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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증시와 AI 대전환, 금융의 기본과 상식부터 바로 세워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의 파고에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급락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친 결과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시장을 흔들 수는 있어도 시장의 체력과 감독 체계의 허점을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식 처방이나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위험을 직시하고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기둥은 신뢰와 공정성이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가 같은 정보와 규칙 아래 경쟁하며 위험이 합리적으로 관리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자본이 모인다. 이 토대가 무너지면 주가 부양책을 쏟아내도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은 지수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규칙을 세우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무겁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시장 유동성,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위험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이 금융회사와 투자자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위기 징후를 놓친 뒤 대책을 내놓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뒷북이다. 불공정 거래와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 안정 조치는 신속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원칙과 투명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마저 미온적이라면 당국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허무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이다. 이번 증시 급락을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 구조, 글로벌 자본의 투자 지형을 동시에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이끄는 상황에서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국내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안주한 채 AI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놓친다면 시장의 불안은 산업 경쟁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음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승부는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와 서비스 혁신이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재 양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규제 개선을 아우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산업 생태계도 정비해야 한다. 지원금만 늘리고 낡은 규제와 경직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재정 낭비다. 기업의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 지원이나 시장의 기대에 기대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연구개발과 사업 구조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와 투자자에게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행하는 기술에 편승하거나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경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없다. 자본시장 역시 투기적 기대보다 기업의 실력과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방임과 동의어가 아니다. 공정한 규칙과 책임 있는 감독이 뒷받침돼야 자유로운 경쟁이 혁신을 낳고 자본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기업은 기술과 실적으로 답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도 주가 상승을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위기 때마다 대책만 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흔들리는 증시를 바로잡는 출발점은 지수 방어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AI 대전환에 필요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단기 충격을 넘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금융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기술 혁신만 외쳐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2026-10-16 09: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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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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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 은행지주 회장 소집…CEO 승계·내부통제 강화 주문
[경제일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회장들에게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지자체 금고 입찰 과정의 과당 경쟁과 금융사고 증가 문제도 함께 거론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8개 은행지주 회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금감원에서 이 원장과 곽범준 은행부문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연합회장과 8대 은행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를 대외적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내부적으로는 은행장을 포함해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변화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권이 공정한 원칙에 기반해 업무를 처리해야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회사 CEO 선임과 관련해서는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EO 후보군 선정과 검증, 평가, 기록 등 승계 절차 전반에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CEO 후보 추천과 검증, 선정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CEO 상시 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 평가 과정에서 임추위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금고 입찰 과정의 과당 경쟁 우려도 거론됐다. 이 원장은 금고 운영이 사업적 관점에서 매력적인 것은 이해하지만 자본력이 큰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은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자체 금고 입찰을 이해타산의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향후 협력사업비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은행들이 면밀히 분석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혁신방안과 여신 프로세스 개선 태스크포스(TF), 책무구조도 도입 등에도 금융사고가 내부 직원 사고뿐 아니라 외부인 사기와 해외 점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지난 2023년 33건,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08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인력과 자원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으면 제도 개선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지주그룹 내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가 경영 전반에서 작동하도록 충분한 내부자원 확보와 책임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위규행위가 발생하면 평가·보상 체계의 적정성과 조직 차원의 유인 여부 등 근본적인 문제까지 점검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까지 책임지는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은행지주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위상에 맞게 지방 균형발전과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 등에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은행지주 회장들은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할 점이 없는지 다시 살피겠다고 