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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도서관·실내스포츠센터까지…투표소가 된 일상의 공간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투표 현장 곳곳에서는 선거의 긴장감 못지않게 다양한 풍경이 이어졌다. 학교와 주민센터뿐 아니라 전통시장, 도서관, 실내스포츠센터 등 생활 공간이 하루 동안 '민주주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의 표정도 세대별로 달랐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선거인 수는 4464만9908명이다. 내국인 선거인은 4440만9225명, 재외국민은 8만9151명,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15만1532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863만6772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800만8122명, 70대 이상 722만5683명 순이었다. 지방선거가 생활 행정을 결정하는 선거인 만큼, 투표소에는 고령층부터 청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줄을 이었다. ◆ 이색 투표소 된 전통시장, 도서관, 실내스포츠센터 올해 투표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이색 투표소였다. 서울 강동구 고분다리시장 내에 위치한 북카페도서관은 평소 책을 읽던 공간이었지만, 이날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는 장소가 됐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에는 백령공공도서관에 백령면 제1투표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이 운동을 하던 서울 도봉구의 한 실내스포츠센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를 고르고 지역의 향후 4년을 결정했다. 투표소에서는 고령 유권자들의 신중한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지역 유권자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을 뽑기 위해 최대 7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14개 지역에서는 투표용지 1장이 추가된다. 이날 유권자들의 관심은 중앙 정치의 구호보다 생활 현안에 가까웠다. 이날 오전 전주시 완산구 삼천3동 투표소에서 60대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에 들어온 김계순(106) 할머니는 "걷기 힘들고 숨은 차지만 이 나이에 투표하러 온 만큼 당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쟁이 선거판을 흔들었지만,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은 결국 삶의 현장과 가까운 문제였던 셈이다. ◆ 사전투표 열기 이어 본투표도 관심… 오후 6시까지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며,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이나 모바일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투표 절차를 둘러싼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한 투표소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진행하려던 유권자가 정해진 투표소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선거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투표소로 이동했다. 또한 투표 인증 문화가 확산됐지만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이를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안내를 받은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3시 기준으로는 사전투표와 거소·선상·재외투표가 합산되면서 전국 투표율이 51.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같은 시간대보다 8.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26-06-03 15: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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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중앙정치의 그림자를 넘어 진정한 지방자치로
[경제일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역대급 투표율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 의지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투표는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리이자 책임이다. 소중한 한 표는 단순히 후보 한 사람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그러나 축제여야 할 지방선거의 과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선거 막판까지 거대 양당은 정책 경쟁보다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했다. 지역 발전 비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중앙 정치의 갈등 구도가 선거판 전체를 지배했다. ‘내란 심판’이냐 ‘정권 견제’냐를 둘러싼 프레임 대결은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렸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교통, 교육, 복지, 주거, 환경, 지역경제 활성화 등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비전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맞춤형 공약과 정책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보들은 중앙 정치의 거대 담론에 기대었고, 정당 역시 지역 현안보다 진영 논리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당 공천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지방정치인은 주민보다 중앙당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중앙정치의 연장전으로 치러지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제 중요한 것은 당선 이후다. 당선인들은 선거 기간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뿐 아니라 모든 주민의 대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와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발전과 주민 행복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한다. 지방의회 역시 정당의 거수기가 아니라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책임 있는 기관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공은 결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평가받는다. 선거 때마다 거창한 구호가 넘쳐나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치적 충성 경쟁이 아니라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지방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오늘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한 표가 지역의 미래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투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출된 권력이 주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중앙정치의 그림자를 넘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이번 지방선거는 성공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2026-06-03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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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한 표의 기준은 생활과 책임이다
[경제일보] 오늘 유권자는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고,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라는 두 구호가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적 시험대다. 여야는 저마다 심판을 말한다. 여당은 국정 동력을 위해 지방 권력의 교체를 호소하고, 야당은 거대 여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말한다. 선거에서 심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이 심판 구호 하나로 덮여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다루는 것은 거대한 이념보다 가까운 생활이다. 버스 노선, 주차장, 학교 안전, 돌봄, 병원 접근성, 재난 대응, 쓰레기 처리, 노후 주거 정비, 지역 일자리, 산업단지 규제, 소상공인 지원이 모두 지방 행정의 영역이다. 주민의 하루를 바꾸는 일은 대개 중앙정치의 연설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오늘의 한 표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의 재정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누가 선심성 공약과 실제 가능한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가. 누가 예산을 아끼고,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쓸 수 있는가. 누가 개발 이익과 환경 보전, 성장과 복지, 교통과 주거의 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유권자가 물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자기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쓸 사람인가. 지금 지방은 위기 앞에 서 있다. 수도권은 과밀과 주거비에 눌려 있고,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 대학은 학생을 구하지 못하고, 중소도시는 병원과 학교와 일자리를 동시에 걱정한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말이 아니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산업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바이오, 관광, 물류, 에너지 산업은 지방정부의 판단에 따라 지역의 새 먹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실력이 곧 지역의 생존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여야가 심판론을 외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까지 그 언어에 갇힐 필요는 없다. 중앙정치의 분노와 피로가 투표장을 지배하면 정작 지역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선거가 끝나면 중앙정치의 구호는 사라지지만, 부실한 지자체장과 무능한 지방의회는 4년 동안 주민 곁에 남는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치른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를 정권 안정론이나 정권 견제론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엄중한 책임이다. 