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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게임으로 사회문제 푼다…카카오 임팩트·희망스튜디오의 '기술형 사회공헌'
[경제일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 기부나 봉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게임 등 각사의 기술·콘텐츠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은 AI를 사회혁신 조직의 업무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는 게임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이용자가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등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콘텐츠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카카오 임팩트재단과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 참가해 각각 AI와 게임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례를 소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정부·기업·시민사회가 모여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와 협력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은 이번 행사에서 재단 내부의 AX(인공지능 전환) 경험과 사회혁신 조직의 기술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자체 AX를 추진하면서 AI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 구성원의 비율이 지난 4월 29%에서 8월 말 6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체감한 하루 평균 업무시간 절감 효과는 107분으로 집계됐다. 사회혁신 현장에서도 AI 활용 사례를 만들었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의 '테크 포 임팩트 LAB'에 참여한 사단법인 늘픔가치는 IT 전문가들과 함께 AI 기반 복약상담 기록·분석 서비스 '케어링노트'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약사가 복약상담을 마친 뒤 상담 내용을 직접 기록해야 했지만, 케어링노트를 활용하면 상담 내용을 녹음한 뒤 AI가 복약상담 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에 기록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케어링노트 도입 이후 1년 6개월 동안 늘픔가치의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상담 횟수는 10회에서 53회로 늘었고, 상담 대상자는 120명에서 437명으로 증가했다. 참여 약사도 6명에서 30명으로 확대됐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혁신 조직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도 넓히고 있다. 늘픔가치는 지난 5월부터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직접 기획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은 이날 조직의 AI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혁신 생태계를 위한 AX 가이드'도 공개했다. 조직의 AI 활용 기준을 정하는 단계부터 담당자와 데이터 환경 구축, 활용 성과 측정과 점검 등 5단계로 구성해 사회혁신 조직이 자체적으로 AI 전환 수준을 진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는 게임의 '재미'를 사회공헌 활동에 접목했다. 희망스튜디오는 이번 행사에서 '기부의 게임화'를 주제로 특설 부스를 마련하고 'PLAY for GOOD' 철학을 담은 기부 플랫폼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스마일 기부오락실'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 캐릭터 IP인 모코코를 활용한 소셜 게임을 선보였다. 기아 문제를 다룬 '모두의 수확'과 환경 보존을 주제로 한 '다시, 바다' 등 2종이다. 참관객은 게임 속 미션을 수행하면서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가상으로 체험했다. 행사 기간 '모두의 수확'에서는 6만5658끼 분량의 과일을 수확했고, '다시, 바다'에서는 9766kg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희망스튜디오는 게임을 통한 참여를 실제 기부로 연결하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내달 16일까지 진행하는 '즐거운 참여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요' FUNding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기부금 전액을 인구감소지역과 도서산간지역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류석영 카카오 임팩트재단 이사장은 "AI는 비영리 조직의 사회문제 해결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기술이며, 작은 조직일수록 그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재단이 먼저 써보고 사업에 접목하며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생태계와 나누어, AI가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법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는 "이번 행사로 사회문제 발굴과 해결을 게임처럼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스튜디오 기부 플랫폼의 역할을 사회적 가치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희망스튜디오는 기업·공익단체 및 기관,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23 1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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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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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사람 아닌 제도를 보고 해야 한다
