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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협상 끝내 결렬…노조 "21일 총파업 돌입"
[경제일보] 글로벌 전자기업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이 정부 중재 아래 진행된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둔 채 추가 중재에 나설 중재인 만큼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은 최종 불성립됐다. 중노위는 이날 "노사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했으며 노조 측은 이를 수락했지만 사측은 수락 여부를 유보한 채 서명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사후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번 조정이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노사가 추가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교섭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의사결정 지연이 협상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21일부터 적법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 기간에도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19일 저녁 조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했지만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며 협상이 장기화됐다. 이후 사측이 추가 시간을 요청하면서 회의는 3일 차까지 연장됐지만 최종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노조 요구 수준이 회사 경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문에서 "사후조정 종료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은 있어서는 안 되며 회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성과급 규모와 상당 부분 내용을 수용했지만 노조는 적자 사업부까지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경우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결렬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역시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사 모두 추가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상태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추가 사후조정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중노위 역시 "밤이나 휴일과 관계없이 노사가 요청하면 언제든 추가 조정에 응하겠다"고 했다.
2026-05-20 13:53:04
헌법은 표결로 싸우는 것이다
[경제일보] 1987년 체제 이후 39년.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을 두 차례 겪었고 IMF 외환위기를 지나 극단적 진영 대립과 국정 마비를 반복해왔다. 대통령 권한 집중 문제는 오래전부터 개헌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개헌 필요성을 외쳤고 원로 정치인들도 “87년 체제의 한계”를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정작 국회가 보여준 장면은 허탈했다. 개헌안 내용 이전에 국회가 스스로 헌법이 예정한 절차를 비워버렸다. 반대는 있었지만 표결은 없었다.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빈자리만 남았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성립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불참하면서 재적 의원 3분의 2라는 헌법상 요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개헌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전에 스스로 심판 기능을 멈춰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을 두고 “졸속 개헌”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며 사법 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 개헌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정치적 반대는 가능하다. 헌법 개정은 국가 기본질서를 바꾸는 문제인 만큼 더 엄격한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들어와야 한다. 의회민주주의에서 반대는 표결로 하는 것이다. 반대표를 던지고 기록으로 남기고 국민 앞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대의정치의 기본 문법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안건이라고 해서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국회는 토론과 결정의 공간이 아니라 숫자로 상대를 마비시키는 장소가 된다. 더구나 헌법은 개헌 절차에 이미 매우 높은 문턱을 두고 있다.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을 요구한다. 일반 법률안보다 훨씬 무거운 기준이다. 이는 개헌이 특정 정파의 힘만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안전장치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높은 문턱 안에서 반대표를 행사했어야 했다. 이번에 상정된 개헌안은 권력구조 개편이나 중임제 같은 폭발력 큰 내용도 빠져 있었다. 대통령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 의무화와 국회의 계엄 해제권 강화 같은 조항이 핵심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다시는 국가 비상권력이 민주주의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통제 장치를 두자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국회는 그 문제조차 표결로 결론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장기집권용 개헌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표결에 참여했어야 한다. 국회 의결은 끝이 아니다. 개헌은 결국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우려하는 내용을 국민 앞에 드러내고 국민 판단을 받도록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에게 판단 기회조차 가지 않았다. 정치권은 흔히 “국민 뜻”을 말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거리의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헌법이 정한 절차와 표결 규칙 위에서 작동한다.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표를 던지는 행위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민주주의 자체를 떠받치는 최소한의 의무다. 국회는 이미 여러 차례 이런 모습을 반복해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안건이 나오면 의장석 점거와 회의장 봉쇄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아예 집단 퇴장과 표결 거부가 일상이 됐다. 다수당은 힘으로 밀어붙이고 소수당은 회의장을 비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국회는 토론의 공간이라는 본래 기능을 잃어갔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당들은 늘 법치주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얻는 기술이 아니다. 절차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법률가들이 결과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절차가 흔들리면 누구도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개헌 표결 불성립은 그래서 더 무겁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을 다루는 국회가 정작 헌법이 예정한 방식 안에서 싸우기를 포기했다는 데 본질이 있다. 반대를 위해 표결장을 비우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떤 국가적 논쟁도 정상적으로 결론 내리기 어려워진다. 국회의원은 거리의 운동가가 아니다.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의 첫 번째 책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안건이라도 국회 안에서 표결로 책임지는 일이다. 이번 개헌안은 부결될 수도 있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은 표결과 국민투표 과정 속에서 가려졌어야 했다. 헌법은 본회의장 밖에서 싸우라고 만들어진 문서가 아니다. 헌법은 표결로 싸우라고 존재하는 규범이다.
2026-05-08 09: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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