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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재차 주장…이란 압박하며 중간선거까지 겨냥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란과의 전쟁 및 해협 봉쇄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이란에 협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 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겹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란은 절실하게 합의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우리가 합의를 원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곳은 미국의 영토”라고 거듭 강조했다. ◆ 호르무즈 둘러싼 ‘영토’ 발언, 협상 압박 수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도 이란을 “패배시킨 뒤”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미국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어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 영토라는 근거는 없다.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하며, 좁은 수로 특성상 양국의 영해가 맞닿는 구조다. 국제법상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는 선박의 통항을 보장하는 ‘통과통항’ 원칙이 적용된다. 미국 역시 과거부터 이 원칙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여왔다.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약 20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이 이곳을 통과했으며,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났다. 이란·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의 수출에도 핵심적인 통로다. 현재 실제 해상 운송은 정상 수준과 거리가 멀다. 로이터에 따르면 8월 19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6척에 그쳤다. 이란은 해협이 여전히 폐쇄돼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선박 통항이 가능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이란 압박하면서 미국 내 정치전선 확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교착된 미·이란 협상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월 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를 마련했지만, 핵 문제와 미군 철수, 제재 해제, 호르무즈 재개방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 측은 미국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은 크게 위축됐으며, 로이터는 8월 이란의 원유 선적량이 하루 약 53만4000배럴로 2025년 평균 140만배럴에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유사들이 대체 원유를 찾으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 메시지를 국내 정치와 직접 연결했다. 이날 유세는 오는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상원의원 공화당 후보 결선투표를 앞두고 열린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고(故)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의 여동생인 달린 그레이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레이엄 후보는 앞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32.8%를 얻어 24.6%를 얻은 랠프 노먼 하원의원을 앞섰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더라도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국경 보안과 감세 정책이 후퇴하고 자신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촉구했다. 결국 이날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외교적 주도권뿐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까지 한데 묶은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는 ‘합의하지 않으면 더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자신의 대이란 강경책과 공화당 의회 장악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호르무즈의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다. IEA는 중동 전쟁 여파로 2026년 세계 원유 공급량이 전년보다 하루 4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뿐 아니라 호르무즈의 실제 선박 통항 정상화 여부가 국제유가와 물류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2026-08-22 12: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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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보다 그 다음이 문제"…트럼프, 이란에 지상군 카드 꺼내 압박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의 돌파구로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원유 수출망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능력을 동시에 압박해 협상 복귀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군이 대통령에게 제시한 선택지다. 지상군 투입이나 대규모 추가 공격에 대한 최종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선택지인 동시에 미군 사상자와 국제유가 급등, 장기 주둔이라는 더 큰 부담을 불러올 수 있어 실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현재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집중된 작전을 이란의 전략시설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제시한 선택지를 △이란 내 군사·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 확대 △깊은 지하에 건설 중인 핵시설 타격 △지상군을 투입한 하르그섬 또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 전략섬 점령 등으로 분류했다. ◆ 하르그섬은 원유 급소…호르무즈 전략섬과는 구분 가장 주목받는 표적은 페르시아만 북부의 하르그섬이다. 이란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이 섬에는 이란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대부분이 하르그섬을 통해 수출된다. 미국외교협회(CFR)는 그 비중을 약 90%로 추산했다. 하르그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480㎞ 떨어져 있어 ‘호르무즈 인근 섬’은 아니다. 아부무사·대툰브·소툰브 등 해협 주변 전략섬과도 군사적 목적이 다르다. 하르그섬을 장악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과 전쟁 자금원을 압박할 수 있다. 반면 호르무즈 주변 섬을 점령하면 상선을 위협하는 미사일과 드론, 고속정 운용 능력을 약화하고 해협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미군은 전쟁 기간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원유 터미널과 저장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 원유 공급 중단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전쟁 이후 이란 경제를 복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여부에 대해 “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군을 충분히 약화할 경우 실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군이 하르그섬을 단시간에 점령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란 본토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으며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상륙보다 어려운 점령 유지…미군이 고정표적 될 수도 하르그섬 점령의 가장 큰 위험은 상륙 이후다. 섬은 이란 본토의 대함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용 드론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란은 기뢰와 고속정, 순항미사일 등 미군의 접근과 보급을 방해할 비대칭 전력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이 섬을 점령하더라도 병력과 방공체계, 보급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란이 원유시설을 직접 파괴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P통신은 하르그섬을 점령하더라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하르그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하는 방식이 미군의 인명 피해를 줄일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전했다. 결국 섬을 빼앗는 것보다 점령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지, 어떤 조건으로 철수할지가 더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한적인 상륙작전으로 시작하더라도 방어와 보급을 위해 추가 병력이 투입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상군 투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키운다. 그는 전쟁 초기부터 대규모 지상전에 거리를 둬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AP통신은 전쟁 장기화와 생활비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중간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곡괭이산’ 핵시설도 표적…공격 성공은 불확실 지상군 대신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이 이곳을 공습에 견딜 수 있는 핵시설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시설이 화강암 지하 약 90∼145m 깊이에 건설되는 것으로 추정돼 대형 관통폭탄을 사용하더라도 파괴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이 공격한 포르도·나탄즈 핵시설보다 깊은 곳에 있고 표적을 특정하는 데 활용할 환기구 등 지상 구조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에 실패하면 이란의 핵개발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채 확전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은 이란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민간 피해 위험이 크다. 해당 시설이 군사목표에 해당하는지,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과 민간 피해가 비례하는지를 둘러싸고 국제인도법 논란도 불가피하다. ◆ 치명타 예고하면서 합의 시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흘리는 배경에는 협상 압박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란과의 합의가 막판에 무산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는 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규모 공세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각해 이란 지도부에 전쟁 지속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작전 준비와 협상용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연설에서 이란이 곧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전쟁이 진정되면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5달러를 웃돌아 전쟁 전보다 15%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르그섬이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이 실제 공격받을 경우 공급 차질과 보험료 상승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한 번의 치명타’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공격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이란이 원유시설과 미군기지, 상선을 상대로 보복하면 제한전은 지상군이 개입하는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점령 이후 이란의 보복과 유가 충격, 미군의 장기 주둔을 통제하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있다.
