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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삼국지… 현대차 '몸·공장' vs 삼성 '두뇌·부품' vs LG '생활공간'
[경제일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는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올려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면 안에서 답을 내놓는 기술이라면, 피지컬AI는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현실을 인식하고 로봇의 몸을 움직여 일을 수행한다. 승부는 시연 영상의 화려함보다 공장과 가정, 상업시설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반복 작업을 수행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세 그룹의 출발점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본체와 자동차 양산 현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센서, AI 소프트웨어, 가전 생태계를 한데 묶을 수 있다. LG전자는 가정·상업·산업용 로봇을 스마트홈과 공조, 서비스망에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각각 ‘몸과 공장’, ‘두뇌와 부품’, ‘생활공간’을 선점한 셈이다. 공장부터 잡은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가장 먼저 실제 작업장을 로봇의 학습장으로 삼았다. 그룹은 지난 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그룹 주주사들이 내부 의사결정과 승인 절차를 검토하는 단계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 향후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더욱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 진입했다. 핵심 자산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배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공급망 역량을 지원한다. 자동차를 수백만 대씩 생산해온 공정 설계와 품질관리 경험을 로봇 양산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강점이다. 자동차 공장은 작업 동선과 공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휴머노이드의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룹 내부에서 먼저 사용해 데이터를 쌓은 뒤 외부 제조업체로 판매처를 넓히는 전략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남아 있다.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높은 도입비와 유지비를 상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현장에서는 자동화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AI와 로봇의 생산라인 도입이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넘어야 할 벽은 기술보다 원가와 노사 신뢰일 수 있다. 생태계로 승부 거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서울R&D캠퍼스를 거점으로 로봇 전략과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를 한 조직에 모으고 미국·중국·일본에도 연구 거점을 두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맡았던 이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제조현장용 휴머노이드에서 출발해 가정과 유통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의 강점은 로봇을 구성하는 생태계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고,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AI 반도체와 카메라·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기술,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제조사업장을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작업용·물류용·조립용 로봇이 결합된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공장은 로봇을 시험하고 학습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장이 된다. 반도체부터 완제품과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경쟁사들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약점은 조합의 복잡성이다. 부품과 기술이 많다고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성전자 내부 연구조직의 역할을 정리하고, 제조용 로봇 이후 어느 시장에서 돈을 벌 것인지 선명한 제품 전략을 내놔야 한다. 삼성의 승부처는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로봇’이다. 일상화 노리는 LG LG전자는 지난 1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생산 운영을 한 조직에 넣고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두기로 했다. 자회사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 베어로보틱스의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체 가정용 로봇을 세 축으로 삼는다. 로봇의 핵심 구동부품인 액추에이터도 60년 넘게 축적한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무기는 로봇이 일할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가전과 씽큐 플랫폼, 상업시설에서는 서빙·배송 로봇, 산업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공조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범용 휴머노이드의 기술력과 제조현장 적용에 무게를 둔다면, LG는 정해진 공간에서 특정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로봇부터 매출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정용 로봇을 가전 구독과 연결하거나 상업용 로봇을 유지보수 서비스와 묶는 방식도 LG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반대로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브랜드와 대규모 양산 경험에서는 현대차보다 뒤처지고, AI 반도체와 센서의 수직계열화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 베어로보틱스와 로보스타, 가정용 로봇 조직을 하나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체계로 묶는 일도 과제다. 서비스 로봇이 일회성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유지보수와 구독, 데이터 사업으로 이어져야 수익성이 생긴다. 가정용 로봇 역시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틈새제품에 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의 최종 승자는 가장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 기업이 아닐 수 있다”며 “실제 현장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고, 학습과 배치 시간을 줄이며, 고장과 사고의 비용을 낮춘 기업이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는 공장과 로봇의 몸, 삼성은 반도체와 AI 두뇌, LG는 가정과 상업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다”며 “이제 경쟁은 로봇의 동작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실제 고객의 작업장과 손익계산서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3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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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신화' 현대차 DNA, 피지컬AI 기업으로…'로봇 사관학교' 도약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의 역사는 자동차 만드는 법을 익혀온 과정이었다.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이후 포니의 독자 개발과 수출,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를 거치며 한국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 끌어올렸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기에는 품질경영과 부품 수직계열화를 통해 값싼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벗었다. 