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56건
-
흔들리는 증시와 AI 대전환, 금융의 기본과 상식부터 바로 세워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의 파고에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급락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친 결과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시장을 흔들 수는 있어도 시장의 체력과 감독 체계의 허점을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식 처방이나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위험을 직시하고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기둥은 신뢰와 공정성이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가 같은 정보와 규칙 아래 경쟁하며 위험이 합리적으로 관리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자본이 모인다. 이 토대가 무너지면 주가 부양책을 쏟아내도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은 지수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규칙을 세우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무겁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시장 유동성,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위험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이 금융회사와 투자자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위기 징후를 놓친 뒤 대책을 내놓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뒷북이다. 불공정 거래와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 안정 조치는 신속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원칙과 투명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마저 미온적이라면 당국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허무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이다. 이번 증시 급락을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 구조, 글로벌 자본의 투자 지형을 동시에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이끄는 상황에서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국내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안주한 채 AI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놓친다면 시장의 불안은 산업 경쟁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음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승부는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와 서비스 혁신이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재 양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규제 개선을 아우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산업 생태계도 정비해야 한다. 지원금만 늘리고 낡은 규제와 경직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재정 낭비다. 기업의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 지원이나 시장의 기대에 기대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연구개발과 사업 구조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와 투자자에게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행하는 기술에 편승하거나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경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없다. 자본시장 역시 투기적 기대보다 기업의 실력과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방임과 동의어가 아니다. 공정한 규칙과 책임 있는 감독이 뒷받침돼야 자유로운 경쟁이 혁신을 낳고 자본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기업은 기술과 실적으로 답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도 주가 상승을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위기 때마다 대책만 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흔들리는 증시를 바로잡는 출발점은 지수 방어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AI 대전환에 필요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단기 충격을 넘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금융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기술 혁신만 외쳐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2026-10-16 09:24:25
-
자막·더빙 넘어 감정까지 전달…넷플릭스가 말하는 K-콘텐츠 세계화
[경제일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자막과 더빙 등 현지화 작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담긴 감정과 문화적 맥락, 유머까지 각국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번역과 더빙 기술이 확산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현지화 과정에서 사람의 창작 역량과 전문성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X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로컬라이제이션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한국 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시청자의 관심 변화와 국가별 시청 방식, 원작의 감정을 살리기 위한 현지화 작업 등에 대한 넷플릭스의 시선이 공유됐다. 넷플릭스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와 미국·캐나다(UCAN) 지역 콘텐츠 현지화 담당자, 글로벌 영어 콘텐츠 제작 담당자와 국내 문학·번역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지화 과정에서 마주하는 과제와 제작 원칙을 공유했다. 산더르 반 데르 풀 넷플릭스 EMEA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디렉터는 유럽에서 한국 콘텐츠가 일부 팬층이 찾아보는 작품을 넘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과거에는 적극적인 팬들이 직접 찾아보고 자막까지 만들어 즐기던 콘텐츠였지만, 이제는 자막과 더빙을 통해 집과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고 강조했다. 반 데르 풀 디렉터는 "유럽 같은 경우는 사실 지금 한순간이 아니라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며 "한국 콘텐츠가 예전에는 단순히 팬분들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심지어는 자막 작업까지 하면서 즐기는 그런 콘텐츠에서 이제는 자막이든 혹은 더빙이든 쉽게 일상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회사 직장에서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되었다"고 말했다. 제니 로스 넷플릭스 UCAN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디렉터도 북미 시장에서 K-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K-콘텐츠가 소수 팬이 개별적으로 찾아보던 콘텐츠에서 벗어나 문화적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들었다. 