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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이대로 밀리면 영원한 하청기지"
[이코노믹데일리]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가 굳어질수록 한국 정부와 산업계의 위기의식은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단순히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가 2026년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에 약 9조9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예산의 특징은 ‘연구’보다 ‘실증’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AI 반도체 정책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것은 성능은 입증했지만 실제 대규모 서비스에서 검증된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이 고리를 직접 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국산 신경망 처리 장치를 대규모로 도입하고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국가 보증 레퍼런스’를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해외 정부 고객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성능만큼이나 “누가 먼저 써봤는가”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연합 구상은 엔비디아와는 전혀 다른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설계, 생산, 메모리를 각각 다른 기업에 의존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한국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납기, 가격,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이다.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소버린 AI’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3의 선택지를 찾는 국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주권과 안보를 중시하는 국가들에게 특정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은 AI 인프라는 전략 자산이다. 한국형 AI 반도체는 이 틈새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엔비디아와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벽은 높다. 그러나 지금 이 국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AI 시대에도 메모리 하청 기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위험을 감수하고 실증과 투자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의 29조원 투자는 한국에 분명 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AI 추론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 가치와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증명한 사건이기도 하다. 2026년은 질문의 해가 아니다. 결과로 답해야 하는 해다. 한국 AI 반도체가 실험실을 넘어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지가 향후 10년 산업 지형을 결정하게 된다.
2026-01-22 11:34:13
"물러설 곳 없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
[이코노믹데일리] 엔비디아가 그록 인수를 통해 학습과 추론을 모두 장악하는 구조를 완성하자 한국 AI 반도체 산업이 서 있던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신경망 처리 장치 기업들은 “엔비디아보다 싸고 전력 효율이 높다”는 논리로 시장을 설득해 왔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가격과 효율까지 흡수한 이후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2026년 1월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의 분위기는 냉정하다. ‘타도 엔비디아’라는 구호는 사라졌고 대신 “어디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업 전략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같은 위기 앞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하나는 통합과 규모로 돌파를 시도했고 다른 하나는 독자 노선과 실전 검증으로 답을 찾고 있다. 리벨리온은 2024년 말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과의 합병을 통해 단숨에 국내 최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합병은 단순히 기업 규모를 키운 이벤트가 아니다. 통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고객망을 보유한 사피온과 설계 중심 팹리스였던 리벨리온이 결합하면서 ‘칩을 만들 수 있는 회사’에서 ‘칩을 실제로 팔 수 있는 회사’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벨리온의 전략은 명확하다. 엔비디아가 그록을 통해 정적 메모리 기반의 초고속 추론에 올인했다면 리벨리온은 고대역폭 메모리를 활용한 ‘용량 효율성’으로 정면 승부를 피한다. 초거대 언어모델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칩 하나당 처리할 수 있는 모델 크기는 비용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정적 메모리 방식은 속도는 빠르지만 대규모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칩 수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인프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리벨리온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최신 미세 공정과 대용량 고대역폭 메모리를 결합해 소수의 칩으로도 안정적인 추론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동, 동남아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국가 단위 고객에게 특히 매력적인 구조다. 실제로 리벨리온이 사우디아람코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는 ‘미국 기술 의존을 낮춘 독자적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전혀 다른 길을 간다. 이 회사는 글로벌 빅테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생존을 선택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퓨리오사AI의 전략은 명확하게 ‘실사용 검증’에 맞춰져 있다. 화려한 스펙 경쟁 대신 실제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성능과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증명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퓨리오사AI의 차세대 칩은 국내 대기업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해 초거대 언어모델 구동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받은 것은 단순 연산 성능이 아니라 전력 효율과 안정성이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전력 비용은 곧 수익성의 문제다. 퓨리오사AI는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는 독자 아키텍처를 통해 이 지점을 공략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더 이상 엔비디아와 ‘정면 대결’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엔비디아가 제공하지 못하거나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자신들만의 생존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2026년은 이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지 판가름 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실험의 결과는 정부와 산업계의 다음 선택으로 이어진다.
2026-01-21 13: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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