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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AI 인사 전면 배치한 정부…'AI 3대 강국' 실행력 시험대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 정책을 이끌 핵심 인선을 잇달아 단행하면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AI 정책의 방향을 정비하고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행력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간 AI·정보기술(IT) 분야 경험을 갖춘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만큼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AI 투자와 기술 개발, 서비스 확산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과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을 잇달아 기용하며 AI 정책 컨트롤타워 재정비에 나섰다. AI 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책을 구체화하고 부처 간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선은 민간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를 AI 정책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술과 산업 현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인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기술 개발 기업과 실제 AI를 도입하는 기업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정책 결정이 늦어질 경우 기업의 투자와 사업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분야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지,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AI 서비스를 둘러싼 규제가 어느 수준에서 적용되는지에 따라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제조·금융·통신·의료·유통·콘텐츠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범용 기술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AI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기업이 어떤 기준에 따라 AI를 도입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정책 목표와 산업 현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관련 대규모 투자 역시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컴퓨팅 인프라와 연구개발에 투자하더라도 기업이 이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AI 산업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동시에 제조·반도체·통신·자동차 등 국내 산업의 AI 전환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실제 업무와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수요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한 변수다. AI 기술은 정부 임기보다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기업들이 단기적인 지원사업보다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거나 규제 기준이 빠르게 바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시점과 사업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AI 정책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AI 산업 육성, 규제 개선,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등 여러 정책이 개별 부처 단위로 추진되는 대신 하나의 국가 전략 아래 연계될 경우 기업이 정부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고 투자와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선만으로 산업 현장의 변화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기업이 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GPU 등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불필요한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는지, 정부 지원이 실제 매출과 수출 등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정책 결정 속도와 현장 적용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AI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해석이 달라지거나 부처마다 다른 기준을 제시할 경우 기업은 기술 개발보다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서 혼선을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AI 개발 기업에는 사업화의 길을 열고,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에는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며, 필요한 인프라와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 경험을 갖춘 AI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결국 이러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AI 정책의 성패 역시 새로운 조직이나 인물의 등장 자체보다 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빠르게 정책에 반영하고 기업의 투자와 AI 도입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신임 상근부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국가AI전략위원회가 국가 AI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의 혁신 역량과 정부의 정책 역량을 연결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국가 AI 거버넌스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며 "필요한 정책은 신속하게 결정하고 부처 간 쟁점은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현장의 걸림돌은 과감히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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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한미그룹 전사 AX 정조준…제약·헬스케어 업무에 AI 심는다
[경제일보] 메가존이 한미그룹의 전사 인공지능(AI) 전환(AX) 사업에 본격 합류한다. 한미그룹이 임직원 주도의 AI 활용 과제를 발굴해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가운데 메가존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 특화형 AX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메가존은 31일 한미사이언스와 ‘AX 기반 디지털 업무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서울 송파구 한미그룹 본사에서 협약을 맺고 AX 기반 업무혁신 과제 발굴,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 AI·디지털 혁신 과제 공동 추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미그룹이 이미 전사적인 AI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그룹은 이달 초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을 비롯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Hanmi AI Boost Program’을 시작했다. 임직원이 현장에서 직접 AI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현한 뒤 실제 업무에 적용하도록 하는 바텀업 방식이다. 우수 사례는 AI와 임원 평가를 거쳐 매월 5건을 선정하고, 장기적으로 효과가 확인된 사례를 그룹 내 다른 조직으로 확산한다. 메가존은 이 같은 내부 실험을 실제 AX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범용 AI를 단순 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약·헬스케어 산업의 업무 특성과 규제 환경, 데이터 구조를 반영해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공동 기획할 계획이다. 양사는 우선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과제를 발굴한다. 이후 검증된 업무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한미약품 등 주요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제약산업 특성상 연구개발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품질관리, 인허가, 경영지원 등 방대한 업무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AI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메가존 입장에서는 제조·유통에 이어 제약·헬스케어라는 고부가 산업으로 AX 사업 레퍼런스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메가존은 클라우드 전환, 데이터 구축, AI 모델 및 에이전트 개발·운영까지 지원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를 AI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그룹 역시 단순한 AI 도구 사용에서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단계가 넘어가게 된다. 