로스 디렉터는 작품 공개 이후 첫 91일 동안 시청 수가 3억2510만회를 넘어섰으며, 주제가 '골든'도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8주 넘게 1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영상과 음악을 아우르는 인기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 디렉터는 "한국의 이야기가 미국 문화의 주류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주 의미 있는 변화"라며 "영상, 음악 모두에서 나타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지화의 핵심은 원작의 내용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으로 꼽힌다. 번역 과정에서 인물 간 관계와 감정,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하는 표현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작품의 완성도와 시청 경험을 좌우한다. 번역가 및 평론가인 달시 파켓 고려대학교 교수는 번역 과정에서 감정이 다른 언어에서도 같은 크기로 전달되는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이 자막으로 볼지 더빙으로 볼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자막이냐 더빙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단어 선택 그리고 연기 혹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통해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우리가 잘 전달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드미타 넷플릭스 UCAN 글로벌 영어 콘텐츠 프로덕션 시니어 매니저는 원작의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콘텐츠를 영어로 더빙할 때는 현지화 전문가뿐 아니라 한국의 더빙 아티스트와 연출자, 작가, 배우 등 다양한 인력이 함께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언어유희와 말장난처럼 직역만으로는 원래 의미를 살리기 어려운 표현은 현지화 과정의 대표적인 난제로 꼽힌다. 드미타 매니저는 창작자의 의도와 감정을 유지하면서도 번역 대상 언어의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표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로컬라이제이션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유머에 대한 웃음은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농담을 너무 길게 설명하면 재미가 없어져 저희는 창작자분들의 의도와 감정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번역과 더빙에 활용되는 상황에서도 넷플릭스는 사람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행사에서는 AI가 현지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작품에 담긴 미묘한 감정과 표현을 구현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창의성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제시됐다. 캐서린 르타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시니어 디렉터는 AI 활용에 대한 논의가 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AI가 창작자와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서린 르타트 시니어 디렉터는 "AI가 정말 큰 화제라는 것, 그리고 우리 업계 내에서도 활발하게 이 AI 사용에 대한 논의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넷플릭스는 영화 분야에서 AI가 활동을 지원하는 하나의 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 그리고 정말 뛰어난 재능 있는 인재들을 위한 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련되고 우아한 감정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사람만이 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는 앞으로도 실제 사람들과 계속 협업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문 인력과 제작 생태계를 확충하는 일도 과제로 꼽혔다. 로스 디렉터는 한국 콘텐츠의 영어 더빙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새로운 작업 방식과 인력 양성 경로를 구축하고, 협력 스튜디오와 현지화 기업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콘텐츠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한국 콘텐츠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모두 수행하는 만큼 양방향에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혜진 민음사TV 해외문학팀 편집자는 "하나의 작품을 다른 문화권에 전달하는 일이 결코 부차적인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낀다"며 "독자의 직관에 맞게 어순을 살짝 바꾸는 일 혹은 낱말 하나를 고르는 일조차 작품이 새로운 문화권에서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한 판단과 결단의 연속으로, 이 한 끝의 변주가 오늘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각국 시청자에게 작품의 감정과 맥락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막과 더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동시에 번역·각색·연기·음향·품질 검수 등 현지화 전반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2026-10-15 14:15:15
-
기후보도, 산업·경제까지 넓힌다…인신협·숙명여대 전문인력 양성
[경제일보]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숙명여자대학교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을 전문적으로 다룰 언론인 양성에 나선다. 대학의 기후·환경 연구와 기자들의 취재 경험을 연결해 과학적 사실과 산업·경제적 영향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보도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숙명여대 탄소중립대학원과 기후커뮤니케이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양 기관은 회원사 기자 대상 전문교육부터 대학원 진학 지원, 공동 연구와 현장 연계 프로젝트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주요 협력 분야는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교육, 회원사 기자와 임직원의 대학원 진학 시 장학금 지원, 세미나·포럼 공동 개최 등이다. 언론 실무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한편, 연구·교육에 필요한 정보도 교류한다. 이번 협력의 기반은 숙명여대가 확대해온 기후환경 교육이다. 숙명여대는 2014년 환경부 기후변화 특성화대학원에 선정됐고, 2021년에는 지식기반 환경서비스 특성화대학원으로 지정됐다. 기후환경융합학과는 기후환경학과 환경·경제, 기후환경커뮤니케이션 등 세부 전공을 통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후기부터 기후환경커뮤니케이션 전공을 신설했다. 기후·환경 담당 기자뿐 아니라 산업·경제·금융 분야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홍보 담당자까지 교육 대상으로 삼았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에 정치·사회·경제적 맥락을 더해 설명할 전문인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숙명여대의 올해 후기 모집 안내에 따르면 해당 전공은 기후변화 보도, 미디어와 사회, 환경경제와 정책, ESG 전략과 홍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등의 교과목을 운영한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교육 기반을 인터넷신문 기자들의 취재 실무와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보도는 폭염과 홍수 등 피해를 전달하는 데서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기업의 전환 비용, 에너지 공급 변화까지 설명해야 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배출량과 감축 목표 등 수치를 해석하고 정책 효과를 검토하는 능력이 필요한 만큼, 연구와 취재를 연결한 교육은 기자들의 분석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양 기관은 앞으로 언론계의 실무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동 연구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에서 축적한 전문지식을 보도 현장에 전달하고, 현장에서 나온 질문을 교육과 연구에 반영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026-10-09 11:07:16