당선 가능성만 보고 후보를 세우고, 지역을 잘 아는 인물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앞세운다면 지방자치는 허울만 남는다. 지방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서를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민주주의의 하부 구조를 약하게 만든다. 교육감 선거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교육은 한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가장 긴 호흡의 정책이다. 기초학력, 사교육비, 학교폭력, 교권,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모두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늘 정보 부족 속에 치러진다.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학교는 다시 이념과 구호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교육감은 교육 행정가이지 진영의 대리인이 아니다. 오늘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 있어도 후보를 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이라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따져야 한다. 공약집을 읽고, 이력을 보고, 전과와 재산, 납세와 병역, 이해충돌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선거는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라 책임의 계약이다. 투표용지에 찍는 도장은 분노의 낙인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을 맡기는 위임장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남이 결정한다. 정치가 싫다고 투표장을 떠나면 조직화된 표가 지역의 미래를 가져간다. 지방선거에서 한 표의 가치는 중앙선거보다 더 직접적이다. 몇 표 차이로 구의원과 군의원이 바뀌고, 그 한 사람이 조례와 예산을 바꾼다. 작은 선거일수록 한 표는 더 무겁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장소에 가서 자기 판단을 남기는 일이다. 좋은 정치가 저절로 오지 않듯, 좋은 지방정부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묻는 시민이 있어야 답하는 후보가 나오고, 따지는 유권자가 있어야 책임지는 정치가 가능하다. 오늘의 기준은 상식이어야 한다. 지역을 아는 사람,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해결할 사람, 정당의 명령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볼 사람을 골라야 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6.3 지방선거의 한 표는 중앙정치의 함성 속에서도 결국 우리 동네의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2026-06-03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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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는 '투표장에 나오는 사람'이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결국 ‘누가 투표장에 나오느냐’다. 여야의 막판 유세전도, 각종 여론조사 흐름도, 후보별 공약 경쟁도 이제 투표율이라는 최종 관문 앞에 섰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4464만9908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지난달 29~30일 이틀 동안 한 표를 행사했다. 2022년 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0.62%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로,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 행정 책임자 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신호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전국 14개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지방 권력의 향배뿐 아니라 중앙 정치의 힘겨루기까지 겹친 ‘미니 총선’ 성격이 강해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개 선거구의 사전투표율도 24.12%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226만7121명 중 54만675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율 23.51%, 누구에게 유리한가 여야의 해석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정권 안정론과 여당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읽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여당 독주 견제와 보수층 재결집의 결과로 해석한다. 같은 숫자를 놓고도 여야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전투표율 자체만으로는 어느 진영이 더 많이 투표했는지 단정할 수 없어서다. 지역별 흐름은 더 복잡하다. 전남은 38.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대구는 18.65%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23.8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경기도는 20.96%로 평균보다 낮았다. 호남권의 높은 참여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읽힐 수 있지만 대구의 낮은 사전투표율이 보수층의 무관심을 뜻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보수 성향 유권자 중 본투표 선호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사실보다 본투표일에 어느 세대와 어느 지역의 유권자가 추가로 움직이느냐다. 사전투표가 이미 적극 지지층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면 본투표의 관건은 중도층, 무당층, 젊은층, 고령층의 참여율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이 이어진 지역에서는 투표율 1~2%포인트 차이도 당락을 바꿀 수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최종 투표율을 보장하진 않는다 정치권이 경계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라고 해서 최종 투표율도 반드시 크게 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2%로 직전 지방선거보다 높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당시 사전투표 확대가 전체 참여 증가보다 투표 시점의 분산 효과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같은 가능성이 있다. 이미 투표 의사가 강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몰렸다면 본투표일 참여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사전투표 열기가 정치적 긴장감을 키워 본투표 참여를 자극한다면 최종 투표율은 지방선거 평균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23.51%는 승패를 예고하는 숫자라기보다 여야 모두에게 던져진 경고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쪽이 진다”는 경고인 셈이다. 본투표의 세 가지 변수…수도권·청년층·접전지 첫 번째 변수는 수도권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유권자 규모가 크고 중도층 비중도 높다. 특히 서울은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안정과 생활정치 요구가 투표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국민의힘은 20·30세대와 중도보수층이 본투표에서 결집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변수는 청년층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체감도가 낮아 젊은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주거, 교통, 일자리, 지역 산업 전환, 교육감 선거까지 생활 의제가 촘촘히 걸려 있다. 청년층이 ‘내 삶과 무관한 선거’로 보느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로 보느냐에 따라 본투표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접전지다. 서울, 대구, 충남, 경남, 전북 등 여론 흐름이 엇갈린 지역에서는 조직표만으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이 이미 상당 부분 움직였다면 본투표는 막판 부동층과 느슨한 지지층을 누가 더 끌어내느냐의 싸움이 된다. 후보의 마지막 메시지가 네거티브냐, 지역 의제냐에 따라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투표율은 민심의 크기다 투표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민심의 크기이고, 정치에 대한 시민의 응답이다. 낮은 투표율은 조직력이 강한 진영에 유리하고, 높은 투표율은 숨어 있던 민심을 드러낸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은 생활정치의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시민의 교통, 주거, 복지, 교육, 지역경제를 직접 다룬다. 대통령보다 멀어 보이지만, 시민의 하루에는 더 가까운 권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 23.51%는 유권자가 완전히 무관심하지 않다는 신호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유권자는 이미 일부 답을 했다. 그러나 최종 답안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투표일인 3일, 투표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같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시민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여론조사 그래프가 아니라 투표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며 내일의 승부는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2026-06-02 15: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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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거판의 주어가 바뀌고 있다.