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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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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는 남았는데 시효는 끝났다…기술침해 시계는 누가 맞추나
[경제일보] 기술에는 흔적이 남았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시간은 지났다는 판단이 나왔다. 카카오의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에 다른 기업의 비공개 소스코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한 것이다. 개발자의 손을 떠난 코드가 오랫동안 제품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디지털 산업에서 범죄의 종료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무게로 돌아왔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카카오 법인과 개발자들의 영업비밀 침해 의혹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통신 솔루션 기업 네이블이 2024년 2월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카카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보이스톡 소스코드를 분석했고, 네이블이 자체 작성한 비공개 코드가 개발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코드 사용 사실의 확인이 곧바로 범죄 성립의 확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찰은 초기 개발자들이 담당 부서를 떠난 2013년 무렵과 2014년 5월 1일을 영업비밀 사용행위의 종료 시점으로 봤다. 이를 기준으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이후 후임 개발자들이 해당 코드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알고도 사용했다는 증거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블의 판단은 다르다. 보이스톡이 2024년 10월까지도 해당 소스코드를 사용했으므로 침해행위가 이전에 끝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사건은 수원지검의 재판단을 받게 됐다. 카카오는 문제의 코드가 영업비밀이 아니며 공개된 오픈소스 등을 이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 코드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카카오의 기술 탈취가 법적으로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의 불송치가 법원의 무죄 판결인 것도 아니다. 검찰의 검토와 향후 절차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특정 기업의 형사책임을 넘어 기술 보호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술을, 법은 어떤 시간표로 보호해야 하는가." 소스코드는 공장에서 사라진 설계도와 다르다. 복제해도 원본이 그대로 남는다. 가져간 흔적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고, 코드가 어떤 경로로 다른 제품에 들어갔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수백만 줄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가 사용됐다면 원본과 대상 제품을 확보한 뒤 전문적인 분석을 거쳐야 비로소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그사이 서비스는 개선되고 담당 개발자는 바뀐다. 코드는 다른 모듈과 결합하고 제품은 새로운 버전을 거듭한다. 최초의 작성자와 현재의 운영자가 달라지는 일도 흔하다. 이런 산업의 특성은 공소시효와 만날 때 복잡한 법적 문제를 만든다. 형사소송법 제252조는 공소시효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네이블의 판단이 갈리는 지점도 바로 그 종료 시점이다. 초기 개발자가 프로젝트에서 떠났을 때 사용행위가 끝난 것인지, 이후에도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용이 계속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코드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계속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후임자가 그 출처를 몰랐다면 고의에 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최초 개발자의 부서 이동만으로 이후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검토할 문제다. 디지털 기록의 존속과 범죄행위의 존속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살펴볼 쟁점 역시 그 경계에 있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를 불필요한 장벽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증인은 사라진다. 기록의 맥락이 없어지면서 피의자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국가가 무기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방어권을 위한 장치다. 기술 침해가 늦게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의 시효를 발견 시점부터 계산한다면 반대편 문제가 생긴다. 수십 년 전의 개발행위까지 끝없이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형사처벌의 증거 기준과 방어권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침해가 은밀할수록 책임을 물을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 범죄가 늦게 드러나는 기술의 특성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처벌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 사이에서 어떤 기준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소시효의 길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증거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경쟁사의 소스코드를 직접 열어볼 수는 없다. 내부 자료에 접근하려면 법적 절차와 기술 분석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이라면 전문인력과 소송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침해 의혹을 발견한 뒤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흐르면 기술의 권리관계를 가릴 기회도 좁아진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2024년 고소 이후 압수수색과 코드 분석을 진행했다. 이미 오래된 의혹을 다루는 수사였다는 점은 디지털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술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논할 때 시효 연장과 함께 전문 수사역량, 신속한 증거보전 절차, 코드의 출처와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관리가 거론되는 이유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와 제11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예방 청구와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규정한다. 형사사건의 불송치가 민사상 책임의 유무를 자동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민사에서도 영업비밀 해당성과 침해행위, 손해 등의 요건을 입증해야 하며 적용되는 기간 제한도 따로 검토해야 한다. 기술을 지키는 방법이 형벌 하나뿐일 수 없는 까닭이다. 침해가 확인됐다면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하고,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업과 개발자가 부당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한비자’ 유도편에는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나무에 맞춰 휘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기술 분쟁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판단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작다는 이유로 증거 없이 상대방의 죄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 법이 해야 할 일은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권리관계를 제때,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의 재판단이 남아 있고, 코드 사용 사실과 영업비밀 침해죄의 성립 여부 역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 결과와 별개로 우리 산업이 마주한 과제는 선명하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 물리적인 설비에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갈수록 침해의 발견과 증명에는 이전과 다른 어려움이 생긴다. 기술에는 오랜 흔적이 남고 법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그 두 시간의 간극에서 권리 보호와 방어권을 함께 지킬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이다. 코드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일만큼, 그것이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제때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하다. 기술강국의 조건은 기술을 많이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에도 달려 있다.