-
-
-
세수가 늘 때 재정규율을 세워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경제가 모처럼 성장률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3%, 내년을 2.9%로 전망했다. 정부도 내년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와 세수가 동시에 개선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국가재정의 앞날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증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GDP 대비 3.9%에서 0.1%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내년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대로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 세수 전망부터 달라질 수 있다. 경기 호황에 기대어 개선되는 재정과 제도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한 재정은 구분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는 잠재성장률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장기 성장능력까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금과 의료·돌봄 등 고령화 관련 지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의 부담도 단순히 채무 총액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 세수로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한지, 국채 만기가 돌아왔을 때 어떤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지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채가 당장 높은 금리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만기 구조와 시장금리, 경제성장률에 따라 부담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재정에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견딜 여력이 있느냐다. 정치권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재정 확대를 요구한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재정을 활용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필요한 역할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지출도 무조건 낭비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경기 대응을 명분으로 시작한 사업이 효과 검증 없이 유지되거나, 선거를 앞두고 재원 마련 방안이 불분명한 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재정지출의 필요성과 효과,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절차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밀려서는 안 된다. 국가재정은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금은 국민이 부담하고 국채는 미래의 재정 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지출하는 돈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의 세수 기반을 넓힌다면 다음 세대에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효과가 불분명한 지출을 빚으로 충당한다면 미래세대의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따라서 국가채무를 무조건 줄이는 것만이 책임 있는 재정은 아니다. 빚을 내더라도 무엇에 쓰는지, 그 지출이 어떤 경제적·사회적 편익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에 중장기 관리 기준을 두되 경기침체와 재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외를 허용한다면 적용 조건과 기간, 정상적인 재정 운용으로 복귀할 계획까지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준칙은 정부가 필요한 돈을 쓰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는 장치가 아니다. 평상시에 재정 여력을 확보해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다. 지출 구조조정도 숫자를 맞추는 작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과가 낮은 보조금과 중복 사업, 정책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예산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반면 취약계층의 생계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까지 일률적으로 삭감해서는 안 된다. 지출의 성격과 효과를 구분하는 것이 재정개혁의 출발점이다. 절감한 재원은 미래 성장 기반을 넓히는 데 우선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전력망과 산업 인프라에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와 공공 기반시설에 정부가 역할을 집중하고 사업화와 시장 경쟁은 기업의 창의성과 자본을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미래산업 지원에도 성과 검증은 예외일 수 없다. 첨단산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모든 사업에 예산을 배정할 이유는 없다. 지원의 필요성과 민간투자 유발 효과, 중복 여부를 따져야 한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과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일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지금은 오히려 재정개혁을 추진하기 좋은 시기다. 정부 전망대로 세수가 크게 늘고 재정수지가 개선된다면 그 성과의 일부를 중장기 재정위험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경기가 나쁠 때는 지출을 줄이기 어렵고, 경기가 좋을 때는 지출을 늘리자는 요구가 커진다. 이런 정치적 유혹을 제어하지 못하면 재정건전성은 경기의 부침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에게 무엇을 더 지원할 것인지 설명하는 일만큼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기존의 어떤 사업을 정비할 것인지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 여야가 재정준칙과 중장기 지출 개혁을 놓고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재정은 오늘의 경제를 지탱하면서 내일의 성장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관자>에는 “양입이출(量入而出)”, 들어오는 것을 헤아려 지출한다는 뜻의 말이 전해진다. 국가재정을 가계부처럼 단순하게 운영할 수는 없지만, 재원의 한계를 고려하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 경제는 지금 반도체 호황이라는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특정 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세수가 늘 때 재정규율을 세우고, 성장의 과실을 미래 경쟁력과 재정 여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치가 재정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다만 그 성과를 다음 선거의 득표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경제적 기반으로 평가받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정의 책임은 돈을 얼마나 썼느냐가 아니라 그 지출이 무엇을 남겼느냐에서 드러난다.
