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974건
-
-
-
'담합 논란' HD현대오일뱅크 "공개된 가격정보"…교환 시점은 공정위서 소명
[경제일보]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정보 교환·담합 혐의와 관련해 거래처에 공지한 입금가가 시장에 신속하게 전파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 경영진·준법감시 부서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 7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두 회사에 송부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가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 등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초에는 두 차례 입금가를 합의한 것으로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심사관의 판단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은 향후 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심사관이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두 회사 합계 약 44조1000억원이다. 이는 혐의와 관련된 매출 규모로, 부당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을 뜻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한 경제일보의 질의에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세금 등을 고려해 입금가를 정하고, 결정 즉시 주유소·대리점 등 거래처에 알린다고 답했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정보가 시장에 빠르게 퍼진다는 설명이다. 입금가는 주유소와 대리점이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전에 지급하는 대금의 기준이 되는 잠정 공급가격이다. 회사는 거래처에 공지된 가격을 경쟁사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경쟁사와 교환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가격과 판매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입금가 합의 혐의도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이라며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확인할 대목은 가격 공지와 경쟁사 정보교환의 시간 순서다. 거래처에 가격을 알린 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교환 당시 시장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등을 대조해야 회사의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설명을 검증할 수 있다. 회사는 이번 답변에서 구체적인 교환 시점이나 사례를 제시하지 않고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한 정보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문제 삼은 대상은 입금가뿐 아니라 확정가와 판매정책도 포함한다. 반면 회사의 이번 답변은 입금가의 산정과 시장 전파 과정에 집중됐다. 확정가와 판매정책의 공개 시점, 경쟁사와 직접 정보를 교환한 목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경쟁사 접촉을 경영진이나 준법감시 부서가 알고 있었는지, 관련 보고·점검 절차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회사는 이 역시 정식 심의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답했다. 조사 이후 경쟁사 접촉 기준이나 가격 결정 절차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행한 조치나 변경 기준, 적용 시점은 답변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회신만으로는 경쟁사 접촉 경위와 내부 보고·점검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답변 유보 자체가 혐의나 내부통제 부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식 심의에서 관련 자료와 의견을 제출해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한 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6-10-15 17:08:02
-
-
라즈베리 파이가 주목한 딥엑스 NPU…개발 보드 넘어 산업용 AI로
[경제일보] 초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DEEPX)가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발판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개발자들이 익숙한 소형 컴퓨팅 플랫폼에서 자사 반도체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개발 단계에서 검증한 AI 기술을 산업용 장비와 실제 양산 제품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15일 딥엑스는 글로벌 소형 컴퓨팅 플랫폼 라즈베리 파이가 최근 공식 뉴스룸에 딥엑스와 공식 디자인 파트너사 식스팹의 기술 소개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딥엑스의 NPU 'DX-M1M'을 탑재한 라즈베리 파이 5용 AI 가속 보드 '식스팹 AI HAT+'를 활용해 기기 내부에서 AI를 실행하는 방법과 적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라즈베리 파이는 소형 컴퓨터를 활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실험하는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라즈베리 파이 기반 프로젝트에서 딥엑스 NPU를 활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도 엣지 AI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 딥엑스는 이를 통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자사 반도체를 경험한 개발자들이 향후 시제품 제작과 상용 제품 개발에서도 자사 기술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딥엑스가 내세우는 기술적 강점은 낮은 전력 소비와 AI 추론 성능이다. DX-M1M은 최대 25TOPS(초당 1조회 연산)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NPU 자체 소비전력은 일반적인 지속 구동 조건에서 약 3W 수준이다. 라즈베리 파이 본체와 주변 장치의 소비전력은 제외한 수치다. 딥엑스는 소형 기기에서 AI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전력 공급과 발열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 분야도 단순한 사물 인식에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합성곱신경망(CNN)을 이용해 영상 속 사물이나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비전언어모델(VLM)로 장면의 맥락을 분석한 뒤 소형언어모델(SLM)로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D 프린터 작업대의 카메라가 출력 오류를 감지하고, 해당 장면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문제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생산 라인의 품질 모니터링이나 로봇의 주변 환경 인식, 스마트 공간의 상황 분석 등도 응용 분야로 꼽힌다. 기기 내부에서 AI를 실행하는 엣지 AI 방식은 외부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네트워크 연결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과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현장에서 처리하면 외부 전송을 최소화할 수 있고, 통신 지연에 따른 영향을 줄여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환경에도 유리하다. 딥엑스는 반도체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모델 변환·최적화 도구와 실행 소프트웨어, 영상 처리 도구, 사전 최적화된 AI 모델 등을 제공해 개발자들이 자사 NPU를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스팹 AI HAT+와 엣지 AI 확장 보드, 산업용 AI 게이트웨이 'ALPON X5 AI'에는 공통된 딥엑스 런타임과 모델 형식을 적용해 개발 단계에서 만든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개발용 보드에서 기술을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개발 환경을 함께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개발자가 처음부터 산업용 하드웨어를 대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대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보드에서 모델을 검증하고, 이후 실제 제품에 맞춰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딥엑스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연속성을 통해 개발자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산업용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딥엑스는 라즈베리 파이 외에도 바이두의 AI 프레임워크 패들패들, 객체 탐지 모델 개발 도구 울트라리틱스 등 글로벌 하드웨어·AI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로 다른 하드웨어와 AI 개발 도구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이 자사 NPU를 선택할 수 있도록 호환성과 활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딥엑스는 이러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딥엑스는 앞서 지난 6월 식스팹과 함께 DX-M1M을 탑재한 라즈베리 파이 5용 AI 가속 보드 식스팹 AI HAT+를 출시했다. 