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배치하고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2026-09-23 09: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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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잇단 법원 제동…조사권·기업 방어권 경계 다시 세워야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와 처분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행정조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쿠팡이 제기한 현장조사 결정 효력정지 신청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제지·제분업체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집행이 정지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원 판단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쿠팡 조사의 경우 약 30일간 유보돼 조사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기업 대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과 경쟁당국의 조사 실효성이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한화 사건에서는 전자정보 조사 방식까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 한화 측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자료를 열람하고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변호인과 피조사인의 사전 동의를 받았으며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법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불공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위에 어디까지 조사권을 허용할 것인가. 동시에 조사받는 기업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정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료 확보의 적시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조사 단계마다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그때마다 상당 기간 조사가 중단된다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사권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경쟁당국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어서도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조사 회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다만 그는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본격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조사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모든 조사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의 휴대전화와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업무정보와 사생활이 뒤섞여 있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조사는 과거 서류철을 들여다보던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사 대상과 범위, 전자정보 확보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다. 주 위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 대목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시 법치주의의 한 축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사법절차를 통해 다투고 조사제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 정도다. 사법적 통제를 곧바로 조사권의 무력화와 동일시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법치의 힘은 권한의 크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논어>에는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는 구절이 있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기만 하면 백성은 처벌을 피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행사만으로 질서를 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오래된 경계다. 기업이라고 법의 밖에 있을 수 없고 행정기관이라고 절차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부터 전자정보의 조사 범위, 개인 휴대전화 접근 절차, 자료제출명령의 한계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조사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기업의 절차적 권리가 정당한 조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정위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몫이다. 기업 역시 적법한 조사에는 협조해야 한다. 세 주체가 각자의 선을 지킬 때 경쟁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조사권이 강해질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두터워질수록 정당한 조사에 협조할 책임도 커진다. 공정한 시장을 지키는 힘은 강한 권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명확하고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2026-09-22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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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로펌을 합쳐 만든 '최연소 빅6'…화우 23년의 승부
[경제일보] 2002년 12월 4일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병을 결정했다.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에 강했던 우방과 송무로 이름을 알린 화백의 결합이었다. 우방은 변호사 40명, 화백은 60명 안팎이었다. 양측은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대등 합병을 택했다. 이듬해 2월 법무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이름은 화백의 ‘화’와 우방의 ‘우’를 따왔고 ‘화목한 집안’이라는 뜻도 담았다. 출범 당시 변호사는 90명을 넘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였다. 작은 법률사무소가 조금씩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조직이 한꺼번에 합쳐져 대형 로펌 시장에 들어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화우는 국내 대형 로펌을 일컫는 ‘빅6’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28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늘었고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하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매출은 약 35% 증가했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의 성장사는 합병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전문분야를 붙여온 과정이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묶었고 3년 뒤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금융과 기업형사에 더해 M&A와 중대재해, AI·데이터까지 사람을 늘리고 있다. ◆ 자문 우방과 송무 화백이 만났다 화우의 한쪽 뿌리인 우방은 윤호일 변호사가 1989년 세운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했다. 윤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과 베이커앤드맥켄지 등을 거치며 19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귀국 뒤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 공정거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백은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다. 노경래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우방이 계약과 거래를 다뤘다면 화백은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뒤의 대응에 강했다. 두 조직은 같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맡는 일이 달랐다. 2000년대 초 국내 로펌 시장에서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M&A가 늘었고 해외 거래와 분쟁도 복잡해졌다. 기업은 계약서만 검토하거나 소송만 맡기는 로펌보다 자문과 송무를 함께 처리할 조직을 찾기 시작했다. 윤호일 우방 대표와 노경래 화백 대표도 서로의 빈 곳을 알고 있었다. 우방에는 송무가 필요했고 화백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두 로펌이었지만 규모와 업무 영역을 동시에 넓히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1대1 합병 합병 과정에서 양측이 정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기존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인수하는 방식도 피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화백이 더 컸지만 두 조직은 1대1 합병을 택했다. 