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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미래산업, 또 하나의 백화점식 정책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방안을 직접 주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차세대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공급망을 10~20년 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전략 분야로 제시했다. 목표도 야심차다. 정부는 경수형 SMR을 2035년 상용화하고,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 양자프로세서(Q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0년 민간 주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첨단바이오에서는 AI 바이오 인프라 구축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용화를 추진한다. 미래 기술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은 옳다. 반도체 하나에 국가 수출과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에너지와 핵심광물, 바이오와 우주까지 경제안보 영역으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무엇을 선정했느냐보다 어떻게 키울 것이냐다. 우리 정부의 미래산업 정책은 정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 한국판 뉴딜, 국가전략기술 등 간판은 달랐지만 비슷한 분야가 반복해서 포함됐다. 정부가 여러 산업을 동시에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예산을 나눠주다가 정권이 바뀌면 사업 이름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번 7대 SEED가 과거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첫 번째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SMR과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바이오, 첨단 공급망은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것과 한국이 모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 재정과 인재, 연구개발 역량은 한정돼 있다. 양자와 우주, 핵융합처럼 막대한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까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면 결국 각 부처와 연구기관에 예산을 나눠주는 백화점식 지원으로 흐를 수 있다. 정부는 한국이 이미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가진 분야와 장기적인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한 분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SMR처럼 원전 산업과 제조 공급망이라는 기존 강점이 있는 분야는 상용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짤 수 있다. 반면 핵융합이나 심우주 탐사처럼 장기간의 기초연구가 필요한 분야는 당장의 매출과 수출 실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기업의 투자 의지, 공급망 파급효과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정부가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승자를 미리 결정할 수는 없다. 특정 기술과 기업을 '국가대표'로 정해 지원을 집중하면 민간의 경쟁과 혁신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와 대규모 실증 인프라, 규제개혁과 초기 시장 형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개발과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은 기업의 경쟁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 지원 1원이 민간투자 몇 원을 끌어냈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 투자를 이어가는지를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미래기술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 10년 뒤 시장을 지금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7개 분야 가운데 일부는 시장이 예상보다 늦게 열리거나 다른 기술에 밀릴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원칙을 미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기간마다 세계 기술 수준과 민간투자, 시장 규모를 평가하고 경쟁력을 잃은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한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앞서가는 분야에는 자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 정부 사업이 한번 시작되면 예산과 조직, 지역 이해관계 때문에 없애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과가 부족해도 지원이 이어지는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생겨서는 안 된다. 미래산업 정책의 목표는 실패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빨리 찾아내 자원을 다시 배치하는 데 있다. 인재 전략도 함께 가야 한다. SMR과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는 모두 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늘려도 이를 수행할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없다면 목표는 계획표에 머문다.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우수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국내 연구자가 장기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 연구에도 재도전할 기회를 주고 박사급 연구자가 산업계와 연구소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7대 SEED는 대부분 2030년대 이후를 바라보는 사업이다. 한 정부 임기 안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야와 산업계, 과학계가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산업 전략은 대통령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의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첨단 공급망 전략도 단순한 국산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든 소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반드시 국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품목과 우방국과 공급망을 나눌 품목을 구분해야 한다. 경제안보도 결국 비용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가 오늘의 한국경제를 만들었다면 10년, 20년 뒤에는 새로운 산업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도 정부가 어느 날 '국가대표 산업'으로 지정했다고 세계 1위가 된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인재 축적,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쌓인 결과다. 