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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누구의 몫인가"…카카오 노사 갈등이 드러낸 IT업계의 새 고민
[경제일보] 카카오가 창사 이후 첫 부분파업까지 이어진 노사 갈등을 봉합 수순으로 돌입했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는 임금협약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의 성과보상 체계 재편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성장 시기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보상 경쟁을 벌였던 IT 기업들이 성장 둔화와 비용 부담 속에서 새로운 보상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갈등과 첫 부분파업, '로그아웃데이' 등 집단행동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종 합의 여부와 별개로 성과급과 보상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IT 업계의 공통 과제로 남게 됐다. 카카오 노조는 노사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구성원과 나눌 것인지, 장기 보상과 단기 성과급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재편되는 회사 사업 속 고용 불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이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갈등은 보상 규모보다 '성과 배분 기준의 투명성'과 '구성원 신뢰'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서비스 경쟁력이 개발자와 기술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지는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IT 업계에서는 카카오 사례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열풍과 함께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IT 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활용해 인재 유치에 나섰다. 다만 최근에는 성장률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처럼 매년 높은 수준의 보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성과와 보상의 기준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 업계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게임사는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일부 핵심 개발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성과급 지급 기준과 보상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매출 성장과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한 구성원에게 어느 수준까지 보상할 것인지가 주요 경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AI 전환이라는 새로운 경쟁 환경 속에서 보상 체계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데이터 사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존 개발 역량뿐 아니라 AI 연구 인력과 핵심 기술 인재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번 갈등을 마무리하는 것과 함께 조직 안정과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는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플랫폼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의 신뢰 회복 없이는 장기적인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 노사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임금협약 체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의안이 통과되면 카카오는 두 달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을 마무리하고 사업 정상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서 시작된 성과 배분 문제가 업계 전반으로 커지고 있다"며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 사례를 보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부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026-07-30 16: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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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합'이 남긴 성과급 복마전, '시장 원칙'과 '상생'으로 틀 바꾸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겉으로는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갈등을 덮기 위해 내놓은 타협이 시장 원칙과 산업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인정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와 경영의 기본 원칙을 흐리게 만든 결정이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사후 보상이다. 그런데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고정 임금으로 변질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 합의가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기업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은 무시된 채 ‘성과급 총액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이 수천만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때 왜 우리는 제자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국가적 지원과 공격적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엔비디아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미래 투자와 혁신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내부 성과급 갈등과 노노 갈등에 매몰된다면 결국 경쟁국만 웃게 될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내부 분열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다. 우선 성과급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은 기업의 경기 변동성과 미래 투자 전략을 무시하는 위험한 구조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기여도,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개인별 기여도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 보상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 현금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효과가 크다. 동시에 원·하청 상생 모델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성과기금이나 협력사 성과 공유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로 비쳐지는 순간 사회적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 3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합리적 성과배분 원칙과 노사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미래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과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성과 배분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경고음이다. 총파업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상생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1 07: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