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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잘못 있으면 감옥 가겠다"…선거자금 수사에 정면 반발
[경제일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자신과 측근들을 둘러싼 선거자금 관련 경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과거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들을 잇달아 조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직접 불러 확인하라는 요구다. 홍 전 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지도 않은 혐의를 뒤집어씌워 압수수색하고 출국 금지하고 언론 플레이하고, 그건 직권남용죄이고 허위사실 공표죄”라며 “그런 짓 하라고 수사 전권 준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지 말고 나를 직접 불러 확인하라”며 “그런 짓 계속하면 그게 수사권 남용이고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또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면 내가 감옥 가겠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이 문제 삼는 수사는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서 시작됐다. 대구경찰청은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과 2022년 홍 전 시장의 복당과 대구시장 선거 등을 전후해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홍 전 시장 주변 인사들이 대신 부담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당초 고발에는 2022년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홍 전 시장을 위해 실시됐다는 비공표 여론조사 8차례의 비용 1500만원을 측근이 대신 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12차례의 비용 4370만원을 주변 인사들이 부담했다는 추가 고발도 접수됐다. 모두 고발 내용을 토대로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사안이다. 수사는 김건희 특검으로 사건 기록이 넘어가면서 한동안 중단됐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5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 강혜경 전 부소장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이후 특검팀 요청으로 관련 자료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거쳐 특검 측에 전달됐다. 관련 자료는 올해 2~3월 다시 대구경찰청으로 돌아왔고 경찰 수사도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기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별도로 홍 전 시장과 관련된 또 다른 범죄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찰 수사가 과거 선거자금 문제로까지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명태균이도 나한테 여론조사비 받은 일이 없다는 실토도 한 그 사건을 1년 5개월이나 질질 끌다가 이제 와서 내가 선거자금을 가공거래해서 정치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소설 쓰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명심에서 자행하는 직권남용이냐, 자질이 안 돼서 직권남용 수사를 하는 거냐”며 “그런 수사를 하려면 선거판 관행부터 사전 조사한 후 수사하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이 언급한 ‘가공거래를 통한 정치 비자금 조성’은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혐의는 아니다. 홍 전 시장이 자신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수사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개한 주장이다. 가공거래는 실제 물품이나 용역 거래가 없는데도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계약서나 영수증 등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선거자금에서 가공거래가 확인되면 실제 자금 사용과 회계보고가 달라질 수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회계장부에 기록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출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회계처리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 제3자가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대신 부담한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자금은 정치인에게 직접 전달된 현금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납이 있었는지와 함께 해당 비용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당사자가 비용 지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이 수사 대상이 된다. 홍 전 시장은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없고 비용을 지급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대신 내도록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선거비용이 이미 선거관리위원회 실사를 거쳤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최근 “선거 때마다 선관위 실사로 인정된 금액을 가공거래로 보전받았다는 한 사람의 앙심에 찬 거짓 제보”라며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선관위 실사를 거쳤다는 사실이 이후 형사수사를 막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계좌자료나 관계자 진술이 나오면 수사기관이 별도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당시 선관위가 해당 거래와 증빙자료까지 확인해 정상적인 선거비용으로 인정했다면 홍 전 시장 측의 반박 근거가 될 수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찰이 자신보다 과거 선거캠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먼저 조사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더 이상 나를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협박하지 말고 오늘이라도 나를 불러 수사하라”며 “위법·과잉 수사를 하는 배후가 과연 누구냐. 누굴 믿고 그런 뒤집어씌우기 수사를 하는 거냐”고 했다. 이어 “앞으로 그 수사권 남용, 직권남용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며 “더 이상 힘없는 자원봉사자들을 불러 있지도 않은 사실을 추궁하고 압박하고 괴롭히지 말라”고 밝혔다. 다만 압수수색이나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직권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대구경찰청은 현재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한 정황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홍 전 시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을 직접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6-08-30 12:35:57