직원이 직접 만들어낸 AI 활용 사례를 메가존의 기술력으로 고도화하고, 검증된 결과물을 다른 계열사로 확산하는 구조가 구축되면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그룹 차원의 AX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장지황 메가존 대표는 “AI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해당 산업과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함께 결합돼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제약·헬스케어 전문성에 메가존의 클라우드·AI 기반 업무혁신 경험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AI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한미그룹의 AX 기반 업무 혁신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업무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력의 성패는 MOU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 AI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업무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이를 그룹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한미그룹의 ‘AI 부스트’와 메가존의 AX 역량이 결합하면 제약·헬스케어 산업의 AI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2026-08-31 1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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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이라는 낡은 틀에 미래를 가둘 것인가
세계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양자기술 등 첨단산업의 경쟁은 이제 기술 하나의 우열을 넘어 누가 더 빨리 연구하고, 제품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1년은 길고 하루는 짧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제도는 과연 이런 속도전에 맞춰져 있는가. 최근 일본의 노동시간 제도와 연구개발 분야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일본 역시 전체 노동자에게 월 100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연 360시간의 상한을 두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월 100시간 미만, 연 720시간 등의 제한을 둔다. 다만 신기술·신상품·신서비스의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시간외근로 상한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모든 노동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발상의 차이다. 연구개발 현장은 일반적인 생산라인과 다르다. 반도체 설계자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실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따로 있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완성하기 위해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 따로 있다. 경쟁사의 신제품이 발표되거나 기술적 돌파구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연구개발팀이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를 장시간 노동의 미화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과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훼손한다. 건강을 잃은 근로자에게 혁신을 요구할 수도 없다. 노동시간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권을 보호하고 기업이 무분별한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호와 경직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 제도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산업별·직무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처럼 연구개발의 속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에서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기업과 연구자 모두에게 제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제도로 진화시키는 일이다. 정부도 AI 연구개발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의 현실과 제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정부 역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 논의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과 일반 생산업무를 구분하고 업무의 성격과 위험, 전문성, 자율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제도를 차등화해야 한다. 모든 근로자를 동일한 시간표로 묶어 놓는 것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와 반복 업무 종사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노동 보호라기보다 규제의 획일화가 될 수 있다. 노사 자율성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근무 형태를 정하기보다 기업과 근로자가 업종과 업무 특성에 맞춰 근로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와 적절한 보상, 건강 보호, 휴식권 보장, 근로시간 기록과 사후 점검 등을 전제로 해야 한다. 노동정책의 기준도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AI 시대의 연구개발은 장소와 시간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출근해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정시에 퇴근한다고 혁신적인 것도 아니다. 노동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기업의 책임 역시 분명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면허증이 돼서는 안 된다. 전문 연구인력에게 예외를 인정한다면 그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 보상과 건강관리, 충분한 휴식, 근로시간 기록과 사후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규제 완화와 노동자 보호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선이고 더 유연하게 일하는 것은 곧 노동권 후퇴라는 이분법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반대로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낡은 사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세계는 이미 ‘더 오래 일하는 나라’와 ‘덜 일하는 나라’의 경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신속하게 집중할 수 있는 나라가 경쟁에서 앞서간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AI와 첨단 제조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세계 최고의 노동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법과 제도 역시 그 속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월 100시간’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연구개발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획일적인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예외와 자율성을 제도 안에 설계한 유연성의 철학이다. 우리도 이제 주 52시간제의 성역을 허물자는 논쟁을 넘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은 ‘52시간’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이라는 본질이다.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구개발, 스타트업, 첨단 제조업 등 미래산업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경쟁국의 기업도 우리 기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계 시장의 투자자 역시 한국의 복잡한 규제체계를 이해해 줄 의무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라 노동제도의 선진화다. 보호할 것은 확실히 보호하되 기업과 연구자가 필요한 순간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이려면 사람의 창의성을 가두는 낡은 규제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몇 시간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해야 대한민국의 생산성과 혁신을 가장 높일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 맞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다.