[경제일보] 헌법에는 권력을 주는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자신을 위해 고치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2항이 그렇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짧은 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권력과 헌법의 관계에 대한 무거운 원칙이 들어 있다. 헌법을 고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위해 고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자신의 임기를 직접 언급했다. 취임 초 정상외교 일정을 많이 잡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상외교를 빨리 시작해야 효과를 오래 누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상외교에 관한 설명이었지만 정치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연임제 개헌과 현직 대통령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받았다. 대통령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제128조다.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못 박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개헌이 현직 권력자의 집권 연장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그런데 최근 개헌 논의는 이 단순한 원칙에서 자꾸 벗어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을 언급하면서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야권에서는 중임제와 임기 단축이 결합할 경우 현직 대통령의 향후 재출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대편에서는 연임제 개헌의 경우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온다. 개헌의 필요성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 있느냐’가 정치적 관심사가 돼버린 셈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은 대통령 한 사람의 임기를 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 정부와 사법부가 어떤 관계를 맺고 국가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가의 기본설계다. 지금 개헌한다면 그 기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아니라 2030년, 2040년의 대한민국에 어떤 권력구조가 필요한가여야 한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거의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크게 변했다. 경제 규모도, 인구 구조도, 지방의 현실도 달라졌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역시 1987년과 같지 않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장단점도 충분히 경험했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고 임기 후반에는 급격한 레임덕이 나타나는 문제,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가 엇갈리면서 선거가 사실상 상시화되는 문제도 있다. 반대로 4년 중임제는 국민에게 대통령을 한 번 더 평가할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권력 집중이 장기화할 위험도 있다. 그러니 논의할 것은 많다. 대통령 임기만 고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조정할 것인지, 국회의 견제 기능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국무총리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감사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지방분권과 기본권, 국민투표와 개헌 절차도 논의 대상이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의 권력구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개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람을 먼저 놓고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동양 고전 <한비자>에는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이 나온다.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법의 적용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2000여 년 전의 말이지만 헌법 논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좋은 헌법은 좋은 지도자를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헌법이다. 그래서 헌법 제128조 2항의 정신은 중요하다. 헌법을 고치는 사람이 그 결과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개헌의 정당성을 지키는 일종의 ‘이해충돌 방지장치’다. 헌법을 바꾸는 정치세력과 그 헌법의 혜택을 받는 정치세력을 분리해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생긴다. 여야 모두 이 원칙 앞에서는 한발 물러서야 한다. 여권은 개헌 논의를 현직 대통령의 정치 일정과 연결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야권 역시 모든 개헌 논의를 ‘집권 연장 시도’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의심부터 앞세우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실제 현행 헌법에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과 중임 변경을 제한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개헌 논쟁은 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이번 발언을 한 걸음 더 분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임기는 헌법상 제한돼 있다”는 언급에서 그칠 게 아니라 개헌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권력구조가 자신의 정치적 거취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개헌 논의를 제도의 문제로 되돌릴 수 있다. 개헌에는 더 중요한 관문도 있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어느 한 정당이나 대통령 혼자 밀어붙일 수 없는 구조다. 헌법 자체가 개헌을 ‘합의의 정치’로 설계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누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대통령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4년 연임제와 중임제의 장단점을 공개적으로 비교하고 대통령·국회·사법부 사이의 권력 배분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야와 헌법학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개헌 논의기구를 만들어 쟁점을 정리할 수도 있다. 개헌은 정치공학이 되는 순간 실패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해도 안 되고,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해서도 안 된다. 헌법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계약서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까지 적용받을 국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파리에서 말한 대로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에 의해 제한된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권도 그 헌법의 정신을 받아들일 차례다. 사람은 임기가 끝나면 떠난다. 헌법은 남는다. 개헌의 출발점은 바로 그 단순한 사실이어야 한다.
