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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무리한 '슈퍼SOL' 키우기… 직원들 "앱팔이 내몰려" 불만
신한금융그룹의 통합 금융 플랫폼 ‘신한 슈퍼SOL’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계열사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묶겠다는 전략 자체는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단기 가입자 수 확대와 현장 영업 부담이 부각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표면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실적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를 앞세워 직원들을 영업 경쟁으로 내모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슈퍼SOL 가입 영업은 이런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가 됐다. 내부에서는 특정 앱 가입자 확대를 넘어 경영진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가장 손쉽게 숫자로 확인되는 영업실적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계열사로 번진 ‘앱 가입’ 압박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슈퍼SOL 가입 영업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임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까지 동원해 가입자를 늘리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까지 가입 확대에 참여하면서 그룹 전반으로 불만이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협의회는 슈퍼SOL 신규 가입 목표가 360만좌로 제시됐다며, 지주 산하 노동자 전체가 이른바 ‘앱팔이’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사비를 지급하고 신규 앱 설치자를 섭외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과도한 목표와 지나친 비정도·불건전 영업 때문에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현장 감찰과 목표 하향 요구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영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지인까지 동원되는 방식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에게 슈퍼SOL은 그룹 디지털 경쟁력을 상징하는 주력 사업으로 꼽힌다. 취임 이후 강조해온 성과 중심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문제는 플랫폼 경쟁력이 단순 가입자 수가 아니라 실제 이용률, 거래 활성화, 고객 편의성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가입자 수 확대에만 매달리면 디지털 전략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고, 현장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성과 중심 리더십 자체에 대한 재점검 요구로 번질 소지도 있다. 신한금융이 슈퍼SOL과 쏠링크 가입 확대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연결해 그룹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는 K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증시 호조에도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개선 폭이 경쟁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캠페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슈퍼SOL 관련 그룹 차원의 마케팅 비용이 300억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본업보다 숫자 맞추기…내부 피로감 확산 영업 압박은 신한은행을 넘어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영업점뿐 아니라 IB(투자금융), 리서치, 채권 등 본사 부서와 관리직,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까지 슈퍼SOL과 SOL LINK 가입자 확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컴플라이언스는 무리한 영업이나 규정 위반을 점검하는 조직인 만큼, 이런 부서까지 동원됐다면 단순 캠페인을 넘어선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애초 직원 1인당 50건 기준으로 부서별 목표를 제시했다가 이후 가입 건수를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개인별 공식 KPI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부서 단위로 실적이 관리되면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개인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 “공식 할당·불이익 없다”…그래도 남는 질문 신한은행은 노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신한은행은 “슈퍼SOL과 관련해 직원 개인별 가입 목표를 공식적으로 부여하거나,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통합 플랫폼인 만큼 초기 이용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해명에도 이번 논란은 신한금융에 숙제를 남겼다는 평이다. 직원 가족과 지인, 외부 섭외로 늘린 가입자가 실제 거래 활성화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 캠페인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단기간에 가입자 수를 늘리는 방식이 반복되면 직원들이 본업보다 숫자 맞추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금융서비스는 고객의 자산과 신용, 개인정보와 직결되는 만큼 영업 방식도 신뢰와 자발성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이 납득하지 못하는 방식의 외형 확대는 오래가기 어렵고 피로감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며 “이번 논란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18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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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팰컨9' 띄울 제2우주센터 찾는다…재사용 로켓 시대 준비
