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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앞세운 '중수청'의 자중지란, 기본과 상식이 먼저다
[경제일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열흘여 만에 내부 갈등과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기관이 정작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삐걱거린다면 국민이 무엇을 믿어야 하겠는가.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깃발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 깃발을 받쳐야 할 행정 역량과 조직 운영의 기본은 갖췄는지 의문이다. 제도 개편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준비 부족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범 과정부터 문제다. 현장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주요 보직 공백, 수사 기밀을 다룰 전산망 등 필수 인프라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전문 인력과 정보 보안, 증거 관리, 기관 간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조직부터 출범시켰다면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정이다. 간판을 먼저 달고 내부를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의 개문발차는 국가 수사기관이 취할 방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부실은 일반 행정기관의 시행착오와 다르다.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사의 완결성이 훼손되면 그 책임은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다. 정부는 출범 당시 인력과 시설, 예산, 전산 보안, 사건 이관 및 공조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했다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출범을 강행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속도가 수사의 질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와 감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조직 출범 초기에는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감찰과 인사 조치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면 지도부의 관리 능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찰이 비위 규명을 위한 정당한 절차인지, 내부 비판을 억누르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인지 의혹이 제기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가리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중수청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는 관대하고 반대편에는 엄격하다면 국민은 그 기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부 비판을 무조건 조직 흔들기로 몰아붙이거나 감찰권을 사적으로 행사한다면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인사는 전문성과 청렴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감찰은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면 조직 개편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력 수사의 고질적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검찰개혁의 당위만 강조하며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의 허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빨리 출범시켰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정부는 출범 준비 과정과 인사·감찰 논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전산 보안과 전문 인력 확보, 사건 처리 기준 등 운영 전반의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중수청 지도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 떠넘기지 말고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기관을 정쟁의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 특정 정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기관의 독립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수청이 신뢰를 얻으려면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전횡과 무능에도 엄격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며, 기강 확립은 비판을 봉쇄하는 명분이 아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의 혼란은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사 역량과 조직 운영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되묻게 한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수사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산망,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깃발이 제도를 대신할 수 없고, 명분이 실력을 대신할 수도 없다. 중수청은 지금이라도 출범의 속도보다 운영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졸속 준비와 인사 난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지도부는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감찰,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수청이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입증하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2026-10-1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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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대립 부추기는 외교를 경계한다
[경제일보] 외교는 말의 전쟁이 아니다. 더구나 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면 공개적인 설전보다 치밀한 계산과 물밑 협상이 우선이다. 그런데 최근 한·우크라이나 관계를 둘러싼 일련의 공방을 보면 대한민국 외교가 과연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국의 공개적인 불만에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양국 간 이견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은 국익을 극대화해야 할 외교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양상으로 비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전략 부재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 강화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구도가 굳어진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전략 계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우리의 지원 범위와 조건, 한계선을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했어야 한다. 상대국의 요구에 끌려가는 모양새도, 공개적인 감정싸움으로 맞서는 모습도 피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교적 이견이 공개적인 신경전으로 번진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대한민국이다. 상대국과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공간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가치외교'라는 명분이 '무조건적인 동조'로 변질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국제법·주권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는 대한민국이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될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을 지킨다는 것과 다른 나라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의 외교는 도덕적 선언문이 아니라 냉정한 손익계산서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방산시장, 식량안보, 미·러 갈등은 물론 북·러 군사협력까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직결돼 있다. 여기에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기회도 걸려 있다. 한국이 외교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인도적 지원과 재건 협력을 확대하면서 우리의 산업과 기업이 참여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감정적인 외교로 관계를 불필요하게 틀어버리면 시장과 기업이 얻을 기회까지 잃을 수 있다. 러시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러의 군사협력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에너지·자원·물류와 관련해서도 무시할 수 없는 국가다. 지금 당장 관계가 어렵다고 해서 외교적 출구까지 스스로 봉쇄한다면 훗날 한반도 안보와 경제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우리 손으로 버리는 꼴이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의 무게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첫째, 정상적인 외교 채널을 복원하고 공개적인 설전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교적 이견은 언론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풀어야 한다. 둘째, 우크라이나 지원 원칙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그 기준과 비용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미국·유럽과의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관리할 별도의 소통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넷째, 우크라이나 재건과 방산·에너지·인프라 협력을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를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다루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외교적 강경 발언 한마디는 국내에서는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서는 협상 카드를 하나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조용한 물밑 협상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국가의 실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목소리 큰 외교가 아니라 계산된 외교다. 동맹은 굳건히 하되 국익은 스스로 챙겨야 하고, 국제적 원칙은 지키되 우리의 선택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비용은 국민과 기업이 떠안는다. 외교 실패는 외교부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과 수출시장, 기업의 해외사업, 안보 비용과 국가 재정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부는 한·우크라이나 관계의 최근 난맥상을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 외교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굴종도 강경 일변도도 답이 아니다. 원칙에는 단호하되 협상에서는 유연하고, 말은 절제하되 국익에는 집요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외교의 기본이다.