2026-09-10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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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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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③정부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 역할이 산업 지원과 규제 정비에 집중됐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 전력망, 인재, 안전망, 소비자 보호, 공공서비스, 국가 안보까지 포괄하는 종합 설계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기업의 생산 방식과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동시에 바꾸면서 정부도 단순한 규제자나 투자자를 넘어 국가 운영체제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 진흥, 규제 설계,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는 이미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K-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기가와트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예약과 결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1인 1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AI 제도 정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AI 연구개발과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활용 확산, 창업 지원, 인재 양성,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동시에 고영향 AI에 대한 투명성, 안전성, 인간 감독 등 신뢰 확보 장치도 포함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과도한 규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설명 책임과 안전장치가 없으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산업 진흥과 신뢰 구축을 동시에 설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 산업정책, 지원금 경쟁으로 끝나선 안 돼 정부의 AI 산업정책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이고,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자동화와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모든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다. 정부가 이 세 분야를 묶어 국가 프로젝트로 제시한 것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에너지, 지역경제, 안보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재정 투입과 세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데이터센터 입지,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지역 주민 수용성, 전문 인력 공급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수도권 밖 호남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두고 대규모 전력·용수 수요와 지역 주민 반발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산업단지 조성에는 80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계획대로면 4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만으로도 광주·전북·전남 지역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의 70∼8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전력망, 용수, 도로, 대학 인력, 지역 민원 조정까지 정부가 함께 풀어야 실제 착공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전력·인재가 새 국가 인프라로 부상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는 도로와 항만, 공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GPU, 전력망, 고급 인재가 새로운 국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안정적인 컴퓨팅 자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I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인 동시에 에너지 정책, 교육 정책, 지역균형 정책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와 직결된다. AI 연산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권역별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더라도 전력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원전, 송전선로 문제를 동시에 조정하지 못하면 투자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전문인력은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이 동시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2개 부처와 함께 514만명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하고,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 69개 거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AI 인재 정책은 박사급 연구자 양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소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금융·제조 현장 인력까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신뢰 구축 병행 요구 AI 기본법 시행으로 한국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조성을 함께 추진할 법적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은 고영향 AI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요구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표시 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 의료, 금융, 교통, 채용, 교육처럼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 재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AI 활용에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과 인간의 감독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AI 기본법과 시행령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인증, 문서화, 영향평가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소비자와 시민사회에서는 AI가 신용평가, 채용, 보험, 의료 판단에 활용될 경우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초기 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문서화와 검증 부담이 부과되면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위험도가 낮은 서비스와 고영향 AI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AI가 금융 심사나 채용, 보험료 산정에 쓰일 경우 소비자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술 발전을 이유로 설명 책임과 이의제기 절차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있다.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무조건 늦추면 신뢰가 약해질 수 있고, 신뢰 확보를 이유로 규제를 과도하게 설계하면 혁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분야별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부문 AI, 행정 혁신의 시험대 정부 자체도 AI 전환의 대상이다. 