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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中 로봇 현장 투입에 투자 독려…피지컬 AI '실증·사업화' 속도전
[경제일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투입과 데이터 축적을 언급하며 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 투자·연구개발 목표의 재점검을 주문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례를 확보해 투자와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피지컬 AI 테크 위크’의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간담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피지컬 AI 세계 1강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현장에 도입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국내 계획의 충분성을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뒤, 5년 뒤, 내년에 ‘이 정도 더 투자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목표를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결과를 로봇·장비의 움직임으로 옮기는 기술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공정 상태를 예측해 장비를 정밀 제어하거나, 서로 다른 로봇과 물류 설비를 연결해 공장 전체를 운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 기술개발과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반도체·AI데이터센터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배 부총리는 국내 AI·정보통신기술 역량과 제조 기반을 결집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초기 성공사례를 조기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실증사업도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경남·전북 피지컬 AI 연구개발사업은 2026~2030년 5년간 총 1조4131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경남에 6763억원, 전북에 7368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다. 경남은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와 인간·AI 협업에, 전북은 공장과 물류 시스템을 연결하는 자율 지능 공장 플랫폼에 초점을 맞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착수보고회에서 데이터·AI 모델·디지털트윈·로봇·공장 운영을 연계하는 5개년 로드맵을 제시했다. 개별 장비의 제어 기술과 공장 전체의 운영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구조다. 민간 협력의 중심은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다. 운영사무국에 따르면 참여기업은 지난해 출범 당시 120곳에서 올해 10월 437곳으로 늘었다. 지난 6월 출범한 2기는 기술 풀스택, 산업 브릿지, 거버넌스 등 3개 분과를 통해 기술 확보와 수요기업 연결, 표준화·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기술 풀스택 분과는 국내 AI 모델·반도체·소프트웨어·로봇을 연결하는 기술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 브릿지 분과는 산업별 수요·공급기업을 묶은 실증·사업화 과제를, 거버넌스 분과는 표준화와 글로벌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실증 기회 확대와 데이터 확보·공동 활용, 전문인력 확보, 투자 연계가 주요 요구로 나왔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에도 로봇 행동데이터를 모으고 유효성 검증과 상호운용성 표준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별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관리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얼라이언스는 기업이 직접 실행과제를 발굴·기획하고 이를 관계부처 연구개발·실증사업과 투자 프로그램에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배 부총리는 정책금융도 적극 연계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AI 기반 모델부터 로봇, 온디바이스, 보안까지 공급망이 다양한 만큼 기업 간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AI반도체·데이터·디지털트윈·로봇 전시를 살펴봤다. 행사는 14일 ‘피지컬 AI 테크 데이’로 이어져 국내외 전문가의 기조강연과 기술발표, 토크 콘서트 등이 진행된다.
2026-10-13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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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능에 6조, 안전엔 274억…과기부, 국감서 '브레이크'
[경제일보] 정부의 내년도 인공지능(AI) 예산 확대가 모델 성능과 인프라에 집중되면서 AI 자체의 위험을 평가·통제할 투자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AI 예산 정부안은 9조4308억원이지만 안전·신뢰 분야는 274억원으로 약 0.3%에 머물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안전연구소의 인력·예산 확충 필요성을 인정하고 12월 종합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가속페달은 급속히 키워져 가고 있는데 브레이크는 지금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안전 분야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이 의원이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AI 성능·인프라 예산은 6조1490억원으로 전체의 65.2%다. 모델 개발, GPU 등 컴퓨팅 자원, 데이터 구축이 포함된다. 안전·신뢰 예산에는 안전성 평가·검증과 공격자 관점의 위험 시험, 딥페이크 대응, 윤리·영향평가 등이 분류됐다. 의원실이 제시한 기능별 기준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세부 사업을 나눠 제출한 결과다. 두 분야의 예산 비율은 224대1로, 2024년 36대1보다 벌어졌다. 성능·인프라 예산은 올해보다 116% 늘어나지만 안전·신뢰 분야 증가율은 36%다. 안전 예산의 절대 규모가 늘어도 개발·인프라 투자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274억원의 구성은 AI 안전 기술개발 152억원, 안전한 AI 활용 기반 조성 101억원, AI 신뢰성 및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 21억원이다. 뒤의 두 사업은 올해와 편성액이 같다. 이 의원은 안전 예산을 전체 AI 예산의 최소 1%로 높이고 단계별 확대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현 정부안의 AI 총액에 1%를 적용하면 약 943억원으로, 현재 안전·신뢰 편성액보다 약 669억원 많다. 핵심 쟁점은 AI를 사이버방어에 활용하는 능력과 AI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함께 확보하는 데 있다. 취약점을 찾아 공격을 막는 보안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모델이 허용된 작업 범위를 벗어나거나 외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위험을 평가하고 차단할 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시험 중인 AI가 통제를 벗어난 실제 사고가 발생했다. 오픈AI는 지난 8월 공개한 조사보고서에서 7월 내부 사이버보안 평가 중 AI 모델들이 인터넷 격리 통제를 우회해 자사 연구 인프라와 허깅페이스 시스템에 침입했다고 밝혔다. 안전장치를 축소한 시험 환경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회사는 인터넷 접근 제한과 평가 환경 격리, 이상행동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영국 AI보안연구소(AISI)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인터넷 접근을 허용하고 일부 안전 필터를 해제한 사이버 평가 도중 에이전트가 실제 인물·기관을 겨냥한 승인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공개했다. 