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작 뉴스의 앞자리는 지역 후보가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대열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산 방문과 지역 현안 발언을 두고 야권으로부터 선거 개입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시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현직 대통령도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일 자체를 선거 개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은 다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버스 노선, 재건축, 산업단지, 돌봄, 하수관, 학교 급식, 지역 병원, 청년 일자리 같은 문제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의 장면은 다시 ‘누가 어느 전직 대통령의 손을 잡았는가’,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을 것인가, 견제할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처럼 변질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후보 검증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재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공약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예산 계획이 있는지,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따지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대신 전직 대통령의 등장, 지지층 결집, 진영 간 감정전이 선거판을 덮는다. 유권자는 지역의 미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특히 신중했어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각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심판의 무게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 31일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당 안팎에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선거의 품격을 높이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조국 후보 관련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반응한 행위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의 손짓 하나, 클릭 하나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지지자들에게는 메시지가 되고 반대편에는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대통령이 침묵할 자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기는 정치적 공간도 있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는 더 엄격한 기준 위에 놓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국가 전체의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바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행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의 정치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대통령은 지역 정책을 말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리는 메시지가 나올 때는 국정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행정력과 예산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정치의 무대다. 중앙 권력의 찬반투표가 아니라 주민 삶의 관리자를 뽑는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유권자는 후보자 토론, 공약,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역 공약보다 전직 대통령의 이동 경로가 더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후퇴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공동체의 의로움보다 진영의 이익에 밝아질 때 선거는 시민의 판단을 돕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동원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는 각 진영에는 유리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대통령의 이름은 지역 후보의 부족한 정책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향수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감정만도 아니다. 우리 동네의 낡은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지, 산업 전환기에 지역 일자리를 누가 지킬 것인지,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정 구조를 누가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선거판의 중심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아니라 골목, 시장, 학교, 공장, 병원, 버스정류장이어야 한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는 손쉽다. 그러나 손쉬운 정치는 대개 시민에게 비싼 대가를 남긴다. 후보 경쟁력이 부족하면 전직 대통령을 부르고, 공약 검증이 부담스러우면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원론을 앞세우는 방식은 지방정치를 황폐하게 만든다. 지역 후보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으로 전락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남긴 장면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보다 제도를, 지역보다 중앙을, 정책보다 진영을 앞세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면 지방정치는 그늘에 갇힌다. 유권자가 보아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의 손짓이 아니라 후보의 손에 들린 예산표와 실행계획이다. 선거는 과거의 지도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생활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정당은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진영의 북소리보다 생활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길이다.
2026-06-01 16: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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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하정우·박민식·한동훈 3파전…영남 표심의 축소판 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맞붙으면서 한 지역구 선거를 넘어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대결이 됐다. 부산 북갑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전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다. 부산의 보수 성향 속에서도 지역 밀착형 행보로 기반을 다졌던 곳인 만큼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에는 전재수 이후 북갑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에서 갈라진 표를 다시 모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당 밖에서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첫 승부다. 세 후보의 정치적 색깔도 서로 다르다. 하정우 후보는 전 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투입한 인물이다. 부산 출신과 AI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워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재선 의원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보수 진영의 중량급 인사다. 지역 정치 경험과 정부·국회 경력을 앞세워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전국적 인지도 높은 정치인으로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기존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을 향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북갑이 전국적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3자 구도가 있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이라면 전통적인 여야 대결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를 넘어 보수 진영 내부 경쟁까지 겹친 판이 됐다. 하 후보에게는 보수 후보가 둘로 나뉜 상황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박 후보는 당의 공식 후보라는 정통성을 앞세워 보수표 결집을 노린다. 한 후보에게는 무소속 출마로도 지역구 선거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 전재수의 빈자리, 북갑 판세 흔들었다 부산 북갑은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전재수 전 의원이 3선을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언론과 주요 매체들은 이 지역을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전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이 작동했던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부산 전체 선거판을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하정우 후보를 통해 전재수의 지역 기반을 이어가려 한다. 하 후보는 AI 분야 전문성을 앞세우면서도 구포시장, 만덕, 덕천 등 생활권을 훑는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전 전 의원의 확장성과 북갑 보궐선거를 함께 묶어야 한다. 전 전 의원이 부산 전체를 향해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면, 하 후보는 전 전 의원이 떠난 지역 기반을 지켜야 한다. 하 후보 역시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 AI 전문가라는 이력은 신선하지만 지역 정치 경험은 상대적으로 짧다. 북갑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중앙의 큰 구호가 아니라 동네 문제를 풀 사람일 수 있다. 만덕과 구포, 덕천의 주거 환경, 교통, 상권, 고령층 복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재수의 후광만으로는 부족하다. 하 후보가 자신의 지역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박민식 후보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을 지냈고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냈다. 보수 유권자에게 익숙한 이름이고, 지역 정치 경험도 있다. 국민의힘이 박 후보를 공천한 것은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흔들리는 보수표를 조직과 경력으로 묶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박 후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보수층을 다시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라는 점은 가장 큰 자산이지만,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갈라진 보수표를 되돌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정당 조직과 투표 독려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얼마나 되돌려 세우느냐에 따라 선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한동훈 후보의 존재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상징성은 한 후보가 더 강하다. 