행정 민원, 복지 심사, 세금 신고, 재난 대응, 교통 관리, 보건의료, 교육 행정 등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반복 민원을 줄이고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공공부문 AI에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의 AI 판단은 국민의 권리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복지 수급 대상 선정, 세무 조사, 채용·평가, 치안·감시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오류나 편향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 공공 AI는 효율성뿐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감사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 정책 넘어 국가 조정 능력이 관건 AI 시대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을 키우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고,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전력과 지역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도 고영향 AI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청년에게는 새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노동자에게는 전환 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전환의 성패가 개별 부처의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산업, 금융, 교육, 노동, 복지, 에너지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AI 전환이 성장보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인프라, 인재, 규제,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을 경우 AI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AI 시대 정부는 돈을 나눠주는 투자자나 기업을 단속하는 규제자에 머물 수 없다”며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전력망,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 일자리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1 11: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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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8월부터 IRP 수수료 전면 면제 外
[경제일보] 삼성생명이 다음달 1일부터 모든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가입 시점이나 가입 채널, 적립금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된다. 비대면뿐 아니라 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한 고객도 별도 조건 없이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확정기여형(DC)과 IRP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는 데 맞춰 가입자의 운용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 수수료 면제 시행과 함께 신규 가입 및 타사 IRP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진행한다. 다음달 1일 이후 IRP 계좌를 신규 개설하거나 다른 금융사에서 적립금을 이전한 고객에게 조건에 따라 모니머니를 지급한다. IRP를 신규 개설하고 1만원 이상 납입하면 1만원 상당의 모니머니를 제공한다. 납입금액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이면 1만원, 1000만원 이상이면 2만원 상당을 추가 지급한다.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말 IRP 직전 1년 수익률은 원리금비보장형 61.34%, 원리금보장형 4.61%를 기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DC·IRP 시장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가입자가 상품 선택부터 운용 상담, 수익과 비용까지 전 과정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용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수수료 부담은 낮추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강화해 고객의 안정적인 은퇴 준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 한화생명,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인재 후원…2년째 지원 한화생명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2026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인재 후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한화생명과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가 참여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국가대표의 교육과 대회 참가를 지원한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만 20세 미만 청소년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한화생명은 국가대표단의 오프라인 합숙교육과 국제대회 참가를 지원한다. 대표단은 다음 달까지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에서 합숙교육을 진행한 뒤 오는 8월 9일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4명이 전원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1992년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처음 참가한 이후 처음 나온 성과다. 한화생명은 대회 출신 선후배와 교사, 교육 관계자가 참여하는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해 정보과학 인재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중원 한화생명 경영지원부문장은 "미래를 이끌 정보과학 인재가 세계 무대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학생들의 교육 기반을 다지는 사회공헌 활동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 'KB라이프 소셜랩' 1기 성과보고회 개최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이 30일 서울 강남구 KB라이프타워 KB스타홀에서 'KB라이프 소셜랩(Social Lab)' 1기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KB라이프 소셜랩'은 생명보험업과 연계된 사회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발굴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청년 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올해 1기에는 생명·시니어·돌봄을 주제로 총 6개 팀, 대학생 29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약 5주간 10회의 교육 세션과 사회문제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과보고회에서는 △청년 평생 돌봄제공자의 심리적 고충과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복귀 △경계선 지능인 학생의 교육 소외 △위기임산부의 출산·양육 △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정서적 빈곤 △고령층의 주거 선택 자율성 저하 등 6개 주제를 다룬 'KB 소셜랩 리포트'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현장 인터뷰와 전문가 특강·멘토링을 통해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정책과 기업, 시민사회 차원의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참가 학생 29명 전원에게 수료증도 전달됐다. 박민하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는 "KB라이프 소셜랩은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1기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31 17: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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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첫 공급 토론회…비아파트·이주비·공공임대 쟁점 부상
[경제일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첫 공개 토론회에서 비아파트 규제 완화와 금융지원 확대 요구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참석자들은 아파트 공급만으로는 전월세 불안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빌라·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기반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김이탁 1차관, 한국부동산원·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관장, 학계·업계·시민사회 관계자, 청년·신혼부부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토론은 비아파트, 정비사업, 공공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 규제지역 제도 등 7개 주제를 놓고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과정의 병목이 착공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허가 이후 착공, 분양,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흐름이 정상적으로 돌아야 하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이 멈춰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금융·세제 지원과 