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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 신임 디자인 총괄에 안드레아스 민트 내정…3월1일 공식 취임
[이코노믹데일리] 24일 폭스바겐그룹(최고경영자 올리버블루메)은 안드레아스 민트 승용차 브랜드 디자인 총괄이 오는 3월1일부로 그룹 전체의 디자인 총괄직을 겸임하는 내용의 핵심 인사를 단행했다. 전임자인 미하엘 마우어 총괄이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원만하게 합의 하에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이뤄진 조치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임원 교체를 넘어 글로벌 전동화 전환기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를 맞이한 거대 자동차 제국의 절박한 생존 전략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969년생으로 올해 57세인 안드레아스 민트 신임 총괄은 1996년 독일 포르츠하임 디자인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폭스바겐그룹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판 정통 브랜드 전문가다. 그는 2014년까지 폭스바겐 브랜드에 몸담으며 특유의 실용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조형미를 결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의 조립 품질과 시대를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칭송받는 골프 7세대와 전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을 주도한 1세대 티구안의 외장 디자인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대중의 보편적인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단단한 감각을 잃지 않는 그의 성향이 폭스바겐의 대중적 성공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디자인 역량은 대중차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아우디로 자리를 옮긴 그는 아우디 A1부터 초대형 SUV인 Q8에 이르는 전체 라인업의 외장 디자인 재정립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시선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이동하던 시기에 순수전기 스포츠카인 아우디 e-트론 GT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미래 모빌리티가 나아가야 할 미학적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e-트론 GT는 내연기관의 육중한 엔진룸이 사라진 전기차 특유의 비율을 유려한 공기역학적 실루엣으로 승화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기 세단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어 2021년에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의 디자인 총괄로 부임해 브랜드의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그가 주도해 2022년 전 세계 18대 한정판으로 공개된 벤틀리 바투르는 165만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가격표가 무색하게 출시 직후 전량 매진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바투르는 기존의 화려한 장식을 과감히 덜어내고 선과 면의 순수한 대비를 통해 강력한 근육질의 차체를 구현한 모델이다. 이는 벤틀리가 자랑하는 강력한 12기통 엔진의 대미를 장식하는 동시에 향후 출시될 순수전기차(BEV) 라인업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청사진을 완벽하게 제시했다는 분석을 낳았다. 아마씨를 활용한 천연 섬유 복합소재와 3D 프린팅 기술로 가공한 18K 금 부품을 실내에 적용하는 등 지속가능성과 최고급 럭셔리를 융합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디자인 철학도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3년 2월 다시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디자인 총괄로 금의환향한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놀라운 파급력을 입증했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자칫 모호해질 수 있었던 브랜드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호감을 주면서도 특유의 매력을 지닌 디자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는 2024년 어워드에서 전기 세단 ID.7을 최고의 세단으로 선정하며 그 차분하고 우아하며 절제된 디자인 완성도를 극찬했다. 동시에 안드레아스 민트에게 최고 영예인 디자인 히어로 어워드를 수여하며 그가 침체에 빠진 폭스바겐 브랜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괄직 겸임 발령이 그룹의 구조적 위기 극복을 위한 치밀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2015년부터 그룹 디자인을 이끌어온 미하엘 마우어는 포르쉐의 황금기를 주도하며 그룹 전반의 디자인 철학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기여했으나 개별 브랜드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관리 중심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드레아스 민트 총괄은 그룹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의 디자인 총괄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체 지휘봉을 잡는다. 이는 폭스바겐 브랜드 본연의 실적 개선이 그룹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조직을 슬림화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경영진의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안드레아스 민트 신임 총괄이 직면한 2026년 현재의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에는 대중차인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를 비롯해 프리미엄 라인인 아우디 포르쉐 그리고 초고가 럭셔리 마크인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성격이 판이한 10여개 브랜드가 속해 있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기역학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이른바 조약돌 형태의 획일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공용 플랫폼을 여러 브랜드가 나누어 쓰는 구조 속에서 각 브랜드가 가진 역사적 유산과 고유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차별화하는 것은 역대 최고 난도의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글로벌 자본 시장의 압박도 거세다. 