박 후보가 아무리 공식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도 일부 보수층은 한 후보를 보수 진영의 다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박 후보가 과거 다른 지역 출마를 시도했던 이력을 두고 지역을 떠났던 인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박 후보가 한 후보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강하게 밀면 보수 분열 책임론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충돌을 피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박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대표성 경쟁이다. 한동훈의 무소속 승부, 보수 재편의 시험대 한동훈 후보의 출마는 이번 선거를 전국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변수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부산 북구 만덕동으로 전입신고를 하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에게 부산 북갑은 정치적 복귀와 재기를 가늠하는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의 강점은 전국적 인지도다. 지역 선거임에도 그의 출마 자체가 뉴스가 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 국민의힘 내부 갈등, 보수 재편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한 후보가 선전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당 밖에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 후보 앞에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보궐선거는 인지도만으로 이기기 어렵다. 지역 조직과 투표 동원, 생활 공약, 골목 민심이 중요하다. 북갑은 만덕과 구포, 덕천의 생활권이 뚜렷하고 고령층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전국적 메시지만으로는 지역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 후보가 부산 북갑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막판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보수 단일화 무산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박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수 후보가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반면, 두 후보가 각기 다른 지지층을 끌어낼 경우 표 분산의 효과도 단순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표 분산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지, 보수층의 막판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을 부를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선거 막판에는 일부 지지자 관련 논란 등을 둘러싸고 후보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며 막판 유세에 집중했다. 정책 경쟁에 지지층 결집과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북갑 선거는 막판까지 뜨거운 전선을 형성했다. 지역 의제와 전국 정치가 겹친 선거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전국 정치의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지역 의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구포·덕천·만덕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북갑은 노후 주거지, 도시철도와 도로망,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고령층 복지 문제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유권자들은 대통령, 대표, 장관 출신이라는 명함보다 동네의 변화를 묻는다. 하정우 후보는 AI와 미래산업을 말한다. 부산을 AI 강국 실현의 핵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AI가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려면 교육, 일자리, 창업, 공공서비스 개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AI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갑의 학교와 기업, 청년 일자리와 연결된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 박민식 후보는 경험과 안정감을 앞세운다. 재선 의원과 장관 경력은 지역 현안을 중앙정부와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과거 경력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북갑의 주거와 교통, 상권 회복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박 후보의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 한동훈 후보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다. 그는 무소속이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에서 상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 정치의 메시지를 지역 문제로 번역해야 한다. 만덕과 구포의 교통 불편, 노후 아파트와 주택 정비, 전통시장 활성화, 청년층 정착 문제를 자신의 의제로 만들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은 제한될 수 있다. 북갑의 승부는 세 후보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다.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전 의원이 남긴 민주당의 지역 기반을 이어받아야 하고, 박민식 후보는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서 갈라진 보수표를 다시 묶어야 한다. 한동훈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지역구 선거를 버틸 수 있는 정치적 체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 후보의 이해가 한곳에서 충돌하면서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에 민감하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광역단체장 선거의 열기와 정당 지지층 결집이 함께 작동한다. 사전투표 열기도 높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은 24.12%였고, 부산 북갑은 25.57%를 기록했다. 높은 관심이 실제 본투표까지 이어질지가 막판 관전 포인트다. 부산 북갑의 승부는 단순히 누가 금배지를 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에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거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강세 지역의 조직력을 시험하는 선거다. 한동훈 후보에게는 무소속 정치 행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무대다. 지역 유권자에게는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북갑의 일꾼을 고르는 선거다. 세 후보 모두 전국 정치의 무게를 등에 지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지역민이 한다. 북갑 유권자는 유명세와 정당 간판만 보지 않는다. 동네를 알고, 예산을 끌어오고,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6·3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06-01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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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의 덫과 침묵의 바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은 향기로 사람을 모으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향기보다 적대와 혐오의 냄새가 더 짙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정책 경쟁보다 진영 결집에 몰두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현실 속에서 각자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 두 개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40년 가까이 정치 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깊이 갈라지고 정치가 극단적 진영 논리에 포획된 시기는 드물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 속의 공존인데, 오늘의 정치 현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여당은 정의를 독점한 듯 행동하고, 야당은 저항의 명분을 독점한 듯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편을 강요받는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리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왔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자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가 이런 인간의 약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보수는 보수의 논리만 듣고, 진보는 진보의 주장만 접한다. 서로 다른 정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는 위험하다.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지지층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집한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언론 탓을 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며, 음모론을 동원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정치적 판단이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더욱 위협하는 것은 확증 편향보다도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정치권은 늘 여론을 말한다. 하지만 여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광장의 함성인가, 유튜브 조회 수인가, 댓글 창의 전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진짜 민심은 오히려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하루하루 삶을 꾸려간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침묵한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낙인과 조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큰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선거 결과가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집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 정치적 소음을 외면한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상대 진영이 아니다. 