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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2.7조 '빅딜'…펩타이드 CDMO 인수로 사업 지형 확장
[경제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펩타이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을 인수하며 차세대 성장 분야로 꼽히는 펩타이드 의약품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비만·당뇨 치료제를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2조7000억원(CHF 1.46B)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00% 확보를 추진하며 올해 12월 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사업 구조 전환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에서 mRNA, 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CDMO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특히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GLP-1 계열 의약품이 펩타이드 기반이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5년 최대 150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핵심 원료인 펩타이드 의약품 수요 역시 동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단일 질환 치료제로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짧은 사슬 형태로 결합된 물질로 체내에서 호르몬 및 신호 전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펩타이드 의약품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조절할 수 있어 최근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만·당뇨를 넘어 항암, 면역질환, 신경계 질환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히는 추세다. 인수 대상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페링의 펩타이드 사업부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실적을 보유한 업계 선도 기업으로 특히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의 생산 공정 개발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기용매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제조기술도 확보해 생산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과 핵심 기술, 전문 인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유럽·미국·인도 등 5개국에서 6개 생산 거점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며 약 15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CDMO 계약도 그대로 승계해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양사는 향후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대규모 생산시설 설계 및 운영 노하우와 폴리펩타이드의 기술력을 결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시장 확대에 맞춰 추가 설비 투자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을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더욱 폭넓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페터 빌덴 폴리펩타이드 그룹 이사회 의장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과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7-20 10:26:48
IMF 생존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하이닉스 '불사조 DNA' 서사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한때 '불황형 메모리 기업'에서 AI 반도체 시장 주도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외환위기와 채권단 관리 속에서 상장 폐지 우려까지 나왔던 기업이 AI 시대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사조 서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뿌리는 범현대가(家)가 1983년 설립한 현대전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반도체를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과 LG 역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며 1980~1990년대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현대·LG의 '빅3'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현대전자는 공격적인 생산 확대와 기술 투자로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다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대규모 투자 구조와 가격 변동성은 이후 현대전자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IMF가 바꾼 운명…'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전환점은 1997년 외환위기(IMF)였다. 정부는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기업 간 사업 맞교환인 '빅딜'을 추진했고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그러나 막대한 차입 부담과 반도체 업황 침체가 겹치며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현대전자는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사명 역시 현대(Hyundai)의 앞 글자와 전자(Electronics)의 뒷부분을 결합한 '하이닉스(Hynix)'로 변경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무급휴직과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을 반복하며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정부 산하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등을 통해 하이닉스 정상화에 나섰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막대한 투자 부담 탓에 새 주인을 찾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해외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하이닉스는 10년 가까이 채권단 위탁경영 체제를 이어가야 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됐던 SK 인수…반도체 승부수 되다 반전 계기는 2012년 SK그룹 인수였다. 당시 SK텔레콤은 채권단 보유 지분과 신주를 포함해 약 3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우려가 더 컸다. 