2026-08-30 1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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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앤트로픽, '클로드포스' 공개…기업 데이터 읽고 업무까지 실행
[경제일보] 세일즈포스와 앤트로픽이 기업용 인공지능(AI)의 역할을 단순 정보 검색과 문서 작성에서 실제 업무 실행 단계로 확대한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세일즈포스의 고객 데이터와 영업 파이프라인, 업무 규칙 등에 접근해 분석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양사의 플랫폼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28일 세일즈포스는 앤트로픽의 클로드에 세일즈포스의 기업용 AI 인프라인 '엔터프라이즈 하네스'를 결합한 '클로드포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업의 데이터와 워크플로, 비즈니스 로직, 실행 환경, 거버넌스 등에 클로드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 전반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첫 결과물은 '세일즈포스 인 클로드'다. 영업 담당자가 별도의 세일즈포스 화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클로드 안에서 세일즈포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러그인으로, 미팅 준비와 딜 상태 검토, 파이프라인 분석 등 37개의 사전 구축된 영업 스킬을 구현했다. 클로드는 세일즈포스와 슬랙에 저장된 기업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시간 매출 맥락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검토하거나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면,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업무 과정에 개입하는 형태로 확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CEO는 "우리는 프론티어 지능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높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들은 수십 년간 세일즈포스에 구축해 온 고객 정보와 비즈니스 맥락에 클로드를 연결하고, 이를 사용해 실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통합 모델은 AI가 기업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권한과 업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리자가 한 차례 연결하면 인증과 권한이 중앙에서 관리되며 별도의 사용자별 추가 설정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기업들은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내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 통제를 중요 과제로 꼽고 있다. 고객 정보나 영업 자료 등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AI가 직접 처리할 경우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어떤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지 못하면 생산성 향상만큼 보안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는 기존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AI의 실행 과정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클로드가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포스에 구축된 권한 체계와 비즈니스 규칙을 기반으로 작업하도록 해 기업이 기존 통제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산업을 겨냥한 보안 체계도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마존 베드록을 통해 클로드를 세일즈포스의 '신뢰 경계' 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통해 금융 등 규제 수준이 높은 산업에서도 기업의 데이터와 AI 작업을 보호하면서 도메인 특화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클로드가 세일즈포스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통합도 진행된다. 클로드는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아틀라스 추론 엔진의 추론 모델로 활용된다. 에이전트포스 바이브와 에이전트포스 코워커를 구동하고 에이전트 빌더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슬랙 역시 양사 통합의 주요 축이다. 세일즈포스는 업무용 협업 플랫폼 슬랙에 클로드를 내장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같은 업무 공간에서 협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클로드는 슬랙봇의 기본 AI 모델로 활용되며 팀의 의사결정 지원과 코딩 등 업무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 이처럼 양사가 서로의 플랫폼에 AI와 업무 시스템을 깊게 연결하는 것은 기업용 AI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어떤 AI 모델이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와 추론 성능을 갖췄는지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해당 모델이 기업의 실제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에 접근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인 클로드'는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파일럿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내달 오픈 베타 출시가 예정됐다. 추가 사전 구축 스킬도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선도 AI와 선도 CRM의 강점을 하나로 결합한다"며 "클로드의 뛰어난 추론 능력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업무 흐름, 관리 체계를 결합해 사고하고 추론하며 실행하는 동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6-08-28 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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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AI CX 글쓰기 시스템' ICT 어워드 과기부장관상 수상 外
[경제일보] 삼성생명이 대고객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구축한 '인공지능(AI) CX(고객경험) 글쓰기 시스템'이 'ICT 어워드 코리아 2026'에서 AI 전환(AX)혁신 부문 통합대상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했다고 27일 밝혔다. ICT 어워드 코리아는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올해는 AX혁신과 애플리케이션(앱), 웹사이트, 디지털 솔루션 등 총 6개 부문에 211개 기업이 참가했다. 삼성생명의 AI CX 글쓰기 시스템은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사용자 경험·생산성 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AX혁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고객이 쉽게 읽고 이해해 바로 행동할 수 있는 콘텐츠 제공을 목표로 CX 글쓰기 체계를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임직원이 고객 관점의 콘텐츠를 작성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AI CX 글쓰기 시스템은 어려운 금융·전문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용어와 문장 표현을 통일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콘텐츠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AI 기술의 도입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며 "앞으로도 AX 구현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라이나생명, M365 코파일럿 도입…전사 AI 전환 본격화 라이나생명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인 'M365 코파일럿(Copilot)'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며 전사적인 AI 전환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먼저 웹 기반 대화형 AI인 'Copilot Chat'을 도입했다. 