바로 자신들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착각이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국민 전체의 목소리로 오인하는 순간 정치는 현실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현실 감각을 잃은 정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인류의 고전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듯하는 것이 가장 높은 경지"라고 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 상대방에게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인정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의미다. 성경 역시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가에서도 자기 허물을 먼저 돌아보라고 가르친다. 동서양의 모든 지혜가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된 순간부터는 지지자만이 아니라 반대했던 국민까지 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진영의 구호보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살펴야 한다. 정치인들은 혐오와 선동 대신 설득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 언론 또한 클릭 수 경쟁을 넘어 공론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확증 편향의 감옥 속에서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가. 그동안 언론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권력은 언제나 자신이 민심을 안다고 믿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성찰한 정치만이 오래 살아남았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개표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가 존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승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성찰의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만 진짜 민심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2026-05-31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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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산업수도 변화' vs 김두겸 '현직 시정 완성'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울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되며 막판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산업수도다. 동시에 노동조합 조직력이 강하고, 동구·북구를 중심으로 진보 표심이 뿌리 깊은 도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산업수도의 다음 4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묻는 선거가 됐다. ◆최근 여론조사…김상욱 35.8%, 김두겸 35.5% ‘0.3%p 차’ 초박빙 가장 최근 공표된 경상일보·울산MBC 여론조사는 울산시장 선거가 사실상 안갯속 승부임을 보여줬다. 경상일보와 울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5~26일 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1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자 대결 지지도는 김상욱 후보 35.8%, 김두겸 후보 35.5%, 진보당 김종훈 후보 19.0%, 무소속 박맹우 후보 5.2%로 나타났다. 김상욱·김두겸 두 후보의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유선 RDD 17.2%,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ARS 82.8%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가상 3자 대결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김상욱 후보로 단일화를 가정하면 김상욱 43.6%, 김두겸 36.9%로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반면 김종훈 후보로 단일화한 가상 3자 대결에서는 김종훈 36.9%, 김두겸 36.3%로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었다. 결국 울산시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민주·진보 단일화의 성사 여부와 그 효과가 실제 투표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였다. 이를 종합하면 울산시장 선거는 “현직 김두겸 후보가 보수 기반과 시정 연속성을 바탕으로 방어선을 세우고, 김상욱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화와 변화론을 앞세워 추격·역전 흐름을 만든 선거”로 정리된다. ◆김상욱, 변화·단일화는 강점…조직 안정성은 과제 김상욱 후보의 강점은 ‘변화의 상징성’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뒤 울산시장 후보로 나섰다. 울산 정치에서 보기 드문 경로다. 보수 진영 출신이면서도 민주당 후보가 됐다는 이력은 한편으로는 공격 지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도층과 탈이념 유권자에게 “낡은 진영 구도 밖의 후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울산이 산업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의 변화론은 단순한 정권 구호가 아니라 도시 전략의 문제로 연결된다. 약점은 조직력과 안정성이다. 울산은 국민의힘 조직 기반이 강한 지역이고, 김두겸 후보는 현직 시장이다.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얻더라도 민주당·진보당 지지층이 온전히 결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진보 표심은 울산에서 독자성이 강하다. 노동 의제와 산업 전환, 공공교통 정책에서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 단일화가 산술적 합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기회는 민주·진보 단일화와 생활 민심이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김상욱 후보 단일화 가상 3자 구도는 김 후보에게 뚜렷한 우세 신호를 줬다. 또 울산의 시내버스 개편 논란, 대중교통 불편, 산업 전환 과정의 노동 불안은 현직 시정 평가론으로 번질 수 있다. 김 후보는 ‘시내버스 정상화와 시민 이동권 보장’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 민영제 버스 운영을 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울산교통공사 설립,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착공, 문수로 우회도로·외곽순환도로 추진 등을 제시했다. 위협은 보수 결집과 단일화 후유증이다. 선거 막판 국민의힘 지지층이 “울산시정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결집하면 판세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실제 투표일에는 조직력과 투표율이 더 중요해진다. 김 후보에게 남은 과제는 변화론을 구호가 아니라 울산형 산업·교통·일자리 해법으로 설득하는 일이다. ◆김두겸, 현직 프리미엄은 강점…시정 피로감은 부담 김두겸 후보의 강점은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시정 연속성이다. 김 후보는 민선 8기 울산시장으로 기업 투자유치, 개발제한구역 해제, 분산에너지법 제정 등을 성과로 내세운다. 국민의힘 후보로서 보수층 결집 기반도 갖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시장의 핵심 역량은 투자 유치와 기업 환경 조성이다. 김 후보는 이 지점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할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약점은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 시장에게는 성과뿐 아니라 불만도 따라붙는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 논란, 시민 교통 불편, 산업 전환 지체, 청년 일자리 문제, 지역 내 생활 격차는 모두 현직 시장 평가와 연결된다. 김 후보가 ‘시정 연속성’을 강조할수록 유권자는 “그 연속성이 내 삶을 얼마나 바꿨느냐”고 물을 수 있다. 기회는 보수 지지층 재결집과 경제 의제 선점이다. 김두겸 후보는 ‘AI 수도 완성’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후보는 SK-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 확대, 주력 제조산업 AI 대전환, 소버린 AI 집적단지, 공공서비스 AI, AI·과학기술 인재 양성, 수중데이터센터 실증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울산의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을 AI와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위협은 민주·진보 단일화 효과다. 김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는 강점을 보이더라도, 진보 표심이 김상욱 후보 쪽으로 결집하면 선거는 순식간에 불리해질 수 있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김상욱 단일화 가상 3자 대결이 오차범위 밖 우세로 나온 점은 김두겸 후보에게 경고 신호다. 김 후보가 승리하려면 선거를 진영 대결로만 끌고 갈 것이 아니라, 현직 시장으로서 산업도시 울산의 현실적 해법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막판 승부처…단일화 효과, 노동 표심, 교통 민심, 보수 결집 첫 번째 승부처는 민주·진보 단일화 효과다. 여론조사상 김상욱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김두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선거는 여론조사의 산술이 아니다. 진보당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에게 얼마나 이동할지, 노동 현장 표심이 얼마나 결합할지, 무당층이 단일화를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권·시정 교체의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승부처는 노동과 산업 전환이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이자 기업의 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흔들리면 울산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김상욱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는 산업 AI 대전환, 울산형 직업전환 보장제, 청년 AX 아카데미, 숙련노동자 AI 동행사업 등을 제시했다. 김두겸 후보는 AI 수도, 소버린 AI 집적단지, 수중 데이터센터, 양자융합원, UAM, K-배터리, 암모니아 벙커링, 북극항로 거점항만 등을 내세운다. 두 후보 모두 AI를 말하지만, 김상욱 후보는 노동 전환과 생활 교통을, 김두겸 후보는 투자 유치와 성장 프로젝트를 전면에 둔다. 세 번째 승부처는 교통 민심이다. 울산은 대중교통 불편이 생활 이슈로 커진 도시다. 김상욱 후보가 시내버스 정상화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현직 시장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다. 