2026-10-08 11:54:40
-
누리호 5차 성공, '뉴 스페이스' 도약 위해 제도부터 바꿔라
[경제일보] 대한민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5차 발사에 성공했다. 10월 7일 발사된 누리호는 목표 고도에 도달해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9기를 목표 궤도에 투입했다. 이번 성공은 또 하나의 발사 기록을 추가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에서 민간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이정표다. 특히 이번 발사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 우주개발은 정부와 출연연구기관이 기술개발과 발사를 주도하고 민간이 일부 제작을 맡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5차 발사에서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을 총괄한 데 이어 발사 운용에서도 참여 범위를 크게 넓혔다. 민간이 우주수송 산업의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발사체와 위성은 물론 위성통신, 지구관측, 우주데이터, 우주항법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우주 강국들은 민간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앞세워 우주를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개척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정부가 개발하고 민간이 따라가는’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갈 길은 멀다. 누리호 성공 하나로 한국이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우주산업의 기업 규모와 투자 자본, 시장 규모, 기술 축적은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민간이 장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취약하다. 우주산업은 막대한 비용과 긴 개발 기간, 높은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다. 정책과 예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민간 자본이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업에 단순히 사업을 배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간 예측 가능한 우주개발 로드맵과 안정적인 예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분산된 정책 역량을 결집하고 국가 안보와 산업 육성을 함께 아우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정부가 우주산업의 초기 고객이 되는 ‘공공수요 창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위성영상과 위성통신, 발사서비스 등 우주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준다면 민간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우주항공청 역시 누리호의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기회를 확대하고 민간 중심의 우주수송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혁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발사체와 위성 개발, 우주데이터 활용, 민간 발사서비스, 우주벤처 창업에 이르기까지 기존 행정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지 않은지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우주안보와 안전이라는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과거의 통제 중심 사고에 매몰돼 민간의 창의성과 도전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에서는 혁신도 나오기 어렵다. 정부는 통제자가 아니라 민간의 도전을 뒷받침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인재 확보는 더욱 절박하다. 발사체와 위성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기술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안정적인 전문직에 몰리고 연구개발 현장을 떠나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우주 강국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연결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자들이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는 개방형 인재 정책도 필요하다. 우주산업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산업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이 그랬듯 우주에서도 기술 선점이 곧 시장 선점으로 이어진다. 중국과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이 우주산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머뭇거릴 시간은 많지 않다. 누리호 5차 성공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제 정부는 ‘성공을 축하하는 정부’에서 ‘성공이 산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정부’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민간에는 과감한 도전의 길을 열고 정부는 안정적인 예산과 공공수요, 규제 혁신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우주항공청 역시 조직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말고 국가 우주산업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누리호의 불꽃이 하늘에서 사라진 뒤에도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이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지금 과감한 제도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26-10-07 17:15:33
-
-
-
K-콘텐츠 보고 한국 간다…넷플릭스, '현지화'로 관광·소비까지 연결
[경제일보] K-콘텐츠를 본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작품에 등장한 음식을 찾거나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등 콘텐츠 소비가 한국 문화와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단순한 작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각국 시청자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며 콘텐츠가 관광과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6일 넷플릭스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2026 K-엑스포 멕시코'에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과정과 현지화 전략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이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실제 한국을 방문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넷플릭스 이펙트'로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독립 연구기관 2CV에 의뢰해 8개국 1만1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콘텐츠 시청자의 72%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콘텐츠 시청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평가된다. K-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작품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한 음식과 패션을 직접 경험하거나 촬영지를 찾아보고 한국어를 배우는 등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번 멕시코 행사에서 한국어와 음식, 패션, 관광 등을 하나의 콘텐츠 경험으로 묶어 소개한 것도 이 같은 소비 