[경제일보] 정부가 재사용 발사체 시대에 대비해 제2우주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에 나선다.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발사체를 다시 회수해 쓰는 우주수송 체계가 세계 발사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한국도 발사장과 착륙장을 함께 갖춘 새로운 우주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주항공청은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제2우주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 공모를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접수된 유치계획서는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최종 건립지는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제2우주센터는 재사용발사체 운용과 다빈도 위성 발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우주 인프라다. 발사체 연구개발, 제작, 시험평가 역량을 한 곳에 모으고 재사용 발사체 발사장과 착륙장 등 운용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은 2028년부터 2034년까지 추진되며 전체 규모는 약 5.61㎢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2우주센터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나로우주센터 단일 체제의 한계가 있다. 현재 한국의 우주발사 인프라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사실상 집중돼 있다. 나로호와 누리호 발사가 모두 이곳에서 이뤄졌지만 향후 민간 소형 발사체와 고체 발사체, 재사용 차세대발사체 수요가 늘어나면 단일 발사장만으로는 일정과 궤도, 운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은 케네디우주센터와 밴덴버그 우주군기지 등 복수 발사장을 활용하고 유럽도 기아나우주센터와 안도야 등 다양한 발사 거점을 운용하고 있다. 발사장의 수와 입지는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우주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다양한 궤도 투입 수요에 대응하고 발사 지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복수 발사 인프라가 필요하다. 제2우주센터는 향후 재사용 차세대발사체와 민간 발사체의 다빈도 발사를 지원하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관측·통신·항법 위성 발사뿐 아니라 달·화성 탐사 등 국가우주개발 임무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맡는다. 우주청은 2030년대 중후반 연간 10회 이상 재사용 발사체 발사를 고려해 이번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 유치전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2우주센터는 발사장과 착륙장, 시험시설, 지원시설을 포함하는 대규모 기반시설인 만큼 지역 산업과 일자리, 연구개발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다만 발사 안전, 해상·공역 조건, 주민 수용성, 환경 영향, 접근 인프라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 유치 경쟁보다 장기 운용 가능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제2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주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발사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사용 발사체 경쟁은 로켓을 한 번 쏘는 기술을 넘어 얼마나 자주, 싸게, 안정적으로 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제2우주센터는 그 경쟁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후보지를 정하는 일은 지역 개발사업을 고르는 절차가 아니다. 한국 우주수송의 다음 10년을 어디에서 시작할지 결정하는 선택이다.
2026-06-21 1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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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경제일보] 스페이스X가 마침내 증시에 올랐다. 미국 시간으로 12일, 한국 시간으로는 13일 새벽이다. 월가의 전광판에 우주기업의 이름이 뜬 순간 사람들은 주가를 봤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더 큰 장면이 있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국가의 이름으로 꾸어온 우주의 꿈이 이제 민간 기업의 주식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일부 투자자는 배정받지 못했고 일부는 첫 거래에서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뛰어들었다. 시장은 스페이스X를 로켓 회사로만 보지 않았다. 스타링크를 품은 위성통신 회사, 국방과 안보를 움직이는 우주 인프라 기업,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나아가 화성 이주라는 서사를 가진 미래 복합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이것이 스페이스X 상장의 본질이다. 로켓이 아니라 서사가 상장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는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궤도에 올렸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시장을 설득했다. 전기차는 테슬라로, 민간 우주는 스페이스X로, 위성인터넷은 스타링크로, 인공지능은 xAI로 밀어붙였다. 과장과 돌출 발언, 정치적 논란과 경영 리스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한 가지 능력만큼은 증명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그래서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니다. 국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의 질서가 민간 플랫폼 중심으로 옮겨가는 신호다. 과거 우주는 국력의 상징이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달을 향했다. 오늘의 우주는 다르다. 발사체는 재사용되고 위성은 통신망이 되며, 데이터는 안보와 금융, 전쟁과 재난 대응의 기반이 된다. 우주는 이제 낭만이 아니라 인프라다. 스페이스X는 그 인프라의 문지기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가 당장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아직 손실도 크고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의 손익계산서보다 미래의 지배력을 샀다. 스타링크가 지구 저궤도 통신망을 장악하고 로켓 재사용이 발사 비용을 더 낮추며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와 국방 네트워크가 현실이 된다면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 기업을 넘어 21세기 인프라 제국이 된다. 이번 공모주 열기는 그 가능성에 대한 집단적 베팅이다. 