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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너머의 시대, 미디어의 새 판 (上)
대한민국은 은(銀)이 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광산에서 캐내는 은의 양은 연간 수 킬로그램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주요 은 수출국 중 하나다. 연간 약 2,000톤의 은을 생산해 대부분을 해외로 내보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답은 고려아연이라는 기업에 있다. 이 회사는 아연과 납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은을 추출한다. 원광석을 수입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로 가공해, 전혀 다른 금속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은 광산 하나 없이 은 수출국이 된 역설이다. 석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전량을 수입한다. 그러나 정제유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국가 수출 상위권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세계 최대 수준의 단일 정제 능력을 보유한 정유산업 덕분이다. 원자재를 사다가, 더 정교하게 만들어, 더 비싸게 판다. 이 패턴은 산업에만 있지 않다. 재가공, 문화가 된 생존 전략 K팝을 생각해보자. 한국의 전통 음악에서 출발한 장르가 아니다. 1990년대 미국의 R&B, 팝, 힙합이 원소스였다. 그런데 지금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K팝은 그것과 전혀 다른 무언가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 극도로 완성된 퍼포먼스, 독자적인 팬덤 문화가 더해지면서 원본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품이 탄생했다. 치킨도 같은 이야기다. 프라이드치킨은 미국 남부 음식이다. 그러나 양념치킨, 간장치킨, 파닭으로 변주된 한국의 치킨은 지금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음식 문화로 인정받는다. 김밥의 형태가 일본 노리마키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오늘날 누가 기억하는가. 재가공의 완성도가 원본과의 관계를 지워버린 것이다. 종교는 더 흥미로운 사례다. 기독교는 서양 선교사가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는 메가처치, 새벽기도, 열정적 전도 문화를 만들어내며 서양의 원형과도, 다른 아시아 국가의 형태와도 다른 독자적 종교 문화로 진화했다. 불교 역시 인도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닿는 동안 한국만의 선불교 문화로 재탄생했다. 우연이 아니다 — 지정학이 만든 DNA 이 패턴들을 하나의 도식으로 묶을 수 있다. 외부의 원소스를 받아들이고, 고도의 가공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보낸다. 은도, 석유도, 음악도, 음식도, 종교도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가. 재가공은 어느 나라도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의 재가공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됐는가. 답은 지정학에 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 일본, 그리고 근현대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생존해왔다. 자원도 없고, 거대한 내수시장도 없으며, 독자적인 기술 원천을 개발할 여유도 부족했다. 재가공의 퀄리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절박함이 완성도를 만든 것이다.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도, 한국 정유사가 세계 최대의 단일 정제 능력을 갖추게 된 것도, K팝이 팝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통하게 된 것도 모두 같은 논리의 반복이다. 그런데, 지금 이 능력이 막히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가공이라는 생존 전략이 새로운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물질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콘텐츠와 문화의 영역에서는 점점 좁아지는 통로를 마주하고 있다. 저작권이다. 과거에는 미국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치킨 레시피를 변형해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데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체계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콘텐츠의 재가공은 이제 법적 리스크와 함께 시작된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국의 재가공 DNA가 20세기에 설계된 법적 프레임 앞에서 멈춰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 프레임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텍스트 너머의 시대, 미디어의 새 판 (下)에서 계속
2026-04-1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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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국적 다양해진 만큼 관광지도 다양화할 때
[경제일보] 코로나19 이전 서울 도심에서 가장 눈에 띄던 풍경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다. 사드 갈등 속에서도 그 존재감은 쉽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관광 현장의 모습은 달라졌다.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중국 관광객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비중은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유럽, 미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방문하는 이들까지 더해지며 한국 관광시장은 분명 다변화의 흐름에 들어섰다. 이 같은 변화는 긍정적이다. 특정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외부 변수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국적의 다양화는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는 관광 산업의 질적 성장 기반이 된다. 문제는 여전하다. 관광 수요의 ‘서울 집중’ 현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이 여전히 수도권에 머무는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교통, 숙박, 쇼핑, 콘텐츠 등 핵심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결과다. 그러나 특정 지역으로의 과도한 쏠림은 혼잡과 불편을 낳고 지역 간 경제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이 된다. 국가 전체의 관광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관광의 무게 중심을 전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충청, 호남, 영남, 강원 등 각 지역은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 자원을 갖추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개발과 홍보 부족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관광지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접근성 개선과 콘텐츠 차별화, 해외 홍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교통망 확충과 외국인 친화적 안내 시스템은 기본이고 지역만의 색깔을 살린 관광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적 마케팅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산업이다. 서울이라는 단일 축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관광객의 국적이 다양해진 지금이야말로 관광지도 함께 다양해져야 할 시점이다. 이제 답은 분명하다. 관광은 서울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이미 열려 있다.