2026-09-1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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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615명 철회, 준비 안 된 개혁의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에 가겠다고 신청했던 검찰 인력 615명이 막판에 지원을 철회했다. 당초 2376명이던 특례임용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신청자의 4명 중 1명꼴이다. 중수청 정원 2874명과 비교하면 최종 신청자는 61.3%에 그친다. 철회자 대부분은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중수청이 맡을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사이버범죄 등은 숙련된 수사 경험이 필요한 사건들이다.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기록을 다뤄온 실무 인력이 출범 직전에 대거 발을 뺀 셈이다. 정부는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을 경력채용하고 공소청 공무원을 상대로 내년 4월 말까지 추가 특례임용을 하겠다고 한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한다. 출범은 10월인데 인력 충원은 내년 4월까지다. 사람을 제대로 채우기도 전에 문부터 열겠다는 얘기다. 1761명도 실제 근무 인원은 아니다. 정부는 근무 희망지와 경력, 전문성 등을 따져 다시 임용 대상을 정한다. 출범 당일 중수청에서 일할 사람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경험 많은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철회 과정만 봐도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구성원에게 중수청으로 갈지 공소청에 남을지 선택하라고 했지만 철회 시한인 8월 31일까지 공소청 직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서 일할지 결정하라면서 그 기관의 정원과 보직, 근무지, 승진이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철회 시한을 앞두고 공소청의 정원 감축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직제안 윤곽이 알려지자 상당수 수사관이 잔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드는 법은 지난 3월 제정됐다. 시행일도 10월 2일로 정했다. 그런데 중수청의 조직과 정원, 인사 기준을 담은 하위법령은 8월 18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범 45일 전이었다. 형사소송법은 더 늦었다.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애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절차를 손질한 개정법은 8월 4일 공포됐다.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때였다. 수십 년간 이어온 수사와 기소의 관계를 바꾸면서 현장에서 적용할 법을 출범 직전에야 확정했다. 형사사건은 간판을 바꾸고 사람을 옮긴다고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건을 누가 맡을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어떻게 이어갈지, 부족한 수사는 어디에 다시 맡길지, 사건 기록과 증거물은 어떻게 넘길지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수사가 늦어진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는 기다려야 한다.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피의자 신병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구속 사건에서는 하루가 피의자의 신체 자유와 직결된다. 정부 조직 하나를 바꾸는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검찰 개혁의 명분이 준비 부족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겠다고 결정했다면 법과 직제, 인사와 전산, 사건 이관 절차를 먼저 갖춰 놓았어야 한다. 사람을 배치하고 실제 사건을 놓고 문제를 확인한 뒤 문을 여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10월 2일이라는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과 조직, 절차를 그날에 맞추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남겨놓고 인력이 흔들렸고 공소청 직제도 늦어졌다. 부족한 인력은 출범 뒤에도 계속 뽑겠다고 한다. 615명 철회는 우연히 튀어나온 숫자가 아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선택을 재촉하자 현장의 사람들이 움직인 결과다. 정부가 중수청 출범에 필요한 조건을 먼저 갖췄다면 이런 대규모 철회가 나왔을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10월 2일 이후다. 중수청과 경찰, 공소청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고 보완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곧바로 국민에게 간다. 정부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예정된 날짜에 내리는 데 있지 않다.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제때 보호하는 데 있다.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밀린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바꿨든 실패다. 준비가 부족하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날짜를 지키기 위해 수사기관부터 열고 부족한 사람과 절차를 뒤에서 채우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졸속이다. 정부가 10월 2일 중수청 간판을 다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표류한다면 그 대가는 정부가 치르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와 범죄 피해자, 결국 국민이 치른다. 615명 철회가 보여준 것은 인력 부족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개혁을 밀어붙였을 때 누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되는지다.