정비사업 활성화, 건축 규제 완화, 임대주택 공급 방식 다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장 구체적인 요구가 나온 분야는 비아파트였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대출 규제와 보증 부족이 겹치면서 신규 공급이 줄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비아파트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인 만큼 공급 기반이 더 무너지면 전월세 시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사업장이 멈춘 배경으로 규제지역 내 LTV 축소와 금융 조달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비아파트 전용 기금과 보증상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이주비 대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 신길2구역 등 도심복합사업과 재개발 사업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금융기관이 이주비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주와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통로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용산정비창 등 주요 부지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공급 일정이 정치 쟁점화되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지자체가 인허가와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설 경우 재정 지원이나 기금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분양에 대해서는 재판매 가격을 제한해 다음 매수자도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공이 최초 분양 때만 이익을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공임대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공공임대 비율을 기존보다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LH가 택지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재정 투입을 늘리고,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임대주택 비중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임대주택 공급을 공공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는 등록민간임대주택 상당수가 비아파트이고 청년·신혼부부가 거주하는 물량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매입형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형 민간임대를 제도권 안에서 키워야 안정적인 임대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역별 시장 상황이 다른데도 규제가 일괄 적용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와 용인 기흥구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구조가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를 낀 주택 매각이 어려워지고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등 정책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대로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택 공급 못지않게 가격 안정도 중요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격 상승이 나타난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 논의가 시장 과열을 방치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단순한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민간 공급은 금융과 세제, 비아파트는 보증과 규제, 정비사업은 이주비와 착공 자금, 공공임대는 재정 투입과 공급 비율이 각각 걸림돌로 제시됐다. 향후 부동산 대책은 공급 유형별 병목을 얼마나 세밀하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윤덕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주택 문제가 가장 어려운 정책 과제 중 하나라며 이날 제시된 의견을 정리해 향후 대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토론회 이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논의를 거쳐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종합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2026-07-14 1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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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조 원의 국민연금 대체투자, 이젠 수익보다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가 24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외형의 성장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기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회사의 투자자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이 평생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이며,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목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정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함께 구현될 때 비로소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완성된다. 단기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외면하는 투자는 공적 연기금이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니다. 문제는 대체투자의 특성상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사모펀드와 해외 인프라, 부동산 투자 등은 계약 내용과 투자 대상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특성은 투자 판단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감시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할 경우 공적 기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만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ESG를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장기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노동권 보호, 건전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이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결국 책임 투자는 수익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제 대체투자 분야에 특화된 ESG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사후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민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에도 ESG 이행 실적과 내부 통제 수준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운용사의 수익률뿐 아니라 책임투자 역량까지 평가하는 체계가 정착될 때 시장 전체의 건전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투자 기밀을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대체투자의 ESG 위험과 관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적 기금일수록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투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48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와 미래 세대의 삶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연기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신뢰가 먼저다. 공공성을 잃은 수익은 오래가지 못하며, 책임 없는 투자는 결국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국민연금과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대체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투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며, 공적 연기금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6-07-09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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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정 2년차 참모진 개편…홍보 성기홍·민정 한찬식 발탁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2년차를 맞아 청와대 핵심 참모진 개편에 나섰다. 