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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안전망, 처벌에 기댄 접근으로는 한계다
[경제일보] 중대재해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처벌의 강도에 집중돼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이 의미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현장에서 반복되는 결과를 보면 다른 질문이 필요해진다. 처벌을 강화했는데도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를 짚어야 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감소 흐름을 보이지만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더 주목할 부분은 사고의 유형이다. 추락 끼임 충돌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도 피할 수 있는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새로운 위험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위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법의 강도보다 현장의 실행력이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벌 중심 접근은 일정한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기업은 사고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책임을 줄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점검표와 보고 체계가 늘어나고 관리 절차는 복잡해진다. 외형상 관리 수준은 높아진 듯 보이지만 실제 작업 현장의 위험이 그대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전이 실천의 문제에서 관리의 문제로 바뀌는 지점이다. 현장의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산업재해의 상당 부분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곳에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청과 외주가 얽힌 환경에서는 위험이 취약한 곳으로 이동한다.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도 변수다. 이런 조건에서 처벌만 앞세운 정책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 이제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고 이후의 책임을 묻는 데서 벗어나 사고 이전의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점검과 소통이 사고를 줄이는 데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작업 전 짧은 안전 점검이나 아차사고 공유 같은 장치가 효과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리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지시와 통제 중심의 접근으로는 구성원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안전은 강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납득과 참여가 있어야 지속된다. 정책 설계도 보완이 필요하다. 처벌을 유지하되 예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기술과 시스템을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결국 사고를 줄이는 힘은 법 조항에만 있지 않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행동과 조직의 태도에서 나온다. 처벌이 뒤를 정리하는 수단이라면 예방은 앞을 바꾸는 수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축의 균형이다. 처벌에만 기대는 접근으로는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2026-04-14 0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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