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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의 성패, 장관 숫자가 아니라 문제를 풀 능력에 달렸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법무부·국방부·중소벤처기업부·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고 부동산과 증시를 비롯한 경제정책의 혼선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각의 폭을 놓고 ‘인적 쇄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핵심 참모진 상당수가 유임되고 일부 부처는 현직 차관을 장관으로 승진 기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개각의 폭이 아니다. 새로 기용된 인물들이 과연 지금의 국정 난맥을 풀 적임자인가 하는 것이다. 장관은 대통령의 정책을 전달하는 대변인이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현실의 정책으로 구현하면서 동시에 현장의 문제를 대통령에게 직언할 책임이 있는 자리다. 잘못된 정책은 고쳐야 하고 시장이 정부와 다른 신호를 보내면 그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사는 ‘누가 새로 들어왔는가’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경제가 특히 그렇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세제와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의 메시지가 엇갈리면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어디로 가는지 예측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부총리에게 주어진 책무는 막중하다. 세입이 늘었다고 재정을 쉽게 풀 것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곳에 돈을 써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 기업 규제 개선, 노동시장 개혁을 외면한 채 재정지출만 확대한다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경제의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재정은 민심을 달래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 성장 기반을 만드는 수단이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더 이상 규제와 완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하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완화하는 냉·온탕식 정책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실제 공급이다. 도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재건축·재개발을 정상화하며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새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존 정책을 단순히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필요하다면 전임 장관의 정책이라도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연속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타당성이다. 법무부 장관 인사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법무부는 정권의 법률 참모실이 아니다. 법치와 공정한 형사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다.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법무부가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새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충성도가 아니라 법무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소신이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진의 책임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의 주요 정책은 각 부처 장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방향을 정하고 부처가 집행한다. 그런데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장관 교체로만 정리하고 정책을 설계·조정해 온 핵심 참모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킨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모든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인사 교체로 묻는 것은 옳지 않다.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도 중요하다. 차관을 장관으로 승진시키는 인사 역시 경험과 안정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들에게 정책을 바꿀 권한과 대통령에게 직언할 자유가 있느냐다. 장관이 대통령실의 결정을 집행하는 관리자에 불과하다면 인물 교체는 국정 쇄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정권이 어려울수록 인사는 더욱 원칙적이어야 한다. 가까운 사람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쓰고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익을 앞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성과가 없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인사의 기본이다. 이번 개각이 단순한 민심 수습용 인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를 살리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며 민생의 불안을 줄이는 실질적인 정책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새 장관들이 듣기 좋은 보고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편한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은 이제 ‘중폭 개각’이라는 수식어에 관심이 없다. 누가 장관이 됐는지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집값이 안정되는지, 기업 투자가 살아나는지, 일자리가 늘어나는지, 세금과 규제에 대한 불안이 줄어드는지를 볼 뿐이다. 법무행정이 정치에서 벗어나 공정성을 회복하는지도 지켜볼 것이다. 개각은 시작이지 성과가 아니다. 사람을 바꾸었다고 국정이 쇄신되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인적 쇄신의 의미가 생긴다. 이번 개각의 성패는 장관 명단에 있지 않다. 새 장관들이 대통령의 뜻을 얼마나 잘 받드느냐에도 있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말을 하고 시장의 경고를 듣고 실패한 정책을 과감히 고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이 이번 개각이 ‘자리 바꾸기’가 아니라 국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2026-08-31 10:06:01
국민의힘, '한국시리즈식 경선' 카드 꺼냈다…서울시장 선거판 흔드는 오세훈의 쇄신론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치고 6·3 지방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두 차례나 후보 등록을 미루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던 오 시장은 결국 '최전방 사령관'으로서 보수 재건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후보로 등록한 이후에도 현 지도부를 향한 '혁신 선대위' 설치 및 인적 쇄신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오 시장의 출마 선언은 단순한 후보 등록이 아니다. 그는 출마 회견에서 "장동혁 지도부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극우 유튜버들과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오 시장이 경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본선에서는 자신이 주도하는 '혁신 선대위'를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등 돌린 중도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 지도부의 낡은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오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비대위에 버금가는 전권을 요구하고 있어 경선이 끝날 때까지 당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경선 방식의 속도와 흥행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현역인 오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박수민, 윤희숙 등)들이 예비경선을 거쳐 1명을 선발하고 이후 오 시장과 최종 승부를 겨루는 '한국시리즈 방식'이다. 이는 인지도 격차가 큰 후보들 사이에서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경선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내일이라도 결론을 낼 수 있다"며 빠른 의사결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공천 신청자들은 "현역 프리미엄에 2단계 경선까지 치르는 것은 불리하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공관위의 정교한 룰 설계가 요구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자체장 선거를 넘어 2027년 차기 대선을 앞둔 보수 진영의 '사활'이 걸린 승부처다. 오 시장이 만약 이번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하고 '혁신 선대위'를 통해 보수 진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면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독보적으로 굳히게 된다. 그러나 지도부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당내 분열로 이어진다면 보수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야권의 유력 후보들과의 치열한 본선 경쟁에서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승패의 열쇠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이 지도부를 향해 '무능을 넘어 무책임하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그만큼 현재 당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선 이후 당 전체가 원팀으로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느냐가 서울시장 선거, 나아가 정권의 명운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공은 국민의힘 공관위와 오세훈 시장의 쇄신안을 둘러싼 당내 역학 관계로 넘어갔다. '서울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오세훈의 승부수가 침체된 국민의힘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아니면 갈등의 불씨가 될지 20일 예정된 경선 후보 면접이 그 첫 번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2026-03-17 17: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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