메모리 산업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었고 SK그룹 역시 정유·통신 중심 사업 구조였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의 선택은 그룹 체질 자체를 바꾸는 승부수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AI 시대 전환과 맞물리며 기업 위상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 확대는 메모리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범용 D램이 가격 경쟁 중심 산업이었다면 HBM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제적인 기술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3와 HBM3E 공급을 확대하며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점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역시 급반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97조 1467억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원, 순이익 42조 947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한때 적자와 구조조정을 반복했던 기업이 이제는 AI 시대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적자 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HBM 시대 열다 과거 범용 부품 산업으로 여겨졌던 메모리 시장의 위상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면 현재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HBM 물량 확보에 직접 나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메모리 산업이 단순 범용 부품 사업에서 AI 인프라 핵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하이닉스 인수 당시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해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HBM 추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고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역시 변수다. HBM4와 차세대 패키징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사례가 단순 기업 회생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 역사 자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채권단 관리, 대규모 기술 투자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이 AI 시대 글로벌 핵심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2026-05-13 16:26:59
네이버-두나무 합병 후 7년 내 상장 15조원 규모 IPO 로드맵 공식화
[경제일보] 네이버와 두나무가 결합을 통한 구체적인 상장(IPO)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합병 완료 후 5년 이내에 증시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조건을 투자자 간 계약에 포함시켰다. 15일 네이버가 공시한 주식교환·이전 결정 정정 신고에 따르면 양사는 주식교환을 마치는 대로 네이버파이낸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는 8월 18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번 안건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며 주식교환 예정일은 9월 30일이다. 이번 공시의 핵심은 IPO 위원회 설치다.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일로부터 1년 안에 상장을 전담할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상장 기한은 완료일로부터 5년째 되는 날까지로 명시됐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늦어도 2033년 안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통합 법인을 증시에 입성시키겠다는 로드맵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제휴를 지나 자본 시장에서의 확실한 엑시트(투자 회수) 경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네이버는 상장 후에도 지배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주주간 계약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 의결권을 확보함으로써 상장 이후에도 연결종속법인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할 신주의 가액 총액은 약 15조1285억원 규모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수익성과 네이버의 강력한 결제 플랫폼이 결합하는 만큼 상장 시 기업 가치는 국내 상위권 금융주를 위협할 전망이다. 거래의 최종 성사 여부는 주주들의 선택에 달렸다. 공시에 따르면 두나무나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들이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합계액이 각각 1조2000억원을 초과하면 계약 자체가 해제될 수 있다. 구체적인 IPO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은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오는 8월 18일 주주총회를 거쳐 9월 30일 주식교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빅딜은 국내 웹3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변동성을 네이버의 안정적인 결제 인프라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테크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주주 지분 규제 등 정부 정책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며 일정을 조정한 점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식과 맞교환하며 교환 비율은 1주당 약 2.54주로 산정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 법인이 상장할 경우 핀테크와 블록체인이 융합된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신용 데이터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합쳐지면 초개인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히 거래소를 소유하는 수준을 지나 디지털 자산과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거대 금융 가교를 놓는 작업이다. 상장 과정에서 직면할 독과점 논란이나 가상자산 관련 규제 대응은 향후 과제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네이버의 지배구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관건이다. 네이버는 상장 추진 시 시장 상황과 관련 법령을 다각도로 고려해 최적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2026년 현재 국내 핀테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가상자산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네이버의 실험은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다. 통합 법인은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다. 양사는 유기적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웹3 금융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04-15 18:42:01
디즈니플러스, K-e스포츠 '글로벌 창구'로 부상… 아시안게임 앞두고 '빅딜'
[경제일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 디즈니플러스가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국내 e스포츠 콘텐츠의 글로벌 독점 중계권을 대거 확보했다. 오는 24일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 e스포츠 대회(ECA 2026)’를 시작으로 하반기 예정된 KeSPA컵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평가전까지 생중계하며 K-e스포츠의 ‘글로벌 중계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급을 넘어 급성장하는 글로벌 e스포츠 팬덤을 디즈니플러스 생태계로 흡수하려는 고도의 포석이다. 디즈니플러스가 e스포츠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팬덤 경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최근 OTT 시장은 구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이용자를 록인(Lock-in)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특정 시간대에 폭발적인 트래픽을 유발하는 ‘라이브 이벤트’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e스포츠는 충성도 높은 젊은 팬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들을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다. 