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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도서관·실내스포츠센터까지…투표소가 된 일상의 공간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투표 현장 곳곳에서는 선거의 긴장감 못지않게 다양한 풍경이 이어졌다. 학교와 주민센터뿐 아니라 전통시장, 도서관, 실내스포츠센터 등 생활 공간이 하루 동안 '민주주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의 표정도 세대별로 달랐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선거인 수는 4464만9908명이다. 내국인 선거인은 4440만9225명, 재외국민은 8만9151명,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15만1532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863만6772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800만8122명, 70대 이상 722만5683명 순이었다. 지방선거가 생활 행정을 결정하는 선거인 만큼, 투표소에는 고령층부터 청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줄을 이었다. ◆ 이색 투표소 된 전통시장, 도서관, 실내스포츠센터 올해 투표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이색 투표소였다. 서울 강동구 고분다리시장 내에 위치한 북카페도서관은 평소 책을 읽던 공간이었지만, 이날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는 장소가 됐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에는 백령공공도서관에 백령면 제1투표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이 운동을 하던 서울 도봉구의 한 실내스포츠센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를 고르고 지역의 향후 4년을 결정했다. 투표소에서는 고령 유권자들의 신중한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지역 유권자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을 뽑기 위해 최대 7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14개 지역에서는 투표용지 1장이 추가된다. 이날 유권자들의 관심은 중앙 정치의 구호보다 생활 현안에 가까웠다. 이날 오전 전주시 완산구 삼천3동 투표소에서 60대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에 들어온 김계순(106) 할머니는 "걷기 힘들고 숨은 차지만 이 나이에 투표하러 온 만큼 당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쟁이 선거판을 흔들었지만,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은 결국 삶의 현장과 가까운 문제였던 셈이다. ◆ 사전투표 열기 이어 본투표도 관심… 오후 6시까지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며,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이나 모바일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투표 절차를 둘러싼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한 투표소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진행하려던 유권자가 정해진 투표소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선거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투표소로 이동했다. 또한 투표 인증 문화가 확산됐지만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이를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안내를 받은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3시 기준으로는 사전투표와 거소·선상·재외투표가 합산되면서 전국 투표율이 51.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같은 시간대보다 8.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26-06-03 15: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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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아니면 책임론…6·3 선거 뒤 여야 모두 '권력 재편' 소용돌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단순히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14명을 뽑는 선거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명운,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구상, 차기 총리 인선, 보수 야권의 권력 질서까지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정치적 분수령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미니 총선’ 성격을 띤다. 14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가운데 대구 달성을 제외한 13곳이 여당 의원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방어전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선거 전 자체 판세에서 9곳 우세, 5곳 경합으로 분류했고, 국민의힘은 1곳 우세, 2곳 초경합, 2곳 경합, 9곳 열세로 전망했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등 격전지 결과가 여야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압승’ 못 하면 정청래 책임론 불가피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기준선은 낮지 않다. 집권 초반 지방선거라는 점, 야권이 아직 재정비 국면이라는 점,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내부 기대치는 ‘선전’이 아니라 ‘압승’에 가깝다. 문제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또는 야권 후보에게 밀리거나, 재보선에서 기존 의석을 상당수 지키지 못할 경우 정청래 대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전북은 민주당의 상징적 기반이고, 재보선 13곳은 사실상 여당 방어선이다. 이 두 전선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이길 선거를 못 이겼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 대표에게 더 부담스러운 대목은 선거 패배의 원인이 단순한 지역 변수로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기간 민주당은 지역 공약과 생활정치보다 중앙정치 이슈, 여야 대표 간 공방,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더 많이 묶였다. 압승이 좌절될 경우 당내 비주류와 친문·비명계는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중도층 확장을 막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론, 지도부 일부 사퇴론 등으로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정 대표가 버티더라도 당권 경쟁은 조기에 달아오를 공산이 크다. 이미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방선거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여권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 권력 재편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가시권에 들어와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전북·재보선은 ‘정청래 리더십’의 바로미터 민주당 책임론의 핵심 지점은 전북과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전북은 민주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이겨야 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접전 또는 패배가 현실화하면 단순한 지역 민심 이반을 넘어 ‘민주당 본진 균열’로 해석될 수 있다. 중앙당 공천과 지도부 선거 전략, 지역 민심 관리 실패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기존 의석을 지켜내지 못하면 국회 운영 주도권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입법 동력에도 부담이 생긴다. 재보선에서 한두 곳의 상징적 패배가 발생하면 야당은 곧바로 민심의 경고를 앞세울 것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 초반 경고등을 지도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은 여야 모두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부산 북갑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에는 부산 확장 전략 실패라는 부담이 생기고 국힘에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복귀라는 또 다른 변수가 열린다. 평택을 역시 수도권 민심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 선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선거 뒤 개각으로 국정 쇄신 나설 듯 선거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재명 정부는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취임 1주년과 지방선거 직후라는 시점은 개각 명분을 만들기 쉽다.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고, 민생·경제 중심으로 국정 메시지를 재정비하려면 내각 개편이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총리 후임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총리가 지방선거 뒤 사의를 표명하고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총리 교체와 내각 개편,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함께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통합형’ 또는 ‘정무형’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총리 인선의 성격도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친정체제 강화형 총리가 유력해진다. 반대로 압승에 실패하거나 전북·재보선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에는 중도 확장형, 협치형, 지역 통합형 총리 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 국정 쇄신의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민생·부동산·금융정책의 방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참패 땐 장동혁 체제 붕괴 가능성 국민의힘도 선거 뒤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를 내주거나, 부산·울산·경남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장동혁 대표 체제는 즉각적인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원래 지방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반등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지도부가 보수 재건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국힘의 고민은 단순히 승패가 아니다. 