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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공항 피격이 울린 경고음…에너지 안보가 곧 국익이다
[경제일보] 중동의 불길이 세계 경제의 급소를 겨누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관문인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운항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 시설과 주요 해상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지역의 안보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커지고 있다. 민간 항공 인프라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과 수송의 핵심 거점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또 하나의 국지적 무력 충돌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안보 불안이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해상 운임, 보험료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력으로 민간 시설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의 안전과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규탄 성명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는 출렁이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거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에너지 가격은 실제 수급 악화 이전부터 움직인다. 시장의 불안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며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연쇄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올해 들어 수입선 다변화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절반을 웃돈다. 주요 해상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 지역 분쟁이 장기화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운송비와 생산비용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번진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까지 겹친다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지출해야 한다. 중동의 안보 위기가 우리 경제의 물가와 성장, 민생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위기가 터진 뒤 유가 동향을 살피고 임시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안보는 가격이 급등한 뒤 대응하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급 차질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로의 위험 수준을 상시 점검하고, 비상 상황별 원유 수급 계획과 부처 간 대응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략 비축유의 규모뿐 아니라 방출 기준과 실행 절차, 실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위기 때 꺼내 쓸 수 없는 비축유는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다른 산유국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고 공급 계약과 수송 경로를 분산해 특정 지역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공급 위기로 번지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심 원자재 역시 공급망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재생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일도 장기적인 대응책이다. 에너지 전환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을 함께 따지는 현실적 원칙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의 대응을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에너지 가격과 수송 차질에 민감한 업종의 위험 노출을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과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이나 부당한 가격 인상은 엄정하게 감시하되,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억누르는 방식으로 공급을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 취약계층 지원은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한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재정 부담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외교·안보 역시 경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요 우방국과 정보 공유, 해상교통로 보호, 공급망 안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대한 정치적 구호에 매달리기보다 국제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는 실용 외교가 중요하다.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초당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 비축 시설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효율 투자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위기가 잠잠해지면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절약을 호소하기에 앞서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리야드 공항을 둘러싼 위기는 중동의 불안이 언제든 한국의 공장과 물류망, 국민의 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에너지 안보를 시장에만 맡길 수도, 정치적 구호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는 비축과 다변화, 외교와 산업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능력이 곧 경제의 경쟁력이고,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국가의 실력이다. 위기가 닥친 뒤 허둥대는 나라와 위기를 예상하고 대비한 나라의 차이는 평상시의 준비에서 결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실행이고,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안보 체계다.
2026-10-1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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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합의에 유가 4% 급락…한국 물가도 숨통 트이나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유가와 해운, 정유·화학, 환율, 글로벌 증시에 걸친 불확실성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현실화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승인하고 미 해군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즉시 해제하겠다고 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양측이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으며 공식 서명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합의 소식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4.02% 하락한 배럴당 83.8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3% 내린 80.95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산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 이후 이 해협의 통항 차질 우려는 국제유가 급등, 해상 운임 상승, 정유·화학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종전합의가 실제 이행되면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지정학 리스크가 한 단계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에는 유가 하락이 물가와 산업비용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 LNG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다.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면 정유사는 재고평가 부담을 줄이고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 해운과 항공, 물류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유조선 보험료와 우회 항로 비용, 항공유 가격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물류비와 항공운임, 산업용 에너지 비용을 통해 제조업 전반에 파급된다.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던 유가 불안이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합의 초안의 내용도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초안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신규 제재 중단, 일정 기간 석유 제재 면제, 250억달러 규모 동결자금 해제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확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60일간 후속 협상에서 고농축우라늄 처리와 핵 프로그램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검증할 대목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중재국 설명으로 협상 타결은 확인됐지만 공식 서명과 이행 절차는 별개다. 이란 측의 최종 공식 확인, 내부 승인 절차,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정상화 시점, 미국의 제재 완화 범위와 속도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산업계가 기대만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선박 운항 재개와 보험료 정상화, 원유 선적 재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핵 협상이 다시 흔들리거나 제재 해제 순서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 유가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
2026-06-15 07:4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