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SK에코플랜트가 해상풍력 자산을 정리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인프라 역량을 내부로 모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반도체·AI 인프라에 자본과 조직을 집중하는 가운데 주택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을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핵심지 선별 수주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1일 디오션 컨소시엄과 SK오션플랜트 보유 지분 35.62%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약 4100억원이며 2021년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을 키운 지 5년 만에 지분을 정리하게 됐다.
같은 시기 반도체·AI 인프라 분야에서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7일 100% 자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첨단 산업시설 설계 역량을 갖춘 자회사와 기존 시공·사업관리 기능을 결합해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재편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보다 사업 선택의 방향을 보여준다. 해상풍력은 자산을 매각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반도체·AI 인프라는 조직과 기술을 내부에 모아 실행력을 높인다. 성장성이 있더라도 자본 부담이 큰 사업은 덜어내고 그룹 내 수요와 시장 확대가 맞물린 영역에는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다.
회사 정체성도 바뀌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산업용 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를 편입했고, 지난해에는 SK트리켐과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기업을 추가했다. 건설사가 단순히 공장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재와 설비, 생산 인프라, 사용 후 자원 관리까지 묶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것이다.
상반기 실적은 이 같은 변화가 숫자로 반영된 결과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5164억원보다 8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41억원에서 1조4650억원으로 584.1%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969억원에서 9341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과 이익이 모두 커졌지만 실적을 이끈 주력은 전통 건설이 아니었다.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담당하는 하이테크 부문은 상반기 매출 3조30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3.7%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도 122억원에서 172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와 산업용 가스를 맡는 가스·소재 부문 매출은 4091억원으로 139.5% 늘었다. 반도체 모듈과 전자폐기물 재활용 등을 포함한 에셋 라이프사이클 부문은 매출 4조5056억원, 영업이익 1조4357억원을 냈다.
다만 사업 전환의 속도와 기존 건설사업의 체력은 별개의 문제다. 주택·건축과 인프라, 에너지 등을 포함한 솔루션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82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줄었다. 영업손익은 750억원 흑자에서 223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지식산업센터 등 일부 사업장의 예상 손실을 충당금으로 선제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사업은 접기보다 범위를 좁히는 쪽에 가깝다. 회사는 올해 서울에서 ‘드파인 연희’,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 ‘드파인 아르티아’ 등 3개 단지, 총 2862가구를 공급했다. 2022년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을 앞세워 서울과 수도권 핵심 사업지에서 선별적으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전체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볼 수 있는 사업지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신규 수주 활동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20차 재건축을 2048억원에 수주해 드파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6월에는 경기 용인 수지삼성2차 재건축도 2048억원에 확보했다. 반도체·AI 인프라로 중심축이 이동하더라도 주택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지를 고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행보는 건설업에서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줄일지 선명하게 가르는 과정에 가깝다. 해상풍력 지분 매각은 재무 부담을 낮추는 선택이고 SK에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은 반도체·AI 인프라 실행력을 높이는 조치다. 반도체·AI 인프라가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만큼 주택과 일반 건설사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도 사업 재편의 완성도를 가를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소재 등 AI·반도체 밸류체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AI 인프라 사업 수주 및 실적 확대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주택사업을 포함한 AI솔루션 사업은 EPC 역량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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