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 아시아 경제시장의 맥을 짚다
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네이버블로그
금융
산업
생활경제
IT
건설
정치
피플
국제
사회
문화
딥인사이트
Fun
검색
2026.09.13 일요일
흐림
서울 19˚C
맑음
부산 19˚C
흐림
대구 19˚C
흐림
인천 21˚C
흐림
광주 18˚C
흐림
대전 18˚C
흐림
울산 19˚C
흐림
강릉 18˚C
흐림
제주 22˚C
검색
검색 버튼
검색
'법원조직법'
검색결과
기간검색
1주일
1개월
6개월
직접입력
시작 날짜
~
마지막 날짜
검색영역
제목
내용
제목+내용
키워드
기자명
전체
검색어
검색
검색
검색결과 총
1
건
조희대, 정치보다 '주소 한 줄'부터 챙기라
[경제일보] 남편의 폭력을 피해 숨어 있던 30대 여성이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 살해됐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보호조치까지 받고 있던 여성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제기한 이혼소장에 적힌 주소를 보고 새 거처를 알아냈다. 자신을 폭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법원에 낸 이혼소장이 가해자에게 은신처를 알려주는 길이 됐다. 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은 소송 당사자의 생명이나 신체가 위험할 우려가 있을 때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해야 법원이 움직인다. 변호사도 법 조문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절차를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이 스스로 챙기도록 맡겨둔 것이다. 법은 있었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피해자는 주소를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법원은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소장에 적힌 주소를 그대로 송달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려고 만든 제도가 그 제도를 아는 사람에게만 작동했다면 법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어렵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6월 이미 ‘민사소송에서의 범죄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제목부터 ‘송달 과정에서의 주소 노출 방지를 중심으로’였다. 전자소송 단계에서 개인정보 공개 문제를 미리 확인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위험은 지난해부터 문서로 경고돼 있었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을 챙기는 자리가 대법원장 아닌가.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의 조직과 운영, 재판절차에 관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대법원장이 판결 하나하나에 개입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소장을 어떻게 접수하고 어떤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보여줄지 살피는 일은 판사의 재판이 아니라 법원의 운영 문제다.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할 바로 그 일이다. 김은혜 의원은 11일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필요하면 직권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사건이 터진 지 열흘 만에 국회의원이 꺼낸 문제를 전국 법원의 소송과 송달 업무를 매일 들여다보는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은 왜 먼저 꺼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요즘 다른 곳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맞서면서 사법부의 권한과 독립을 내세웠다. 서면 제청과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졌고 대법관 두 자리의 공백까지 현실이 됐다. 사법부의 독립도 지켜야 한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도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집념과 적극성을 국민의 생명과 맞닿은 법원 행정에도 보여줬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취임하면서 “법 없이는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이 한순간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험하게 만든 것은 법의 부재만이 아니었다. 있는 법도 피해자가 찾아서 신청해야 움직이는 법원의 방식이었다. 법원 문턱을 처음 밟는 국민에게 법원 내부의 절차와 신청 제도까지 알아서 공부해 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국민이 법원에 도움을 청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부터 사법의 책무다. 정치권과 부딪치며 대법원장의 권한을 말하기 전에 소장 한 장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법원의 빈틈부터 들여다봤어야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금 챙겨야 할 것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주소 한 줄’이다.
2026-09-11 11:19:53
처음
이전
1
다음
끝
많이 본 뉴스
1
[재계 분석] KGM '내수 SUV'에서 글로벌 완성차로…곽재선의 다음 승부수
2
[단독] 삼성, 베트남 국회의장에 '반도체 인재·공급망 육성' 청사진 제시…정부 지원 요청
3
[단독] 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4
[단독] 두산 네팔 현장, 홍수경보 '전면 재설계' 권고 6개월 뒤도 미이행
5
[종합] "배달노동자 치고 멈추지 않았다"… 뱅뱅사거리 만취 마세라티 40대 구속 송치
6
李 대통령, 美 영화협회 만나 "韓 민주주의·손재주 뛰어나"
7
[단독] LX하우시스 美 실리카 소송 급증…2년 새 34건→351건
8
[단독] 준공 뒤에도 끝나지 않은 발릭파판…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손실 분담' 분쟁
영상
Youtube 바로가기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합법적 겸직'보다 무거운 공직의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