李 대통령, 노웅래 2심 무죄에 공개 사과…"공천 배제, 뒤늦게 사죄"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개 사과했다. 2024년 총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자신이 검찰 기소를 이유로 노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결정을 직접 언급하며 “뒤늦은 사죄”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밤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대학 선배이자 몇 안 되는 정치적 조력자”라고 표현하며 “민주당으로서는 서울 마포갑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노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배경에 대해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선거였고, 민주당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휘하던 저는 눈물을 머금고 노 전 의원님을 공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2024년 컷오프, 2년여 만에 다시 도마 노 전 의원의 공천 배제는 당시 민주당의 중진 물갈이와 도덕성 검증 논란의 한복판에서 이뤄졌다. 민주당은 2024년 2월 서울 마포갑을 전략지역구로 지정했고, 4선 현역이었던 노 전 의원은 사실상 컷오프됐다. 이후 민주당은 마포갑에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다. 당시 노 전 의원은 2020년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과 발전소 납품·태양광 사업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사업가 박모씨에게 총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23년 3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총선 전 선거자금과 민주당 전당대회 비용 명목으로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전 의원은 공천 배제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후 자신의 지역구였던 마포갑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을 언급하며 “노 선배님은 자신이 정치생명을 박탈당한 그 선거를 돕겠다고 지원 유세까지 하셨지만 결국 패배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공개 사과는 단순한 개인적 유감 표명을 넘어 당시 민주당 공천 과정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당시 자신이 내린 판단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검찰권과 공천의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도 담겼다. ◆ 핵심 쟁점은 ‘혐의’보다 증거의 적법성 노 전 의원이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핵심 이유는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문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는 21일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노 전 의원 관련 혐의 단서를 발견한 뒤 이를 수사에 활용한 과정이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휴대전화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과 관련해 사업가 박씨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됐다. 1심은 이 과정에서 별개의 범죄 혐의에 관한 정보를 탐색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항소심 역시 이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1심이 박씨 본인의 휴대전화 전자정보까지 증거에서 배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그러나 해당 증거를 다시 인정하더라도 “공소사실 입증은 부족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유지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증거 수집 과정이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선행 사건의 영장으로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관련 혐의 단서를 발견하자 탐색을 중단했고, 이후 박씨 배우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는 논리였다. ◆ 李 “국가권력 악용으로 희생 없게 할 것” 노 전 의원은 판결 직후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조작수사를 바로잡는 데 3년 9개월이 걸렸다”며 검찰 수사 관행의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영장 없이 휴대전화 정보를 임의로 탐색해 자신을 범법자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도 노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검찰권에 대한 강한 비판을 내놨다.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은 굳이 항소했다”며 “항소심 판결로 다시 무죄가 선고됐지만 노 선배님과 민주당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당대표로서 전체 선거를 위해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아픔과 회한 속에 그나마 무고함을 증명받고 영어의 위험을 벗어난 노 선배님께 축하 말씀과 함께 뒤늦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마지막에는 “다시는 국가권력의 악용으로 무고한 국민이 희생당하지 않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며 “노웅래 선배님, 죄송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2026-08-22 12:43:30
같은 명태균 말인데… 김건희 무죄, 윤석열·오세훈 유죄
[경제일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이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는 믿기 어려운 말로 배척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에서는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였다. 같은 인물의 진술을 놓고 재판부마다 신빙성 판단과 유무죄 결론이 엇갈리자 대법원은 김 여사 사건의 예정된 선고를 미루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가 다룰 핵심은 허위와 과장이 섞인 사건 관계자의 진술 가운데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는 부분만 따로 떼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다.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어느 정도의 보강증거와 판단 근거가 필요한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제시할 기준은 김 여사의 무죄 확정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명씨의 진술 일부를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한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사건의 공소사실과 증거관계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다룬다. 오 시장 사건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가 대신 지급했다는 혐의다. 다만 여론조사가 누구의 요청으로 실시됐는지와 당사자들이 무상 제공이나 비용 대납 사실을 알았는지를 가리는 데 명씨의 진술이 중요하게 사용됐다는 점은 같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했다. 1심은 명씨가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늦어질 때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선거캠프가 독촉한다고 주장한 대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능력과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행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도 드러났다고 봤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거나 사업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조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명씨가 조사 결과를 여러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항소심 역시 김 여사에게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이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1심의 무죄 결론을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을 다르게 평가했다. 명씨가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와 과장을 섞어 말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이유에 관한 진술까지 모두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 진술의 전반적인 신뢰도와 개별 진술의 신빙성을 나눠 살펴본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봤다. 