확산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현지 시청자가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로컬라이제이션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어 특유의 호칭과 관계성, 유머, 말투,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각국의 언어와 문화적 맥락에 맞게 전달해야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에서는 특히 더빙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된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자막보다 더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도 현지 언어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구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한국 오리지널 예능의 전체 시청 가운데 더빙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이에 넷플릭스는 더빙을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 '두 번째 제작'으로 보고 원작의 감정과 창작 의도를 현지 언어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가령 한국어의 높임말이나 호칭처럼 언어 자체에 관계성이 담긴 표현은 단어를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원작의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 현지 시청자가 해당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의 표현과 말투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머나 문화적 맥락처럼 한국 시청자에게 익숙한 요소 역시 현지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현지화를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과정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와 현지 콘텐츠 산업을 연결하는 방식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포맷과 제작 경험이 현지 제작으로 이어지면서 K-콘텐츠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각국의 콘텐츠 산업과 결합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멕시코 버전이 공개된 '피지컬: 100'은 한국 예능 포맷이 현지 제작으로 이어진 사례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의 형식과 경쟁 요소를 현지 제작 환경과 문화에 맞게 재구성하면서 K-콘텐츠의 영향력이 개별 작품의 해외 시청을 넘어 현지 콘텐츠 제작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남미에서 K-엑스포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글로벌 확장 전략과 연결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의 신진 창작자와 창작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고, 6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관광·소비재·뷰티 등 한국 산업 전반으로 이어진 K-콘텐츠의 파급효과를 조명했다. 이번 멕시코 행사에서는 한국어와 문화, 국가 브랜드까지 범위를 넓혔다. 넷플릭스의 K-콘텐츠는 글로벌 경쟁력도 작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각 시장에 맞게 전달하고 이후 발생하는 문화·관광·소비 수요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를 본 해외 시청자가 한국을 여행하고 한국어를 배우며 콘텐츠 속 상품과 문화를 소비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콘텐츠 산업이 다른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매개체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현지화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제작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24년부터 'KOCCA x 넷플릭스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공동 운영하며 글로벌 제작 현장의 기술과 경험을 국내 제작 인력에게 공유하고 있다. 향후 로컬라이제이션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전반의 실무 교류와 전문 인재 양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K-콘텐츠는 이제 작품 자체의 인기를 넘어 한국어와 문화, 관광,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콘텐츠와 전문 인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각 지역의 시청자와 더욱 깊이 소통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의 이야기를 본 시청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작품 속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며, 한국을 다음 여행지로 떠올리고 있다"며 "로컬라이제이션은 원작의 감정과 창작 의도를 지키면서 한국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시청자에게 연결하는 가교"라고 말했다.
2026-10-06 17:44:03
-
삼성전자, 베트남서 휴대전화 누적 수출 5000억달러…17년 만에 달성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한 휴대전화의 누적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베트남에서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CEO는 지난 8월 27일 베트남 하노이(Hà Nội)에서 레민흥(Lê Minh Hưng) 베트남 총리와 만나 이 같은 성과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박닌성(Bắc Ninh)과 타이응우옌성(Thái Nguyên) 휴대전화 생산법인은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수출액 5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처음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약 17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박닌성에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이후 베트남 투자를 확대해 왔다. 타이응우옌성에도 생산 거점을 추가하면서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수출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지난해 말 기준 240억 달러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배터리, 카메라, 생활가전 등으로 생산 분야도 확대됐다. 현재 삼성의 베트남 사업은 6개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 판매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노 CEO는 지난 8월 초 출시한 갤럭시 폴드8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베트남 "생산기지 넘어 기술·R&D 거점으로" 레민흥 총리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기술과 연구개발(R&D), 혁신의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단순 생산시설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첨단기술과 연구개발,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레 총리는 삼성전자에 생산시설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R&D 투자를 늘리고, 연구기관 및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해 엔지니어와 전문인력을 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베트남 기업들이 삼성의 공급망에 더 깊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기술·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도 베트남을 단순한 제조기지가 아니라 