별도의 업무 환경을 오가지 않고 문서 작성과 요약, 번역 등 일상적인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0월에는 'Microsoft 365 Copilot'을 전 임직원 대상으로 확대해 생성형 AI를 업무 환경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은 기존 업무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문서 작성 등 반복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라이나생명은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지원도 병행한다.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AI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조직 전반에 AI 활용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박기흥 라이나생명 디지털서비스본부 상무는 "이번 Copilot 도입은 생성형 AI를 일상 업무에 접목해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임직원의 역량을 강화해 실질적인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는 AI 활용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신한라이프, 취업준비 청년 100명 초청 채용설명회 개최 신한라이프가 26일 서울 중구 신한L타워에서 보험업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0명을 초청해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보험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채용 정보와 실제 직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는 채용플랫폼과 대학 취업지원 부서 등을 통해 접수된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거쳐 선정됐다. 설명회에서는 기업문화와 주요 직무, 업무환경 등을 소개하고 △인사담당자 채용가이드 △직무별 커리어 토크 △역량 강화 특강 등을 진행했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취업 준비 과정과 입사 후 직장생활 경험을 공유했다. 상품·계리와 영업, 디지털전환(DX), 자산운용 등 주요 부문 현직자와의 소그룹 상담도 진행해 실제 업무와 필요 역량, 직무별 성장경로 등을 안내했다. 외부 전문가가 진행하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특강도 마련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강점을 정리하고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실전 준비 방법을 중심으로 교육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주관 '2026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돼 미취업 청년들에게 사내 과제 수행과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도 참여해 모의면접과 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에 발맞춰 보험업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7 17: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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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200조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원칙이다
[경제일보] 국가 재정은 돈을 많이 쓰는 기술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쓰는 지혜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해 약 200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성장동력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대적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세계 경제가 AI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 대한민국 역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은 분명하다. 호황기에 더 걷힌 세금을 흥청망청 소비하지 않고 적립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풍부한 해에는 저축하고 경기 침체나 국가적 전환기에 활용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의 경기 순응성을 줄이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좋은 제도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수없이 경험했듯 재정은 한번 원칙을 잃으면 가장 손쉬운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2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그 돈을 운용하느냐이다. 국민의 세금은 정부의 재량 자금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초과 세수라는 재원의 성격부터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국제 경기와 수출 환경에 따라 세수는 언제든 급증하거나 급감할 수 있다. 일시적인 호황에서 얻은 재원을 영구적인 지출 구조로 연결한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대응기금은 상시적인 복지 확대나 선심성 사업의 재원이 아니라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한정돼야 한다. AI라고 해서 모두 미래 투자인 것도 아니다. 이름만 첨단일 뿐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 사업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투자 대상은 정치적 인기나 지역 안배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라는 냉엄한 기준으로 선정돼야 한다. AI 인프라와 차세대 반도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핵심 원천기술, 과학기술 인재 양성처럼 민간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지원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어야 한다.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와 국민 공개도 철저해야 한다. 기금은 예산보다 탄력적인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통제 장치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고 투자 목적과 집행 내역, 성과 평가를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독립적인 재정평가기구가 경제적 효과와 정책 효율성을 검증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재원을 다른 분야로 재배분하는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 운용의 원칙은 어렵지 않다. 오늘의 호황이 내일의 의무 지출이 돼서는 안 되며, 소비보다 미래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 세력을 위한 정치적 배분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성장 기회를 넓혀야 한다. 모든 재정 지출에는 분명한 목표와 측정 가능한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생산성 정체, 산업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돈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돈의 질에 있다. 200조 원을 쓰고도 성장률이 제자리라면 그것은 역사상 가장 비싼 실패가 될 것이다. 반대로 200조 원 가운데 단 한 푼이라도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인재 역량, 혁신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높인다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저수지’라고 부른다. 저수지는 물을 가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생명을 살리는 데 존재한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정권의 정치적 필요를 채우는 저수지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저수지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0조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돈을 어떤 원칙으로 모으고, 어디에 투자하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다. 