2026-10-08 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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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 4 아르곤' 공개…사이버 방어자부터 단계적 배포
[경제일보] 구글이 장기간 이어지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차세대 프론티어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4 아르곤'을 공개했다. 기존 질의응답형 AI를 넘어 대규모 코드 수정과 연구, 기업 업무, 사이버 보안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고도화된 사이버 보안 역량이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일반 이용자에게 바로 공개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버 방어 조직부터 제공하며 안전성 검증을 병행한다. 1일 구글은 새로운 프론티어 모델인 '제미나이 4 아르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아르곤을 복잡하고 장기적인 워크플로우에서 깊이 있는 추론을 지속하도록 설계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금융·법률 등 엔터프라이즈 지식 업무, 사이버 보안 방어 분야를 주요 활용처로 제시했다. 아르곤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한 번의 작업에서 생성할 수 있는 출력 토큰 한도를 기존 6만4000개에서 100만개로 늘린 것이다. 구글은 수십만개의 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짧은 질문에 답하는 방식보다 장시간 이어지는 다단계 문제 해결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내부에서도 아르곤의 장기 작업 수행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수천명의 구글 직원이 전문 코딩과 심층 연구, 글쓰기 등에 아르곤을 사용해 양자 컴퓨팅 연구에서는 병목이 되는 알고리즘의 자원 사용량을 최적화했고 기존에 발표된 기준 성능을 수분 만에 40% 이상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데이터센터에서는 전체 서버군의 프로파일링 데이터를 분석해 메모리 최적화 방안을 찾아 적용해 300TiB 이상의 메모리를 확보했으며 전체 절감 규모는 500TiB에서 최대 1PiB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코드 개발 영역에서는 단순 코드 생성보다 대규모 코드베이스를 장기간 다루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아르곤 에이전트가 수만줄 규모의 핵심 라이브러리부터 80만줄 이상인 후시아 OS의 지르콘 커널까지 C·C++ 코드를 러스트로 전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 환경에 들어가는 결과물은 자동·수동 감사와 에뮬레이션 테스트, 코드 리뷰 등을 거치도록 구축했다. 구글에 따르면 오픈소스 비디오 디코더 'libgav1'에서 기존 러스트 구현의 SIMD 코드 3만2000줄을 대체하고 프로파일 기반 최적화를 반복해 기존 러스트 버전보다 2.7배 빠른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용 업무에서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 구글은 아르곤이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금융 리서치, 법률 문서 작성, 기업 업무 자동화 등 여러 단계가 이어지는 지식 기반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자사 평가에서 실제 장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업무를 측정하는 DeepSWE v1.1에서 77.9%, 기업 업무의 엔드투엔드 실행을 평가하는 '제피어 오토메이션벤치'에서 51.3%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장편 영상 이해도를 측정하는 LV벤치에서는 91.7%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아르곤을 취약점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발견한 취약점을 검증하고 패치까지 수행할 수 있는 방어용 모델로 훈련하고 있다. 앞서 보안업체 위즈의 '스캔 포 굿' 프로그램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구글은 초기 실증에서 기존 프론티어 모델이 발견하지 못했던 의료 소프트웨어의 치명적인 취약점을 찾아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확인하고 있다. 취약점 대응 성능도 구글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르곤은 CWE-벤치 v1에서 68%를 기록하며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구글은 밝혔다. 또한 자체 종합 취약점 평가와 위즈의 블랙박스 모의 침투 테스트에서도 복잡한 코드와 실제 운영 중인 웹 시스템을 대상으로 공격 표면과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개념증명(PoC)을 만드는 능력이 기존 모델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과 방어에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프론티어 모델의 특성상 악용의 요소가 있는 것으로 꼽힌다. 이에 구글은 아르곤이 가진 사이버 보안 역량을 일반 시장에 즉시 풀지 않고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사이버 방어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페어윈드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기관과 주요 인프라 운영자, 보안업체 등에 고도화된 사이버 방어용 AI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르곤도 이 같은 제한적 접근 단계를 거치게 된다. 구글은 동시에 모델의 안전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악성 사이버 공격이나 화학·생물·방사능·핵(CBRN) 분야의 악용을 막기 위해 유해한 요청을 거부하도록 설계하고,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체계를 적용했다. 모델의 추론 과정과 행동을 모니터링해 정렬 불일치가 감지될 경우 실행을 중단하는 장치도 적용했다. 고위험 훈련이나 평가에서는 샌드박스 환경을 분리하고 봉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보안도 강화하고 있다. 가격도 기업과 개발자 시장을 겨냥한 요소다. 아르곤은 출시 기념 가격으로 입력 토큰 100만개당 2 달러, 출력 토큰 100만개당 10 달러에 제공되며 캐시된 입력 토큰은 입력 가격에서 95% 할인된다. 구글은 초기 기간 이후에는 입력 100만개당 4 달러, 출력 100만개당 20 달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제미나이 4 아르곤'은 코딩, 지식 기반 업무, 사이버 보안 방어, 창의적 글쓰기 전반에 걸친 프론티어급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자, 전문가, 그리고 엔터프라이즈들이 가장 까다로운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환경은 물론 법률·금융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지식 기반 업무, 그리고 사이버 보안 방어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워크플로우 전반에서 프론티어급 성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6-10-01 16: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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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차 제재 압박, 한국 기업이 또 희생양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을 겨냥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이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석유·해운·항공·금·가상자산·기술 분야와 관련된 개인·기업·선박 60곳을 새로 제재했지만, 당장 가장 강력한 2차 제재까지 전면 시행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달러 결제망과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무기로 삼는 2차 제재는 사실상 전 세계 기업에 “이란과 미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한국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이다. 