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 아시아 경제시장의 맥을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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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 하나가 세계 유가를 흔든다…이란 석유 동맥 '하르그섬'
[경제일보] 페르시아만 북부 바다 위에는 지도에서 점처럼 보이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이란 남부 부셰르 앞바다의 하르그섬(Kharg Island)이다. 면적은 약 20㎢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출항하는 유조선 한 척이 국제 유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이 이 섬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교역선이 쉬어 가던 기항지였고 현대에는 이란 경제를 떠받치는 에너지 거점이 됐다. 하르그섬은 중동의 역사와 에너지 정치가 한 점에 겹쳐진 공간이다. 하르그섬은 이란 남부 부셰르주 앞바다에 위치한다. 부셰르 항에서 약 55㎞ 떨어져 있고 이란 해안에서는 약 26㎞ 거리다. 섬의 면적은 약 20㎢ 수준이다. 크기는 작지만 주변 해역 수심이 깊어 초대형 유조선 접안이 가능하다. 이란 본토 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조건이다. 이런 지리적 특징 때문에 하르그섬은 자연스럽게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했다. 국제 에너지 업계는 이 섬을 사실상 이란 석유 수출의 관문으로 본다. 로이터 통신과 에너지 시장 분석에 따르면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선적의 약 90%를 처리하는 터미널이다. 하루 최대 약 700만배럴 적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저장 능력은 약 3000만배럴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2026년 3월 기준 약 1800만배럴의 원유가 저장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저장탱크와 파이프라인 네트워크가 결합된 거대한 수출 허브라는 의미다. 이란 남서부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 섬으로 이동한 뒤 대형 유조선에 실려 세계 시장으로 향한다. 이란이 석유 수출을 통해 확보하는 외화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런 이유로 하르그섬은 이란 경제의 핵심 동맥으로 불린다. 동시에 군사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지점이다. 수도나 주요 도시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이 섬을 타격하면 이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섬의 취약성은 이미 전쟁에서 드러났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는 이란 경제를 압박하기 위해 하르그섬과 관련 석유 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했다. 이 시기의 해상 충돌은 ‘유조선 전쟁’으로 불린다. 당시 터미널 일부가 손상되기도 했지만 이란은 다른 섬을 활용해 수출을 이어 갔다. 한 번 구축된 에너지 수출 인프라가 얼마나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지를 보여 준 사례였다. 그러나 하르그섬의 역사는 석유 산업보다 훨씬 오래됐다. 이란 백과사전 이라니카와 브리태니커 자료에 따르면 이 섬에는 아케메네스 왕조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고학 흔적이 남아 있다. 암석을 깎아 만든 무덤과 고대 장례 문화 유적이 확인된다. 섬 북부에는 동방기독교 수도원 유적도 있다. 학자들은 이 유적을 7세기 전후의 것으로 추정한다. 페르시아만을 오가던 상인과 선원들이 머물던 종교 공동체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세 기록에서도 이 섬은 여러 이름으로 등장한다. 페르시아와 아랍 문헌에서는 해상 교역로의 중간 정박지로 언급된다. 인도에서 메소포타미아로 향하는 선박들이 들르던 곳이었다. 진주 채취와 날짜야자 재배가 이뤄졌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작은 섬이지만 오래전부터 페르시아만 해상 교통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유럽 세력도 이 섬에 주목했다.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18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이곳에 교역 거점을 설치했다. 그러나 현지 세력과 갈등 끝에 1765년 철수했다. 이후 영국 세력도 페르시아만 해상 교통을 관리하기 위해 이 지역에 관심을 보였다. 현대 하르그섬의 모습은 20세기 중반 이후 만들어졌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이란은 남서부 유전과 연결된 파이프라인과 저장탱크 건설을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대형 유조선 적재가 가능한 터미널이 완성됐다. 이후 여러 부두와 해상 터미널이 추가되면서 섬 전체가 거대한 에너지 인프라 단지로 변했다. 현재 섬의 인구는 약 8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도시라기보다 석유 산업 중심의 산업 거점에 가깝다. 석유 산업 종사자와 항만 노동자 군 관련 인력 등이 거주한다. 보안과 출입 통제도 일반 섬보다 강하다. 하르그섬은 이렇게 두 겹의 시간을 품고 있다. 한쪽에는 고대 교역과 종교 유적의 흔적이 남아 있고 다른 한쪽에는 거대한 저장탱크와 부두가 늘어서 있다. 지도에서는 점처럼 보이는 작은 섬이지만 이곳에서 출항하는 유조선 한 척이 세계 시장의 가격표를 바꿀 수 있다. 하르그섬은 지금도 페르시아만 위에서 세계 경제의 맥박을 뛰게 하고 있다.
2026-03-16 14:36:44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유가 시장 '긴장'…"봉쇄 장기화 시 글로벌 유가 타격"
[경제일보]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원유 운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시 글로벌 유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예측이다. 2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에너지 상품을 운송한 유조선은 65척이었으나 전쟁 개시 이후 지난 1일 오후 기준으로는 6척의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5분의 1이 운송되는 수송로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친 콘덴세이트의 84%, LNG의 83%가 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로 이동된다. 이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지속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이번 전쟁으로 위축될 지 여부가 석유 시장 흐름에 달려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우방국의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운송 봉쇄 방지 여부가 석유 시장 및 글로벌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 기준 국제 유가는 미국·이란 분쟁으로 올해 20% 이상 증가했다. 지난주 기준 가격은 배럴당 70 달러를 돌파해 최근 7개월 내 최고치인 73 달러 선에 근접했다. 또한 지난 1일 장외거래에서는 10% 이상 상승한 80 달러 선까지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 문제가 장기화될 시 글로벌 유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운송 지장·이란 석유 판매 중단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피시먼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에서 지속적 지장이 발생할 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을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 달러로 증가할 시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0.6~0.7%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피시먼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는 이뤄지지 않으나 이란 석유 판매가 중단될 시에는 배럴당 최소 80 달러까지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주요 석유 수출국 확대 협의체 'OPEC+'는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오는 4월 생산량을 20만6000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서는 석유 가격이 일정 부분 인상되도 물가상승·성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등은 이란 원유 의존도가 높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이란의 공급량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란 원유 생산량은 지난 1월 기준 일일 345만 배럴로 글로벌 공급량의 3% 미만 수준이다.
2026-03-02 16: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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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르무즈 파병, 동맹과 에너지 안보 사이의 정교한 선택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