2026-04-17 0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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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던 약속, 우리는 지키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는 오늘, 다시 4월의 바다 앞에 선다. 진도 팽목항과 안산의 추모 공간에는 여전히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날을 기억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우리는 12년 전 그 비극 앞에서 무너졌고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당시 우리는 얼마나 깊이 아파했는가. 304명의 이름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었다. 법적 구속력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약속을 무겁게 만든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인명 피해는 여전히 반복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분노하고 슬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뎌진다. 이는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구조적 무감각의 징후다. 안전을 비용으로 여기고, 생명을 효율로 환산하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전은 이를 오래전에 경고했다. 『도덕경』은 “輕則失根, 躁則失君(경즉실근, 조즉실군)”이라 했다. 경솔하면 근본을 잃고 조급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안전을 가볍게 여기고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린 사회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다. 세월호 참사는 그 ‘잃어버린 근본’이 무엇인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논어』 또한 말한다.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 공동의 안전과 책임보다 이익을 앞세울 때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세월호는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니라 책임의 부재와 시스템의 붕괴,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왜곡된 인식이 빚어낸 사회적 참사였다. 우리는 그날 이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질 때에만 의미가 있다. 기억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에만 살아 있다. 추모가 의례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또 다른 망각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태도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본으로 인식하는 사회, 규정을 형식이 아닌 생명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작은 위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 의식이 그것이다. 국가와 제도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두가 ‘안전의 주체’가 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세월호의 아픔은 끝난 과거가 아니다.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 있고 진실을 향한 질문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선택이다. 12년 전 우리는 약속했다. 잊지 않겠다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그 약속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오히려 더 절실하다. 반복되는 사고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기억은 책임이고 책임은 행동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더 이상 희생 위에서 배우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 그날의 바다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2026-04-16 11: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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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대적 과제라면 더 늦기 전에 국민부터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개헌론이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섰다. 1987년 헌법 체제가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티는 동안 대통령 권한 집중과 극한 대립 정치, 승자독식 선거 제도, 중앙 권한 편중 같은 한계가 누적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시대 변화에 맞게 국가 운영의 틀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개헌 필요성 자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방향보다 순서다. 헌법은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법안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유불리를 따져 꺼내 들 카드도 아니다. 한 사회가 어떤 가치 위에 서고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나누며 국민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지를 정하는 최상위 규범이다. 내용만큼 절차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권력 분산, 계엄 통제 장치 강화, 지방분권 확대 등 여러 구상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활발한 논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국민 다수는 각 안의 차이와 파급 효과를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 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국회의 권한은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 지방정부에 재정 권한까지 넘길 것인지, 기본권 확대에 따른 국가 책임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핵심 쟁점마다 답이 선명하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과 “어떤 헌법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문제의식이고 후자는 선택이다. 설계도를 보여주지 않은 채 동의부터 구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구나 국민 삶의 현장에는 더 시급한 과제가 쌓여 있다. 주거비 부담은 여전하고 저출생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흔든다. 청년 일자리와 지역 소멸, 연금 재정, 산업 경쟁력, 재난과 안전 문제도 하나같이 무겁다. 개헌 논의가 이런 현실을 풀어낼 국가 운영 개편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정치권만 뜨거운 의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삶이 달라질 때 제도의 의미를 체감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공론의 토대다. 국회 안의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별 순회 토론회와 시민참여형 숙의 절차, 쟁점별 비교 자료 공개,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의 공개 검증이 함께 가야 한다. 찬반을 나누기 전에 국민이 이해할 기회를 먼저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오래가는 제도는 충분히 듣고 넓게 묻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반대로 서둘러 손본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시 흔들렸다. 헌법은 정권의 작품이 아니라 국민의 약속이어야 한다. 개헌이 시대적 과제라면 더욱 서둘러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조문을 먼저 쓰는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먼저 묻는 일이다. 그 순서를 놓치면 개헌은 출발부터 힘을 잃는다.
