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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전속력 AX"…SK, '1인 1 AI 에이전트'로 일하는 방식 바꾼다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단순히 생성형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6 뉴 이천포럼’에서 “360도 전방위로 전속력으로 AX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올해 포럼은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한 첫 행사로,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AX의 출발점을 ‘일의 재정의’로 봤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먼저”라며 “우리의 일을 정확히 정의하고 AI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도입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바꾸고 어떤 성과로 연결할 것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제안한 핵심 실행 도구는 ‘1인 1 AI 에이전트’다. 최 회장은 “지금 구성원의 90% 이상이 AI를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쓰는 AI를 넘어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 업무 효율을 높이는 ‘나의 AI’에서 벗어나 조직 지식과 업무 흐름을 연결하는 ‘우리의 AI’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자신도 여러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각 계열사 경영진과 구성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수십 개의 회장 아바타들이 각 회사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고 다른 에이전트들과 함께 일하고 소통하도록 하겠다”는 언급은 상징적이다.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과 현장 소통 방식까지 AI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회장이 말한 AX의 본질은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이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을 정의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모든 과정이 O/I”라며 “AX는 O/I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AI를 별도 혁신 프로젝트가 아니라 비용, 생산성, 품질, 속도를 바꾸는 경영 기본기로 보겠다는 시각이다. SK의 AI 전략은 그룹 포트폴리오와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 메모리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에너지와 전기화 역량까지 풀스택으로 갖춘 기업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전기화 역량을 하나의 AI 가치사슬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이 비전은 이미 대외 협력으로도 구체화되고 있다. SK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HBM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도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협력, SK텔레콤의 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AI 시대의 병목이 GPU만이 아니라 메모리,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넓어지고 있는 만큼 SK가 가진 산업군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하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의 메시지는 SK의 미래를 ‘AI 인프라 그룹’으로 재정의하려는 선언에 가깝다. 과거 SK가 반도체, 통신, 에너지, 화학, 바이오 등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이 자산을 AI라는 공통 축으로 다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의 앞단을 맡고 SK텔레콤이 AI 클라우드와 서비스 접점을 만들며 에너지 계열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과제도 분명하다. AX가 조직 성과로 이어지려면 계열사별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가 연결돼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의사결정과 현장 운영에 들어가면 보안, 권한, 책임, 검증 체계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AI를 많이 쓰는 것과 AI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 회장이 “지금 전속력으로 전방위적인 AX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절호의 기회는 다시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 인프라 경쟁은 속도전이다. 메모리 공급을 늘리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빅테크와 협상할 수 있다. 내부 운영 혁신이 늦어지면 외부 사업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스카이(SKAI)’로 명명된 AI 에이전트가 경영진 논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 발표하고 AI 패널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는 SK가 AI를 보여주기식 기술이 아니라 실제 회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넣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의 미래는 이제 반도체 한 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승자는 칩을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전력을 조달하고, 기업과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전 과정을 묶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의 AX 주문은 SK 구성원에게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요구이고 시장에는 SK가 AI 인프라 전쟁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겠다는 신호다. ‘1인 1 AI 에이전트’가 구호를 넘어 생산성, 비용 절감, 신사업 매출로 이어질 때 최태원의 AI 비전은 그룹의 다음 성장 공식이 될 수 있다.
2026-06-14 1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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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키는 혈액제제에서 글로벌 백신 무대로…GC녹십자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국내 제약 산업에서 GC녹십자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다. 많은 제약사가 처방 시장 경쟁과 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사이 녹십자는 국가 보건 체계와 맞닿은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피가 부족한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제제, 감염병을 막는 백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시장 규모만으로 가치를 재기 어려운 영역에서 오랜 시간 역할을 맡아온 기업이다. GC녹십자의 역사는 한국 제약 산업 성장사이자 공공 보건 인프라 확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출발점에는 창업 정신과 오너가의 장기 투자가 있다. 녹십자는 국내 의약 산업 기반이 약하던 시절부터 단순 판매보다 생산과 기술 축적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일반 의약품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필수 의약품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택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수익성만 따지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 부담이 큰 분야였기 때문이다. GC녹십자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혈액제제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에서 필요한 성분을 분리해 만드는 고난도 의약품이다. 생산 설비와 품질 관리 수준, 안정적인 원료 수급 체계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고 국가 보건과도 직결되는 만큼 소수 기업만 경쟁력을 갖는 시장으로 꼽힌다. 녹십자는 이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독보적 입지를 다져 왔다. 혈액제제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품목을 넘어선다. 면역결핍 환자와 중증 질환자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시절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만으로도 산업적 의미가 컸다. 해외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녹십자는 기술 집약형 제약사의 길을 걸어 왔다. 백신 사업 역시 GC녹십자의 또 다른 축이다. 감염병 대응에서 백신은 국가 안보와 다르지 않은 영역으로 여겨진다. 독감 백신과 각종 예방 백신 생산 경험을 쌓아 온 녹십자는 국내 백신 자급 기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팬데믹 이후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역량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도 녹십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치료 수요는 절실한 영역이다. 대형 시장만 좇는 기업이라면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 녹십자가 희귀질환 분야에서 사업을 이어 온 것은 단순 수익 계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제약사의 사회적 역할과 장기 전략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 성장의 분기점에는 허영섭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그는 녹십자를 전통 제약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선진 시장에서 통할 품질과 기술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녹십자는 연구개발 조직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냈다. 최근 GC녹십자의 핵심 과제는 글로벌 확장이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제품의 파급력도 훨씬 크다. 특히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는 글로벌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해외 허가와 공급망 확대가 실적 성장의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미국 시장 공략은 대표적인 과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성과를 내면 기업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제제 등 핵심 품목을 앞세워 북미 시장 진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허가 절차와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시간이 걸리지만, 진입에 성공하면 상징성과 수익성 모두 크다. 연구개발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전통 강점인 혈액제제와 백신을 넘어 세포·유전자 치료, 면역질환,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전형적인 제약사 전략이다. GC녹십자의 경쟁력은 여러 층위에서 나온다. 혈액제제와 백신 생산 경험, 높은 품질 관리 역량, 장기 투자 문화, 국내외 신뢰도, 국가 보건과 맞닿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일반 제약사와 다른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은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려운 자산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전통 사업과 신규 사업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기존 사업은 안정적 기반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 성과와 해외 매출 확대는 미래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시장의 기대도 커질 수 있다. 과제도 적지 않다. 혈장 원료 수급과 생산 비용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 까다로운 규제 환경은 꾸준히 관리해야 할 변수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단기 수익성 부담도 생긴다.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GC녹십자는 지금 전통 제약사의 안정성과 바이오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필수 의약품 공급 기업이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녹십자의 초기 시대가 국내 필수 의약품 기반을 세우는 시기였다면 지금의 과제는 축적된 기술과 생산 역량을 세계 시장의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생명을 지키는 의약품으로 성장해 온 이 회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4-24 07:3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