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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 유럽 심장부 정조준…게임스컴서 글로벌 흥행 승부
[경제일보] 국내 게임사들이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6’을 글로벌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크래프톤·펄어비스·엔씨소프트가 대형 신작을 앞세워 유럽 이용자와 업계 관계자를 만나는 가운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소·인디 개발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도 게이밍 모니터와 모바일·SSD·헤드셋을 한데 묶은 게이밍 생태계를 선보이며 K게임의 글로벌 무대 확장을 뒷받침한다. 게임스컴 2026은 26~30일(현지시간) 독일 쾰른메세에서 열린다. 2025년 기준 35만7000명이 찾고 1569개사가 참가한 대형 게임 행사로, 올해는 부스 수요가 사상 처음 전량 매진됐다. 마이크로소프트·닌텐도·세가·캡콤·텐센트·호요버스 등 글로벌 게임사도 대거 참가한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B2C와 B2B 공간을 모두 마련하고 총 5종의 작품을 선보인다.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한 PUBG IP 기반 미공개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NO LAW’, ‘프로젝트 제타’, ‘에이지 트위스터’, ‘타래: 언바운드’ 등 퍼블리싱 작품도 현장에 출품한다. 출품작의 장르도 슈터와 액션, 협동, 택티컬 아레나 등으로 다양하다. 기존 PUBG IP의 글로벌 성공에 기대기보다 복수의 장르와 신규 IP를 동시에 시장에 선보여 차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B2C 현장에서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는 동시에 B2B 공간에서 글로벌 퍼블리셔·투자자와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단순 신작 홍보 이상의 의미가 있다. 펄어비스의 핵심 카드는 ‘붉은사막’이다. 삼성전자 부스에 30대의 시연 PC를 마련하고 관람객이 직접 게임을 체험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32형 6K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8’으로 오픈월드의 그래픽과 전투를 구현한다. ‘붉은사막’은 출시 83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600만장을 넘어섰다. 개발자 대상 공략도 병행한다. 펄어비스는 게임스컴 데브에서 자체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활용한 대규모 오픈월드 제작 과정과 파이웰 대륙 구현 기술을 공개했다. 게임스컴 어워드에서는 ‘Most Epic’과 ‘Best PC Game’ 후보에 올라 작품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평가받는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신더시티’, ‘프로젝트 본파이어’ 등 3종을 게임스컴 전야제에서 공개했다. 특히 ‘아이온2’는 9월 30일 글로벌 얼리 액세스를 앞두고 있어 출시 전 유럽 시장에서 이용자와 업계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B2B 공간에서는 ‘길드워3’를 선보인다. 전통적으로 MMORPG에 강점을 가진 엔씨가 ‘신더시티’ 같은 슈터와 차세대 IP를 함께 제시하면서 장르와 시장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이용자와 파트너를 대상으로 신작을 직접 공개하고 글로벌 사업 기회를 찾는 데 무게를 둔 모습이다.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인디 개발사도 게임스컴을 통해 유럽 시장에 도전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6~28일 B2B 한국공동관을 운영하며 모바일·PC·콘솔·VR 등 분야의 국내 기업 약 13개사를 지원한다. 해외 퍼블리셔와 투자사, 배급사 등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상담과 게임 시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디게임 지원도 별도로 강화했다. 콘진원은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를 통해 메이플라이의 ‘프로젝트 레버넌트’ 등 10개 국내 인디게임을 현지에 소개한다. 행사 전 홍보전략 분석부터 현장 이벤트와 비즈니스 상담까지 지원해 단순 전시보다 실제 해외 진출 성과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5월 일본 비트서밋에서도 한국 인디게임 쇼케이스를 운영한 데 이어 글로벌 주요 게임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1090㎡ 규모 부스에서 모니터·TV·모바일·SSD·헤드셋을 결합한 ‘#PlaySamsung’ 게이밍 생태계를 선보인다. 세계 최초 6K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8’, 4K OLED ‘오디세이 OLED G8’, 무안경 3D ‘오디세이 3D’ 등을 비롯해 고성능 SSD와 JBL 게이밍 헤드셋까지 전시한다. 특히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오디세이 G8의 6K 화면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30대의 시연 환경을 마련했다. G8은 6K 165Hz와 3K 330Hz를 전환하는 듀얼 모드를 지원한다. 게임 콘텐츠의 완성도를 하드웨어 성능과 결합해 보여주는 협업이다. e스포츠와 K컬처도 결합한다. 삼성전자는 T1 실제 게임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27~28일 ‘플레이갤럭시 컵’ 월드 파이널을 개최한다. 북미·중남미·유럽·동남아·서남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우승을 겨룬다. 한국 PC방 콘셉트와 참여형 이벤트까지 더해 게임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삼성 브랜드를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이번 게임스컴 2026은 K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콘텐츠 자체로 검증받는 동시에 수출·퍼블리싱·하드웨어 협업으로 연결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대형사의 신작 성과뿐 아니라 콘진원이 지원하는 중소·인디 게임의 계약 성과, 삼성전자와 게임사의 협업 확대 여부까지 이번 행사가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확장폭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08-26 09: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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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경계를 넘어"…지스타 2026, '경계 확장' 승부수