북한 핵 문제와 첨단기술, 공급망,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체제에도 책임 있게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의 목적과 동맹국 기업 보호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은 이미 국제 에너지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교역 상대에 대한 제재를 경고한 뒤 국제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지난 2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섰고, 이란산 원유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해협 불안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한국처럼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는 제재 자체보다 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해운·물류·제조업 전반의 비용이 올라간다. 전기·가스요금과 소비자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수록 한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간접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도 위험하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싸고 외국 선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24일에는 통항 규칙 위반을 이유로 45척의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벌금과 억류, 화물 압류 가능성을 경고했다. 명단에는 한국 해운사와 관련된 선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2차 제재와 이란의 맞대응이 동시에 강화되면 기업은 양쪽 위험을 모두 떠안는다.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를 끊더라도 이미 체결한 계약과 운송 일정에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다 미국 금융·결제망에서 제재를 받는다면 피해는 훨씬 커진다. 정부가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첫째, 미국과의 사전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에 필요한 예외와 유예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과거 대이란 제재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이나 특정 거래에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이미 체결된 계약이나 인도적 물품, 국제 에너지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거래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에게 어느 날 갑자기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계약 정리와 결제 회수, 화물 운송을 마칠 시간을 줘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야 할 핵심도 바로 이런 현실적인 피해 방지 장치다. 둘째, 기업에 명확한 제재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차 제재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어떤 거래가 제재 대상인지, 어느 시점부터 적용되는지, 이란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제3국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어디까지 문제가 되는지 기업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국 제재 규정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정부와 금융당국, 무역기관이 공동으로 기업별 노출도를 점검하고 제재 대상 거래와 허용 거래를 신속하게 안내해야 한다. 제재를 몰라서 위반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금융권의 과도한 위축도 피해야 할 상황이다. 제재가 시작되면 금융기관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실제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까지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과잉 준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거래임에도 돈을 받지 못하거나 송금이 막힐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제재 대상과 예외 거래를 명확히 하고 국내 은행에도 일관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제재보다 금융기관의 지나친 위험 회피 때문에 먼저 피해를 보는 일은 방지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넷째,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의 봉쇄와 제재 강화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중국 정유사들도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비축유 운용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대체 운송 경로와 선박 보험, 해운기업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미 간 협상의 원칙이 중요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외교 목표를 위해 제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자국 기업과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지킬 책임이 있다. 동맹국의 정책에 협력하는 것과 우리의 경제적 손실을 아무 조건 없이 감수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미국 역시 동맹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맹국 기업에 충분한 설명과 준비기간 없이 제재를 확대하면 미국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만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제재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에 큰 역할을 하는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에는 아직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충돌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미국에 분명히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제재가 필요하다면 기준은 일관돼야 한다. 경제 규모나 협상력에 따라 어떤 국가는 유예하고 동맹국 기업에는 더 엄격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한 뒤에야 대책회의를 여는 사후 대응이다. 제재 대상과 시점이 확정되기 전에 산업별 노출도를 파악하고 미국 재무부와 협의해야 한다. 에너지·해운·금융·건설·수출기업의 기존 계약을 전수 점검하고 피해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기업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제재 위험이 높은 거래는 계약 단계부터 미국 제재 발동 시 책임과 손실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히 해야 한다. 결제통화와 거래은행, 선박과 보험사까지 제재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한국에는 외교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다. 안보동맹을 지키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도 줄여야 한다.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외경제 환경이 불안할수록 외교의 실력은 선언이 아니라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드러난다. 미국의 2차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최종 결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예외와 유예, 결제 안전망과 에너지 공급망 대책을 지금부터 협상해야 한다. 동맹은 국익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지키면서 서로의 정당한 경제적 이해를 조정하는 관계다. 대이란 제재에서도 그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 제재에는 협력하되 한국 기업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선제적 외교전이 지금 필요하다.