재정의 기본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투명하고 절제된 운용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만 AI 대전환과 잠재성장률 반등이라는 거대한 국가 목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026-08-27 09: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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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내년에도 70% 성장 자신…AI 투자 사이클 아직 안 끝났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데 이어 회계연도 2028년 매출도 약 7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특히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AI가 수행하는 추론 작업이 급증하면서 GPU뿐 아니라 메모리·네트워크·전력 등 데이터센터 전반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연도 2028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제약이 없다면 성장률이 7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하는 배경이 됐다. ◆ 에이전틱 AI가 ‘GPU 수요’를 다시 키운다 실제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7년 2분기 매출은 962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급증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한 셈이다. 3분기 매출 전망도 108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수요를 더 끌어올리는 변수로 엔비디아가 꼽은 것은 에이전틱 AI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며 여러 단계의 추론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젠슨 황 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이 실제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내면서 “연산이 곧 매출”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런 변화에 맞춰 GPU뿐 아니라 C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모두 연결한 ‘AI 팩토리’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 GPU 넘어 ‘메모리’까지…NVHBM 공개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엔비디아가 공개한 NVHBM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NVLink Fusion 생태계에 자체 설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결합한다고 밝혔다. NVHBM은 기존 HBM4E 대비 메모리 대역폭을 최대 30% 높이고 HBM 전력 소모를 최대 15% 줄이며, XPU 다이에서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 면적도 최대 25%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엔비디아가 메모리 공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NVHBM은 여러 메모리 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설계·검증 기술에 가깝다. 첫 협력 대상으로는 아마존의 반도체 개발 조직인 안나푸르나 랩스가 선정됐다. 아마존은 차세대 AI 인프라에 NVLink Fusion과 NVHBM을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엔비디아가 메모리까지 설계 영역을 넓히는 것은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 연산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이동, 전력 효율이 전체 시스템 성능과 비용을 좌우한다. 엔비디아가 GPU와 네트워크에 이어 메모리까지 최적화하려는 이유다. ◆ 공급 부족은 여전…AWS에만 2027~2028년 GPU 200만장 문제는 공급이다. 젠슨 황 CEO는 전력, 냉각, 메모리, 웨이퍼 등 데이터센터 공급망 전반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확보한 공급량이 현재 수요의 약 70% 수준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메모리 가격 상승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실제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도 나왔다. 엔비디아와 AWS는 2027~2028년 AWS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200만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공급 계획에 더해 대규모 GPU 투자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또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과 함께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AI 컴퓨팅 인프라에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IT 설비가 아니라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실적 호조’가 아니다. AI 모델의 추론과 에이전트 활용이 늘면서 연산 수요가 다시 확대되고, 이에 맞춰 GPU·HBM·네트워크·데이터센터 금융까지 AI 인프라의 전 영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들의 막대한 자본지출이 실제 AI 서비스 매출로 얼마나 전환될지는 여전히 시장이 확인해야 할 과제다. AI 투자 사이클의 다음 승부처는 GPU 판매량이 아니라 그 연산능력이 얼마나 많은 매출과 생산성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2026-08-27 09: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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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많이 쓰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생산적 재정’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큰 성과를 만드는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을 단순한 지출 수단이 아닌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 수단으로 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저출생 대응, 지역균형발전, 국방, 인재 육성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마중물을 놓고 민간투자를 끌어내야 할 영역도 분명히 있다. 특히 산업 대전환기에는 적절한 재정투자가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전력망, 인재 양성 같은 분야는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역 소멸과 저출생 역시 대응을 미룰수록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다만 ‘생산적 재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출 확대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투입한 재정이 얼마나 큰 생산성과 민간투자, 일자리로 돌아오느냐다. 1조원을 투입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업과 같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사업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재정 확대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경계할 대목이다. 새로운 사업은 조직과 이해관계를 만들고 지원을 받기 시작한 계층과 지역은 사업 축소에 반발한다. 그래서 재정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재정 구조조정이다. 이 대통령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조정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예산안에서 무엇을 줄이느냐다. 오래됐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보조금, 중복된 연구개발 사업, 성과가 불분명한 지역 사업, 일회성 현금지원부터 손보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신규 사업만 늘리고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생산적 재정’은 결국 지출 총액을 키우는 명분에 그칠 수 있다. 새로운 투자에 얼마를 넣을지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지출에서 무엇을 얼마나 덜어냈는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예산 집행률보다 그 돈이 생산성과 성장률, 일자리, 민간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AI나 첨단산업 지원이라면 민간투자 유발 효과와 기술 경쟁력, 사업화 성과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역 사업이라면 인구 유입과 고용,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성과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좀비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미래 산업에 투입해도 재정의 생산성은 높아지기 어렵다. 