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에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송파구 방이동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추가 해제가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 국토부도 장관 발언 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주무부처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직접 공급 수단으로 언급하면서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추가 공급대책에 서울의 그린벨트가 포함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가 새 그린벨트를 풀어도 당장 공급되는 주택은 없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서리풀지구 일정을 보면 신규 택지가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과 우면동 일대를 서리풀지구로 선정하고 2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1만8000호 규모의 서리풀1지구는 올해 2월, 2000호 규모의 서리풀2지구는 지난 6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후보지 발표 이후 지구 지정까지 1년 넘게 걸렸다.
입주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리풀1지구는 2029년 첫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리풀2지구는 2027년 지구계획 승인과 2028년 착공·분양을 거쳐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잡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돼도 후보지 발표에서 주민 입주까지 6~7년이 걸린다.
새 후보지가 선정되면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 교통대책 마련, 지구계획 승인, 착공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주민 반발이나 보상 협의가 길어질 경우 일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도 당장의 공급 부족을 메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전월세 시장은 이미 불안하다.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는 임대차 거래도 늘고 있다. 정부의 8·3 세제개편안이 실거주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짜이면서 집주인이 임대주택을 매도하거나 직접 거주하는 쪽을 택할 경우 전월세 매물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전월세 시장 움직임을 8·3 세제개편의 영향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관련 법 개정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에게 올해 새로 발표될 택지의 주택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정부가 중장기 공급을 늘리는 것과 별도로 당장의 전월세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수도권 공급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7 대책에서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 착공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1월에는 용산과 과천 등 도심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6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도 수도권 대규모 공급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새 대책에서는 전체 공급 규모와 함께 실제 신규 물량이 얼마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처음 확보한 물량과 이미 발표한 사업의 속도를 높여 다시 포함한 물량을 구분하지 않으면 정부 발표 숫자와 시장이 체감하는 신규 공급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후보지와 전체 물량만 공개해서는 공급계획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각 사업의 지구 지정과 착공, 분양, 입주 목표 시점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공급 사업이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도 같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방식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부는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리풀지구가 서울의 마지막 그린벨트 해제여야 한다며 추가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과 영등포·구로·금천 등 준공업지역의 고밀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신규 택지를, 서울시는 기존 도심의 정비사업을 앞세우고 있다.
신규 택지는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입주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재건축·재개발 역시 조합 갈등과 사업성, 인허가 등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시장에서는 어느 방식으로 몇 호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는지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가 언제 이뤄지는지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신규 택지 확보는 미래의 공급 부족에 대비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미래에 지어질 주택을 지금 시장에 나오는 공급 물량처럼 계산할 수는 없다.
공급 물량은 발표하는 날 숫자로 잡히지만 세입자가 그 집에 들어가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린다. 이번 추가 공급대책이 또 하나의 ‘몇만호’ 발표에 그칠지, 실제 공급 일정을 앞당길지는 착공·분양·입주 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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