대응책으로 외부 접속 통제, 실시간 감시, 평가 환경 재설계를 제시했다. AI 안전 평가에는 모델을 시험하는 전문인력뿐 아니라 시험이 외부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격리하는 인프라도 요구된다. 국내 평가 역량을 담당할 AI안전연구소의 인력 문제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인력이 26명에서 38명으로 늘었지만 해외 주요국보다 부족하다며 확충을 요구했다. 연구소는 AI 안전성 평가와 정책·기술 연구, 주요국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 지원 모델의 학습·시험 과정에서 외부 접속을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이상행동이 발생하면 누가 실행을 중단하고 보고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관련 해외 사고로 인한 국내 기관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고영향 AI나 AI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영국의 안전연구소에 많이 의뢰한다”며 국내 연구소의 인력과 예산을 늘려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보안 특화 모델과 프론티어 AI 개발을 통한 사이버안보 대응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12월 ‘국가 AI 안전생태계 조성 마스터플랜’을 수립·발표할 계획이다. 배 부총리는 국가 AI 안전관리체계 구축, 첨단 AI 안전 대응 역량 강화, 국민 일상의 안전한 AI 환경 조성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26-10-06 14: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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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AI·반도체·양자 공동연구 확대…R&D 협력 강화
1일 서울에서 열린 한-베 과학기술 협력 논의에서 부 하이 꾸언(Vũ Hải Quân)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양국이 지난 4월 체결한 ‘과학기술혁신 협력 마스터플랜 프레임워크’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부 하이 꾸언 장관은 2026년 4월부터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을 맡고 있다. 양국은 각국의 언어와 문화, 산업적 수요에 맞는 ‘소버린 AI(Sovereign AI)’ 개발을 비롯해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기반 AI 모델, 전문인력 양성 등을 아우르는 AI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차세대 반도체, 로봇, 스마트팩토리, 피지컬 AI 등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기술이전과 전문가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에 앞서 부 하이 꾸언 장관은 9월 3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오상록 KIST 원장과 면담했다. 설립 60주년을 맞은 KIST는 그동안 베트남 과학기술부와 협력해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을 지원해 왔다. VKIST는 지금까지 64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15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해수 담수화와 천연 화장품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에서 베트남 측은 KIST의 연구역량과 베트남의 기술 수요를 연계해 차세대 반도체, 양자기술, AI, 로봇 분야로 공동연구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기초·응용연구에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부터 실증, 기술이전,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첨단 연구시설과 공동 실험실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인력 양성도 주요 협력 분야로 논의됐다. 양국은 베트남 연구자들이 KIST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석·박사 및 박사후연구원(Post-Doc) 과정 등 장기 연구·학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KIST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베트남 주요 대학 간 복수학위(Dual Degree) 프로그램과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추천 방식도 논의됐다. 오상록 KIST 원장은 KIST가 60년간 축적한 연구 및 연구기관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VKIST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측은 VKIST를 양국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을 연결하고 기술이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협력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모색했다. 양국의 협력 범위는 수도 하노이(Hà Nội)를 넘어 하이퐁(Hải Phòng)과 호치민(Hồ Chí Minh) 등 베트남 주요 도시로 확대될 전망이다. R&D센터 설립을 지원하고 현지 대학 및 지방정부와 연구·인력 양성 협력을 연계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오는 11월 하노이(Hà Nội)와 하이퐁(Hải Phòng), 호치민(Hồ Chí Minh)을 방문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2026-10-01 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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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AI 감속론에…"우리는 지금 AI의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가 개발 속도와 안전을 놓고 갈라진 가운데 정부는 독자 모델 고도화와 프론티어 AI 개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도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한국에는 개발 속도를 낮추는 것보다 연산 인프라와 안전장치를 함께 갖추는 일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지금 AI의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고도화된 AI의 통제 위험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낮추자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커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가 이에 호응한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산업 전체가 속도를 늦추는 방식에 반대했다. 배 부총리는 “이미 앞서 있는 나라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추격하면서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가 속도를 낮추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독자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시각언어모델(VLM)과 시각언어행동모델(VLA)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기술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론티어 AI 확보도 국가 경쟁력과 연결했다. 그는 “프론티어 AI 역량을 확보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격차는 단순한 기술 격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산업과 경제, 안보,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지난 8월 2단계 평가를 거쳐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 3개 팀으로 압축됐다. 정부는 3차 평가를 통해 최종 2개 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연산 자원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다. 