패배 이후 누가 당을 수습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장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친윤계, 비윤계, 개혁보수, 영남 중진, 수도권 소장파가 다시 당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더 복잡한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부산 북갑에서 한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국힘 내부 권력 지형은 단숨에 흔들릴 수 있다. 선거 전체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 한 전 대표는 ‘복귀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당이 비교적 선전하더라도 한 전 대표가 원내에 입성하면 장동혁 체제와 차기 당권 구도를 둘러싼 긴장이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전해도 내분, 참패해도 내분이라는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국힘으로서는 대구·부산·울산·경남의 성적이 치명적이다. 대구를 내준다면 보수 정당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서 한동훈 변수가 부상하고, 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선전한다면 영남 전체가 더 이상 보수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노선 재정립 논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 뒤 정국, ‘민생’보다 ‘권력 재편’ 빨려들 수도 이번 선거의 역설은 지방선거임에도 결과 해석은 중앙정치로 빨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지역 일꾼을 뽑지만, 정치권은 선거 결과를 당권·대권·내각·노선 경쟁의 신호로 읽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청래 체제 유지 여부와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이 맞물리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체제 존속 여부와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가 충돌한다. 선거 뒤 정국은 세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재보선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면 정청래 대표는 리더십을 방어하고, 이재명 정부는 개각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강화할 수 있다. 또 민주당이 이겼지만 전북·재보선에서 상처를 입으면 여당 내부 책임론과 내각 쇄신론이 동시에 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이 대구 등 텃밭을 잃고 참패하면 보수 재편 논의가 본격화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정청래, 장동혁 대표는 선거에 이기더라도 전북, 대구, 한동훈 전 대표 승리 등 변수에 따라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상처뿐인 승리라는 역설이 통하는 게 이번 6·3선거다”라고 말했다.
2026-06-03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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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한 표의 기준은 생활과 책임이다
[경제일보] 오늘 유권자는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고,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라는 두 구호가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적 시험대다. 여야는 저마다 심판을 말한다. 여당은 국정 동력을 위해 지방 권력의 교체를 호소하고, 야당은 거대 여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말한다. 선거에서 심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이 심판 구호 하나로 덮여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다루는 것은 거대한 이념보다 가까운 생활이다. 버스 노선, 주차장, 학교 안전, 돌봄, 병원 접근성, 재난 대응, 쓰레기 처리, 노후 주거 정비, 지역 일자리, 산업단지 규제, 소상공인 지원이 모두 지방 행정의 영역이다. 주민의 하루를 바꾸는 일은 대개 중앙정치의 연설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오늘의 한 표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의 재정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누가 선심성 공약과 실제 가능한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가. 누가 예산을 아끼고,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쓸 수 있는가. 누가 개발 이익과 환경 보전, 성장과 복지, 교통과 주거의 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유권자가 물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자기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쓸 사람인가. 지금 지방은 위기 앞에 서 있다. 수도권은 과밀과 주거비에 눌려 있고,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 대학은 학생을 구하지 못하고, 중소도시는 병원과 학교와 일자리를 동시에 걱정한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말이 아니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산업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바이오, 관광, 물류, 에너지 산업은 지방정부의 판단에 따라 지역의 새 먹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실력이 곧 지역의 생존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여야가 심판론을 외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까지 그 언어에 갇힐 필요는 없다. 중앙정치의 분노와 피로가 투표장을 지배하면 정작 지역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선거가 끝나면 중앙정치의 구호는 사라지지만, 부실한 지자체장과 무능한 지방의회는 4년 동안 주민 곁에 남는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치른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를 정권 안정론이나 정권 견제론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엄중한 책임이다. 당선 가능성만 보고 후보를 세우고, 지역을 잘 아는 인물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앞세운다면 지방자치는 허울만 남는다. 지방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서를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민주주의의 하부 구조를 약하게 만든다. 교육감 선거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교육은 한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가장 긴 호흡의 정책이다. 기초학력, 사교육비, 학교폭력, 교권,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모두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늘 정보 부족 속에 치러진다.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학교는 다시 이념과 구호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교육감은 교육 행정가이지 진영의 대리인이 아니다. 오늘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 있어도 후보를 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이라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따져야 한다. 공약집을 읽고, 이력을 보고, 전과와 재산, 납세와 병역, 이해충돌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선거는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라 책임의 계약이다. 투표용지에 찍는 도장은 분노의 낙인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을 맡기는 위임장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남이 결정한다. 정치가 싫다고 투표장을 떠나면 조직화된 표가 지역의 미래를 가져간다. 지방선거에서 한 표의 가치는 중앙선거보다 더 직접적이다. 몇 표 차이로 구의원과 군의원이 바뀌고, 그 한 사람이 조례와 예산을 바꾼다. 작은 선거일수록 한 표는 더 무겁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장소에 가서 자기 판단을 남기는 일이다. 좋은 정치가 저절로 오지 않듯, 좋은 지방정부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묻는 시민이 있어야 답하는 후보가 나오고, 따지는 유권자가 있어야 책임지는 정치가 가능하다. 오늘의 기준은 상식이어야 한다. 지역을 아는 사람,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해결할 사람, 정당의 명령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볼 사람을 골라야 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6.3 지방선거의 한 표는 중앙정치의 함성 속에서도 결국 우리 동네의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2026-06-03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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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는 '투표장에 나오는 사람'이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결국 ‘누가 투표장에 나오느냐’다. 