규모보다 대등한 통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문제는 합친 뒤였다. 우방과 화백은 10년 넘게 각자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수와 사건 배분, 인사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합병 당시 윤호일 변호사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업무 분야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합병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기업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가 같은 고객을 함께 맡도록 업무를 연결했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조직을 모았다. 한쪽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 새 간판을 달았다. 화우는 광장보다 2년 늦게 대형 합병을 했다. 광장이 기업자문 한미와 송무 광장을 합쳐 두 축을 결합했다면 화우는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출범 3년 뒤 또 다른 로펌을 받아들였다. ◆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을 보강했다 2006년 화우는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김·신·유는 1967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로펌으로 지식재산권과 외국계 기업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화우보다 역사가 훨씬 긴 조직이었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갖췄다면 두 번째 합병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김·신·유 출신 변리사들도 대거 합류했고 같은 해 특허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기업의 거래와 분쟁에 특허와 상표 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룰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2003년 우방과 화백, 2006년 김·신·유까지 세 조직의 경험이 차례로 한 법인 안에 들어왔다. 화우가 다른 빅6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른 시간 안에 종합로펌의 체계를 갖춘 배경이다. 기업자문과 송무에 지식재산권까지 더하면서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도 넓어졌다. 이후에는 큰 로펌을 다시 합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고 2013년 관세법인, 2017년 세무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냈다. ◆ 화우의 오래된 두 축, 금융과 송무 화우의 업무 가운데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분야는 금융과 송무다. 금융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에서 근무한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명수 대표변호사도 금융감독원에서 10년간 법무팀장과 기업공시팀장 등을 지낸 금융규제 전문가다. 이 대표는 2010년 화우에 합류한 뒤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인허가, M&A, 불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가 복잡해지고 회계감리와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얽히면서 감독기관과 회계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필요해졌다. 송무에서는 기업 경영권 분쟁과 금융소송, 기업형사 사건을 다뤄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청구 소송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에 참여했다.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를 대리했고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를 둘러싼 영업비밀·특허 분쟁에도 참여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 화우는 국내 송무와 기업·M&A, 공정거래에서 각각 Band 2에 올라 있다. 송무에서 출발한 화백과 기업자문을 맡았던 우방의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의 업무 구성에도 남아 있다. ◆ 송무·금융에서 M&A로 최근 화우가 힘을 더 싣는 분야는 M&A다. 2025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와 효성화학 네오켐 사업부 매각,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 등을 자문했다. 금융과 송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자문 분야에 사람을 집중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 성과도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칼라일의 KFC코리아 인수, NXC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하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등에 참여했다. 더벨의 2026년 상반기 M&A 법률자문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명수 대표는 올해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신입을 제외하고 80명이 넘는 외부 인재를 데려온 데 이어 M&A와 공정거래, 개인정보, 상법 관련 자문을 보강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수출통제, 에너지·인프라, AI·데이터·플랫폼 규제도 투자 분야로 잡았다. 화우가 기업자문을 키우는 방식은 처음 합병 때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잘하는 금융과 송무를 그대로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 외부 인력을 붙인다. 조직 전체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사람과 팀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2년 동안 35% 성장…1인당 매출은 선두권 최근 숫자는 화우의 변화를 보여준다. 화우의 법무법인 매출은 2023년 2082억원에서 2024년 2500억원, 2025년 2812억원으로 늘었다.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치면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동안 총매출이 약 35% 증가했다. 절대 매출로는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에 뒤진다. 대신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5년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율촌 7억6000만원, 태평양 7억3800만원, 세종 7억2400만원, 광장 7억1300만원보다 높았다. 인력을 늘리면서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5년 동안 화우의 변호사 수는 15%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등 비변호사 전문가를 사건에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사건의 비중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5위 로펌과의 외형 차이는 아직 크다. 2025년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이 모두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화우가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 합병으로 큰 로펌, 이제는 생산성으로 승부 화우도 몸집만 키우는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2003년에는 변호사 40명의 우방과 60명의 화백을 한꺼번에 합쳤고 2006년에는 김·신·유를 다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이었다. 지금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202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명수 대표 체제에서 화우는 금융과 송무라는 기존 기반에 M&A와 신산업 규제를 붙이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강북사무소도 열었다. 삼성동 본사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금융회사, 정부기관이 몰린 도심으로 접점을 다시 넓힌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을 합쳐 규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거점을 두고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붙이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화우는 빅6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대신 출발부터 기존 조직 세 곳이 쌓은 경험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우방에서 기업자문을, 화백에서 송무를, 김·신·유에서 지식재산권을 받아들였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로펌을 합치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데려오고 기존 강점과 연결한다. 두 번의 합병으로 만든 로펌이 이제는 사람 한 명, 팀 하나의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6-09-21 0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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