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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더 큰 수사권 줬다면 통제장치도 함께 세워야
[경제일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권한을 나누는 데 있었다.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기소 권한을 분산하고 경찰의 독립적 수사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권한을 넘긴 만큼 책임과 통제 장치도 함께 세웠느냐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실종사건 허위 종결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한 한 경찰관은 자신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 가운데 27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1건은 허위 종결로 확인됐다. 실제로 연락하지 않고 소재가 확인된 것처럼 처리하거나, 실종자가 사망했다는 허위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해제한 사례도 드러났다. 기존 허위 종결 사건 당사자 2명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건에서 말하는 ‘실종사건 종결’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행사하는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은 같은 제도가 아니다. 전자는 실종신고 관리와 관련된 경찰 업무이고, 후자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형사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절차다. 두 제도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 개혁과 맞닿는 지점은 분명하다. 경찰의 판단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그 판단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장치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초기 사건들은 해당 경찰관의 야간 1인 당직 때 처리됐다. 당시 별도의 보고·검토 절차가 있더라도 전산상 실종 해제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었다. 경찰은 논란 이후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이중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은 수사기관이면서 거대한 행정조직이다. 내부 위계와 동료 관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부실 판단이나 잘못된 관행이 내부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도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를 ‘6대 폐단’으로 지목했다. 외부 감사 확대와 수사 제척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책임, 부실 수사의 법적 책임 강화도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에서 훨씬 큰 역할을 맡게 됐다. 앞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이 더 줄어들수록 경찰 판단의 무게는 커진다. 수사를 시작할지, 더 이어갈지, 불송치할지에 대한 결정 하나가 국민의 권리와 직결된다. 물론 형사사건에는 이미 통제 장치가 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인이나 피해자 등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불송치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작동하느냐와, 실종사건처럼 형사 불송치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의 공백이다. 그래서 논의의 초점은 ‘경찰에게 권한이 많다’는 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이 어떻게 기록되며, 누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사건 종결에는 충분한 이유가 남아야 한다. ‘혐의 없음’이나 ‘소재 확인’ 같은 결과만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왜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남겨야 한다. 특히 실종·성범죄·아동·가정폭력처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건은 종결 기준을 더 엄격하게 둘 필요가 있다. 둘째, 고위험 사건에는 내부 결재를 넘어선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사건을 외부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장기 실종이나 중대한 피해 사건, 담당자 단독 판단 비중이 큰 사건은 일정 비율을 표본 감사하거나 외부위원회가 사후 검증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종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에는 법정 이의신청 절차가 있지만 실종사건 등 다른 경찰 업무에서는 재검토 요구 통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있다. 사건이 왜 끝났는지 설명하고, 이의가 있을 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려야 한다. 넷째, 부실 처리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 실수와 고의적 은폐는 구분해야 하지만 허위 기록, 사건 암장, 증거 삭제처럼 중대한 행위는 징계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형사책임과 지휘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조직도 긴장한다. 고대 로마 공화정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했다. 집정관을 두 명으로 두고 임기를 제한한 것도 상호 견제를 제도화하려는 장치였다. 권력은 선의만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제도였다. 현대 형사사법 역시 다르지 않다. 좋은 경찰관이 많다는 믿음과 경찰 권한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견제 장치는 경찰을 불신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경찰의 판단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이번 제주 사건을 계기로 ‘성인실종법’ 제정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반 성인 실종은 아동·치매환자 등에 적용되는 별도 법률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실종사건 종결 때 객관적 증빙을 남기고 제3기관이 수사·수색 과정을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할 만하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역할 확대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권력분산의 목적은 한 기관의 힘을 다른 기관에 옮겨 싣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이 어느 한 조직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견제와 책임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경찰개혁은 경찰을 약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정당한 수사는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하고, 잘못된 판단은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신속하게 걸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검찰 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역할을 키웠다면 책임의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사건을 왜 끝냈는지 기록이 남고, 그 판단이 잘못됐을 때 다시 들여다볼 통로가 작동해야 국민도 경찰의 판단을 신뢰한다. 