심플리월스트리트 등 주요 금융 분석 기관들은 민트 총괄의 임명이 폭스바겐그룹의 장기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기업 가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현재 폭스바겐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신흥 강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주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첨단 기술 평준화로 하드웨어 제원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결국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최종 승부처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애착을 형성하는 디자인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는 안드레아스 민트 총괄이 단기간에 폭스바겐 차량을 다시 한번 진정한 폭스바겐으로 명확히 인식하도록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굳건한 신뢰를 표명했다. 대중차의 실용적인 해치백부터 최첨단 전기 스포츠카와 초호화 한정판 쿠페까지 자동차 산업의 모든 스펙트럼을 직접 섭렵한 안드레아스 민트가 2026년 대격변의 기로에 선 거대 제국의 나침반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전 세계 산업계와 자본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6-02-24 16:08:21
람보르기니, 미우라의 시작점 'P400' 롤링 섀시 선봬
[이코노믹데일리]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역사상 첫 V12 미드십 스포츠카인 '미우라' 탄생 60주년을 맞아 미우라 개발의 출발점이 된 'P400' 롤링 섀시를 공개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1965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P400은 얇은 강판으로 제작된 경량 섀시 위에 4리터 V12 엔진을 미드십 구조로 배치한 프로토타입이다. 해당 구조는 양산형 미우라로 이어졌고 당시 자동차 설계 기준과는 다른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P400의 개발은 지난 1964년 'L105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장 파울로 달라라 엔지니어와 파올로 스탄차니 엔지니어, 밥 왈라스 테스트 드라이버는 레이싱 기술을 일반 도로 주행용 GT 차량에 적용했고 강성이 높고 컴팩트한 섀시와 새로운 파워트레인 구성을 설계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설립자도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한 후 개발을 승인했다. 공개된 P400 섀시는 총 120kg의 중량이며 새틴 블랙으로 마감된 중앙 셀 구조로 전·후면 보조 프레임이 추가됐다. 독립식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걸링 디스크 브레이크, 보라니 와이어 휠 등 당시의 레이싱 사양이 적용됐다.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의 유닛으로 통합해 캐빈 뒤쪽에 탑재한 미드십 구조는 이후 출시된 슈퍼카 설계의 한 장르가 됐다. P400의 최종 차체 디자인은 누치오 베르토네가 맡았고 이후 지난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양산형 스포츠카인 미우라로 첫 선을 보였다. 한편 람보르기니의 클래식카 복원 및 보존 부서인 '폴로 스토리코'는 오는 2026년 미우라 탄생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프로그램과 폴로 스토리코 공식 투어를 진행해 미우라를 소개할 예정이다.
2025-12-03 16:13:13
'테스타로사' 이름 다시 꺼낸 페라리…1050마력 PHEV 슈퍼카 국내 최초 공개
[이코노믹데일리] "양산 모델 중 역대 가장 강력한 페라리 모델" 이상욱 FMK 세일즈 매니저는 한 문장으로 페라리의 신형 슈퍼스포츠카 '849 테스타로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어로 '빨간 머리'를 뜻한다. 엔진의 캠 커버가 빨갛게 착색되는 모습에서 착안된 명칭이다. 1984년 10월에 개최된 파리 모터쇼를 통하여 처음 공개됐다. 약 40년의 역사를 지닌 플래그십 모델이 부활한 것이다. 14일 페라리코리아는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코리아 프리미어를 통해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스포츠카 849 테스타로사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차량은 'SF90 스트라달레'의 뒤를 잇는 양산차 모델로 지난 1984년 페라리의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인 테스타로사의 이름을 계승했다. 지난 1950 년대 전설적인 레이싱카 500 TR의 붉은색 캠에서 유래한 이름 테스타로사(빨간 머리) 처럼 이번 모델도 붉은색 외관이 특징이다. 차량의 전면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밴드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의도했고 차량 전체적으로는 페라리의 레이싱 차량에서 가져온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번 모델은 페라기가 완전히 재설계 한 4.0 리터의 'V8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돼 엔진 단독으로 830 마력(cv)의 성능이며 3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자사의 'SF90 스트라달레' 대비 50 마력증가한 총 1050 마력(cv)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에 페라리 양산차 역사상 최고의 출력당 중량비 1.5kg/cv를 달성했다. 제로백은 2.3초만에 가능하다. 공기역학 성능도 한층 강화됐다. 다운포스가 SF90 스트라달레 대비 25kg 증가한 415kg(시속 250km 운행 시)를 생성된다. 후면의 액티브 스포일러와 고정식 트윈 테일 구조, 항공학에서 영감을 받은 도어 디자인으로 공기역학적 기능과 시각적 완성도를 동시에 높였다. 페라리 최초로 도입된 'FIVE' 시스템으로 차량 제어 시스템 역시 강화됐다. FIVE 시스템은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예측해 트랙션 컨트롤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와이어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대형 브레이크 시스템이 일관된 제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운전자가 코너링 시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한다. 페라리코리아는 앞서 설명한 차량 성능의 개선으로 이번 차량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양산 모델로 평가될 것이라 자신했다. 이 매니저는 차량 제어 시스템에 대해 "선수가 마치 상대방의 눈을 보고 공의 궤적을 예측하는 것처럼 페라리의 'FIVE' 시스템은 자동차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낸다"고 표현했다. 실내는 외부와 대비되는 푸른색으로 마감했다. 또한 이전의 페라리보다 더욱 새롭고 유연해진 차량용 인터페이스 'HMI'가 사용됐고 물리적 버튼이 달린 새로운 스티어링 휠이 장착됐다. 