비스 시장을 넓히는 기반이 된다. 40억㎾를 넘긴 발전설비는 중국 산업이 쓸 수 있는 전력의 외형을 보여준다. APEC 중소기업 포럼은 그 산업 기반을 주변국 기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링항저의 건조와 해상 회수 체계 구축은 중국이 지상 제조업을 넘어 우주산업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만 중국이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수록 전력망 안정성과 저장장치 확보가 중요해진다. 해외 협력은 기술 규제와 공급망 갈등, 각국의 투자 심사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재사용 로켓도 회수 성공과 반복 사용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이제 공장을 많이 짓는 데서만 갈리지 않는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기술을 사업으로 바꾸며, 발사체를 되살려 다시 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최근의 전력·AI 협력·우주항공 투자는 그 방향을 향한 중국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2026-06-25 17:2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