여야의 막판 유세전도, 각종 여론조사 흐름도, 후보별 공약 경쟁도 이제 투표율이라는 최종 관문 앞에 섰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4464만9908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지난달 29~30일 이틀 동안 한 표를 행사했다. 2022년 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0.62%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로,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 행정 책임자 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신호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전국 14개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지방 권력의 향배뿐 아니라 중앙 정치의 힘겨루기까지 겹친 ‘미니 총선’ 성격이 강해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개 선거구의 사전투표율도 24.12%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226만7121명 중 54만675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율 23.51%, 누구에게 유리한가 여야의 해석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정권 안정론과 여당 지지층 결집의 신호로 읽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여당 독주 견제와 보수층 재결집의 결과로 해석한다. 같은 숫자를 놓고도 여야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전투표율 자체만으로는 어느 진영이 더 많이 투표했는지 단정할 수 없어서다. 지역별 흐름은 더 복잡하다. 전남은 38.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대구는 18.65%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23.8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경기도는 20.96%로 평균보다 낮았다. 호남권의 높은 참여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읽힐 수 있지만 대구의 낮은 사전투표율이 보수층의 무관심을 뜻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보수 성향 유권자 중 본투표 선호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사실보다 본투표일에 어느 세대와 어느 지역의 유권자가 추가로 움직이느냐다. 사전투표가 이미 적극 지지층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면 본투표의 관건은 중도층, 무당층, 젊은층, 고령층의 참여율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이 이어진 지역에서는 투표율 1~2%포인트 차이도 당락을 바꿀 수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최종 투표율을 보장하진 않는다 정치권이 경계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라고 해서 최종 투표율도 반드시 크게 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2%로 직전 지방선거보다 높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당시 사전투표 확대가 전체 참여 증가보다 투표 시점의 분산 효과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같은 가능성이 있다. 이미 투표 의사가 강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몰렸다면 본투표일 참여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사전투표 열기가 정치적 긴장감을 키워 본투표 참여를 자극한다면 최종 투표율은 지방선거 평균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23.51%는 승패를 예고하는 숫자라기보다 여야 모두에게 던져진 경고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쪽이 진다”는 경고인 셈이다. 본투표의 세 가지 변수…수도권·청년층·접전지 첫 번째 변수는 수도권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유권자 규모가 크고 중도층 비중도 높다. 특히 서울은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안정과 생활정치 요구가 투표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국민의힘은 20·30세대와 중도보수층이 본투표에서 결집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변수는 청년층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체감도가 낮아 젊은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주거, 교통, 일자리, 지역 산업 전환, 교육감 선거까지 생활 의제가 촘촘히 걸려 있다. 청년층이 ‘내 삶과 무관한 선거’로 보느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로 보느냐에 따라 본투표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접전지다. 서울, 대구, 충남, 경남, 전북 등 여론 흐름이 엇갈린 지역에서는 조직표만으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이 이미 상당 부분 움직였다면 본투표는 막판 부동층과 느슨한 지지층을 누가 더 끌어내느냐의 싸움이 된다. 후보의 마지막 메시지가 네거티브냐, 지역 의제냐에 따라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투표율은 민심의 크기다 투표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민심의 크기이고, 정치에 대한 시민의 응답이다. 낮은 투표율은 조직력이 강한 진영에 유리하고, 높은 투표율은 숨어 있던 민심을 드러낸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은 생활정치의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시민의 교통, 주거, 복지, 교육, 지역경제를 직접 다룬다. 대통령보다 멀어 보이지만, 시민의 하루에는 더 가까운 권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 23.51%는 유권자가 완전히 무관심하지 않다는 신호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유권자는 이미 일부 답을 했다. 그러나 최종 답안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투표일인 3일, 투표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같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시민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여론조사 그래프가 아니라 투표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며 내일의 승부는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2026-06-02 15: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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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거판의 주어가 바뀌고 있다.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작 뉴스의 앞자리는 지역 후보가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대열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산 방문과 지역 현안 발언을 두고 야권으로부터 선거 개입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시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현직 대통령도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일 자체를 선거 개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은 다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버스 노선, 재건축, 산업단지, 돌봄, 하수관, 학교 급식, 지역 병원, 청년 일자리 같은 문제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의 장면은 다시 ‘누가 어느 전직 대통령의 손을 잡았는가’,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을 것인가, 견제할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처럼 변질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후보 검증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재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공약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예산 계획이 있는지,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따지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대신 전직 대통령의 등장, 지지층 결집, 진영 간 감정전이 선거판을 덮는다. 유권자는 지역의 미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특히 신중했어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각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심판의 무게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 31일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당 안팎에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선거의 품격을 높이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조국 후보 관련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반응한 행위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의 손짓 하나, 클릭 하나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지지자들에게는 메시지가 되고 반대편에는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대통령이 침묵할 자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기는 정치적 공간도 있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는 더 엄격한 기준 위에 놓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국가 전체의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바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행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의 정치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대통령은 지역 정책을 말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리는 메시지가 나올 때는 국정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행정력과 예산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정치의 무대다. 중앙 권력의 찬반투표가 아니라 주민 삶의 관리자를 뽑는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유권자는 후보자 토론, 공약,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역 공약보다 전직 대통령의 이동 경로가 더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후퇴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공동체의 의로움보다 진영의 이익에 밝아질 때 선거는 시민의 판단을 돕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동원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는 각 진영에는 유리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대통령의 이름은 지역 후보의 부족한 정책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향수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감정만도 아니다. 