2026-09-02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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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시행인데 아직도 '누가 어떻게'가 없다
[경제일보] 검찰청이 문을 닫는 날은 정해졌다. 10월 2일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을 고쳐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이날 출범한다. 그런데 같은 날부터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누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어떻게 수사할지는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 검찰청 폐지 날짜는 1년 전에 못 박아 놓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사 방식은 시행 두 달 전까지 논란이다. 특사경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낯설다.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세금과 관세, 노동, 환경, 식품, 의약품 등 생활과 맞닿은 범죄를 수사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준 제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특사경 수사에는 검사의 지휘가 있었다. 10월 2일부터 이 지휘권이 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지휘와 지도·조언은 다르다. 전자는 따를 의무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따라 법을 그렇게 고쳤다. 여기까지는 입법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검사 지휘가 빠진 자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도 함께 내놓았어야 한다. 법률 판단은 어디서 받고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누가 바로잡을지까지 준비한 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특사경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피고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행정 경험이 많다고 이런 일을 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의 48%는 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이었다. 검사가 하던 지휘를 없앤다고 법률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경험이 짧을수록 그 필요는 커진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잘못 잡으면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절차를 어긴 증거는 재판에서 쓰지 못할 수 있다. 공소시효를 놓치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처벌할 길이 막힌다. 형사절차는 나중에 틀린 곳을 찾아 고치는 행정 서류와 다르다. 새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두고 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사건이 공소청으로 넘어온 뒤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끝났고 피의자 조사가 잘못 진행된 뒤라면 사후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특사경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경찰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지휘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특사경이라도 조직과 수사 경험, 인력 여건이 제각각이다. 전국의 특사경을 한 덩어리로 놓고 검사 지휘만 걷어낸다고 새 수사 방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사하다 자신의 관할 밖 범죄를 발견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은 법에 정해진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본래 맡은 사건을 파다가 횡령이나 뇌물 같은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면 어느 기관으로 넘기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정교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검사에게 직접수사권도 없고 특사경 지휘권도 없는 새 제도에서는 기관 사이의 사건 인계가 지금보다 중요해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10월 2일 시행된다. 정부도 이런 논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정부안을 확정하면서 보완수사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쟁점을 놓고 두 달간 공개토론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특사경 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우려도 같은 달부터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시간이 없었던 셈은 아니다. 그런데 10월 2일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일선 특사경이 어디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지, 기관마다 다른 수사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수사가 겹치면 어떻게 조정할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바로잡을지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답이 필요하다. 검사에게 다시 모든 지휘권을 주자는 얘기로 돌릴 필요도 없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로 했으면 새 제도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과 그 자리를 대신할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없다. 형사사법 제도를 잘못 바꾸면 피해는 관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가 기다려야 하고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해야 할 사람을 놓친다. 시행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는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검찰청을 없애는 날짜는 지난해 10월 이미 정했다. 준비할 시간도 그때부터 있었다. 10월 2일 아침 2만여 명의 특사경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묻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을 없애는 데 1년을 썼다면 새 수사체계를 준비할 시간도 1년 있었다.
2026-08-20 0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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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하지 말라더니 합수본엔 들어오라는 검사
[경제일보] 정부가 검사가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 수사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조사하는 권한을 없앴다. 그런데 마약과 보이스피싱, 주가조작 사건을 맡아온 합동수사본부에는 공소청 검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소청은 기소와 재판을 맡고 중대범죄수사청은 주요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정부는 두 기관을 나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합수본에서는 공소청 검사가 수사 기록을 살펴보고 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과정에 법률 의견도 내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검사가 법만 설명한 것인지, 실제로 수사 방향까지 정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압수수색 범위나 계좌 추적, 공범 조사에 의견을 냈다면 피고인 측은 권한 없는 수사 참여라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검사의 합수본 참여 범위를 미리 정하지 않으면 수사 과정뿐 아니라 재판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복잡한 범죄 맡아온 합수본 9곳 현재 전국 검찰청에서 운영되는 합동수사기구는 모두 9곳이다. 보이스피싱과 마약, 금융·증권 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을 맡고 있다. 