배 부총리는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프론티어급 모델 개발에는 약 1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독파모 참여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는 엔비디아 B200 기준 팀당 735장 수준이었다. 개발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안전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정부는 올해 1월 시행된 AI기본법을 토대로 딥페이크와 사이버보안, 개인정보 보호, 고영향 AI 등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다. 독파모를 활용한 ‘모두의 AI’와 보안 특화 모델 사업도 추진한다. 배 부총리는 “AI가 빨라질수록 안전과 신뢰를 준비하는 우리의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한다”며 “AI 연구개발과 산업 활용에는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되, 위험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브레이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는 경쟁력이고 안전은 지속가능성”이라며 독파모의 다음 단계와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 방향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 구상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GPU와 데이터 확보 규모, 독자 모델의 실제 활용처, 안전성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2026-09-16 15: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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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삼성 이진엽·SK하이닉스 장지은 훈장
[경제일보] 기업 연구자의 성과를 기리는 ‘기술개발인의 날’이 올해 처음 법정 국가기념일로 치러졌다. 정부는 연구개발 성과가 실증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연구자가 실패 부담과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2026 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술개발인의 날은 지난 2월 시행된 ‘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9월7일로 지정됐다. 국내 기업부설연구소가 1만개를 넘어선 2004년 9월7일을 기념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10월24일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기념일로 격상됐다. 정부가 말하는 기술개발인은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다. 2024년 기준 약 45만명으로 국내 전체 연구인력 61만명의 70%를 웃돈다. 지난 6월 기준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는 약 7만개다. 기념식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포상 55점과 부총리 표창 35점, 우수연구자상 11점 등 총 101점이 수여됐다.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등급)은 이진엽 삼성전자 플래시개발실 부사장이 받았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산한 1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와 2013년 상용화한 3차원 수직 적층 낸드(V낸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400단 이상 차세대 V낸드와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낸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웅비장(3등급)은 송근석 HK이노엔 부사장과 장지은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수상했다. 송 부사장은 식전 복용과 약효 지연 문제를 개선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개발을, 장 부사장은 초고용량 서버 D램과 저전력·고대역폭 모바일 메모리 개발을 주도했다. 과학기술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비행제어법칙을 독자 개발한 고기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팀장을 비롯해 류진호 포스코 연구위원, 박우진 LS일렉트릭 글로벌제품개발연구단장, 이호기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장에게 돌아갔다. 한 총리는 “연구자들이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성실한 실패는 용인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는 과감히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구성과가 스케일업과 실증,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형 연구개발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가기념일 지정은 기업 연구자의 사회적 위상을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 현장이 체감하려면 포상을 넘어 장기 연구를 가로막는 단년도 평가, 과도한 행정 부담, 중소기업 연구인력 부족과 처우 격차를 줄이는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2026-09-07 1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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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투자 다시 불붙인다…정부·통신3사 'AI 고속도로' 차세대망 승부
[경제일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한동안 줄어들던 통신망 투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5G 전국망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감소세를 이어온 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를 AI 시대에 맞는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로 돌리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 핵심은 AI-RAN과 6G, 5G 단독모드(SA)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유인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AI 시대 통신망 투자 촉진을 위한 민·관 협의체’ 발족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의 후속 조치다. 정부와 통신 3사는 연내 ‘차세대 통신망 투자 및 규제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 5G 끝나자 줄어든 투자…AI가 새로운 명분 통신 3사의 CAPEX는 2019년 9조6000억원에서 2021년 8조2000억원, 2023년 7조6000억원, 2025년 6조200억원까지 감소했다. 5G 초기 투자와 전국망 구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데다 통신시장이 포화하면서 기존 이동통신망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해진 영향이다. 문제는 AI 시대가 되면서 네트워크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통신망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서버를 연결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AI 단말·로봇·자율주행차 등 수많은 기기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정부가 통신사를 단순 통신사업자가 아닌 ‘AI 인프라·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하고 차세대망 투자를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와 지역 거점, 기업·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고속·저지연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커진다. 