정부가 씨앗을 뿌릴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지는 시장과 기술의 경쟁이 결정한다. 국가의 역할은 모든 씨앗에 같은 양의 물을 주는 데 있지 않다.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는 자원을 집중하고, 성장이 멈춘 사업에는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모든 곳을 지키려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있다. 국가 산업전략도 다르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모든 분야에 흩뿌리면 세계 최고가 필요한 첨단기술 경쟁에서 어느 하나도 앞서기 어렵다. 7대 SEED는 출발점일 뿐이다. 정부가 평가받을 것은 7개의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으로 키웠는지다. '제2의 반도체'는 예산을 많이 배정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 수준과 시장성, 민간 역량을 냉정하게 따지고 가능성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실패한 사업을 중단할 용기까지 갖출 때 비로소 미래성장동력 전략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산업 육성에서 가장 필요한 것도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2026-08-13 17: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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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신약·에너지 연구 속도 높인다…정부 'K-문샷' 프로젝트 본격 가동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학기술 연구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국가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대형 프로젝트 'K-문샷'을 본격 추진한다. AI 기업과 연구기관, 산업계가 참여하는 범국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국내 AI·인프라 기업과 첨단 바이오·소재·미래에너지 등 미션 분야 기업들과 'K-문샷 추진전략' 협력기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문샷 프로젝트는 AI와 과학기술을 결합해 국가 전략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대형 연구 혁신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AI 자원과 연구 역량을 결집해 오는 2030년까지 과학기술 연구 생산성을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35년까지 첨단 바이오와 미래에너지, 피지컬 AI 등 8대 분야에서 신약개발 속도 10배 이상 증가, 뇌 임플란트 상용화, 보급형 초고효율 다중접합 태양광 모듈 개발, 한국형 핵융합 소형 실증로 개발, 친환경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박 조기 실현, 휴머노이드, 범용 피지컬 AI 모델·컴퓨팅 플랫폼 내재화, 우주 데이터센터 실증, 희토류, 세계 최고 수준 AI 과학자, 초고성능·저전력 AI 가속기, 오류정정 양자컴퓨터 개발 등 12개 국가 미션 해결을 목표로 진행한다. 정부의 이번 협약식에는 AI 모델·컴퓨팅·데이터 기업과 미션 분야 기업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재까지 K-문샷 프로젝트에는 총 161개 기업이 협력 의사를 밝힌 상태다.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NC AI, 포티투마루, 노타 등 국내 주요 AI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AI 모델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와 엘리스그룹, 망고부스트 등이 참여하며 데이터 분야에서는 플리토와 솔트룩스, 메가존 등이 협력한다. 정부는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K-문샷 기업 파트너십'을 구성해 AI 모델, 컴퓨팅·네트워크, 데이터 등 3개 분야로 협력 구조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거나 GPU 자원과 데이터, AI 모델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참여 기업에는 연구 데이터와 GPU 등 과학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공동 연구 결과의 사업화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AI 기술이 실제 산업과 연구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K-문샷 프로젝트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주요 출연연도 참여해 AI 기반 연구 혁신을 추진한다. 최근 AI 기술이 과학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약 개발은 평균 10~15년이 소요되고, 임상 단계 실패율이 90%에 달하는 고위험 산업이다. 전임상과 임상 간 단절 구조, 제한적 데이터 활용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해외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이나 차세대 소재 설계 과정에서 수년이 걸리던 연구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 글로벌 항체 및 생명과학 솔루션 기업 프로틴테크는 지난 1월 AWS의 클라우드와 AI 리소스를 이용해 프로젝트 착수 및 선정부터 개발 및 테스트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대폭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마 리(Ma Li) 프로틴테크 그룹 IT 부사장은 "지능적이면서도 정확한 과학 질의응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명과학 연구 효율성을 가속화했다"며 AI 기반 연구 혁신을 평가했다. 국내 기업도 AI 기술을 통해 기술 개발 가속화를 준비하고 있다. LG CNS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 개발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 사업'에 용역 기관으로 참여해 'AI 기반 신약 개발 임상 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AI 기반 바이오테크 기업 셀키에이아이와 연구 효율과 개발 속도 개선을 목표로 차세대 바이오 AI 솔루션 공동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산·학·연·관이 보유한 AI 기술과 연구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AI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과학기술 연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는 지금이 국가 역량을 결집할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이 더 이상 기술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지의 우주를 향해 나아갔던 달 착륙선을 준비하는 사명감으로 'AI 아폴로 시대'를 향한 'K-문샷'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3-11 17: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