첨단기술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트남 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첨단기술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노이(Hà Nội)에 있는 삼성 R&D센터 역시 베트남 대학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 역량 강화와 인재 양성에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함께 현지 기업들이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깊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올해 베트남 주요 대학들과 2026~2028년 기술·인재 양성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전자·통신, 보안 등 미래 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 양성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사업 확대는 현지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존 투자 전략이 R&D와 첨단기술, 인재 양성, 현지 공급망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 역시 삼성의 대규모 생산 기반을 활용해 단순 제조·조립을 넘어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6-10-06 17:30:15
-
-
-
다낭 국제금융센터, 글로벌 금융도시 순위 첫 진입…국제 자본 유치 발판
베트남 다낭 국제금융센터(VIFC-DN)가 글로벌 금융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다낭이 국제 금융기관과 자본을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영국 Z/Yen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지난 9월 16일 발표한 GFCI 40에서 다낭은 685점을 받아 평가 대상 117개 금융센터 가운데 71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 세계 139개 금융센터를 연구했으며 이 가운데 117곳이 본 순위에 포함됐다. 같은 평가에서 호찌민은 692점으로 67위를 기록했다. 호찌민은 기존에도 GFCI 순위에 포함됐으며, 이번에 다낭이 처음 순위에 진입하면서 베트남에서는 두 도시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다낭은 ‘국제 특화 금융센터(International specialists)’, 호찌민은 ‘국제 경쟁 금융센터(International contenders)’ 그룹으로 각각 분류됐다. GFCI는 금융거래 규모나 자본 유입량만으로 금융센터의 경쟁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기업환경과 인적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수준, 도시의 국제적 평판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GFCI 40은 144개 정량지표와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순위를 산출했다. 다낭 측은 이번 순위 진입을 국제금융센터 구축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순위를 높이는 것보다 국제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유치하고 금융상품과 거래를 활성화해 해외 자본을 베트남 기업과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금융·기술 결합한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축 베트남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월 9일 다낭과 호찌민을 두 거점으로 하는 ‘1개 센터·2개 거점’ 방식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두 도시를 기반으로 국제 금융기관과 투자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금융시장 규모 확대와 디지털·혁신 금융 육성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다. 이 가운데 다낭은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금융업과 차별화된 금융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술과 지속가능금융을 결합해 새로운 금융시장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초기 우선 추진 분야는 실물자산 토큰화, 탄소배출권 및 탄소시장, 상품거래소, 투자펀드·자산운용, 채권 및 중장기 자금조달 등 5개 분야다. 각 금융상품을 개별적으로 육성하기보다 기업과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는 통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실물자산 토큰화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방식으로 금융상품화해 새로운 투자와 자금조달 기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배출권과 탄소시장 역시 기후·환경 분야와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디지털 결제 등 차세대 금융 분야도 함께 발전시킬 예정이다. 다낭은 기술과 데이터, 전문인력을 금융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활용해 기존 금융센터와 차별화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인프라와 전문인력 확보에도 속도 제도 정비와 함께 금융센터 운영을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다낭 국제금융센터는 제2소프트웨어파크에 4000㎡ 이상의 업무공간을 마련하고 인터넷과 데이터, 서버 시스템 등 디지털 인프라를 갖췄다. 5G 통신망도 구축돼 있다. 제2소프트웨어파크에는 연면적 2만7000㎡가 넘는 20층 규모의 건물도 마련해 투자펀드와 금융·기술기업, 스타트업, 혁신 관련 기업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인력 양성도 병행하고 있다. 다낭 국제금융센터 운영기관은 다낭대학교 경제대학, 홍콩중문대학교 선전 캠퍼스 경영·경제대학과 협력해 지난 5월 29일 ‘핀테크 및 지속가능금융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지속가능금융, 탄소시장 등 관련 분야의 인력 양성과 연구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 금융센터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해 운영과 관리 역량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맞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다낭은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금융센터의 경험을 제도와 운영에 접목해 국제 금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 자본과 베트남 실물경제 연결이 목표 다낭은 GFCI 첫 진입을 국제 금융시장에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이를 실제 투자와 금융거래로 연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국제 금융기관과 투자회사, 국제기구, 전문가, 기업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해외 금융센터의 경험과 시장의 요구를 금융상품과 제도 개발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낭 국제금융센터 역시 국제 기준에 맞는 규제와 인프라, 전문인력 확보가 투자자 유치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다낭이 목표로 하는 것은 금융기관을 한곳에 모으는 물리적인 금융단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금융과 기술, 혁신을 결합해 해외 투자자가 베트남의 기업과 인프라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토큰화, 녹색금융, 탄소시장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다낭 국제금융센터의 성패는 이번 GFCI 순위보다 실제 자본 흐름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GFCI 40에서의 71위는 국제 금융도시 경쟁에 이름을 올렸다는 첫 성적표다. 앞으로 이를 국제 금융기관의 유치와 금융상품 개발, 베트남 기업·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공급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낭이 풀어야 할 다음 과제다.