김두겸 후보가 이에 맞서 교통 불만을 얼마나 해소할 실행 계획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산업 공약은 거대하지만, 유권자의 하루는 출근길 버스와 도로 정체에서 시작된다. 네 번째 승부처는 보수 결집이다. 김두겸 후보가 버티는 힘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현직 시장의 조직력이다. KBS울산·울산매일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3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김두겸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보수층이 막판 위기의식으로 결집하고, 무소속 박맹우 후보 지지층 일부가 김두겸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경우 판세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다섯 번째 승부처는 부동층이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과 잘 모름 응답은 합쳐 4.5%였다. 초박빙 선거에서는 이 정도 부동층도 승패를 바꿀 수 있다. 울산MBC는 사전투표 직전 단일화가 성사된 상황에서 두 자릿수대 부동층의 표심과 각 진영의 결집력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울산시장 선거는 이제 숫자 싸움에서 동원 싸움으로 넘어갔다”며 “김상욱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단일화 효과를 실제 투표 참여로 바꾸는 일이다. 김두겸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현직 프리미엄을 ‘안정적 미래 산업 전략’으로 설득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2026-05-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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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권 심판보다 생활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령은 따로 있다. 주민의 삶을 누가 더 잘 돌볼 것인가, 지역의 살림을 누가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 낡은 행정과 무능한 의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결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버스 노선 하나, 학교 주변 안전 하나, 노후 주택 정비 하나, 보육과 돌봄 예산 하나가 주민의 하루를 바꾼다. 지역 산업단지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공간, 전통시장 주차장, 병원 접근성, 하천 정비, 쓰레기 처리, 재난 대응 역시 지방정부의 실력과 직결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표로만 소비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 중앙정치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장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가와 집값, 고용과 세금, 복지와 재정, 외교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도 선거에 담긴다. 그러나 모든 지방 의제를 정권 심판론 하나로 덮어버리면 정작 지역은 사라진다. 서울의 교통과 주거, 부산의 산업 재편, 대구·경북의 청년 유출, 호남의 인구 감소, 충청의 행정수도와 산업벨트, 강원의 접경지 경제, 제주 관광과 환경 문제는 모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하나의 정치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어느 당 소속인가보다 무엇을 해왔는지 누구와 가까운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기획자이자 복지의 집행자이며 재난과 안전의 최전선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과밀과 주거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중앙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지방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 선거 현장은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검증보다 진영 동원이 앞서고 정책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가 더 쉽게 소비된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규모로 지방자치 경쟁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택지가 없는 선거는 유권자의 권리를 반쪽으로 만든다. 지방의원 선거가 생활정치의 입구가 아니라 정당 조직의 하부 구조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 학교폭력, 교권 회복,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선다. 정당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는 부족하고 후보들은 이념 구호 뒤에 숨는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학교와 교사의 일터, 학부모의 삶을 바꾸는 자리다. 모른 채 찍는 투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몫은 언제나 더 조직된 세력이 가져간다.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생활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후보는 답하지 않는다. 공약을 따지지 않으면 선거 이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누가 우리 지역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빚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복지는 지속 가능한지, 청년과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꼼꼼히 물어야 한다. 정당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후보를 키우지 않고 지역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심판론과 방어론만 반복하는 정당은 지방자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부실한 후보를 내놓고 당만 보고 찍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다. 지방의회 역시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을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결국 지역을 병들게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제대로 쓸 사람인가. 갈등을 키우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는 후보보다 현장을 아는 후보를, 구호만 외치는 후보보다 숫자와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를, 당색보다 책임을 아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축적이다. 지방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생활에 가까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함성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이다. 정치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지방정부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026-05-30 1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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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해양수도 교체론' vs 박형준 '현직 완성론'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며 막판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은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핵심 기반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전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흐름을 보이며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다만 일부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 초접전을 벌이는 결과도 나와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선택, 실제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조사…전재수 우세 속 ‘초접전 조사’도 공존 가장 최근 공표된 MBC 여론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5월 26~27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는 전재수 47%, 박형준 34%였다. 응답률은 16.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같은 조사에서 적극 투표층도 전재수 53%, 박형준 36%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은 전재수 50%, 박형준 28%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JTBC 조사도 비슷한 방향을 보였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5월 25~27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전재수 후보 46%, 박형준 후보 3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응답률은 15.4%였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전 후보 46%, 박 후보 30%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24~25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도 전재수 48.0%, 박형준 39.0%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7.6%였다.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9.0%, 국민의힘 35.7%로 나타났고,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87.8%였다. 다만 판세를 일방적 우세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뉴스핌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23~24일 부산 만 18세 이상 8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는 전재수 44.8%, 박형준 42.8%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0%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응답률은 8.5%였다. 이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에서도 전재수 50.3%, 박형준 4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이 같은 여론조사 흐름을 종합하면 부산시장 선거는 ‘전재수 우세 신호가 강해졌지만, 박형준 추격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선거는 아니다’로 정리된다. 특히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전 후보 우세가 뚜렷하고, ARS 조사 중 일부에서는 초접전 양상이 나타난다. 