저출생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률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면 기존 정책을 그대로 늘리기보다 주거·일자리·돌봄·교육비 가운데 실제 출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가려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역시 지역별 나눠주기로 흐르면 곤란하다. 모든 지역에 비슷한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산업 기반과 대학, 교통, 인재 여건을 따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과감하게 집중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균형발전의 목표는 지역마다 같은 돈을 나누는 데 있지 않고 지역 스스로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국방 예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첨단전쟁에 대응하려면 국방비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력과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장비와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생산적 재정과 거리가 멀다. AI·드론·무인체계·정찰위성 등 미래전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낡은 전력과 중복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확대를 주장할수록 국가채무에 대한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단기적인 재정수치에만 매몰돼 미래투자를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채무 증가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재정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와 연결된다. 지금의 지출이 미래 성장률을 높여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미래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지출을 국채로 충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떠안는다. 이런 이유에서 재정준칙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침체나 대규모 재난, 미래 전략산업 투자처럼 재정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유연성을 허용하고 평상시에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외를 인정할 때도 이유와 기간, 정상화 계획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손발을 묶는 장치로만 볼 일이 아니다. 평소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 위기 때 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도 생긴다. 재정의 신뢰와 정책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과의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에 투자하는 구상은 장기투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회계와 기금, 정책금융이 중복되면 전체 재정 규모와 정책 효과를 국민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사업을 예산으로 하고 어떤 사업을 기금으로 할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산적 재정의 성패는 결국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모든 정책의 예산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되 효과가 낮은 곳에서는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사업을 줄이지 못한 채 미래투자만 더하면 재정은 계속 팽창한다. 반대로 국가채무 숫자를 지키는 데만 집중해 필요한 투자를 미루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 이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재정정책의 실력이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한 사업을 지역구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살리고 새로운 지출을 얹으면서 재정건전성만 정부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국회 역시 증액 경쟁에서 벗어나 감액과 사업 통폐합에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확장재정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AI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청년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지, 지역에 기업과 사람이 모였는지,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 완화됐는지가 성적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을 때는 총지출 규모와 함께 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의 10만원, 100만원으로 키우겠다’는 생산적 재정의 취지를 현실로 만들려면 투자 성과를 측정하고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시스템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좋은 사업을 새로 만드는 능력만큼 오래된 사업을 끝낼 수 있는 결단도 중요하다. 재정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해야 하고 효과 없는 곳에는 냉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긴축도, 무조건적인 확장도 아니다.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놓치지 않으면서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까지 지켜내는 정교한 운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재정이 구호인지 새로운 재정운용 원칙인지 판가름하는 첫 시험대다. 신규 투자 규모만큼 기존 지출을 얼마나 덜어냈는지, 투자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 늘어난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돈이 정말 미래를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2026-08-26 09: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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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금표 너머 '미래 일자리'를 봐야
[경제일보] 현대자동차 노사가 길었던 줄다리기를 일단 멈췄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00%와 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등이 담겼다.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새로 뽑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오는 3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임금협상은 마무리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보상이다. 노조는 올해 조합원 1인당 임금 인상 효과를 4084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이 그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도 자연스럽다. 숙련된 노동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역시 기업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다. 기업의 성과가 주주와 경영진에게만 돌아가고 현장을 지킨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를 ‘얼마를 더 받았느냐’의 문제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현대차 노사가 마주한 진짜 협상은 오히려 이제부터다. 자동차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60시간 파업했고, 생산라인 기준 가동 중단 시간은 120시간에 달했다. 