2026-10-06 10:17:59
-
KT, 산불 통신두절 대비…재난망·상용망 이동기지국 동시 투입
[경제일보] KT가 대형 산불로 통신시설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비해 재난안전통신망과 일반 고객용 상용망의 긴급 지원 체계를 점검했다. 현장 구조기관의 지휘·연락을 유지하고 주민의 통신서비스를 복구하기 위해 두 종류의 이동기지국 차량을 동시에 운용했다. KT는 지난 2일 경북 칠곡군에서 열린 ‘2026 레디 코리아(READY Korea) 산불진화 통합훈련’에 참여했다고 5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장 훈련에 참가했다. 이번 훈련은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인 11월 1일~12월 15일을 앞두고 진행됐다.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기상청, 경상북도와 칠곡군 등이 함께 산불 진화와 주민 대피, 피해자 지원을 연습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훈련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 발생한 산불이 도심 생활권으로 빠르게 번지고, 일몰 이후 야간 산불로 이어지는 상황을 가정했다. 골프장과 민가, 병원, 학교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진화와 대피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조건을 설정했다.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재난 현장에서는 통신이 대응을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 진화대와 구조대가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주민 대피를 지원하는 동안 통신시설까지 손상되면, 기관 간 연락과 주민의 휴대전화 이용에 함께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산불로 통신시설에 피해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 통신 장애 여부와 영향 범위를 파악하고 본사와 현장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그룹사와 협력사도 참여해 긴급 대응과 복구 과정의 협업 절차를 점검했다. 현장에는 재난안전통신망 이동기지국 차량과 상용망 이동기지국 차량을 함께 투입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차량은 출동 기관의 통신 품질을 유지하는 데 활용했고, 상용망 차량은 피해 지역 주민에게 긴급 통신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복구하는 절차를 시험하는 데 사용했다. 두 통신망은 이용 대상과 역할이 다르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과 소방 등 재난 관련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국 단일 무선통신망이다. LTE 기반으로 음성과 사진, 영상을 공유하며 기관 간 현장 대응을 지원한다. 상용망은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신을 담당한다. 행안부의 재난안전통신망 안내에 따르면 국가기반시설과 주요 도로, 인구밀집지역에는 고정기지국을 구축하고, 산간·농어촌 지역에서는 차량형·휴대형 이동기지국으로 유사시 통신을 지원한다. 이동기지국은 필요한 현장에 통신 수단을 배치해 고정시설의 통화권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훈련에서 KT는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사업자의 역할과 상용 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함께 점검했다. 구조기관의 연락 수단을 확보하는 작업과 주민의 통신 불편을 줄이는 작업을 같은 현장에서 병행한 것이다. 황경희 KT 네트워크부문 동부NW운용본부장 상무는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속한 현장 대응과 우수한 복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재난 발생 시 국민의 통신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네트워크 대응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난안전통신망의 현장 활용 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기관별 자체 강사를 양성하고 실제 재난을 가정한 합동훈련을 강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산불·풍수해 등 기존 6종의 훈련 시나리오에 산사태와 화학사고, 지하공간 침수 등 8종을 추가해 총 14종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2026-10-05 12: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