[경제일보] 게임 전시회에서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지스타'의 변화가 본격화된다. 올해 지스타는 게임사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웹툰·모빌리티·IT 등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인디게임과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도 강화한다. 관람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라운지 확대와 소규모 기업 대상 전시 공간 신설 등을 통해 산업 전시회로서의 기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13일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게임의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한 '지스타 2026'의 주요 프로그램과 전시장 구성,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올해 지스타는 '산업과 타깃 오디언스의 외연 확장'과 '인하우스 콘텐츠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존 게임 이용자 중심의 관람객층에서 벗어나 웹툰과 팝컬처 등으로 타깃을 넓히고, 조직위가 직접 기획·운영하는 콘텐츠를 확대해 행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정승훈 지스타 조직위원회 실장은 "지스타는 전시회라고 하는 것이 어떤 산업을 변화시키거나 혹은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산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AI 그리고 내러티브"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게임과 다른 산업을 연결하는 콘텐츠 확대다. 올해 메인 키비주얼은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작가와 협업해 제작했다.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웹툰과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까지 지스타의 잠재 관람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지스타 최초로 트렌드 거래 플랫폼 '크림'과도 협업한다. 이동건 작가 협업 공식 굿즈가 포함된 '스페셜 패스'를 선보이고, 내달 1일부터 일주일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지스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게임 전시장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지스타를 접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 행사 인지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시장 구성 역시 게임사 부스 중심에서 벗어난다. 지스타 조직위는 벡스코 제1전시장 전관을 BTC 관람객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대형 참가사와 일반 관람객 구역을 균형 있게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차 공개된 주요 참가사에는 구글플레이, 웹젠, 팀42, 호요버스, 넷이즈게임즈, 빌리빌리 게임, 센추리게임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메인스폰서인 뤼튼의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도 주요 참가사로 참여한다. 제2전시장 1층은 게임사 중심의 일반 전시와 차별화한 'BTC 특별 전시 구역'으로 운영한다. 현대자동차 특별 부스를 비롯해 2026 현대 N 버추얼컵 그랜드 파이널, 인텔 신작 체험존, 게임문화축제 체험관, 지스타 특설무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텔 신작 체험존에서는 세가 유럽 스튜디오의 신작과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 등 글로벌 게임사의 미출시 기대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게임과 자동차, 글로벌 IT 기업 등이 한 공간에서 콘텐츠를 선보이는 형태다. 인디게임 생태계도 별도 축으로 강화한다. 조직위의 인하우스 콘텐츠인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GALAXY'를 제2전시장 1층에 대규모로 마련하고 글로벌 플랫폼과 퍼블리셔, 게임 엔진 기업을 참여시킨다. 또한 디볼버 디지털, 디스코드, 스팀덱, 유니티 등이 참여해 인디게임을 단순히 전시하고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과 개발자 교류,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B2B 전시장도 개편한다. 조직위는 지난해 이용률이 높았던 비즈니스 라운지 규모를 확대하고 라운지를 중심으로 부스를 배치해 기업 간 미팅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라운지 부스'를 새롭게 도입한다. 약 0.5 부스 규모의 공간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전시 비용과 공간 확보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지스타 B2B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기업을 많이 모으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특징이다. B2B 네트워크 파티와 투자마켓 등 기업 간 만남과 투자 기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정 실장은 "그간 오프라인 시간대에는 라운지의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미팅이 이뤄졌던 부분들을 감안해서 올해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사이즈를 키웠다"며 "다각도에서 비즈니스 전시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스타의 또 다른 핵심 콘텐츠인 G-CON 2026도 '내러티브'를 전면에 내세운다. 오는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G-CON은 게임뿐 아니라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을 연사로 구성했다. 올해 약 1690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과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무빙'의 박인제 감독, 조용희 캡콤 프래그마타 디렉터,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미카미 신지 시프트업 언바운드 대표, '파이널 판타지 VII' 시리즈의 키타세 요시노리 디렉터와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 등 국내외 창작자와 개발자가 참여한다. '더 위쳐' 시리즈를 개발한 CD프로젝트레드의 마르친 블라하 부사장 겸 스토리 디렉터와 필립 웨버 내러티브 디렉터, '하데스'의 그렉 카사빈 디렉터 등 글로벌 게임 개발자들도 연사로 이름을 올렸다. 강연과 대담 이후에는 '라운드테이블'도 새롭게 운영한다. G-CON 참가자뿐 아니라 B2B 참가사와 인디 개발자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강연에서 다루지 못한 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정 실장은 "산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두 키워드는 AI와 내러티브"라며 "기존 관람객이 대부분 게이머에 한정돼 있었다면, 미래 방향성은 게이머뿐 아니라 만화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아우르고 자체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지스타의 변화는 전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게임사 중심의 참가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기술 분야의 기업을 끌어들이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게임 외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에는 투자와 사업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행사 성격 자체를 확장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조직위는 올해 지스타를 통해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행사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참가 기업과 관람객의 외연을 동시에 넓히면서 지스타를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조영기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지스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트렌드를 반영해 내실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하며 기본 틀을 다져왔다"며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6-08-13 