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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정책실장 사퇴, 인적 교체만으로 경제위기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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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정책실장 사퇴, 인적 교체만으로 경제위기 넘을 수 없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9-01 10:32:37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사표가 수리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지 15개월 만이다. 지난달 30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한 데 이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까지 물러난 것이다. 김 실장은 전날인 8월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번 사퇴를 단순한 인사 쇄신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정책실장 한 사람을 바꾼다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적 교체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그친다면 국민의 불안만 키울 수 있다. 대통령은 이번 사퇴를 경제정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와 통화정책 변화, 글로벌 자금 이동, 환율 불안은 언제든 우리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그런데 대외 충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충격을 견뎌낼 국내 경제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는 소비와 내수를 짓누르고 있고 기업 부채와 부실 위험은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이다. 환율 변동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키운다.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은 정체되고 노동·규제 개혁은 이해집단의 벽에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단기 처방과 시장 달래기에만 매달린다면 다음 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큰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사이에서 혼선을 거듭했고, 금융시장에서도 정책 설계와 대응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졌다. 실제 김 실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둘러싼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제 정부는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시장의 신뢰 회복에 둬야 한다. 외환·금융시장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상시 위기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시장에 혼선을 주는 정책 메시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문제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회생 가능한 기업은 지원하되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과 좀비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부실을 덮는 것이 민생을 지키는 길이라는 낡은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규제·산업·교육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 재정을 풀어 단기 성장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없다.

후임 정책실장 인사 역시 정치적 코드보다 경제적 전문성과 시장 신뢰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현장의 경고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정책 조정 기능과 책임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국정의 주요 정책은 장관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이 방향을 정하고 부처가 집행하는 구조라면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 역시 인사 교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

정권이 어려울수록 인사는 더욱 원칙적이어야 한다. 가까운 사람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익을 앞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성과가 없으면 책임을 묻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이번 사퇴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인적 쇄신의 진정한 의미는 정책 쇄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과 보여주기식 처방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과 기업이 치르게 된다.

대통령은 이번 사퇴를 경제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부채와 환율, 금융과 산업, 규제 전반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인기 없는 구조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진 뒤 책임질 사람을 찾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인사가 아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과 실행 체계를 함께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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