2026-08-25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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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재차 주장…이란 압박하며 중간선거까지 겨냥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란과의 전쟁 및 해협 봉쇄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이란에 협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 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겹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란은 절실하게 합의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우리가 합의를 원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곳은 미국의 영토”라고 거듭 강조했다. ◆ 호르무즈 둘러싼 ‘영토’ 발언, 협상 압박 수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도 이란을 “패배시킨 뒤”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미국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어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 영토라는 근거는 없다.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하며, 좁은 수로 특성상 양국의 영해가 맞닿는 구조다. 국제법상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는 선박의 통항을 보장하는 ‘통과통항’ 원칙이 적용된다. 미국 역시 과거부터 이 원칙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여왔다.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약 20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이 이곳을 통과했으며,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났다. 이란·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의 수출에도 핵심적인 통로다. 현재 실제 해상 운송은 정상 수준과 거리가 멀다. 로이터에 따르면 8월 19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6척에 그쳤다. 이란은 해협이 여전히 폐쇄돼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선박 통항이 가능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이란 압박하면서 미국 내 정치전선 확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교착된 미·이란 협상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월 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를 마련했지만, 핵 문제와 미군 철수, 제재 해제, 호르무즈 재개방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 측은 미국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은 크게 위축됐으며, 로이터는 8월 이란의 원유 선적량이 하루 약 53만4000배럴로 2025년 평균 140만배럴에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유사들이 대체 원유를 찾으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 메시지를 국내 정치와 직접 연결했다. 이날 유세는 오는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상원의원 공화당 후보 결선투표를 앞두고 열린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고(故)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의 여동생인 달린 그레이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레이엄 후보는 앞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32.8%를 얻어 24.6%를 얻은 랠프 노먼 하원의원을 앞섰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더라도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국경 보안과 감세 정책이 후퇴하고 자신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촉구했다. 결국 이날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외교적 주도권뿐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까지 한데 묶은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는 ‘합의하지 않으면 더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자신의 대이란 강경책과 공화당 의회 장악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호르무즈의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다. IEA는 중동 전쟁 여파로 2026년 세계 원유 공급량이 전년보다 하루 4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뿐 아니라 호르무즈의 실제 선박 통항 정상화 여부가 국제유가와 물류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2026-08-22 12: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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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선언"…이란 반발 속 유가·해상교통 긴장 고조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상 영유권 주장이라기보다 미군의 해상 봉쇄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설에서 “이란을 완전히 패배시킨 뒤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 수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이후 해협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해협 폐쇄의 원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핵무기 허용 못 해”…이란 “해협은 이란 통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에 대해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내가 원했던 것보다 군대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괜찮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폐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바시즈 민병대의 호세인 타엡 신임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 당국도 선박이 이란의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측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군사력을 근거로 실질적 통제권을 강조하고 있고, 이란은 지리적·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국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용 압박 카드이자 국내 여론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협 통항 급감…유조선 피격에 긴장 확산 실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업체 자료를 인용해 최근 해협 통과 선박 수가 하루 8척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쟁 전 하루 130~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해상 물류가 마비에 가까운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긴장은 유조선 공격으로도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DNOC이 운항하는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UAE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배후로 지목하며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보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계 경제 부담 커져 호르무즈 리스크는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8.5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40달러로 각각 1달러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주간 기준 상승세를 보였다. 유조선 공격과 미·이란 협상 교착, 러시아 수출 터미널에 대한 드론 공격 등이 겹치며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조금 더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장기전과 유가 상승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수입국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통로다.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운송비 상승과 공급선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일부 아시아 구매자들이 러시아산이나 미국산 원유로 대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 교착…유럽 외교 채널도 가동 외교적 해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과 접촉하며 외교 채널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국가이고, 그리스는 해운 이해관계가 큰 국가라는 점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역할이 거론된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포기와 해협 재개방, 지역 내 친이란 세력의 공격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미국 영토’ 발언이 실제 영토 편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군사적 봉쇄 장기화와 추가 제재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수사가 시장과 군사 현장에서 실제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정세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줄과 같은 곳”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통제권을 두고 정면 충돌할수록 유가, 해운, 보험료,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압박용인지 실제 봉쇄 장기화 신호인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2026-08-15 09:0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