통신 3사의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올해 2분기 모두 두 자릿수 성장한 것도 통신업계가 네트워크 자체보다는 AI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로 투자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 AI-RAN·6G로 ‘통신망 2.0’ 이번 협의체에서 논의된 AI-RAN은 통신망에 AI 연산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하는 차세대 네트워크다. 네트워크 운영을 AI가 최적화하고 트래픽과 자원을 실시간으로 배분해 AI 서비스에 필요한 지연시간과 품질을 맞추는 방향이다. 6G 역시 단순히 5G보다 빠른 통신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AI와 결합된 네트워크를 국가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보고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 신규 사업으로 AI-RAN, 초고속·초저지연 네트워크, AI 데이터센터 간 연결망 등에 예산을 배정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투자 확대의 실마리가 생겼다. 증권업계는 올해 통신 3사의 CAPEX를 6조6000억원에서 약 8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5G SA와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가 기존 통신망 투자 감소분을 일부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5G SA 전국 서비스는 올해 말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A는 LTE 코어망을 함께 사용하는 기존 비단독모드(NSA)와 달리 5G 코어망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SA의 의미는 속도보다 서비스의 다양성에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이용하면 하나의 물리적 망에서 서비스별로 별도의 네트워크 자원을 배정할 수 있다. 정부와 통신 3사는 긴급구조 통신 우선 전송, 초저지연 현장 생중계, 기업용 특화 서비스 등을 발굴하고 실증할 계획이다. 통신 품질 평가 기준도 바뀐다. 지금까지 다운로드 속도가 핵심 지표였다면 앞으로는 업로드 속도와 전송 지연시간, 네트워크 슬라이싱 품질, 이용자 체감품질(QoE)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네트워크가 ‘얼마나 빠른가’에서 ‘서비스에 얼마나 적합한가’로 평가 기준이 이동하는 셈이다. 정부는 3G 등 레거시망의 단계적 전환과 규제 합리화, 예산·세제 지원도 함께 검토한다. 통신사들이 기존 네트워크를 효율화하면서 확보한 자원을 AI-RAN과 6G 같은 미래망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민·관 협의체의 핵심은 통신 3사에 단순히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통신사가 투자할 만한 새로운 수요와 수익모델을 AI에서 만들어내고, 정부가 규제와 제도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봇이 확대될수록 통신망은 단순한 연결 인프라가 아니라 AI를 실제 산업과 일상에 전달하는 기반시설이 된다. 5G 투자 이후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던 통신망 시장이 AI를 계기로 다시 투자 사이클에 들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연내 발표될 정부의 종합대책이 단순한 규제 완화책에 그치지 않고 통신사의 실제 CAPEX 확대와 차세대 서비스 매출로 연결되는지가 향후 통신산업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2026-08-27 16: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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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네이버·카카오 'AIDC 원팀'…18.4GW 구축·수출 추진
[경제일보] 정부와 통신 3사,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체를 가동한다. 18.4기가와트(GW) 규모의 AIDC 구축계획을 국내 서버·전력·냉각·클라우드 산업의 성장과 해외 수출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와 산·학·연 관계자 약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AI DC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했다. 얼라이언스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AI 데이터센터 국가 전략 산업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DC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 전후방 산업의 수출산업화와 권역별 클러스터·대규모 테스트베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SK·GS·네이버 등은 1단계로 8.4GW 규모의 AIDC를 구축한다. 관련 민간 투자 계획은 약 550조원이다. 이후 SK가 10GW를 추가해 전체 규모를 18.4GW까지 확대하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장기 구축 목표와 투자계획을 합산한 수치로, 실제 집행은 부지와 전력망, 인허가, 고객 확보와 프로젝트 금융 조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얼라이언스는 과기정통부와 민간 공동의장 체제로 운영된다. 초대 민간 공동의장은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장이 맡았다. 의장단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SK텔레콤, NHN클라우드, LS일렉트릭, LG유플러스, LG전자, GS, 카카오, KT, 케이티엔에프, 퓨리오사AI 등 12개 기업이 참여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간사를 맡는다. 실무 조직은 수요·공급·기반 등 3개 분과와 수출산업화 태스크포스(TF)로 구성된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끄는 수요 분과는 AIDC 구축·운영 경험을 토대로 국산 솔루션과 클라우드 기술을 실증한다. 대규모 테스트베드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사업에 제시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역할도 맡는다. LG전자가 분과장을 맡은 공급 분과는 서버와 전력, 냉각, 네트워크, 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추진한다. 서로 다른 장비와 솔루션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과 표준화 방안도 마련한다. 카카오가 이끄는 기반 분과는 AIDC 관련 협·단체와 대학, 법무법인 등이 참여해 법·제도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을 논의한다. 대규모 전력 사용에 따른 계통 연결과 입지 규제, 데이터·보안 기준 등 현장 애로사항도 다룰 예정이다. 수출산업화 TF는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시공, 서버·전력·냉각 설비, 클라우드 운영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해외에 공급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AI 학습시장과 개방형 모델 중심의 추론시장을 구분해 접근하고 UAE 등 AIDC 수요가 큰 국가를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정재헌 공동의장은 “AI DC 얼라이언스는 AI 시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연대의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이 대체 불가능한 AI 데이터센터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GW급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술개발과 실증, 시장 진출을 연계한 공급망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18.4GW 계획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센터 건설량뿐 아니라 실제 가동률과 고객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국산 NPU와 서버, 냉각·전력 솔루션이 테스트베드에서 성능과 경제성을 입증하고 상용 데이터센터에 채택되는 과정도 필요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규모 투자가 건물을 세우고 서버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구축·운영과 클라우드 기술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6-07-29 15: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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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한국행, 공짜 투자는 없다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의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을 만난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함께한다. 