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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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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AI 경쟁, 인프라가 좌우"…카카오엔터프라이즈 GPUaaS 제시
[경제일보] 증권사들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투자분석과 리스크 관리 등 핵심 업무로 확대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AI 인프라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부터 데이터센터와 전력, 보안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면서 금융권에서도 클라우드와 자체 인프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 데이터의 특성상 망분리와 내부통제 등 높은 보안 요건까지 충족해야 하는 만큼 증권사의 AI 전환 경쟁이 인프라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LS증권 등 주요 증권사 IT·인프라 담당자를 대상으로 '증권형 AI 인프라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금융권 AI 인프라 구축 전략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사들은 AI를 고객 상담이나 검색 등 고객 접점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데이터 분석, 리스크 관리, 투자전략 수립, 내부 업무 자동화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모델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업무가 늘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GPU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AI 전환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는 단순히 GPU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구축이 끝나지 않는다. 고성능 GPU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 저장장치, 관리 시스템 등이 함께 필요해 구축의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다. 기업이 GPU를 직접 구매해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향후 AI 수요 변화에 따라 자원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금융권은 일반 기업보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보안 요건이 많다. 증권사가 보유한 고객 정보와 금융 데이터가 민감한 만큼 외부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경우 데이터 보안과 접근 통제, 내부 통제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망 분리 등 금융권 특유의 규제 환경도 AI 인프라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자체 인프라와 클라우드의 장점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감한 데이터를 내부 환경에서 관리하면서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의 GPU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초기 구축 부담과 확장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클라우드의 하이브리드 GPUaaS가 고사양 GPU 구매부터 데이터센터와 전력, 자원 통합 관리, 확장 등에 필요한 AI 인프라를 카카오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AI 인프라를 처음부터 직접 구축하는 대신 필요한 GPU 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구축 기간, 유연성 및 확장성, 보안, 운영·관리 역량 등을 주요 고려사항으로 제시했다. 또한 금융기관이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망 분리와 데이터 보안, 내부 통제 기능 등을 강조했다. 카카오클라우드는 금융권의 클라우드 이용을 위한 보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금융보안원이 매년 진행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AI가 처리하는 금융 데이터의 보안과 관리 체계까지 함께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인프라 사업자들의 금융 특화 경쟁도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금융권 AI 시장에서는 AI 모델과 서비스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 데이터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급변하는 AI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증권사의 AI 전환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최근 증권업계는 고객 접점에서의 AI 활용을 넘어 전사 차원에서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AI 전환(AX)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및 기관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AX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AI 인프라의 근본적인 혁신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27 16: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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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내년에도 70% 성장 자신…AI 투자 사이클 아직 안 끝났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데 이어 회계연도 2028년 매출도 약 7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특히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AI가 수행하는 추론 작업이 급증하면서 GPU뿐 아니라 메모리·네트워크·전력 등 데이터센터 전반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연도 2028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제약이 없다면 성장률이 7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하는 배경이 됐다. ◆ 에이전틱 AI가 ‘GPU 수요’를 다시 키운다 실제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7년 2분기 매출은 962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급증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한 셈이다. 3분기 매출 전망도 108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수요를 더 끌어올리는 변수로 엔비디아가 꼽은 것은 에이전틱 AI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며 여러 단계의 추론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젠슨 황 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이 실제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내면서 “연산이 곧 매출”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런 변화에 맞춰 GPU뿐 아니라 C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모두 연결한 ‘AI 팩토리’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 GPU 넘어 ‘메모리’까지…NVHBM 공개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엔비디아가 공개한 NVHBM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NVLink Fusion 생태계에 자체 설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결합한다고 밝혔다. NVHBM은 기존 HBM4E 대비 메모리 대역폭을 최대 30% 높이고 HBM 전력 소모를 최대 15% 줄이며, XPU 다이에서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 면적도 최대 25%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엔비디아가 메모리 공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NVHBM은 여러 메모리 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설계·검증 기술에 가깝다. 첫 협력 대상으로는 아마존의 반도체 개발 조직인 안나푸르나 랩스가 선정됐다. 아마존은 차세대 AI 인프라에 NVLink Fusion과 NVHBM을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엔비디아가 메모리까지 설계 영역을 넓히는 것은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 연산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이동, 전력 효율이 전체 시스템 성능과 비용을 좌우한다. 