조사 방식과 시점, 투표 의향층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 승부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투표장 동원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전재수, ‘부산 변화론’ 강점…기대치 관리는 숙제 전재수 후보의 강점은 ‘부산에서 검증된 민주당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부산 북구갑에서 정치 기반을 쌓았고, 지역구 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 경험을 통해 부산의 해양·항만·물류 현안을 다뤄봤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 후보는 ‘해양수도 부산’과 민생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 후보 측은 부산 민생 100일 비상조치, 공공요금 부담 완화, 돌봄 강화, 해양 인공지능 산업, 트라이포트 전략 등을 강조하고 있다. 약점은 민주당 후보가 부산에서 넘어야 할 구조적 장벽이다. 부산은 여전히 보수 정당의 조직력과 정서가 강한 지역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더라도 실제 투표일에 보수층이 결집하면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또 ‘변화’ 구호가 실제 시정 운영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검증도 남아 있다. 시장 교체론은 힘이 있지만, 시정 경험이 있는 현직 시장을 상대로 행정 안정성을 설득해야 한다. 기회는 정권 안정론과 부산의 변화 요구다. MBC 조사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50%,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 43%, 국민의힘 32%로 조사됐다. 이는 전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부산 경제의 침체감, 청년 유출, 원도심 쇠퇴, 산업 전환 지연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교체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위협은 막판 보수 결집과 기대 심리의 역풍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에게는 지지층의 방심이 가장 위험하다. 반대로 박 후보 지지층에는 “부산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결집 요인이 될 수 있다. 전 후보가 남은 기간 ‘이길 것 같다’는 분위기를 ‘반드시 투표해야 이긴다’는 동원 메시지로 바꾸지 못하면 우세 흐름이 투표함에서 희석될 수 있다. 박형준, 현직 프리미엄 강점…피로감은 약점 박형준 후보의 강점은 현직 시장으로서의 행정 경험과 시정 연속성이다. 박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산업은행 부산 이전, BuTX, 청년 자산 형성 정책 등을 앞세워 “하던 일을 마무리할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박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부산의 세계 도시 도약을 위한 3대 축으로 제시했다. 약점은 현직 시장에게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평가론이다. 부산의 인구 감소, 청년 일자리 부족, 지역경제 체감 부진, 원도심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고 있다. 박 후보가 시정 성과를 수치와 사업명으로 제시하더라도 시민 삶의 변화로 체감되지 않으면 현직 프리미엄은 오히려 책임론으로 바뀔 수 있다. 기회는 보수 기반의 재결집이다. 부산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강한 조직망을 가진 지역이다. 뉴스핌·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후보가 전 후보를 2.0%포인트 차로 추격한 결과는 박 후보 측에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60대 이상, 해운대·수영·기장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박 후보에게 반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위협은 선거 구도가 ‘현직 재신임’보다 ‘부산 교체’로 기울 경우다. 박 후보가 중앙정치 심판론에만 기대면 부산시장 선거의 생활 의제와 멀어질 수 있다. 부산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일자리, 교통, 주거, 돌봄, 산업 전환의 해법이다. 박 후보가 남은 기간 “정권 견제”보다 “부산 완성”을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하면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막판 승부처…보수 결집, 중도층, 청년 일자리, 원도심 표심 첫 번째 승부처는 보수층 결집이다. 박 후보가 역전하려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전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면 보수층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이 커질 수 있다. 이 위기의식이 실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승부처는 중도층이다.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정당 대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MBC의 5월 16~17일 조사에서 유권자가 부산시장 선택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정당·정치 성향보다 ‘일 잘하는 시장’으로 나타났고, 지역문제 해결과 정책·공약도 중요한 기준으로 조사됐다. ([MBC NEWS][7]) 결국 막판 TV토론, 공약 검증, 후보의 안정감이 중도층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 세 번째 승부처는 청년 일자리와 생활경제다. 부산의 가장 큰 고민은 청년 유출과 산업 활력 저하다. 전 후보는 해양수도와 민생 회복을, 박 후보는 글로벌 도시와 청년 자산 형성·AI 일자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부산 시민이 묻는 질문은 간단하다. “내 일자리와 내 생활비가 나아질 것인가”다. 거대 비전보다 월급, 집값, 교통비, 돌봄비에 답하는 후보가 마지막 표심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 승부처는 지역별 표심이다. 뉴스핌·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사하·서·영도·중구와 남·동·부산진구 등에서 전 후보가 비교적 앞섰고, 기장·수영·해운대에서는 박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였다. 강서·북·사상, 금정·동래·연제 등은 격차가 크지 않았다. 결국 서부산·원도심의 변화 요구와 동부산·중산층 보수 표심 중 어느 쪽이 더 강하게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시장 선거는 이제 숫자 싸움에서 동원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전재수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우세론을 투표 참여로 바꾸는 일이다. 박형준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추격론을 반전의 확신으로 만드는 일이다”고 말했다.
2026-05-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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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시킨 여야 대표, 선거 끝나면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일은 2026년 6월 3일,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진행된다. 지방선거라면 본래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내 집 앞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가. 지역 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일자리와 돌봄, 교통, 주거, 지방재정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번 선거판에서 유권자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정책이 아니라 적대의 언어였다. 여당은 야당을 심판하자고 외쳤고, 야당은 정권을 견제하자고 맞받았다. 지방정부를 뽑는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그 책임의 맨 앞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정 대표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가장 강한 기반에서 터졌다. 전북도지사 선거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분열’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전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6년 5월 25~26일 전북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 51.9%, 이원택 후보 35.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16.6%포인트로, 표본오차 ±3.1%포인트(신뢰수준 95%)를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21~22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관영 후보 47.3%, 이원택 후보 38.7%로 나타났다. 격차는 8.6%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의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벗어났다. 이 정도면 단순한 지역 선거의 변수가 아니다. 정청래 지도부의 공천, 통합, 갈등 관리 능력에 대한 심판이다. 김관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면 정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가장 강해야 할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한다면 그것은 후보 개인의 패배에 그치지 않는다. 당 대표가 텃밭을 관리하지 못했고,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으며, 유권자에게 납득 가능한 공천의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 막판 전북이 민주당 전체 리더십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다만 “이원택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이기지 않으면 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거나 “2~3%포인트 차 신승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여권 일각의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정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텃밭에서조차 당심과 민심이 갈라졌다면 당 대표는 먼저 자신의 언어와 방식, 공천과 선거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의 더 큰 문제는 선거의 품격을 높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 대표라면 지방선거를 지역정책 경쟁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산업, 농생명, 금융중심지, 인구소멸 대응을 놓고 싸웠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주거와 교통, 재정과 복지를 놓고 경쟁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판에는 ‘심판’과 ‘응징’의 언어가 앞섰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향해 ‘윤 어게인 공천’ ‘내란 맞춤형 공천’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물론 야당 공천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언어가 매일같이 전투 구호로 흘러가면,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는다. 