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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췄던 리모델링 다시 꿈틀…건설사 공략에 제도 완화도 가세
[경제일보]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수도권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빠른 주거환경 개선을 원하는 단지를 겨냥해 상품 특화와 시공기술, 무이주 주거개선 등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는 방식이다. 정부와 서울시도 인허가 기준 완화·지원책 마련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리모델링 시장에 다시 힘이 실릴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수도권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수주와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재건축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높은 기존 용적률이나 사업기간 등을 이유로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곳이 남아 있어 업체별 대응 방식도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활용하면서 평면과 설비, 주차장, 커뮤니티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추가 용적률 확보가 쉽지 않거나 사업기간을 줄이려는 곳에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존 구조체를 유지하는 만큼 구조 보강과 지하주차장 확대, 설비 교체 등에 별도의 시공 기술이 필요해 준공 경험과 기술력이 수주 경쟁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도 각사가 가진 강점을 시장에서 앞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주택조합에 ‘넥스트 리모델링’을 적용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2000년 준공된 3개동 237가구 규모 단지로 지난해 선보인 넥스트 리모델링을 실제 적용하는 첫 사업지다. 넥스트 리모델링은 기존 지하·지상 구조체를 활용하면서 세대 내부와 공용부의 설비, 마감재, 외관 등을 다시 설계하는 형태다. 반포푸르지오 전용 84㎡에는 특화 평면 ‘N.캔버스’를 적용하고 공용부에는 ‘N.커먼스’를 제안했다. AI 기반 주차와 로봇 발렛, 주거 플랫폼 ‘홈닉’을 연계하는 방안도 입찰안에 담았다. 포스코이앤씨는 다수의 수주·준공 경험과 시공기술을 앞세운다. 2014년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이후 46개 단지에서 약 14조3000억원을 수주했고 최근 3년간 수주액만 5조4000억원에 달한다. 개포 더샵 트리에와 더샵 둔촌포레, 잠실 더샵 루벤 등을 준공했으며 현재 7개 단지에서 철거 또는 본공사가 한창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3D 레이저 스캐닝과 건축정보모델링(BIM)으로 기존 구조체와 새로 설치하는 부분 사이의 오차를 줄이고 소구경 파일과 탑다운 공법 등을 활용해 지하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리모델링 아파트에 특화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 ‘안울림R’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입주민이 이주하지 않고 단지를 개선하는 ‘더 뉴 하우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거주 구역과 공사 구역을 단계별로 나눠 외관과 조경, 설비, 유휴공간 등을 손보는 구상이다. 지난해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를 첫 적용 대상으로 공개했다. 물론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보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세대 수 증가가 기존 가구의 15% 이내로 제한돼 일반분양을 통한 사업비 확보 폭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수직증축을 선택하면 별도의 안전성 검토까지 거쳐야 한다. 주민 동의와 인허가에 시간이 걸리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단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관련 제도를 손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리모델링 인허가에 필요한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 검토기관도 추가해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도 리모델링 지원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달 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모델링도 재건축과 똑같은 반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 촉진책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높은 용적률이나 사업기간 때문에 재건축이 쉽지 않은 단지에서는 여전히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과 공사비 부담 완화가 맞물리면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6-10-15 09: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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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기반 묶는다…'기틀' 출시
[경제일보] LG CNS가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사업에 필요한 공통 인프라를 플랫폼으로 묶었다. 전자지갑부터 거래 처리와 기록 수집까지 기존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해, 금융사가 자산과 네트워크별로 시스템을 반복 구축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LG CNS는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인프라 플랫폼 ‘기틀(KITL)’을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은행·증권사·카드사·결제사가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으로 발행·관리하는 토큰증권, 실물자산의 권리 등을 토큰으로 구현하는 실물연계자산(RWA)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시 시점은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인프라 준비가 구체화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 4일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토큰화가 가능한 증권의 범위와 분산원장 구성 요건,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 요건 등이 담겼다. 금융사는 발행·유통 서비스와 함께 새 원장을 기존 업무시스템에 연결할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기틀은 전자지갑, 거래 처리, 수수료 대납, 거래 내역 수집 등 네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지갑은 고객의 디지털자산 관리와 전송에 필요한 전자서명을 담당하고, 거래 처리 기능은 금융기관이 요청한 거래가 블록체인에서 완료되는 과정과 결과를 추적한다. 블록체인 이용 수수료인 ‘가스비’는 서비스 제공사가 정한 구조에 따라 나눠 부담하도록 처리한다. 고객이 결제나 송금에 필요한 수수료를 별도로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거래 기록은 해당 금융기관과 관련된 내역을 수집해 정산·회계·감사 업무에 연결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량과 준비자산을 대조하는 자료로도 쓸 수 있다. 지갑 발급 규모를 늘리는 기술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개인키를 상시 저장하는 대신 전자서명이 필요한 순간 생성해 사용한 뒤 폐기하는 방식을 특허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암호키를 관리하는 하드웨어 보안 장비를 늘리지 않고도 수천만명 규모의 지갑 발급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술 기반은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증 사업 ‘프로젝트 한강’에서 확보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을 연계해 실제 지급결제를 검증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6월 실거래 테스트에 7개 은행이 참여했다. LG CNS는 7개 은행과 약 8만명 규모의 실증 환경에 적용한 전자지갑 기술을 기틀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참여자가 제한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적용한 기술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공통 기능을 여러 자산과 블록체인에서 재사용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회사 측은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사업을 늘리거나 이더리움 외에 솔라나 등 다른 네트워크를 추가할 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 달라지는 업무와 규제 대응은 추가하되 지갑과 거래 처리 기반을 공유하는 구조다. 글로벌 기업·재단 5곳과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국내 기술·규제 환경에 맞는 솔루션 개발을 추진한다. 시큐리타이즈와는 펀드·채권의 토큰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캔톤 파운데이션과는 국내 금융기관의 캔톤 네트워크 참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체이널리시스와는 범죄 관련 자금의 지갑 유입을 탐지·차단할 거래 모니터링 기능을 통합할 계획이다. 체인링크와는 환율·펀드 기준가 등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제공하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서비스의 결합을 추진한다. 금융기관이 자산 발행과 유통, 거래 감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려는 협력이다. 김홍근 LG CNS 디지털비즈니스사업부장 부사장은 “디지털자산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틀로 함께 제공해, 금융기관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하위법규 입법예고는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며, 금융위는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시행할 예정이다.