2026-07-16 08: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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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재건기금, 한국 외교의 새 시험대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나는 순간에도 계산서를 남긴다. 폭격은 군사작전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뒤처리는 언제나 경제의 언어로 돌아온다. 유가, 해상운임, 보험료, 환율, 재건비, 동맹 분담금. 총성이 멎은 뒤 세계가 마주하는 것은 평화의 감격만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낼 것인가라는 차가운 질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하면서 중동 정세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이란 원유 수출 관련 제재 완화, 동결자금 접근, 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 등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란 재건기금이다. 이 MOU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외신에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문제는 명분이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쪽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전쟁의 뒷수습 비용은 다른 나라와 기업의 지갑으로 충당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는 재건기금이 아니라 우회 배상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 측에서 ‘배상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재건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정부 돈이 아니라 민간 투자’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민간 투자는 때로 외교 압박의 부드러운 이름이 된다. 특히 제재 해제, 금융거래 허가, 원유 수출 정상화가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국 외교가 곤란해지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동시에 원유 수입국이고, 중동 해상교통로에 생명줄을 걸고 있는 통상국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에 단순한 해상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의 목줄이다. 중동 전쟁이 확산될 때마다 한국의 물가와 무역수지는 흔들렸다. 따라서 이란과의 긴장 완화, 해상교통 정상화, 원유 공급 안정은 한국에도 분명한 이익이다. 문제는 그 이익이 곧바로 3000억 달러 재건기금 참여의 명분으로 이어지는가다.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 평화 비용과 전쟁 비용은 다르다. 국제사회의 안정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 에너지 인프라 복구, 민간 기업의 정상적 수주 참여는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전쟁의 정치적 부담을 동맹국 재정이나 한국 기업의 투자 리스크로 떠넘기는 구조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 동맹은 공동의 안보를 위한 장치이지 일방의 전략 실패를 비용으로 보전해주는 수표책이 아니다. 더구나 이란 재건기금은 아직 최종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MOU는 60일 협상 기간을 전제로 한 중간 합의에 가깝다. 핵 프로그램의 향방, 제재 해제의 순서, 동결자금의 사용, 호르무즈 해협의 장래 관리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협상이 틀어지면 미국은 다시 군사적 압박을 꺼낼 수 있고, 이란은 해협을 또다시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재건기금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선의가 아니라 전략적 조급증이 될 수 있다. 고전 <논어>에는 “이익을 보고도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되, 그것이 마땅한 길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재건 사업에는 분명 경제적 기회가 있다. 건설, 플랜트, 에너지, 금융, 물류,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기회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국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 들어가는 일은 기업에도 국가에도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세워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정부 재정 투입은 국민적 동의와 국회 검토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 둘째, 민간 기업 참여는 철저히 자율과 수익성, 제재 리스크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동맹 압박이 있더라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업 이익, 국제법적 정당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넷째, 재건기금이 사실상 전쟁 배상금 성격을 띤다면 한국은 그 부담 주체가 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동 뉴스가 아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한국에 던지는 또 하나의 청구서다. 방위비, 관세, 반도체, 조선, 에너지에 이어 이제는 중동 재건 비용까지 동맹의 이름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더 이상 ‘미국이 요구하면 검토한다’는 수동적 태도로 버티기 어렵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이름으로 국익 계산을 포기하는 순간,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추종이 된다. 이란의 재건은 필요하다. 전쟁 피해를 입은 민간과 산업 인프라를 복구하는 일은 국제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전쟁을 멈추는 것과 전쟁의 비용을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은 평화에는 기여하되, 책임의 범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계산서가 한국의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이란 재건기금 논란 앞에서 한국 외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2026-06-18 16: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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