14: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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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증시는 본래 흔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흔들림에도 결이 있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이 바뀌어 흔들리는 시장과 금융상품의 구조가 스스로 진동을 키워 흔들리는 시장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 발견의 과정이지만 후자는 시장 장치의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의 체온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AI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랠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랠리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얹히고 다시 그 레버리지가 주가 변동을 키우는 구조다. 불길이 오를 때는 더 큰 불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바뀌면 같은 구조가 시장을 덮치는 역풍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관련 2배 상품은 대체로 6% 상승을 목표로 한다. 반대로 3% 하락하면 손실도 6% 안팎으로 커진다. 겉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속은 복잡하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용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맞추는 단기 매매형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로에 따라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의 2배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자금 유입 속도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레버리지 ETF 약 8조2000억원, 인버스 2배 ETF 약 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간에 특정 종목, 특정 방향, 특정 투자자층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음도 이례적으로 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나간 개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과 과열 매매,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한 2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판다. 보통 투자 격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고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특정 국면에서 정반대로 작동한다. 상승장 후반에는 매수 압력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보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쏠림이 심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 기계적 매매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상품이 ‘ETF’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ETF는 대개 분산투자, 낮은 비용, 투명한 운용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다. 분산투자 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업 한 곳에 2배로 베팅하는 파생형 상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우량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고 해서 상품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도 나쁜 가격과 나쁜 구조를 만나면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된다. 개인투자자는 세 가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손실 확대 위험이다. 하루 10%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20% 안팎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 위험이다. 10% 하락 뒤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괴리가 더 커진다. 셋째, 유동성 위험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호가가 얇아지면 실제 체결 가격은 투자자가 예상한 가격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과 장 막판, 급락장에서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화하고 배분하는 곳이다. 위험을 이해한 전문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에게 손쉬운 투기 수단을 열어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균형이다. 상품 혁신이 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가계에 떠넘기는 것은 금융의 본령이 아니다. 향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판매·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전교육, 예탁금 요건, 투자성향 확인, 위험고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순자산이 불어난 상품에 대해서는 리밸런싱 영향 점검, 괴리율 관리, 유동성공급자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특정 종목과 특정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투자경고 체계와 상장 유지 기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이 상품을 ‘우량주 투자’가 아니라 ‘고위험 단기 파생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선 “잘 싸우는 자는 세에 의지한다”고 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이 시장의 세를 만든다. 지금 한국 증시의 세는 AI 반도체 기대,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 높은 회전율이 한데 엉킨 모양새다. 이 세가 상승장을 밀어 올릴 때는 누구도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세가 하락장을 밀어붙일 때는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 깊은 유동성, 합리적 투자자 보호, 엄격한 상품 심사가 함께 가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어디까지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답은 분명하다. 시장의 활력은 살리되 시장을 카지노로 만드는 장치는 걷어내야 한다. 투자자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선택의 대가를 제대로 알리는 장벽은 높여야 한다. 증시는 꿈을 먹고 오른다. 그러나 꿈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탐욕이 된다. 탐욕이 시장의 엔진이 되는 순간 변동성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름통을 치우는 일이다. 시장은 뜨거울수록 냉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2026-07-06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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