홍보소통, 민정, 사회, 외교안보 라인을 동시에 손보며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신임 홍보소통수석비서관에 성기홍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민정수석비서관에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사회수석비서관에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 제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에는 강건작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 제3차장에는 송기호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이 발탁됐다. 강 실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국정 2년차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속도감 있게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집권 1년차가 국정 정상화와 시스템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2년차에는 정책 성과를 구체화하고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기홍 신임 홍보소통수석은 30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다. 강 실장은 성 수석에 대해 “취재 현장의 감각과 보도 책임자로서의 균형감, 판단력을 겸비한 인물”이라며 “국민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정부의 응답과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국민 소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2년차 정책 드라이브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여론 흐름을 관리할 소통 라인에 정통 언론인을 배치한 셈이다.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은 법무부 인권국장과 일선 검찰청 지휘부를 지낸 법조인이다. 대통령실은 한 수석이 법 집행의 엄정성과 인권 감수성을 함께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과 검찰개혁 후속 과제 관리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한 수석이 공직사회 책임성을 강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 검찰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사회수석에는 약사 출신 보건의료 전문가인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가 임명됐다. 김 수석은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활동을 거친 인물로 소개됐다. 대통령실은 복지, 노동, 보건의료, 교육 등 사회정책 현안을 조율하고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보실 인선은 국방과 경제안보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강건작 신임 1차장은 육군 장성 출신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 자주국방 역량 강화, 군 구조개혁에 대해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해 온 안보 전문가로 평가된다. 송기호 신임 3차장은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 등 경제안보 현안을 다뤄 왔다. 경제와 안보가 결합되는 국제 환경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인사로 읽힌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일부 보직 교체를 넘어 국정 2년차 운영 체제 전환의 신호로 해석된다. 홍보·민정·사회수석과 안보실 1·3차장까지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상당 부분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강 실장도 AI수석 후속 인선까지 감안하면 중폭 이상의 개편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AI미래기획수석 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기혁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총괄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강 실장은 “확정된 사실이 없고 일부 보도에 관해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운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후속 인선 역시 국정 2년차 개편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민생정부, 일하는 정부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정 2년차는 성과를 설명하는 시간인 동시에 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참모진 개편은 출발점일 뿐이다. 새 수석들이 국민이 체감할 정책 성과와 공직사회 개혁, 외교안보 대응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인사의 의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이번 개편의 평가는 이름이 아니라 속도와 실행에서 갈릴 전망이다. ▷성기홍 신임 홍보소통수석비서관 △1968년 7월생 △경남 △창원고△서울대 사회학과 △연합뉴스 정치부장△연합뉴스 논설위원 △연합뉴스TV 보도국장 △연합뉴스TV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비서관 △1968년 7월생 △서울 △서울 성남고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석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법무부 인권국장 △사법연수원 21기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경자 신임 사회수석비서관 △1966년 11월생 △전북 임실 △성심여고 △이화여대 제약학과 △가천대 행정학 석사 △경희대 의료경영학 박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현 우석대 교양대학 객원교수 △현 ESG코리아 이사 ▷강건작 신임 국가안보실 제1차장 △1966년 8월생 △부산 △안산 신성고 △육군사관학교 45기 △육군 제6군단장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육군 제28보병사단장 △현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 ▷송기호 신임 국가안보실 제3차장 △1963년 9월생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 △서울대 무역학과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산업통상부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회 위원 △사법연수원 30기 △현 국가안보실 제3차장실 경제안보비서관
2026-06-21 11: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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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확산에 제도 공백 지적…방심위, 토론회서 규제 방향 모색
[경제일보]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지만 동시에 모든 국민이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존엄과 이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과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혐오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고광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혐오·차별 표현 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은 물론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아픔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까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혐오 콘텐츠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만큼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이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혐오표현 문제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인터넷 혐오 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매우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며 "민주주의는 때로는 불편하고 거친 말들도 견뎌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강자의 확성기가 되고 약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혐오표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현행 제도와 심의 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석해 