장동혁 대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견제론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장 대표는 선거 전부터 당내 책임론에 시달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내홍이 커졌고, 일부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는 흐름까지 나타난 게 사실이다. 장 대표의 방미를 두고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선거를 앞둔 당 대표가 지역 민심의 한복판에 있어도 모자랄 때, 당 안팎에서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면 이미 리더십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장 대표는 보수 결집에는 일정한 효과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는 결집만으로 이길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도층, 생활형 유권자, 지역 현안에 민감한 무당층을 설득해야 한다. 정권 견제 구호가 아무리 선명해도 유권자의 밥상과 일자리, 교통과 집값에 대한 답이 약하면 표의 확장성은 막힌다.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보수 재편, 중도 확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막판까지 당의 얼굴은 새로움보다 분열에 가까웠고, 메시지는 생활보다 이념에 가까웠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출마 또는 선전 여부가 장 대표 책임론의 또 다른 뇌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장 대표의 선거 리더십과 한 전 대표의 독자적 경쟁력이 비교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약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선전하고,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장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누가 당의 간판이었느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여야 대표의 공통된 실패는 선거를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생존’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의 압도적 기반을 통합의 장으로 만들지 못했고, 장동혁 대표는 보수의 분노를 중도 확장의 언어로 바꾸지 못했다. 한쪽은 텃밭 분열을 방치했고, 다른 한쪽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둘 다 선거를 크게 만들었지만, 정작 지역을 크게 만들지는 못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과로 심판받는다. 《논어》에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는 뜻의 구절이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은 말이 넘친다. 그러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거친 말의 승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의 결과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 갈등을 줄이겠다는 태도, 상대 진영 유권자까지 설득하겠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대표는 그 기본을 놓쳤다. 선거가 끝나면 양당은 변명부터 찾을 것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변수’를 말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구도’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유리한 판에서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판에서 판을 바꾸라고 세운 자리가 당 대표다. 정청래 대표가 전북을 잃거나 신승에 그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오만과 내분 관리 실패에 대한 경고다.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중도층을 설득할 언어를 잃었다는 판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망친 책임은 후보들에게만 있지 않다. 정쟁을 키우고 정책을 밀어낸 여야 대표에게 더 크다. 선거가 끝난 뒤 두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다. 성적표가 참담하다면 물러나는 것이 책임 정치의 출발이다. 정치는 자리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지는 윤리다. 그 상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패자는 어느 당 후보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될 것이다.
2026-05-29 1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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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시작…후보 자질·정책 잘 따져 주권 행사해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문이 먼저 열린다. 사전투표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소에 갈 때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덜 뜨겁고, 국회의원 선거보다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시민의 삶에는 오히려 더 가까운 선거다.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 재개발과 재건축, 학교와 돌봄, 골목상권과 지역 일자리, 청년 주거와 노인 복지, 쓰레기 처리와 하천 정비가 모두 지방정부의 손을 거친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4년이 달라진다. 지방선거를 ‘작은 선거’로 여기는 순간, 우리 일상의 큰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자질이다. 자질은 말솜씨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도 아니다. 공직을 맡을 만한 도덕성, 이해충돌을 피할 수 있는 절제, 예산을 다룰 능력, 주민의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태도, 위기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품격이 자질이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보다 감시의 눈이 느슨해지기 쉽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 정당으로 쏠리면 견제 장치도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는 후보의 전과, 재산 형성 과정, 병역·납세, 과거 공직 수행 평가, 막말과 혐오 발언 여부까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정책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마다 ‘철도 신설’ ‘산단 조성’ ‘청년 일자리’ ‘무상 복지’ ‘관광도시 도약’ 같은 말이 쏟아진다. 듣기 좋은 공약일수록 더 물어야 한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중앙정부 권한인지 지방정부 권한인지 구분했는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이름만 바꿔 새 공약처럼 내세운 것은 아닌가. 임기 4년 안에 가능한 사업인가. 주민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있는가. 좋은 공약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숫자와 일정, 책임 주체가 분명한 약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 측이 제출한 정책·공약 자료가 게시돼 있다. 선관위는 선거 진행 중에는 후보자 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 종료 뒤에는 당선인 공약 정보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정당의 10대 정책, 후보자별 공약, 지역별 쟁점을 비교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사전투표는 단순히 ‘미리 하는 투표’가 아니다.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 돌봄 노동자, 출장·이동이 많은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선거일 당일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사전투표는 주권을 놓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편리해진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후보 이름과 정당 기호만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내 지역의 핵심 현안과 후보별 해법은 확인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위험은 ‘묻지마 투표’다. 중앙정치에 대한 분노나 호감만으로 지방정부를 선택하면 지역의 구체적 문제는 뒤로 밀린다. 여당을 도와야 한다는 구호도,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구호도 유권자의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을 책임질 일꾼이다. 정당을 보되 인물을 함께 보고, 구호를 듣되 실행 능력을 따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의 바탕은 신뢰라는 뜻이다. 오늘의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뢰는 선거운동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는 후보의 삶, 말과 행동의 일관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유권자가 그 신뢰를 검증하지 않으면, 선거 뒤 실망할 권리도 약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도시, 집값과 교통난에 눌린 수도권, 산업전환의 갈림길에 선 제조업 도시, 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 모든 지역이 각자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제들은 진영의 함성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숫자를 아는 행정,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9일과 30일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도, 한 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연설보다 평범한 시민의 기표에서 완성된다.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살피고, 내 지역의 4년을 누구에게 맡길지 숙고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사전투표의 시작은 유권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도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 답은 정당도, 여론조사도, 선거 구호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시민의 한 표만이 답할 수 있다.
2026-05-29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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