디즈니는 자사의 스포츠 브랜드 ‘ESPN’의 노하우를 디즈니플러스에 이식하여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 중계를 넘어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로 브랜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아시안게임’이 있다.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가대항전은 단순한 게임 대회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번 ECA 2026을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디즈니플러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를 잡았다.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은 “국내 e스포츠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기에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으로 성과를 나누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는 K-e스포츠가 이제 단순한 내수용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수출 상품’임을 디즈니가 인정한 것이라는 의미다. 향후 디즈니플러스와 한국e스포츠협회의 협력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단순 생중계를 넘어 선수들의 훈련 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제작, ESPN의 전문 해설진이 참여하는 ‘프리뷰 쇼’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가 기획될 수 있다. 김소연 디즈니코리아 대표가 “e스포츠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파트너십은 디즈니가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향후 국내 e스포츠 구단들의 스폰서십 유치나 선수들의 연봉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드라마와 영화, K팝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의 이번 투자는 K-e스포츠가 그 뒤를 잇는 차세대 ‘수출 효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일부 종목에 편중된 팬덤을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등 다양한 종목으로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그리고 치지직, SOOP(구 아프리카TV) 등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시청자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력은 한국 e스포츠 산업이 ‘게임’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탐내는 ‘프리미엄 콘텐츠’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ECA 2026을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 위에서 펼쳐질 K-e스포츠의 여정이, 한국 콘텐츠의 영토를 얼마나 더 넓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6-04-06 10:03:55
'네이버-두나무' 빅딜마저 덮친 '규제 리스크'… K-핀테크의 잃어버린 3개월
[경제일보] 국내 IT 업계 최대 규모로 꼽히던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결국 3개월 연기됐다. 단순한 일정 조정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던 양사의 원대한 청사진이 입법 불확실성과 당국의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현실적 좌절’이 담겨 있다. 이번 연기는 대한민국이 신기술(AI·블록체인)과 전통 규제 사이에서 얼마나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지난 30일 종속 회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일정을 5월에서 8월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관련 인허가 절차 및 법령 정비 상황”이지만 업계는 이를 사실상 ‘정부 정책 리스크’로 해석한다. 가장 큰 난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간편결제 시장 1위(네이버파이낸셜)와 가상자산 거래소 1위(두나무)의 결합인 만큼 시장 지배력 전이 가능성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깐깐하다. 여기에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합병 이후의 지배구조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거래소 대주주 지분 20% 제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려던 합병 설계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기가 뼈아픈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속도전 때문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쇼피파이(Shopify)’와 ‘코인베이스(Coinbase)’가 스트라이프(Stripe)를 매개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RWA(실물자산 토큰화)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 정비가 늦어지면서 글로벌 표준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해 11월 “AI와 웹3 흐름에서 생존하기 위한 절박한 전략”이라며 합병의 필요성을 역설했음에도 입법 공백 속에 기업의 성장 동력은 3개월, 혹은 그 이상 멈춰 서게 됐다.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던 10조 원 규모의 투자가 규제라는 덫에 걸려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 ◆ 9월 종결 가능할까...‘입법 리스크’가 변수 최종 거래 종결일이 9월 30일로 미뤄졌지만 업계는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6월 지방선거 이후 국회 원 구성이 바뀌고 9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어 입법 논의가 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민감한 조항 때문에 여야 간 입장은 물론 당국과 업계 간의 간극도 매우 크다. 만약 2단계 입법이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네이버와 두나무는 지배구조를 재설계하거나 규제 리스크를 안고 합병을 강행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우리 정부의 ‘디지털 금융 정책’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신기술인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금융 인프라는 규제의 ‘표준’이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확립되지 않은 미개척 분야다. 그럼에도 당국이 전통 금융권의 낡은 지분 규제 잣대를 들이대며 신산업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거래소의 투명성 확보와 대주주 리스크 방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사후 규제’와 ‘투명성 공시’ 등 기술적 대안보다 ‘지분 강제 매각’이라는 물리적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권 확보와 글로벌 확장성을 저해한다. 이번 합병 연기는 단순한 기업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웹3 금융의 허브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규제라는 덫에 걸려 갈라파고스화될 것인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다. 9월까지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거나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빅딜은 ‘글로벌 금융 인프라’라는 타이틀을 떼고 그저 그런 국내용 합병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정교하고 유연한 디지털 자산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2026-03-31 17: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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