우리 동네의 낡은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지, 산업 전환기에 지역 일자리를 누가 지킬 것인지,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정 구조를 누가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선거판의 중심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아니라 골목, 시장, 학교, 공장, 병원, 버스정류장이어야 한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는 손쉽다. 그러나 손쉬운 정치는 대개 시민에게 비싼 대가를 남긴다. 후보 경쟁력이 부족하면 전직 대통령을 부르고, 공약 검증이 부담스러우면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원론을 앞세우는 방식은 지방정치를 황폐하게 만든다. 지역 후보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으로 전락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남긴 장면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보다 제도를, 지역보다 중앙을, 정책보다 진영을 앞세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면 지방정치는 그늘에 갇힌다. 유권자가 보아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의 손짓이 아니라 후보의 손에 들린 예산표와 실행계획이다. 선거는 과거의 지도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생활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정당은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진영의 북소리보다 생활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길이다.
2026-06-01 16: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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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권 심판보다 생활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령은 따로 있다. 주민의 삶을 누가 더 잘 돌볼 것인가, 지역의 살림을 누가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 낡은 행정과 무능한 의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결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버스 노선 하나, 학교 주변 안전 하나, 노후 주택 정비 하나, 보육과 돌봄 예산 하나가 주민의 하루를 바꾼다. 지역 산업단지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공간, 전통시장 주차장, 병원 접근성, 하천 정비, 쓰레기 처리, 재난 대응 역시 지방정부의 실력과 직결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표로만 소비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 중앙정치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장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가와 집값, 고용과 세금, 복지와 재정, 외교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도 선거에 담긴다. 그러나 모든 지방 의제를 정권 심판론 하나로 덮어버리면 정작 지역은 사라진다. 서울의 교통과 주거, 부산의 산업 재편, 대구·경북의 청년 유출, 호남의 인구 감소, 충청의 행정수도와 산업벨트, 강원의 접경지 경제, 제주 관광과 환경 문제는 모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하나의 정치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어느 당 소속인가보다 무엇을 해왔는지 누구와 가까운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기획자이자 복지의 집행자이며 재난과 안전의 최전선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과밀과 주거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중앙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지방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 선거 현장은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검증보다 진영 동원이 앞서고 정책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가 더 쉽게 소비된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규모로 지방자치 경쟁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택지가 없는 선거는 유권자의 권리를 반쪽으로 만든다. 지방의원 선거가 생활정치의 입구가 아니라 정당 조직의 하부 구조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 학교폭력, 교권 회복,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선다. 정당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는 부족하고 후보들은 이념 구호 뒤에 숨는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학교와 교사의 일터, 학부모의 삶을 바꾸는 자리다. 모른 채 찍는 투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몫은 언제나 더 조직된 세력이 가져간다.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생활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후보는 답하지 않는다. 공약을 따지지 않으면 선거 이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누가 우리 지역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빚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복지는 지속 가능한지, 청년과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꼼꼼히 물어야 한다. 정당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후보를 키우지 않고 지역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심판론과 방어론만 반복하는 정당은 지방자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부실한 후보를 내놓고 당만 보고 찍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다. 지방의회 역시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을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결국 지역을 병들게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제대로 쓸 사람인가. 갈등을 키우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는 후보보다 현장을 아는 후보를, 구호만 외치는 후보보다 숫자와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를, 당색보다 책임을 아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축적이다. 지방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생활에 가까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함성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이다. 정치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지방정부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026-05-30 1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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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시킨 여야 대표, 선거 끝나면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일은 2026년 6월 3일,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진행된다. 지방선거라면 본래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내 집 앞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가. 지역 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일자리와 돌봄, 교통, 주거, 지방재정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번 선거판에서 유권자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정책이 아니라 적대의 언어였다. 여당은 야당을 심판하자고 외쳤고, 야당은 정권을 견제하자고 맞받았다. 지방정부를 뽑는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그 책임의 맨 앞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정 대표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가장 강한 기반에서 터졌다. 전북도지사 선거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분열’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전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6년 5월 25~26일 전북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 51.9%, 이원택 후보 35.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16.6%포인트로, 표본오차 ±3.1%포인트(신뢰수준 95%)를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21~22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관영 후보 47.3%, 이원택 후보 38.7%로 나타났다. 격차는 8.6%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의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벗어났다. 이 정도면 단순한 지역 선거의 변수가 아니다. 정청래 지도부의 공천, 통합, 갈등 관리 능력에 대한 심판이다. 김관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면 정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가장 강해야 할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한다면 그것은 후보 개인의 패배에 그치지 않는다. 