이와 같은 제조 DNA는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공장 밖으로 뻗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지능형 기계와 이를 훈련하는 산업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로 변신하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연구실에서 고난도 동작을 보여주던 로봇을 실제 공장에 투입하고, 대량생산과 유지관리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DNA의 본질은 자동차라는 제품보다 복잡한 기계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세계 곳곳에서 동일한 품질로 운영하는 능력에 가깝다. 이 경험이 이제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공장이 ‘로봇 학교’로 현대차그룹이 로봇 경쟁에서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제조현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걷고 물건을 드는 시연만으로 상품이 되지 않는다.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고, 반복 작업을 정해진 시간 안에 수행하며, 고장 없이 장기간 가동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를 구축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훈련하고 있다.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부품을 집고 옮기며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한 뒤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부품을 순서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더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뿐 아니라 물류로봇 스트레치와 4족 보행로봇 스팟도 제조와 물류, 시설관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의 선순환이다. 로봇은 훈련센터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공장에 투입된다. 현장에서 축적한 성공과 실패 데이터는 다시 훈련센터로 보내져 로봇의 판단과 동작을 개선한다. 세계 각지의 현대차·기아 공장이 거대한 로봇 학습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을 통해 공정 설계와 부품 조달, 품질관리, 작업자 안전, 설비 유지보수 능력을 축적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의 두뇌와 움직임을 제공한다면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양산·운영 체계를 제공한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의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공급에 참여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현장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공장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운영을, 현대제철은 로봇용 소재를 맡을 수 있다. 로봇 한 대가 그룹 계열사의 기술과 공급망을 연결하는 새로운 완성품이 되는 구조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기업서 제조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뛰어난 로봇 기술로 유명했지만, 사업화와 수익성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난도 동작을 구현하는 기술과 수만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잔여 지분까지 확보하는 것은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기술 개발과 공장 적용, 부품 조달, 생산시설 투자,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그룹이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 연간 수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아틀라스를 그룹 공장에서 먼저 사용한 뒤 외부 제조·물류기업으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첫 고객이 돼 초기 수요를 보장하고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자동차 성장 방식과 닮았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과 계열사 공급망을 기반으로 생산경험을 쌓은 뒤 해외로 진출했다. 로봇 역시 그룹 공장에서 기술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세계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격이 비싸고 배터리 가동시간, 작업속도, 안전성 측면에서 인간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공장마다 작업환경이 달라 범용 로봇을 투입하더라도 추가 학습과 설비 변경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적자와 연구개발비도 부담이다. 로봇이 실제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와 산업재해를 줄인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는 그룹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완전 자회사화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인수비용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공장 밖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생태계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은 로봇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를 하나의 산업체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5만개의 최신 GPU를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와 로봇, 공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주행과 로봇 제어, 생산 최적화에 활용한다. 가상공간에서 공장과 로봇을 미리 시험하는 디지털트윈 기술도 적용한다. 새만금에는 약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소 생산시설, 태양광 발전, AI 수소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로봇의 두뇌를 학습시키고, 제조단지에서 로봇을 생산하며, 재생에너지와 수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면 로봇은 사람의 노동능력을 확장하는 기계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서 축적한 센서와 배터리, 모터, 제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로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 문제는 가장 민감한 변수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면 산업재해와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생산직 일자리를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대차 노조가 로봇 도입과 고용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협업하고, 유지보수와 훈련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로봇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고용 변화, 전환교육 계획을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DNA는 시대가 요구하는 제품을 대량생산 체제로 바꾸는 데 있다”며 “포니를 수출상품으로 만들었고, 품질경영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공장을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같은 방식을 로봇에 적용하려 하고 있고, 이는 기술기업이 만든 로봇을 자동차산업의 공급망과 공장, 품질관리 체계에 올려 실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넘어 로봇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가장 잘 사용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가 다음 승부처”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8 08: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