합수본에는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 기관마다 따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전문 인력을 한곳에 모아 수사하는 방식이다. 합수기구 9곳의 본부장은 모두 검사가 맡고 있다. 합수본이 필요한 이유는 대상 범죄가 한 기관의 힘만으로 쫓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대포통장과 대포전화, 가상자산을 이용해 돈을 빼돌린다. 금융·증권 범죄는 주식 거래 자료와 계좌 흐름, 세금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마약 사건도 세관의 밀수 단속부터 국내 유통망과 범죄수익 추적까지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기존 합수본에서는 검사가 사건 초기부터 압수수색과 구속 필요성을 살피고 피의자 조사와 증거 수집에도 참여했다. 수사가 끝난 뒤 기록을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갖춰졌는지 확인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출범 이후 2년간 628명을 입건하고 201명을 구속했다. 여러 기관이 각자 가진 정보와 권한을 모은 합동수사가 조직범죄 대응에 활용돼 온 사례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새 공소청법은 검사가 기소와 재판, 영장 청구를 맡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법률 의견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파견되거나 중수청의 직책을 함께 맡는 것도 금지했다. 검사를 수사 조직에서 떼어내겠다는 취지는 법에 담겼다. 그러나 합수본에서 검사가 어디까지 의견을 낼 수 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 “법률 의견”이 수사 방향 바꿀 수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합수본의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고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 참여하면 확보한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공소청과 중수청,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공중경 합수본’을 대안으로 내놨다. 중수청과 경찰이 실제 수사를 담당하고 공소청 검사는 법률 검토와 영장 청구, 수사 과정에 대한 의견 제시를 맡는 방식이다. 기관별 업무를 문서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 사건에서는 법률 판단과 수사 판단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한 뒤 특정 계좌를 더 추적해야 한다거나 공범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의견은 단순한 법률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 대상과 범위, 순서를 바꿀 수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검사는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료가 부족하면 수사기관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요구가 법률 검토인지 수사 지휘인지는 사건마다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식 문서가 아니라 합수본 회의나 전화 통화에서 오간 의견을 어떻게 볼지도 문제다. 피고인 측은 검사가 압수수색 대상과 조사 순서, 자금 추적 범위를 정하는 데 관여했다면 수사권 없는 검사가 사실상 수사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위법한 수사 참여로 판단하면 압수한 자료나 피의자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다.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을 어렵게 적발하고도 재판에서는 범죄 혐의보다 수사 절차의 적법성부터 다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검사가 영장만 전달할 수도 없어 헌법상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다. 경찰이나 중수청이 압수수색 또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려면 사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자료까지 압수하려는 것은 아닌지, 강제수사가 꼭 필요한지, 피의자를 구속할 만큼 증거가 확보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사가 자료 보완을 요구하거나 압수수색 범위를 줄이면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수사 관여 논란을 피하려고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넘길 수도 없다. 검사를 거치도록 한 제도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검사의 참여를 넓히면 수사권 없는 검사가 사건을 지휘했다는 논란이 생긴다. 참여를 줄이면 검사는 영장 서류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 정부가 검사에게 어떤 행위까지 허용할지 법률에 적어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내부 지침으로만 역할을 정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가 법률로 없앤 검사의 수사권을 정부가 하위 규정으로 다시 인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공소청 검사가 어떤 기록을 볼 수 있는지, 수사기관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 합수본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는지부터 법률에 담을 필요가 있다. 검사의 의견에 수사기관이 따라야 하는지, 협의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 남길지도 정해야 한다. ◆중수청으로 옮겨도 수사와 재판 연결 필요 정부는 중수청에 보이스피싱과 금융범죄, 가상자산범죄, 마약범죄, 국가재정범죄를 담당하는 합동수사과를 설치할 계획이다. 금융위와 국세청 등 다른 기관의 인력도 파견받아 현재 검찰청 합수본의 기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수사 조직을 중수청으로 옮긴다고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중수청이 수사를 마치면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해 기소할지 결정하고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가 끝난 뒤 처음으로 기록을 받으면 사건을 다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록을 중수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 사이 범죄수익 동결이나 공범 추적이 늦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소청 검사를 수사 초기부터 참여시키면 이번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원칙과 부딪힌다.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관이 같은 합수본에서 한 팀처럼 사건을 처리하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두 기관으로 나눈 의미도 약해진다. 권한과 책임의 구분도 필요하다. 중수청은 수사를 제대로 할 책임이 있고 공소청은 재판에서 입증할 수 있는 사건만 기소할 책임이 있다.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남기지 않으면 수사가 잘못됐을 때도,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실패했을 때도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다. ◆검사 역할부터 법으로 정해야 마약과 보이스피싱, 주가조작처럼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범죄에서는 수사와 재판 준비를 완전히 떼어놓기 어렵다.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면 사건이 재판에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소청 검사에게 기존 검찰과 비슷한 역할을 맡긴 뒤 법률 자문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검사가 수사 대상과 범위, 방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면 이름과 관계없이 수사 관여 논란이 생긴다. 정부는 합수본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보다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검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면 역할과 절차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검사에게 수사하지 말라고 해놓고 수사 기록을 검토하며 영장과 수사 방향을 판단하도록 하는 현재 구상으로는 권한과 책임을 가르기 어렵다. 새 수사 체계가 출범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2026-08-09 13: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