두 사람과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명씨의 진술도 받아들였다. 명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한 경위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연락 내용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제공받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과의 공동정범 관계도 인정했다. 동일한 여론조사 제공 과정을 놓고 김 여사 사건 재판부와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가 공모 관계를 달리 판단한 것이다. 오 시장 사건 재판부는 명씨 진술을 내용별로 나눠 신빙성을 살폈다. 명씨가 오 시장으로부터 의뢰받았다고 주장한 여론조사의 범위에 관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명씨가 자신이 관련된 다른 형사재판의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을 가능성도 판단 요소가 됐다. 진술 일부가 객관적 증거와 당시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근거로 명씨의 진술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통화 내역과 관계자들의 행적, 당시 언론 보도 등 객관적 정황과 일치하는 부분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진술자의 전반적인 신뢰도가 낮더라도 별도의 자료로 뒷받침되는 내용은 분리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명씨의 진술을 전부 받아들이거나 배척하지 않고 개별 내용마다 증명력을 달리 평가한 셈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금품 제공자나 핵심 관계자의 진술 가운데 일부만 취사선택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대표적인 판례가 2009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이른바 현대차 로비 사건이다. 변 전 국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채무 탕감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은 금품 제공자의 진술을 받아들여 변 전 국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돈을 건넸다는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 가운데 상당 부분을 믿지 않으면서 변 전 국장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부분만 사실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로비 자금의 출처와 다른 피고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진 점을 중시했다. 금품 제공자의 진술 상당 부분을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도 전체적으로 훼손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일부 진술이 직접 거짓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분만 떼어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6년 박지원 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에서도 비슷한 법리가 제시됐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관계자들로부터 선거자금과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금품 제공자들을 직접 신문한 뒤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1심이 증인신문을 거쳐 핵심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 결론을 뒤집을 확실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봤다. 진술 일부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으로 무죄를 유죄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특히 항소심도 1심이 배척한 진술 일부를 믿기 어렵다고 봤다면 나머지 진술을 받아들일 때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변양호·박지원 판결은 하나의 형사사건에서 한 사람이 한 여러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판례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은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 오 시장의 재판이 각각 진행됐다는 차이가 있다. 사건별 공소사실과 보강증거도 동일하지 않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의 법리가 서로 다른 사건에서 이뤄진 동일 진술자의 진술 평가에도 적용되는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건에서 신빙성이 배척된 진술자의 다른 진술을 별도 사건에서 받아들이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객관적 자료와 부합한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한지, 진술과 독립된 증거가 어느 정도까지 필요할지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판례의 취지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김 여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명씨 진술의 여러 부분에서 허위나 과장이 확인된 만큼 나머지 진술만으로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항소심에서 명씨 진술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인 1심의 증거 판단을 집중적으로 다툴 수 있다. 명씨 진술 전반의 신빙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객관적 정황과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통화 내역과 메시지, 여론조사 전달 과정 등 독립된 증거가 뒷받침하는 진술은 다른 부분과 분리해 평가할 수 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이 경우 김 여사 사건의 원심 판단이 다시 검토될 여지가 있다. 대법원이 원심의 증거 판단 과정에 논리와 경험칙 위반이나 심리 미진이 있다고 보면 사건을 파기할 수 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다시 심리하게 된다. 공동정범 성립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원심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과정이 형사소송법상 증거 원칙에 맞는지는 상고심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뢰하기 어려운 진술 일부를 유죄의 근거로 사용하면서 충분한 보강증거를 제시했는지도 법률심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새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원심의 증거 평가가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났는지는 살필 수 있다.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명씨의 진술 전체를 믿을지 배척할지를 정하는 데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진술자의 말 가운데 일부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건마다 공소사실과 증거가 다르면 같은 진술자를 두고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한 재판에서 허위와 과장이 많아 믿기 어렵다고 평가된 진술이 다른 재판에서는 유죄의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면 그 차이를 설명할 증거와 법리가 제시돼야 한다. 대법원이 예정된 선고를 연기하고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만큼 김 여사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관련자 진술의 평가 기준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전원합의체가 어떤 법리를 내놓느냐에 따라 명씨 진술을 주요 증거로 삼은 다른 재판의 판단도 다시 검토될 수 있다.
2026-08-04 09: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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