청와대는 단순한 양해각서를 넘어 전략적 제휴, 장기계약,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국을 앞두고 이번 방문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과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에 돈을 들고 찾아가는 외교에서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방향은 옳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 빠른 통신망,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반도체와 기계·장비 수출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떠받쳤다는 것은 한국 산업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국내 투자와 내수의 온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연구소, 클라우드 거점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투자는 애국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한국을 좋아해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과 기업인이 악수했다고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 인허가 속도,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데이터 규제를 계산한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빅테크의 돈은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중동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내줘야 할까. 먼저 내줄 것은 속도다. 공장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까지 몇 년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 초대형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내는 행정,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규제, 허가 일정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빅테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엄격한 규제보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두 번째로 내줄 것은 전력과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막대한 전기와 냉각용수, 통신망, 변전소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외치면서도 송전망 건설과 전력 공급 결정을 미룬다면 투자 유치 구호는 공허해진다. 전력을 기업에 싸게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정부가 구축할 기반시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력조달 방식, 지역사회에 돌아갈 이익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거점을 두면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의료·제조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 막아도 안 되고, 반대로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넘겨서도 안 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법인세 감면과 부지, 전력, 정책금융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원리를 외치며 빈손으로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보조금은 투자 발표가 아니라 투자 이행에 지급해야 한다. 공장 착공과 고용, 국내 조달, 공동 연구개발 등 약속이 실제 집행되는 단계마다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옳다. 일자리도 기술도 남기지 않는 서버 건물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과 전력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임대업에 가깝다. 내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와 금융, 공공행정, 산업기술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폐쇄된 플랫폼 안에 갇히면 한국은 AI를 사용하는 나라는 될 수 있어도 AI를 통제하는 나라는 되기 어렵다. 민감정보의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 제3국 이전, 정부의 감독권은 협상 가능한 부수 조건이 아니다. 둘째는 규제 면책특권이다. 빅테크의 투자가 크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경쟁, 저작권, 소비자 보호 기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서 해외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예외를 준다면 시장은 기울어진다. 규제는 단순해야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과 전력,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투자 협약에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국내 인재 채용과 교육,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모두 본사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액이 아무리 커도 국익은 작다. 노자는 ‘도덕경’ 36장에서 “장차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取之 必固與之)”고 했다. 투자를 얻으려면 한국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한국이 줘야 할 것은 신속한 행정과 안정적인 전력, 예측 가능한 세제,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줘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공정한 경쟁질서, 국내 산업이 성장할 몫이다. 전자는 투자의 기반이고, 후자는 국가의 주권이다.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빅테크 투자 유치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건물과 서버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투자금액 한 줄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짓는지, 전력과 물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몇 명을 고용하고 어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투자 유치의 성적표는 협약서에 적힌 달러가 아니라 한국에 남은 기술과 일자리, 세수와 수출로 작성돼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한국 투자는 구걸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업, 시장과 인재라는 귀한 카드를 갖고 있다. 그 카드를 헐값에 내주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빅테크를 불러오는 데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과 주방까지 넘길 필요도 없다. 문은 열되 집문서는 지키는 협상, 그것이 AI 정상외교가 갖춰야 할 국익의 원칙이다.
2026-07-24 07:4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