제주 실종사건이 보여준 것은 한 경찰관의 일탈만이 아니다.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을 제때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의 허점이다. 경찰권이 커지는 시대라면 개혁의 다음 순서는 분명하다. 더 많은 권한에 걸맞은 더 촘촘한 책임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2026-09-09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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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 붕괴, 이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경제일보] 1966년에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노쇠해 무너졌다면, 사람들은 세월 탓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소문 고가도로는 무너지기 7년 전에 이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도 콘크리트 탈락이 반복됐고, 사고 당일 새벽에는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이상 징후까지 확인됐다. 그 모든 경고를 알면서도 사람을 현장 안으로 들여보낸 끝에 세 명이 죽었다. 이것을 하늘의 뜻이라 부를 수는 없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335m의 구조물로, 2019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시설물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콘크리트 강도 저하와 철근 부식, 전 구간에 걸친 탈락 흔적이 확인됐다. D등급이란 즉각적인 사용 제한과 정밀 검토를 요하는 상태, 사실상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는 행정적 선고다. 그런데 서울시가 선택한 것은 철거가 아니었다. 보수 공사와 통행차량 중량 제한이라는 차선책으로 버텼고, 그 사이 2021년 바닥판 탈락, 2024년 콘크리트 탈락과 보 강선 파손이 잇따랐다. 철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D등급 판정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25년 4월이었다. 구조물은 그 6년 동안 무너질 이유를 차곡차곡 쌓았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보고도 외면했다. 사고 당일의 경위는 인재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경의중앙선 열차가 고가 아래를 통과하는 탓에 철거 작업은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하루 세 시간으로 묶여 있었다. 사고 전날 새벽 그 시간대에 슬래브 절단 작업을 진행하던 중 구조물이 2.9cm 주저앉는 단차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들은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대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2시간 후, 그들은 임시 보강재도 없이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를 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 추가적인 지지 구조를 구축하지 않은 채 '긴급 안전진단'을 강행한 것이다. 무너질 가능성이 눈앞에 드러난 구조물 위에 사람을 올려보내는 것이 안전진단이라면, 그 진단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붕괴 1분 30초 전, 그 고가 아래로 열차가 지나갔다. 5분여 전에는 KTX도 통과했다. 수십 명을 태운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 직후 상판이 내려앉은 것이다. 이 몇 분의 격차를 '다행'이라는 말로 정리해 버리기에는, 우리가 그 행운에 기대온 세월이 너무 길다. 우연이 막아낸 대참사를 안전 관리의 성과로 착각하는 사회는, 다음번 우연을 기다리는 사회일 뿐이다. 경찰은 국과수·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 감식에 착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단차 발생 후 보고 체계가 작동했는지, 현장 진입을 지시한 것이 누구인지, 그 결정이 어떤 근거 위에 내려졌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과, 이번 사고가 왜 인재인지를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32년이 흘렀다. 그 뒤로 이 나라는 건설 안전 제도를 수차례 개편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무거운 법률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2026년 서울 도심에서 D등급 구조물이 6년을 방치되고, 이상 징후를 앞에 두고 관계자들이 무방비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제도는 쌓였는데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32년 동안 고쳐온 것은 서류였지 현장의 문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은 이름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었다.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안전 체계의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인지, 잘못된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멈춘다'는 선택지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 속에 있었는지 그것을 가리는 것은 수사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상 징후가 확인된 구조물 앞에서 작업을 멈추고 사람을 빼낼 수 있는 권한과 문화가 그 현장에 없었다는 것은, 세 사람의 죽음이 이미 답으로 내놓았다. 노후 구조물 D등급 이하 시설의 조속한 처리 기준을 법제화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현장 진입 기준을 명문화하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다. 그보다 더 절박한 것은, 현장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아무 눈치 없이 작업을 세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 결단이 허용되지 않는 한, 어떤 법률도 어떤 감리 체계도 사람의 목숨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 서소문 고가는 60년의 무게에 짓눌렸지만, 세 사람을 그 아래로 들여보낸 결정은 사람이 내렸다.
2026-05-28 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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