물론 시장의 열광은 늘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큰 꿈이 곧 좋은 투자는 아니다. 거대한 비전은 때로 거대한 거품을 만든다. 우주 산업은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 규제와 기술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발사 실패 한 번, 위성망 장애 한 번, 규제기관의 제동 한 번이 주가를 흔들 수 있다. 머스크 개인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도 리스크다. 투자자가 산 것은 회사의 실적만이 아니라 머스크라는 인물의 신화다. 신화는 시장을 끌어올리지만 한순간에 시장을 냉각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상장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반도체 하나, 자동차 하나, 통신망 하나로 나뉘지 않는다. 로켓과 위성,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전기차와 로봇, 국방과 통신이 하나의 생태계로 묶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융합의 한복판에 있다. 우주에서 인터넷을 깔고 지상에서는 데이터를 모으며 AI는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로봇과 자동차는 물리 세계를 움직인다. 이것이 머스크가 그리는 세계다. 우리가 이 상장을 남의 나라 증시 이벤트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방산, 통신망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우주 플랫폼은 아직 약하다. 발사체와 위성,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 서비스, 군사용 저궤도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산업 설계가 부족하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민간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 얕다. 국내 증시에서 스페이스X 관련주가 들썩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성 부품, 항공우주 소재, 발사체, 방산, 통신 장비, 지상국 관련 기업에 투자자 관심이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오른다고 국내 모든 우주항공주가 실적을 얻는 것은 아니다. 테마는 빠르고 산업은 느리다. 주가는 하루 만에 움직이지만 공급망 진입은 수년이 걸린다. 투자자는 이름이 비슷한 기업보다 실제 기술과 매출, 글로벌 고객을 봐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주항공청 출범만으로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개발은 구호가 아니라 조달, 규제, 보험, 인력, 시험장, 발사장, 데이터 활용 시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군과 민간, 대학과 기업,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산업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강점은 로켓 기술 하나에 있지 않다. 실패를 반복해도 다시 쏠 수 있는 제도와 자본, 정부 수요와 민간 시장을 연결하는 생태계에 있다. 한국은 늘 기술을 따라잡는 데 강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약했다. 부품을 잘 만들고, 제조를 잘하고, 납기를 맞추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장의 규칙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은 부족했다. 우주산업에서도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남의 로켓에 부품을 넣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성과 통신, 데이터와 안보 서비스를 묶어 스스로 플랫폼을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스페이스X 상장은 이 질문을 한국 앞에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거칠다. 때로 위험하고 때로 무책임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바꾼 것은 분명하다. 그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끌고 왔다. 국가가 계획서에서 맴돌던 우주를 기업의 공장과 증시의 전광판으로 가져왔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는 완벽한 합의와 정교한 보고서로만 전진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모한 기업가, 참을성 없는 자본, 실패를 감수하는 기술자들이 역사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머스크를 찬양하는 일이 아니다. 머스크를 부러워만 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인물이 나와도 버틸 수 있는 제도, 그런 기업이 커질 수 있는 시장, 그런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자본이다. 기술 관료가 모든 것을 허가하고 정치가 모든 위험을 피하려 하며 여론이 실패 한 번에 기업을 매장하는 구조에서는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나오기 어렵다. 우주산업은 안전해야 하지만 완전히 무위험일 수는 없다. 위험을 통제하는 것과 위험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스페이스X 상장은 자본시장의 사건이지만 본질은 문명의 사건이다.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그 가격이 적정한지는 시간이 판단할 것이다.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거품이 섞였을 수도 있고 아직 시장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한 미래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가 다시 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스페이스X 주가를 보며 테마주를 사고파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우주와 통신, AI와 방산, 제조와 데이터를 묶어 한국형 우주 플랫폼을 설계할 것인가. 사상 최대 IPO의 불빛은 뉴욕 나스닥 전광판에 켜졌지만 그 질문은 서울과 사천, 대전과 판교, 그리고 한국의 산업 현장 전체를 향하고 있다. 꿈은 돈이 될 때 빠르게 현실이 된다. 그러나 돈만 좇는 꿈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페이스X가 보여준 것은 비전과 자본이 결합할 때 미래가 얼마나 빨리 당겨지는가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우주를 낭만으로만 말하지 말고 산업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의 미래로 다뤄야 한다. 스페이스X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한국의 우주 시간표를 다시 쓸 때다.
2026-06-13 13: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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