당 대표가 텃밭을 관리하지 못했고,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으며, 유권자에게 납득 가능한 공천의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 막판 전북이 민주당 전체 리더십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다만 “이원택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이기지 않으면 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거나 “2~3%포인트 차 신승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여권 일각의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정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텃밭에서조차 당심과 민심이 갈라졌다면 당 대표는 먼저 자신의 언어와 방식, 공천과 선거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의 더 큰 문제는 선거의 품격을 높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 대표라면 지방선거를 지역정책 경쟁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산업, 농생명, 금융중심지, 인구소멸 대응을 놓고 싸웠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주거와 교통, 재정과 복지를 놓고 경쟁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판에는 ‘심판’과 ‘응징’의 언어가 앞섰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향해 ‘윤 어게인 공천’ ‘내란 맞춤형 공천’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물론 야당 공천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언어가 매일같이 전투 구호로 흘러가면,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는다. 장동혁 대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견제론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장 대표는 선거 전부터 당내 책임론에 시달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내홍이 커졌고, 일부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는 흐름까지 나타난 게 사실이다. 장 대표의 방미를 두고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선거를 앞둔 당 대표가 지역 민심의 한복판에 있어도 모자랄 때, 당 안팎에서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면 이미 리더십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장 대표는 보수 결집에는 일정한 효과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는 결집만으로 이길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도층, 생활형 유권자, 지역 현안에 민감한 무당층을 설득해야 한다. 정권 견제 구호가 아무리 선명해도 유권자의 밥상과 일자리, 교통과 집값에 대한 답이 약하면 표의 확장성은 막힌다.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보수 재편, 중도 확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막판까지 당의 얼굴은 새로움보다 분열에 가까웠고, 메시지는 생활보다 이념에 가까웠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출마 또는 선전 여부가 장 대표 책임론의 또 다른 뇌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장 대표의 선거 리더십과 한 전 대표의 독자적 경쟁력이 비교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약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선전하고,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장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누가 당의 간판이었느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여야 대표의 공통된 실패는 선거를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생존’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의 압도적 기반을 통합의 장으로 만들지 못했고, 장동혁 대표는 보수의 분노를 중도 확장의 언어로 바꾸지 못했다. 한쪽은 텃밭 분열을 방치했고, 다른 한쪽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둘 다 선거를 크게 만들었지만, 정작 지역을 크게 만들지는 못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과로 심판받는다. 《논어》에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는 뜻의 구절이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은 말이 넘친다. 그러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거친 말의 승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의 결과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 갈등을 줄이겠다는 태도, 상대 진영 유권자까지 설득하겠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대표는 그 기본을 놓쳤다. 선거가 끝나면 양당은 변명부터 찾을 것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변수’를 말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구도’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유리한 판에서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판에서 판을 바꾸라고 세운 자리가 당 대표다. 정청래 대표가 전북을 잃거나 신승에 그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오만과 내분 관리 실패에 대한 경고다.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중도층을 설득할 언어를 잃었다는 판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망친 책임은 후보들에게만 있지 않다. 정쟁을 키우고 정책을 밀어낸 여야 대표에게 더 크다. 선거가 끝난 뒤 두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다. 성적표가 참담하다면 물러나는 것이 책임 정치의 출발이다. 정치는 자리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지는 윤리다. 그 상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패자는 어느 당 후보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될 것이다.
2026-05-29 1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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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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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수 '여당 실행력' 굳히기냐, 김민경 '생활정치'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충남 아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민경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이번 선거는 강훈식 전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지역구를 누가 이어받느냐를 가르는 선거다. 아산을은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주요 산업 기반이 자리한 수도권 배후 성장도시다. 이번 선거의 질문은 분명하다. 아산 유권자가 전 후보의 ‘집권여당 실행력’과 중앙정부 연결성에 힘을 실을 것이냐, 아니면 김 후보의 ‘아산 토박이 생활정치’와 균형발전론에 표를 줄 것이냐다. 전 후보는 이재명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충청의 경제 수도 아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맘 편한 특위’ 간사 출신이자 보육·교육 분야 활동 경험을 앞세워 세대공존과 생활밀착형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흐름은 ‘전은수 우세, 김민경 추격 과제’ 현재 공개된 최신 여론조사 흐름은 전 후보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꽃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아산을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상대결에서 전은수 후보는 53.4%, 김민경 후보는 29.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4.2%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 조사는 통신 3사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7.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부 지표도 전 후보 쪽으로 기울어 있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 54.0%, 여성 52.7%가 전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도 전 후보 54.2%, 김 후보 28.1%로 격차가 26.1%포인트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3.4%, 국민의힘 29.4%로 조사됐다. 다만 적극 투표층에선 전 후보가 앞섰지만, 소극 투표층에서는 김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인 점은 변수다. 보궐선거 특성상 최종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조직력, 세대별 투표 참여, 막판 쟁점이 실제 득표율을 흔들 수 있다. 전은수, 중앙정부 연결성 ‘강점’…지역 연고 논란은 ‘약점’ 전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중앙정부와의 연결성이다. 전 후보는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낸 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발탁됐고, 이후 대변인까지 지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아산을 중앙 정부, 청와대와 연결할 수 있는 소통의 최적임자로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아산을의 산업 지형과 맞물릴 때 선거 자산이 된다. 아산을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산업이 얽힌 생산 거점이다. 전 후보가 내세우는 ‘충청 경제수도’ 구상은 지역 현안을 국가 산업전략과 연결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는 한 라이도 인터뷰에서 AI 반도체·디스플레이 혁신 생태계와 창업도시 구상을 언급하며 아산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전 후보는 부산 출생으로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다녔고, 2024년 총선 때는 울산 남갑에 출마했다. 