현재 최대 25TOPS 성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판매 중이며, 13TOPS 버전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딥엑스 관계자는 "피지컬 AI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필요한 AI 기능을 쉽게 구현하고 이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라즈베리 파이에서 시작한 작은 실험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양산까지의 개발 환경을 함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5 16:56:38
-
-
-
-
-
-
-
외교·안보의 무능한 조율,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떠받치는 두 축은 굳건한 안보와 개방형 통상체제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고, 통상 경쟁력을 잃으면 경제의 활력과 국방의 기반마저 약화된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드러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연내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의 대외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연한 정책 차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쟁점을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안보에서는 동맹과의 조율이, 통상에서는 국내 갈등을 풀어낼 정치적 결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익을 지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 그 책임부터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정권의 치적을 장식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군이 연합방위체제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한미동맹의 억제력이 전환 이후에도 유지되는지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것 자체가 자주국방의 성과는 아니다.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데도 일정에 맞춰 서두른다면 자주라는 명분으로 안보 위험을 키우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사전 협의와 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우리 군의 핵심 작전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 확보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동맹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가 남았다면 협의 과정과 판단 근거를 점검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과를 앞세워 검증을 형식화하거나 정치적 일정을 군사적 판단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막연한 자주 구호나 낙관론 뒤에 숨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단계별 보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 정책의 실패는 사후 책임 추궁만으로 되돌릴 수 없다. CPTPP 가입 신청의 연내 보류는 통상 정책의 전략과 조정 능력을 시험하는 또 다른 고비다.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의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국들은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통상 규범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가입 논의를 미루기만 한다면 역내 경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언권을 잃고 기업의 경쟁 기회도 제약받을 수 있다. 수출로 성장한 나라가 통상 네트워크 확장에 소극적이라면 경쟁국이 차지한 자리를 나중에 되찾는 데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CPTPP 가입에는 농수산업 등 민감 산업의 피해와 시장 개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정부가 공개한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도 가입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와 함께 농림수산업의 생산 감소 가능성이 제시됐다. 피해 우려를 무시한 채 가입을 서두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고 보상과 경쟁력 강화, 산업 전환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할수록 정부가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익과 피해 대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가입의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피해 대책을 구체화하지도 못했다면 정책 지연의 책임을 국내 반발에 떠넘길 수 없다. 결정을 미룬다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의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보와 통상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하는 정부의 조정 능력이다. 군사적 억제력과 경제적 회복력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에너지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첨단산업의 해외 시장,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은 모두 경제 안보의 일부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주요 교역국과의 경제 관계를 정교하게 관리하려면 외교·국방·산업·통상 부처가 같은 전략 목표 아래 움직여야 한다. 부처별 이해와 단기 현안에 끌려다니는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국제 질서에 대응할 수 없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결정의 결과에 책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정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군사적 조건과 한미 간 협의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CPTPP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통상 전략과 산업 피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면 그 기간에 무엇을 검토하고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이 지연되거나 판단이 잘못됐다면 원인을 밝히고 시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책무다. 국회 역시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 검증과 초당적 협력으로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외교·안보와 통상에는 정권의 임기가 있지만 국익에는 임기가 없다. 자주국방은 동맹을 흔드는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킬 능력으로 증명해야 하며, 통상 주권은 가입 선언이 아니라 시장을 확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원칙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그 대가는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가 전략의 혼선을 불가피한 국제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상황을 예측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2026-10-15 11:03:33
-
-
-
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