혐오표현의 개념과 해악, 규제 필요성,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책적·입법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고 그 문제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심각성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대책을 안 세운 케이스가 또 있을까 싶다"며 "여러 문제 의식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수준의 대응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지난 2013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논란 등을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성혐오 논쟁, 난민 반대 운동, 코로나19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등이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을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비하·모욕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특히 혐오표현은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고 차별과 혐오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혐오표현 규제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데다 혐오표현의 기준 설정과 온라인 규제의 실효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어느 나라나 보편적으로 세계 기준으로 봐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은 절대 아니다"며 "혐오 표현의 해악, 규제의 현실적인 어려움, 규제의 효율성, 민주주의 관점에서 혐오 표현 규제 적합 등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이후에는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를 좌장으로 김민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이사회 의장,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이승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반차별팀장,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혐오표현의 개념과 규제 범위, 플랫폼 책임, 심의 기준 개선 방향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26-06-18 1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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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힘 빼려다 국민 사건이 멈춰선다면
[경제일보] 검찰개혁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 쟁점은 검찰의 힘을 얼마나 뺄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을 맡긴 국민이 제때 결론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을 제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그 불이익은 범죄피해자와 피의자,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취지다. 정부 측은 곧바로 해당 입장이 추진단과 협의된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문기구의 우려와 정부 추진기구의 설명이 엇갈린 셈이다. 정부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해서 문제의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개혁 논의가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검찰개혁은 오랫동안 한국 형사사법의 핵심 의제였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나누자는 요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집중될 때 권한 남용의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온 모습 역시 개혁 요구의 배경이 됐다. 검찰권 남용을 막자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권한을 줄이는 일과 사건을 바로잡을 통로를 없애는 일은 다르다. 형사사법은 권력기관끼리 나눠 갖는 영역이 아니다. 국민이 피해를 호소하고 억울함을 벗어나는 절차다. 검찰의 권한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면 국민 입장에서 그것을 개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보완수사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 검사는 현재 송치받은 사건에 관해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 또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나는 검사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에 다시 확인을 요구하는 기능이다. 조문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현장에서는 차이가 작지 않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이 빠졌거나 핵심 참고인 조사가 부실한 경우가 있다. 계좌 흐름이나 통신자료의 의미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기록이 넘어오는 일도 있다.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데도 수사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공소를 책임지는 검사가 아무런 직접 확인도 할 수 없다면 선택지는 좁아진다. 기소를 포기하거나 경찰에 다시 보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그 결과가 사건 핑퐁이다. 피해자는 고소장을 냈지만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오간다. 피의자는 혐의를 벗을 기회를 기다리지만 결론은 늦어진다. 기록을 넘겨받은 공소기관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도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절차의 일부가 아니다. 피해자에게는 회복의 문제이고 피의자에게는 일상이 묶이는 문제다. 보완수사권 폐지론에도 이유는 있다. 검사가 수사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기소권과 결합해 권한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보완수사라는 이름 아래 별건수사나 압박수사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계도 이해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권한 남용에 대한 반성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기능까지 없애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필요한 것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엄격한 통제다. 보완수사의 범위를 공소제기 여부 판단과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사유를 기록하게 하면 된다. 동일성 범위를 벗어난 별건수사는 금지하고 보완수사 개시와 종료 기준을 문서화해야 한다. 절차와 기간을 관리하고 피해자와 피의자에게 진행 상황을 알리는 장치도 둘 수 있다. 보완수사권을 없애려면 그에 맞는 대체 장치가 있어야 한다.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남긴다면 그 요구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했을 때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는 단순해 보이지만 현장은 더 복잡해진다. 전건송치 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던 과거 방식은 비효율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한다면 공소기관이 사건 흐름을 점검할 통로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송치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통제 장치가 약해지면 고소인과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창구는 줄어든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절차가 사라질수록 국민의 불복권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 특별사법경찰 사건도 마찬가지다. 환경, 노동, 식품, 의료, 건설안전 사건은 전문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이 함께 움직인다. 공소유지를 염두에 둔 점검 장치가 약해지면 사건의 완성도는 기관별 역량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일반 형사사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검찰개혁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검찰권 남용은 막아야 하지만 범죄 대응 역량도 유지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는 나누어야 하지만 수사와 공소유지가 완전히 끊어져서는 안 된다. 