충청권에서 대학을 다니고 교사 생활을 한 이력은 있지만, 아산 지역에서 오랜 기간 생활정치를 해온 인물은 아니다. 전 후보 자신도 “지역 연고를 지적할 순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아산에는 막대한 국가 예산과 정책을 끌어올 수 있는 실력주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전 후보의 기회 요인은 정권 초반 국정 동력과 민주당 우세 흐름이다. 강훈식 전 의원이 3선을 이어온 지역구라는 점도 민주당에는 유리한 기반이다. 반면 위협 요인은 ‘낙하산 공천’ 프레임이다. 아산의 유권자는 빠르게 늘어난 도시 인구와 오래된 원도심 주민, 산업단지 노동자, 신도시 학부모, 농촌 지역 유권자가 섞여 있다. 중앙정치의 이름값만으로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지역 정가의 목소리다. 한 지역 유권자는 “전 후보가 대통령실 경험을 살려 지역 예산, 교통망, 일자리, 정주 여건 개선 등 현안을 제대로 풀 수 있다는 실행력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강점은 곧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아산 토박이·생활정책 ‘자산’…인지도와 구도는 ‘부담’ 김 후보의 강점은 지역 밀착성이다. 김 후보가 아산 탕정에서 20년째 거주하며 고등학생 딸을 둔 ‘워킹맘’이고, 온양여중·온양여고를 졸업한 지역 인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맘 편한 특위’ 간사, 국민통합위원회 홍보위원, 교육복지 분야 활동 이력도 김 후보가 내세우는 생활정치의 기반이다. 김 후보의 정책 메시지도 생활형이다. 그는 ‘세대 공존 미래도시 아산’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세대 이음 선생님 프로그램 △곡교천 마을전철 △신혼부부 공공주택 기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아산의 산업 체질을 제조업 중심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고, 천안·아산 다목적 돔구장을 개폐식 스카이돔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24시간 돌봄 시스템, 신도시 개발이익을 구도심과 공유하는 ‘아산 이익 공유 조례’도 약속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약점은 낮은 지지도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전 후보와 24.2%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은 단순한 오차가 아니라 구조적 열세에 가깝다. 중도층에서도 크게 뒤진 점은 김 후보가 보수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승부를 뒤집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 후보의 기회는 ‘견제론’과 ‘균형발전’이다. 아산은 탕정·배방 등 신도시와 산업단지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원도심과 외곽 지역의 체감 격차도 작지 않다. 김 후보가 신도시 성장의 과실을 구도심·농촌·돌봄·교육 인프라로 나누는 구체적 설계를 내놓는다면 전 후보의 중앙정부 연결성에 맞설 생활형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의견이다. 위협 요인은 선거 구도의 비대칭성이다. 한 국힘 당원은 “전 후보가 ‘집권여당 후보’와 ‘대통령실 출신’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전국적 인지도에서 불리하다”며 “선거가 정권 안정론 대 야당 견제론으로 흘러갈수록 지역 생활공약이 묻힐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은수 ‘여당 실행력’...김민경 ‘생활개혁’ 격돌 전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실행 로드맵’이다. 충청 경제수도, AI 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 창업도시 구상은 설득력이 있는 방향이라는 평가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전 후보는 여당 후보인 만큼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 예산을 끌어오고, 어떤 기업을 유치하며, 탕정·배방·음봉·둔포의 교통과 주거 문제를 언제까지 풀 것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 경력이 아니라 아산의 생활현안 처리 능력도 전 후보가 남은 선거기간 보여줘야 할 점으로 꼽힌다. △천안아산역세권 △산업단지 통근 교통 △교육·돌봄 인프라 △청년 일자리 △원도심 재생 등을 한 장의 일정표로 제시한다면 ‘낙하산’ 논란은 ‘실력형 후보’ 이미지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역 정가에선 입을 모은다. 김 후보의 히든카드는 ‘생활 체감형 반격’이다. 여론조사 격차가 큰 상황에서 중앙정치 공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김 후보는 자신이 강점을 가진 보육·교육·돌봄·워킹맘 의제를 전면에 세워야 한다” 24시간 돌봄, 세대 이음, 신혼부부 주거, 개발이익 공유 등 생활정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탕정·배방 신도시와 온양 구도심, 농촌 외곽의 격차 해소로 연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산의 성장은 계속돼야 하지만, 성장의 혜택은 더 넓게 나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통하면 김 후보는 정권 심판론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론으로 중도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지역정가에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아산을 선거의 막판 변수를 세가지 정도로 꼽는다. 첫째는 투표율이다. 전 후보는 여론조사 우세를 실제 투표장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도층이다. 현재 조사상 전 후보가 앞서지만 김 후보가 생활 공약으로 중도층의 불만을 파고들면 격차가 줄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지역 현안의 구체성이다. 아산 유권자는 중앙정치의 명분보다 출퇴근, 아이 돌봄, 학교, 집값, 일자리, 병원, 문화시설을 묻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산을 선거는 대통령실 출신 후보와 아산 생활형 후보의 대결이지만, 결국 유권자가 묻는 것은 하나”라며 “누가 아산의 성장을 시민의 삶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마지막 승부처”라고 말했다.
2026-05-13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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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대통령 계승' 굳히기냐, 심왕섭 '생활정치'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왕섭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대결로 짜였다. 김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을 성남시장·경기지사·대통령 시절 가까이에서 보좌한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심 후보는 세림조경건설 대표이사이자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으로, 국민의힘이 계양을에 단수 추천한 지역 기반형 후보로 분류된다. 이번 선거의 질문은 분명하다. 계양을 유권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옛 지역구를 누가 책임 있게 이어갈 것인가’에 방점을 찍을 것이냐, 아니면 ‘중앙정치의 상징보다 지역을 아는 생활 일꾼이 필요하다’는 견제론에 힘을 실을 것이냐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심 후보를 계양을 후보로 단수 추천했고, 민주당은 앞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여론조사 흐름은 ‘김남준 우세, 심왕섭 추격 과제’ 현재 공개된 최신 여론조사 흐름은 김 후보에게 크게 유리하다. 여론조사꽃이 5월 4~5일 인천 계양구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조사에서 김남준 후보는 58.7%, 심왕섭 후보는 19.4%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9.3%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그 외 다른 인물’은 4.9%, ‘투표할 인물 없음’은 9.9%였다.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61.2%, 국민의힘 22.7%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69.3%, 부정 평가는 27.2%였다. 이 조사는 통신 3사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6.5%다. 성별·연령대별·권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으며, 2026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인구 기준 셀가중을 적용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부 지표도 김 후보 쪽으로 기울어 있다. 권역별로 김 후보는 1권역인 계양1동·계양2동·계양3동·계산2동에서 58.0%, 2권역인 계산4동·작전서운동에서 60.0%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도 70세 이상 67.8%, 40대 66.1%, 50대 63.8%, 60대 59.5%로 전 연령대에서 우세했다. 중도층에서는 김 후보 63.6%, 심 후보 15.4%로 격차가 더 컸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승부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보궐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낮고 조직 동원력과 막판 이슈의 영향이 크다. 계양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2024년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54.12%를 얻어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 45.45%를 8.67%포인트 차로 눌렀다. 선관위에 따르면 계양을에서 최근 20년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8차례 가운데 민주당이 7승을 거뒀다. 김남준, 이 대통령과 연결성 ‘강점’…지역구 계승 논란 ‘과제’ 김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결성이다. 그는 2014년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대변인, 경기도정 시절 언론비서관,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김 후보는 출마 이유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인천 계양에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연결성은 계양을에서 강력한 선거 자산이다. 계양을은 이 대통령의 전 지역구이자, 민주당 지지세가 두터운 곳이다. 김 후보가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히면 지역 현안을 중앙정부 정책·국회 예산·인천시 행정과 연결하는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울 수 있다. 