동승자는 동승자 전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차량은 쿠페버전의 기본형과 차의 천장이 열리는 하드톱 방식의 '스파이더' 방식 두 종류로 출시한다. 또한 아세토 피오 라노 패키지를 적용 시 차량의 재질을 탄소섬유, 렉산, 티타늄 등으로 교체해 무게를 30kg를 줄일 수 있다. 이상욱 매니저는 "이번 차량은 페라리의 레이싱 정신, 탁월한 엔지니어링, 디자인 혁신의 정수"라며 "페라리를 가장 열정적으로 즐기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장"이라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페라리 극동 및 중동 지역 총괄은 "849 테스타로사는 페라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대담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재정의한 걸작"이라며 "페라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한국 고객들에게 이 기념비적인 모델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2025-11-14 15:24:10
절반의 성공, 뚜렷해진 명암…'AI 공장장' 청사진 얻었지만 'HBM 구조'는 놓쳤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31일 대한민국 AI 산업의 미래를 건 중대 발표가 나왔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깐부치킨' 회동의 결과물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네이버의 차지였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전격 체결했다. 이는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국가 기간 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맹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네이버가 축적한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엔비디아의 3D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결합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복제해 AI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해법을 찾고 이를 로봇과 설비 제어에 적용하는 'AI 공장장' 시대를 열겠다는 거대한 구상이다. 이해진 GIO는 “AI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AI 시대의 단순 기술 소비국을 넘어 플랫폼 파트너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 값진 성과다. 하지만 화려한 발표 뒤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더 선명해졌다.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였던 HBM(고대역폭메모리) 문제에 대한 안개가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I의 두뇌인 GPU를 ‘슈퍼카’에 비유한다면 HBM은 그 심장인 ‘특수 초고성능 엔진’에 해당한다. 이 엔진은 데이터를 상상 이상의 속도로 처리해 AI의 학습과 추론을 가능케 한다. 현재 이 특수 엔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뿐이다. HBM이 엔비디아를 상대로 내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이유다. 하지만 슈퍼카 제조사 CEO인 젠슨 황은 한국에 와서 이 엔진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30일 행사에서 "한국에 대한 아주 좋은 소식을 갖고 있고 힌트를 드리자면 그 소식은 인공지능(AI) 그리고 로보틱스와 관련된 것일 것"이라며 기대감만 높였다. 정작 나온 결과는 ‘엔진을 계속 구매하겠다’는 기존 거래의 연장선에 그쳤다. 한국이 원했던 것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다음 세대 슈퍼카를 함께 설계하는 ‘동업’ 관계로의 발전이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AI 주권’ 확보, 즉 구조적 합의는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한 명의 구매자와 두 명의 판매자’라는 불리한 구도다. 특수 엔진을 살 사람은 엔비디아 한 곳인데 팔 사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다. 구매자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 선다. 젠슨 황 CEO는 두 회사를 모두 방문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은근히 두 회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 결국 ‘부품을 묶어 완제품을 비싸게 파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느라 부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한국’의 구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18개월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반도체 업계에서 18개월은 기술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다. 지금은 한국만 만들 수 있는 특수 엔진이지만 18개월쯤 뒤에는 미국의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도 비슷한 성능의 엔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18개월이 바로 한국에 주어진 ‘골든타임’이다. 엔비디아가 우리 엔진 없이는 슈퍼카를 못 만드는 바로 지금 말이다. 이 시한폭탄이 무서운 이유는 18개월 뒤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HBM은 더 이상 특별한 부품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살 수 있는 평범한 부품이 된다. 협상력은 완전히 구매자인 엔비디아에게 넘어가고 우리는 가격 경쟁만 남는 ‘치킨게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골든타임에 했어야 할 일은 눈앞의 판매 계약이 아니었다.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앞으로 나올 모든 슈퍼카는 우리와 함께 설계한다’와 같은 미래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번 터지면 되돌릴 수 없는 시한폭탄의 신관을 제거하는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깐부치킨’ 회동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네이버와의 '피지컬 AI' 동맹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HBM을 활용해 다가올 미래의 종속을 피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는 또다시 물음표를 남겼다. 화려한 잔치는 끝났지만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18개월 뒤 우리가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2025-11-01 15: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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