경찰의 책임수사는 존중해야 하지만 부실수사를 견제할 통로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 구호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검찰개혁을 너무 자주 상징의 언어로 다뤄왔다. 검찰 힘 빼기, 수사권 박탈, 완전한 분리 같은 표현은 선명하다. 그러나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원하는 것은 선명한 구호가 아니다. 내 사건이 제때 처리되는지, 내 억울함이 기록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지, 수사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지 않는지다. 검찰개혁의 기준은 검찰이 아니라 사건 당사자여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완수사 기능은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다. 사기 사건에서 계좌추적이 덜 된 채 사건이 넘어갔다면 피해자는 추가 확인을 바란다. 폭행이나 스토킹 사건에서 진술과 증거가 엇갈리면 피해자는 기록을 다시 살펴달라고 요구한다. 산업재해나 건설안전 사건에서 책임 주체가 여러 곳으로 나뉘면 공소기관의 법률적 검토가 중요해진다. 이런 사건에서 보완 기능이 사라지면 피해자는 어느 기관 앞에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질 수 있다. 피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부실한 수사는 피해자만 괴롭히지 않는다. 혐의가 없는 사람도 오래 끌려다닐 수 있다. 검사가 기록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바로 확인해 불기소 판단을 할 수 있다면 피의자는 더 빨리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직접 확인이 막히고 사건이 다시 경찰로 넘어가면 결론은 늦어진다. 보완수사는 처벌을 강화하는 수단만이 아니라 무리한 기소를 막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에 백지수표를 줘서는 안 된다.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답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기관처럼 움직이고 경찰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는 모양새가 되면 개혁 취지는 흔들린다. 필요한 것은 제한된 보완수사다. 그 필요성과 범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기간을 정하며 통계도 공개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남용되는 유형이 있다면 국회와 법원,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형사사법제도는 한 번 바꾸면 현장에 오래 남는다. 법률 조문 몇 줄을 고치는 일처럼 보이지만 경찰서 조사실, 검찰청 기록실, 법정 공판 과정에서 그 영향은 매일 나타난다. 잘못 설계된 제도는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이 늦어진 뒤에야 체감된다. 그때는 이미 피해자가 지쳤고 피의자가 소모됐고 증거는 흐려진 뒤일 수 있다. 이번 논쟁에서 봐야 할 것은 검찰의 체면이 아니다. 경찰의 권한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의 주도권도 아니다. 국민의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갈 수 있는지다. 검찰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보완수사 기능을 없앨지 남길지도 그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은 통제돼야 한다. 그러나 사건을 바로잡는 기능까지 함께 없애서는 안 된다. 권한 남용을 막는 장치와 부실수사를 보완하는 장치는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한쪽만 남기면 제도는 기울어진다. 검찰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곧 국민을 강하게 만드는 길은 아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내렸는지, 공소청과 중수청을 세웠는지, 보완수사권이라는 단어를 법에서 지웠는지로만 평가될 수 없다. 국민이 고소장을 낸 뒤 덜 기다리게 됐는지, 억울한 피의자가 더 빨리 결론을 받게 됐는지, 부실한 수사가 공판에서 무너지기 전에 보완됐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검찰 힘을 빼는 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 사건이 멈춰 선다면 개혁의 이름은 남아도 설득력은 약해진다. 보완수사 논쟁은 검찰을 위한 논쟁이 아니다. 고소장을 낸 사람, 조사를 받는 사람,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의 사건을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2026-06-10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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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남긴 질문, 부산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경제일보] 세계적인 K팝 그룹 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뜻밖의 논란이 불거졌다. 공연 자체가 아니라 숙박요금 때문이다. 일부 숙박업소가 평소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가격을 책정하고,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내외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BTS의 리더 RM이 공개 방송에서 "좀 적당히들 하입시다"라고 말하고, 부산 출신인 지민마저 "팬들이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숙박요금 문제가 아니다. 관광도시의 품격과 신뢰, 그리고 도시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팬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와 사람, 그리고 환대의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런데 일부 업소의 과도한 상술은 그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있다. 관광산업은 제조업과 다르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관광은 경험을 파는 산업이며, 신뢰를 파는 산업이다. 방문객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야 다시 찾고 주변에 추천한다. 반대로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은 수많은 잠재 고객을 잃게 만든다. 당장의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일부 숙박업소의 오버부킹 의혹이다. 이미 예약된 객실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신뢰의 문제다. 계약과 약속이 존중되지 않는 시장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부산의 종교계와 대학, 공공기관, 시민사회가 나서 공정숙박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 사찰의 템플스테이, 교회와 성당의 숙소 제공, 대학 기숙사 개방, 공공기관 시설 활용, 시민 홈스테이까지 이어지는 움직임은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숙박 지원을 넘어 도시 공동체가 함께 손님을 맞이하는 환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홈스테이에 참여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화려한 건물이나 유명 관광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도시의 품격은 시민들의 태도와 공동체 의식에서 나온다. 관광객에게 정직한 가격을 제시하고, 따뜻하게 맞이하며, 좋은 추억을 남기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광 경쟁력이다. BTS는 단순한 대중음악 그룹이 아니다. 오늘날 BT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자산이며, 수많은 해외 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문화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손님들이다. 그들에게 바가지요금과 예약 취소라는 기억을 남긴다면 그것은 부산만의 손실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이미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행사나 축제 때마다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문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관광산업도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 BTS는 부산에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가져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도시의 품격을 시험할 기회도 함께 가져왔다는 점이다. 공연은 며칠이면 끝나지만 도시의 평판은 오래 남는다. 부산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도시로 기억될지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바가지요금으로 얻는 일시적 이익보다 정직한 환대가 가져오는 신뢰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26-06-07 15: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