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한때 '불황형 메모리 기업'에서 AI 반도체 시장 주도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외환위기와 채권단 관리 속에서 상장 폐지 우려까지 나왔던 기업이 AI 시대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사조 서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뿌리는 범현대가(家)가 1983년 설립한 현대전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반도체를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과 LG 역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며 1980~1990년대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현대·LG의 '빅3'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현대전자는 공격적인 생산 확대와 기술 투자로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다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대규모 투자 구조와 가격 변동성은 이후 현대전자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IMF가 바꾼 운명…'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전환점은 1997년 외환위기(IMF)였다. 정부는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기업 간 사업 맞교환인 '빅딜'을 추진했고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그러나 막대한 차입 부담과 반도체 업황 침체가 겹치며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결국 현대전자는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사명 역시 현대(Hyundai)의 앞 글자와 전자(Electronics)의 뒷부분을 결합한 '하이닉스(Hynix)'로 변경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무급휴직과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을 반복하며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정부 산하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등을 통해 하이닉스 정상화에 나섰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막대한 투자 부담 탓에 새 주인을 찾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해외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하이닉스는 10년 가까이 채권단 위탁경영 체제를 이어가야 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됐던 SK 인수…반도체 승부수 되다
반전 계기는 2012년 SK그룹 인수였다. 당시 SK텔레콤은 채권단 보유 지분과 신주를 포함해 약 3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우려가 더 컸다. 메모리 산업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었고 SK그룹 역시 정유·통신 중심 사업 구조였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결과적으로 SK의 선택은 그룹 체질 자체를 바꾸는 승부수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AI 시대 전환과 맞물리며 기업 위상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 확대는 메모리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범용 D램이 가격 경쟁 중심 산업이었다면 HBM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제적인 기술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3와 HBM3E 공급을 확대하며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점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역시 급반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한때 적자와 구조조정을 반복했던 기업이 이제는 AI 시대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적자 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HBM 시대 열다
과거 범용 부품 산업으로 여겨졌던 메모리 시장의 위상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면 현재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HBM 물량 확보에 직접 나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메모리 산업이 단순 범용 부품 사업에서 AI 인프라 핵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하이닉스 인수 당시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해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HBM 추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고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역시 변수다. HBM4와 차세대 패키징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사례가 단순 기업 회생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 역사 자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채권단 관리, 대규모 기술 투자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이 AI 시대 글로벌 핵심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재계 DNA 분석-SK하이닉스] IMF 생존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하이닉스 불사조 DNA 서사](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5/13/20260513160059352951_388_136.jpg)






![[아시아권 경제] 중국 로봇은 달리고 미중 갈등은 다시 흔들렸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5/12/20260512174505948805_388_136.jpg)
![[재계 분석] 조양래 기술 투자부터 조현범 미래차 확장까지…한국타이어 DNA의 변화](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5/12/20260512163916130427_388_136.png)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