김 후보 캠프가 내세우는 핵심 메시지도 △계양테크노밸리 자족기능 확충 △대기업 유치 △철도 중심 광역교통망 구축 △원도심 정비 △고도제한 완화 등 지역 현안을 국정 과제와 접목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김 후보는 지역에서 오래 선출직을 해온 정치인은 아니다. ‘대통령 측근’, ‘전략공천’, ‘지역구 계승’이라는 이미지는 장점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김 후보 자신도 대통령의 지역구 물려받기 시각에 대해 “그런 의구심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결국 실적과 성과로 극복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기회 요인은 민주당의 조직력과 정권 초반 지지율이다. 여론조사상 민주당 지지도와 대통령 국정 긍정 평가가 높고, 김 후보 개소식에는 인천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 등이 참석하며 ‘원팀’ 구도를 부각했다. 위협 요인은 ‘큰 구도’에 갇히는 것이다. 계양을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교통, 일자리, 주거, 교육, 상권, 노후 인프라 개선이다. 한 민주당 당원은 “김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말하는 데서 그치면 심 후보는 “계양은 계양 주민의 삶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심왕섭, 지역 기반·환경 전문성 ‘자산’…낮은 인지도 ‘부담’ 심 후보의 강점은 지역 기반형 이미지다. 국민의힘은 심 후보를 계양을 후보로 단수 추천하면서 그를 세림조경건설 대표이사,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출신으로 소개했다. 그는 지역구인 계양초등학교를 나왔다. 심 후보에게 가장 필요한 구도는 ‘정권 대리전’이 아니라 ‘생활정치 경쟁’이다. 계양을은 계양테크노밸리,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공항 주변 규제, 원도심 정비 등 개발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조경·건설·환경 분야 경험을 주거환경 개선, 공원·녹지 확충, 도시 재정비, 생활 인프라 개선 공약으로 연결한다면 차별화 여지는 있다고 지역 정가에선 조언한다. 그러나 약점은 뚜렷하다. 첫 공개 여론조사에서 20%에 미치지 못한 지지율은 심 후보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특히 중도층에서 김 후보에게 크게 뒤진 점은 단순한 보수 결집만으로는 승부를 뒤집기 어렵다는 신호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같은 조사에서 22.7%에 머물렀다. 심 후보의 기회는 견제론과 지역 밀착에 있다. 계양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직전 선거인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가 45%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수층이 완전히 붕괴한 지역은 아니라는 뜻이다. 심 후보 캠프에선 중앙정치 이슈보다 교통난, 낙후 이미지, 원도심 주거환경, 계양테크노밸리의 실질적 기업 유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민주당 강세 지역에도 견제와 경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협 요인은 선거 구도의 비대칭성이다. 김 후보가 대통령의 약속을 잇는 후보라는 상징성을 갖는 반면, 심 후보는 상대적으로 전국적 인지도가 낮다. 선거가 이재명 대통령의 옛 지역구 수성전으로 흐르면 심 후보의 정책 메시지는 묻힐 가능성이 크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심 후보는 남은 기간 선거판을 ‘누가 대통령과 가깝나’가 아니라 ‘누가 계양 주민의 불편을 더 정확히 고치나’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남준 ‘성과 로드맵’…심왕섭은 ‘생활 체감형 반격’ 격돌 김 후보의 히든카드는 구체적인 ‘계양 발전 실행계획’이다. 계양테크노밸리에 어떤 기업을, 어떤 인센티브로, 어느 시점까지 유치할 것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 정치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는 지역 현안인 대장홍대선 연장, 광역교통망 확충, 고도제한 완화, 노후계획도시 정비도 선언이 아니라 일정표와 예산표로 보여줘야 한다”며 “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역 예산 확보 능력으로 번역할 때 ‘측근 후보’ 이미지는 ‘일할 수 있는 후보’ 이미지로 바뀐다”고 했다. 심 후보의 히든카드는 ‘계양 토박이 생활정치’다. 여론조사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양의 낙후 이미지, 출퇴근 불편, 원도심 주거환경, 공원·녹지·생활체육시설 부족, 자영업 상권 침체를 주민의 언어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심 후보의 환경·조경 전문가라는 이력을 도시환경 개선 공약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며 “‘계양을 대통령의 상징 지역구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 지역구로 되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천 지역 정가에선 △김 후보가 큰 격차의 여론조사 우세를 실제 투표율로 연결할 수 있느냐 △심 후보가 보수층 결집을 넘어 중도층에 ‘한 번은 견제해야 한다’는 설득을 할 수 있느냐 △계양테크노밸리와 광역교통망, 원도심 정비라는 지역 현안을 풀 적임자가 누구냐 등을 마지막 변수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계양을 선거는 대통령의 이름도, 정당의 간판도, 여론조사의 숫자도 투표장 앞에서는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라며 “누가 더 계양의 길을 넓히고, 일자리를 만들고, 낡은 동네의 시간을 앞으로 돌릴 것인가를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12 16: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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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정치 복귀론' 우세냐, 박종진 '지역 변화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송 후보는 인천시장과 5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박 후보는 방송인 출신 정치인으로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이번 선거의 질문은 분명하다. 연수갑 유권자가 송 후보의 중량감과 중앙정치 복귀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냐, 박 후보의 지역 변화론과 정권 견제론에 표를 줄 것이냐다. 여론조사 흐름은 ‘송영길 우세, 박종진 추격 과제’ 현재 공개된 최신 여론조사상 판세는 송 후보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꽃이 5월 4~5일 인천 연수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송영길 후보는 51.9%, 박종진 후보는 33.4%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8.5%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그 외 다른 인물’은 4.8%, ‘투표할 인물 없음’은 6.6%였다. 조사는 통신 3사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세부 지표도 송 후보에게 우호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송 후보는 40대 62.9%, 50대 62.0%로 강세를 보였고, 60대에서도 50.5%로 과반을 넘겼다. 남성 50.2%, 여성 53.5%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과반 지지를 받았다. 중도층에서도 송 후보 58.2%, 박 후보 30.1%로 격차가 컸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51.4%, 국민의힘 34.1%였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승부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상 보궐선거는 일반 총선보다 투표율이 낮고 조직력과 막판 쟁점의 영향이 크다. 연수갑은 민주당 박찬대 전 의원이 최근 3연승을 거둔 지역이지만, 동시에 국민의힘 황우여 전 의원이 과거 연수구에서 장기간 기반을 닦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직전 선거인 2024년 총선에서 박찬대 전 의원은 52.44%, 국민의힘 정승연 후보는 46.08%를 얻어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 송영길, 중량감은 ‘강점’…지역 밀착성은 ‘과제’ 송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정치적 중량감이다. 그는 계양을에서 5선을 지냈고 인천시장과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국회, 지방정부, 중앙정당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연수갑의 숙원사업을 중앙정부·인천시·국회와 연결해 풀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그를 전략공천한 배경 역시 ‘인천에서 검증된 중량급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메시지도 비교적 선명하다. 송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정체된 연수 원도심의 시계를 다시 돌리겠다”며 △제2경인선 신설 △KTX 송도역 적기 개통 △노후 단지 용적률 상향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또 “인천시장으로 송도를 일궈냈던 실력과 중량감으로 2년을 4년처럼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송 후보의 정치 기반은 오랫동안 인천 계양을이었다. 연수갑은 이번에 새로 도전하는 지역이다. 인천시장 경험이 연수갑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는 있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역을 오래 지킨 후보’라는 인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앙정치의 굴곡을 겪은 정치인인 만큼 박 후보 측은 “연수갑이 정치 복귀의 발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프레임을 걸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송 후보의 기회 요인은 정권 구도와 민주당 조직력이다. 연수갑은 박찬대 전 의원이 3선을 한 지역이고, 민주당은 인천시장 후보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원팀’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송 후보 개소식에도 민주당 중진과 인천 지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여론조사상 민주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 긍정 평가가 높게 나타난 점도 송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다만 위협 요인은 거물의 역풍이다. 유권자는 큰 정치인을 원하면서도, 동네를 오래 들여다본 생활 정치인을 원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송 후보가 중앙정치 메시지에 치우치면 박 후보는 ‘연수의 일꾼은 연수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파고들 수 있다”며 “송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큰 이름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계획이다”고 조언했다. 