2026-04-16 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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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부·채권추심업권 설명회 개최…불법추심·해킹 재발 방지 당부
[경제일보] 금융감독원이 대부업권과 채권추심업권에 건전한 영업관행 확립과 개인채무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15일 금감원은 대부업자와 채권추심회사, 대부금융협회,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무자 설명회를 열고 대부업법과 개인채무자보호법 주요 내용, 검사 지적사례, 개인정보 보호 관련 유의사항 등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최근 중동 상황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만큼 대부업권과 채권추심업권이 준법의식을 강화하고 개인채무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의 피해 방지를 위해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고 연체채권의 반복 매각과 과잉추심 등의 영업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역병 대상 대출 영업 자제도 요청했다. 최근 온라인 도박이나 코인·주식 투자 목적으로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한 뒤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현역병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대부업법상 자기자본 등록요건 상향 △등록요건 유지 의무 △대부중개사이트 등록기관 상향 등 주요 변경사항도 안내됐다. 또한 개인채무자보호법상 연체 채무자 이자부담 완화, 추심총량제, 추심유예제, 채무조정 요청권 등 채무자 보호 규정 준수 필요성도 설명했다. 개인신용정보 보호와 해킹 사고 재발 방지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대부업체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가 망분리, 침입차단시스템, 개인정보 암호화 등 보안대책 미흡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자체 점검과 취약점 개선을 촉구했다.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중 제재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새도약기금이 장기 연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취약계층 재기를 지원하는 만큼 대부업체들도 협약 가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협약에 가입 시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대상채권 매각 허용과 은행권 차입 허용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실무자들이 대부업법, 신용정보법, 개인채무자보호법등에 대한 준법의식을 제고하고 무분별한 소멸시효 부활 등 불합리한영업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6-04-15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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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만으론 부족"…심장·신장까지 당뇨 치료 패러다임 바뀐다
[경제일보] “결국 당뇨병 치료의 목적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습니다.” 류영상 조선의대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4일 한국 노보노디스크가 주최한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치료 현장의 적용 실태’를 주제로 미디어 세션에서 당뇨병 치료의 본질적 목표를 이같이 규정하며 혈당 중심 접근을 넘어선 통합 관리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는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적용 현황’을 주제로 심혈관·신장 질환과 체중 관리까지 고려하는 최신 치료 전략을 다뤘다. 발표는 류 교수와 조윤경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맡았다. 류 교수는 ‘국내 2형 당뇨병의 의학적 미충족요구’를 주제로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합병증 예방의 중요성과 통합적 접근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부족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이 증가하면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라 당뇨병 유병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중 가장 문제는 젊은 당뇨병인데 2021~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명으로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 인구는 약 1400만명, 국내 당뇨병 유병자 중 질환을 진단받은 비율을 의미하는 ‘당뇨병인지율’은 약 74.7%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당화혈색소(HbA1c) 6.5% 미만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하는 ‘당뇨병조절률’은 약 32.4% 수준에 불과하다. 류 교수는 “혈당 조절만으로는 당뇨병 합병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없다”며 “당뇨병 환자에게는 심뇌혈관 질환, 만성 신장질환,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 암 발생 위험 증가 등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뇨병은 기대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30대는 남자는 14년, 여자는 16년이 줄었으며 40대는 10년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환자가 체감하는 부담도 크다. 식이조절과 운동, 약물치료, 혈당 측정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연간 의료비 부담도 상당하다. 삶의 질 역시 비당뇨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치료 전략은 ‘통합 관리’로 전환되는 추세다. 혈당뿐 아니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 동반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혈압·지질·혈당을 동시에 조절한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에는 혈당 강하뿐 아니라 심장·신장 보호 효과를 동시에 가진 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이 대표적이다. 류 교수는 “이제 당뇨병 치료는 혈당 중심에서 벗어나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위험 인자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다각적 접근이 합병증 예방과 생존율 개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당뇨병 치료는 단순한 혈당 조절을 넘어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당뇨병 치료는 인슐린과 일부 경구약에 의존해 혈당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혈당 조절이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한 접근이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는 혈당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저혈당 위험이 커지고 일부 환자에서는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혈당을 많이 낮추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특히 고령 환자나 유병 기간이 긴 환자에서는 치료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계기로는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 연구가 꼽힌다. 해당 약제는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이며 치료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됐다. 조 교수는 “이후 당뇨병 치료 목표는 단순 혈당 조절이 아니라 생존율 개선과 합병증 감소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 등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가 활용되고 있다. 이들 약제는 저혈당 위험이 낮으면서 체중 감소, 심장·신장 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진료 지침은 환자의 동반 질환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를 강조한다. 기존에는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상황에 따라 다른 약제를 우선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가 바뀌고 있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GLP-1 계열 또는 SGLT2 억제제, 심부전이나 신장질환이 있으면 SGLT2 억제제, 비만이 동반되면 GLP-1 계열 등으로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질환 상태, 체중, 혈당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혈당 외에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은 일반인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조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기 때문에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 고위험군은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만 관리 역시 핵심 치료 요소로 꼽힌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당뇨병이 호전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혈당 수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합병증 없이 오래 살도록 돕는 것”이라며 “다양한 치료 옵션을 활용한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4-14 16: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