지난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하루 8시간 전면파업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약 5만5200대가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를 판매단가로 환산한 매출 차질 규모가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실제 영업손실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갈등의 비용이 회사와 조합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고객·지역경제로 번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다. 회사가 비용과 경쟁력을 따지는 것도 경영의 책무다. 문제는 두 요구가 해마다 파업을 거친 뒤에야 절충되는 구조다. 임금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동안 생산이 멈추고 협력업체가 일감을 걱정한다면 노사 모두가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성과금 400%보다 다른 곳에 있다. 현대차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같은 미래 기술의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 강화와 제도 개선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임금표 밖으로 노사협상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이 합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올해 임협에서 가장 값진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동차 회사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작업부터 시작해 검증을 거쳐 조립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노조 역시 이번 교섭 과정에서 AI·자동화 확산에 따른 고용안정을 주요 문제로 제기했다. 이 변화 앞에서는 ‘자동화를 막을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는 식의 논쟁부터 낡았다. 자동화를 막으면 일자리가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한국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물량 자체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로봇을 많이 넣으면 기업이 자동으로 경쟁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정을 이해하고 로봇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을 관리할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첨단설비도 비싼 쇳덩이에 불과하다. 결국 미래의 노사협상은 ‘사람이냐 로봇이냐’가 아니라 ‘사람이 로봇과 함께 어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를 다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산직 500명 신규채용 합의는 반갑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열고 세대교체의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숫자를 채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 들어올 인력의 직무가 앞으로 10년 뒤에도 필요한 일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미래 공장에 필요한 생산직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로봇과 자동화설비를 다루고, 설비 데이터를 읽어 고장을 예측하며 품질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는 노동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감소부터 걱정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새로운 공정으로 이동할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안정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없어지는 일을 억지로 붙들어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기존 노동자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임금 문제 역시 이제 생산성과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순 공식은 맞지 않는다. 높은 임금을 받는 숙련인력이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기업에는 오히려 이익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받는 구조는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 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고정비만 계속 높아지고,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이 반복되며, 해외 공장보다 국내 생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어디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한다.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의만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역시 녹록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중국 업체와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요구된다. 원자재와 공급망, 관세, 환율까지 경영환경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회사와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생산성을 함께 말해야 하는 까닭이다. 성과급을 생산성과 기계적으로 연동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 품질과 기술개발, 브랜드 가치처럼 단순한 시간당 생산대수로 계산하기 어려운 성과도 많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협상한다면 동시에 ‘다음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도 협상해야 한다.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질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신기술 도입으로 줄어드는 직무와 늘어나는 직무가 무엇인지, 직원 재교육에는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국내 공장의 역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까지 노사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협력업체도 빠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 공장이 파업하면 부품업체 생산라인도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노동자는 성과금을 받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청의 생산중단으로 일감을 잃는 구조라면 산업 전체의 노사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노사협상의 비용이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곳으로 전가되지 않게 하는 책임도 대기업 노사에게 있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구절이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가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는 목표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 올해 임협은 아직 잠정합의다.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절차도 남아 있다. 가결된다면 노사는 길었던 갈등을 수습하고 다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다시 돌아간다고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와 로봇, AI가 공장을 바꾸는 속도는 임금협상 주기보다 빠르다.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매년 기본급 몇 만원과 성과금 몇 퍼센트를 놓고 싸우는 데 머물 수 없다. 청년을 어떤 일자리로 뽑고, 기존 숙련인력을 어떤 기술자로 바꾸며, 자동화로 높아진 생산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더 큰 의제가 돼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눌 성과가 계속 만들어지는 회사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의 다음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표와 함께 생산성, 직무전환, 청년고용, 로봇과 AI의 시간표가 나란히 놓여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의 몫도 지키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지키는 길이다.
2026-08-26 08: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