엔비디아가 GPU와 네트워크에 이어 메모리까지 최적화하려는 이유다. ◆ 공급 부족은 여전…AWS에만 2027~2028년 GPU 200만장 문제는 공급이다. 젠슨 황 CEO는 전력, 냉각, 메모리, 웨이퍼 등 데이터센터 공급망 전반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확보한 공급량이 현재 수요의 약 70% 수준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메모리 가격 상승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실제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도 나왔다. 엔비디아와 AWS는 2027~2028년 AWS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200만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공급 계획에 더해 대규모 GPU 투자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또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과 함께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AI 컴퓨팅 인프라에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IT 설비가 아니라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실적 호조’가 아니다. AI 모델의 추론과 에이전트 활용이 늘면서 연산 수요가 다시 확대되고, 이에 맞춰 GPU·HBM·네트워크·데이터센터 금융까지 AI 인프라의 전 영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들의 막대한 자본지출이 실제 AI 서비스 매출로 얼마나 전환될지는 여전히 시장이 확인해야 할 과제다. AI 투자 사이클의 다음 승부처는 GPU 판매량이 아니라 그 연산능력이 얼마나 많은 매출과 생산성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2026-08-27 09: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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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망 선점"…HD현대일렉·효성重, 420kV 친환경 기술 경쟁
[경제일보] 유럽 전력망 시장을 둘러싼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경쟁이 프랑스 파리에서 맞붙었다. 두 회사는 ‘CIGRE 파리 세션 2026’에서 나란히 420kV급 SF₆-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전면에 세웠다. 같은 전압대의 친환경 제품을 꺼냈지만 공략법은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인증과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에 무게를 둔다면,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송전부터 데이터센터용 배전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IGRE 파리 세션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2024년 행사에는 99개국에서 1만1200명 이상의 전력산업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양사가 유럽을 겨냥한 배경에는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력망에 584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유럽 배전망의 약 40%가 가동 40년을 넘긴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도 설비 교체·증설을 재촉하고 있다. 환경 규제도 시장을 바꾸고 있다. EU F-gas 규정은 2028년부터 52kV 초과 145kV 이하 고압 개폐장치에,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제품에 지구온난화지수(GWP) 1 이상인 절연·차단 매질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유럽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HD현대일렉, PQ 통과 후 첫 수주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전시에서 72.5kV와 145kV급 제품에 최근 시험을 마친 420kV급 ‘GREENTRIC 550SRE’를 추가했다. 현재 72.5·145·170·420 kV급 SF₆-Free GIS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3년 안에 300·362 kV급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주요 전압대별로 친환경 GIS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 먼저 쌓은 공급 경험도 앞세운다. 지난해 스웨덴 전력청으로부터 145kV SF₆-Free GIS를 국내 업체 최초로 수주한 뒤 핀란드에서도 14대를 추가로 수주했다. 영국 내셔널그리드와는 400kV·275kV급 초고압 변압기 1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420kV 제품도 개발 단계에서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420kV급은 유럽 주요 송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전압대로, 국내 최초로 해당 제품을 개발해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PQ를 통과했고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가 목표”라고 했다. 이어 “향후 3년 내 300kV와 362kV급 제품까지 개발하고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해상풍력용 특수 변압기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유럽 공급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효성중공업, GIS 넘어 HVDC·SST ‘토털 솔루션’ 효성중공업은 CIGRE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420kV급 SF₆-Free GIS를 처음 공개했다. 여기에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STATCOM,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변압기(SST),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플랫폼 ‘ARMOUR+’까지 함께 전시했다. 개별 기기보다 송·배전과 설비 관리를 아우르는 사업 역량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효성중공업도 기존 초고압 전력기기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12월 영국·스웨덴·스페인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2300억원이 넘는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49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에 육박했고,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420kV급 초고압 GIS를 탄소 저감형으로 독자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탄소중립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과 수주 목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지 고객과의 협의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개별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GIS와 HVDC·STATCOM·SST,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먼저 수주하는 HD, 넓게 묶는 효성 현재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420kV GIS의 유럽 사업화 속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한 발 앞선 모습이다. PQ를 통과한 데 이어 영국 전력회사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첫 수주 목표 시점까지 제시했다. 효성중공업은 제품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단계로,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는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는 현재 사업화 진척도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경쟁이 전력망 전체로 확대되면 구도는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장거리 대용량 송전과 계통 안정화, 디지털 설비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GIS뿐 아니라 HVDC·STATCOM·SST까지 한꺼번에 제시한 효성중공업이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승부는 전시장보다 실제 설치 현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앞선 사업화 속도를 장기 공급 계약으로 연결해야 하고, 효성중공업은 폭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실제 패키지 수주로 증명해야 한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검증을 넘어 반복 수주와 장기 운전 레퍼런스를 먼저 쌓는 회사가 유럽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2026-08-26 17: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