박종진, 인지도는 ‘자산’…공천 논란은 ‘부담’ 박 후보의 강점은 대중 인지도와 보수 결집력이다. 방송인 출신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고 국힘 인천시당위원장으로 지역 정치 현장에 관여해 왔다. 박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서울엔 강남, 인천엔 연수’라는 말이 자리 잡도록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GTX·KTX 연계 광역교통망 확충 △버스노선 활성화 △서울 접근성 개선 △원도심 재정비 △문화·관광 랜드마크 유치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박 후보의 약점은 현재 부진한 지지율이다. 여론조사상 송 후보와의 격차가 18.5%포인트에 달한다. 특히 중도층에서 송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흐름은 박 후보에게 뼈아프다. 선거를 단순한 진영 대결로 끌고 가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지만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더 큰 부담은 공천 논란이다. 국힘 연수갑 일부 당원들은 박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공천 관련 금품 요구 의혹을 주장했다. 박 후보는 “공천과 관련해 어떠한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수한 사실이 없으며, 관련 의혹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인천시 선관위는 이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다. 선거전에서 송 후보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논란은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박 후보에게 기회는 연수갑의 지역성에 있다. 연수갑은 송도국제도시가 포함된 연수을과 달리 원도심 성격이 강하다. 옥련동, 선학동, 연수동, 청학동, 동춘동 등 생활권의 관심은 거대 담론보다 교통, 주차, 노후 아파트, 상권, 교육, 녹지, 재정비에 가깝다. 박 후보가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중앙정치 대 생활정치’ 구도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위협 요인은 보수 내부 균열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 대한 반발이 길어지면 박 후보가 추격전을 벌이기도 전에 내부 봉합에 에너지를 써야 한다”며 “국힘이 승부를 걸려면 보수층을 먼저 단단히 묶고 이후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하는 데 내부 갈등은 동력을 악화시키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송영길 ‘현안 해결 능력’...박종진은 ‘생활 변화 체감’ 맞장 남은 선거 기간 송 후보에게 ‘연수 원도심 해결사’ 이미지는 필승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5선 의원, 인천시장, 당 대표 이력을 반복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지역 정가의 목소리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제2경인선, KTX 송도역, 노후 단지 용적률, 원도심 재정비를 언제, 어떤 예산으로, 어느 기관과 협의해 풀 것인지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며 “송 후보에게 가장 좋은 구도는 정치 복귀가 아니라 ‘연수 현안 해결’이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히든카드는 ‘지역 체감형 반격’이다. 여론조사 격차가 큰 상황에서 추상적 정권 심판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 후보는 교통망 확충, 서울 접근성 개선, 원도심 재정비, 문화·관광 랜드마크 유치 공약을 주민 생활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며 “‘서울엔 강남, 인천엔 연수’라는 구호도 실제 실행 로드맵이 붙을 때 힘을 얻는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번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송 후보가 큰 정치인의 이름값을 지역 현안 해결 능력으로 바꿀 수 있느냐 △박 후보가 공천 논란을 조기에 털고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느냐 △중도층과 낮은 투표율 변수 등이 될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현재의 민심을 보여주지만 보선의 결과는 투표장에 나온 민심이 결정한다”며 “연수갑 유권자의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일이 아니다. 인천 원도심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12 14: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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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의 거친 입이 정책 선거를 가리고 있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을 뽑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국 14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지방권력과 의회 권력 일부가 동시에 재편되는 선거다. 그만큼 이번 선거의 중심에는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삶이 놓여야 한다. 그러나 선거전은 벌써 본령에서 벗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선거 지원 전면에 나섰지만, 두 대표의 언어는 정책보다 공세에 가깝다. 주민 생활을 바꿀 공약 경쟁보다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말들이 선거판을 덮고 있다. 여야 대표가 정책 선거를 이끄는 조정자가 아니라 정쟁을 키우는 확성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윤 어게인 공천’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 ‘내란 맞춤형 공천’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제2의 내란 공천을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일부 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옥중 공천’이라는 표현도 썼다. 정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책 경쟁 대신 말싸움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힘 장동혁 대표의 언어도 다르지 않다. 장 대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범죄단체’ ‘수괴’ 등의 표현을 쓰며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규정했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소 취소 논란을 두고 범죄 지우기를 막는 선거라며 “주권자의 분노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안을 사법 파괴로 규정하며 지방선거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안보 현안까지 선거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다.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을 두고 국힘은 정부가 책임을 축소하거나 숨기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폈고, 장 대표는 정부 발표를 비꼬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는 국민 안전보다 정치적 공격이 먼저냐며 반발했다. 국힘의 책임론 공세에 민주당은 “전형적 정쟁 몰이”라고 맞서는 모양새다. 물론 선거에서 공방은 불가피하다. 정권과 야당에 대한 평가도 지방선거의 일부다. 그러나 여당 평가만이 전부가 돼선 안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도, 총선도 아니다. 주민이 사는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선거다. 도지사와 시장은 산업단지를 설계하고 교통망을 놓고 병원과 학교와 돌봄 체계를 챙긴다. 군수와 구청장은 쓰레기, 주차, 복지, 안전, 골목상권 문제를 매일 다룬다. 이런 선거가 여야 대표의 거친 말싸움에 묻힌다면 피해자는 결국 주민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이미 분명하다. 수도권은 집값과 전월세 부담, 교통난, 재건축·재개발 갈등, 청년 주거가 핵심이다.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지방대 위기, 필수의료 공백, 생활 인프라 붕괴가 절박하다. 농어촌은 고령화와 인구소멸, 응급의료와 돌봄 공백이 생존의 문제다. 14곳 국회의원 재보선 역시 중앙정치의 전리품이 아니라 지역 대표성을 다시 세우는 선거여야 한다. 민주당은 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지방 산업 확산을 말한다. 국힘은 주거 안정과 규제 완화, 감세와 공급 확대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 당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자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는 일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지방정부 권한으로 가능한 일은 무엇인지,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지, 임기 안에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밝혀야 한다. 구호가 아니라 숫자, 비난이 아니라 일정표가 필요하다. 정청래 대표와 장동혁 대표는 선거판의 공격수가 아니라 책임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지지층을 자극하는 말은 쉽다. 상대 진영의 허물을 들추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말로 지역 병원이 생기지 않고 청년이 돌아오지 않으며 낡은 도심이 살아나지 않는다. 여야 대표가 해야 할 일은 후보들에게 지역 공약을 더 구체화하라고 요구하고 허황된 약속을 걸러내며 주민 앞에서 검증 가능한 정책 경쟁을 만들도록 이끄는 일이다. 유권자도 냉정해야 한다. 분노를 표로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우리 지역을 제대로 바꿀 것이냐”다. 우리 동네 교통망은 어떻게 개선되는가. 전월세와 주거비 부담은 어떻게 줄어드는가. 아이를 키울 시설은 충분한가. 응급실과 필수의료는 유지되는가. 청년이 떠나지 않을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런 질문이 유세장의 중심에 서야 한다. 6·3 지방선거와 재보선은 정쟁의 무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험대다. 여야 대표가 앞장서 선거를 정쟁으로 물들이면 후보들의 정책은 사라지고 주민의 삶도 뒷전으로 밀린다. 거대 양당 대표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말하지 않는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아니다. 여야는 국민을 바라보고 후보들은 주민과 소통하며 남은 22일을 정책 경쟁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2026-05-12 09:4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