2026-10-06 13: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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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 특별법, '누구를·얼마까지' 지원하나…시행령이 성패 가른다
[경제일보] 내년 3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세부 기준 마련이 본격화한다. 법률이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전력·용수 지원,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라는 큰 틀을 열어놨다면 시행령은 어떤 데이터센터에 어느 수준까지 특례를 적용할지를 결정한다. 지원 대상과 전력용량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투자 촉진법’이 될 수도, 선언적인 지원법에 머물 수도 있다는 평가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공개토론회’를 연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초안을 설명하고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예고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9일 공포됐으며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3월10일 시행된다. 관건은 특별법상 AI 데이터센터의 범위다. 특별법 제2조는 AI 데이터센터를 AI기본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가운데 ‘설비 및 규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서버·연산장치 구성과 전력용량 등은 시행령에 넘긴 셈이다.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중소·중견 사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고, 반대로 낮게 잡으면 일반 데이터센터가 일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치한 뒤 AI 데이터센터로 신고해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서버에서 AI 연산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제 가동률, AI 서비스 제공 실적 등을 확인할 증빙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 개방형 AI DC 포함 추진…“누가 쓰나보다 어떻게 쓰나” 정부가 방향을 분명히 한 부분은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다.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는 사업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센터와 달리 외부 기업과 연구기관에 GPU·신경망처리장치(NPU), 공간과 전력 등을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시설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지금은 디테일이 필요한 시기”라며 자가용뿐 아니라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도 특별법의 정의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91.3%가 여러 기업이 이용하는 개방형 구조라며,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AI 활용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을 누가 소유하거나 직접 쓰는지보다 국내 AI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방형 센터를 포함하는 것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별법 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전체에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공제를 받으려면 해당 시설이 국가전략기술인 AI 개발과 서비스에 실제 활용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GPU 보유량이나 임대계약만으로 인정할지, 국내 기업의 이용 비중과 AI 연산 실적까지 요구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외 빅테크에 컴퓨팅 자원을 전량 제공하는 센터까지 국내 산업 지원 대상으로 볼 것인지도 시행령과 세제 운용 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기존 AI 데이터센터의 적용 범위도 불분명하다. 법 부칙은 AI기본법 제25조에 따라 정부가 이미 진행한 처분과 절차는 특별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전에 민간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든 AI 데이터센터를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는 규정은 없다. 비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센터를 확장하거나 일반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별도의 증설이나 전환 없이 가동 중인 센터가 금융·기반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시행령의 정의와 신고·경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 시행 전 투자와 시행 후 신규 투자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기준일과 인정 서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계통평가 면제는 비수도권만…‘몇 MW까지’가 핵심 전력 특례의 실효성은 면제 용량에 달렸다. 특별법 제19조는 비수도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확장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때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상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지정 지역에서 1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새로 사용하거나 추가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면제 가능한 전력용량을 다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면제 상한을 현행 평가 대상 기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정하면 특례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반대로 대규모 센터까지 폭넓게 면제하면 비수도권 전력망의 보강 비용과 계통 안정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센터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전력 여유와 자체 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 여부 등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법 제20조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거론됐던 액화천연가스(LNG)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은 최종 법률에서 빠졌다. 전력 조달의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탄소 감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시행 단계에 남았다. ◆ 인허가 ‘타임아웃제’ 법에 명시…접수 전 지연 막아야 인허가 처리기간은 법률에 이미 구체적으로 담겼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50일, 에너지사용계획 협의와 교통·경관·건축위원회 심의는 90일, 건축허가와 소방 동의 등은 40일 안에 검토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관계기관이 해당 기간 안에 거부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끝난 다음 날 인허가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됐다. 다만 사업자는 과기정통부의 사전 검토와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일괄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신청서 보완과 관계기관 협의,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시간이 별도로 길어지면 법정 처리기간을 단축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신청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한과 보완 요구 횟수, 관계부처 이견 조정 절차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지원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도 남은 문제다.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도로·통신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GPU 등 연산장비의 구입·임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 융자와 투자, 보조금 지급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예산과 비용 분담 기준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자가 체감하기 어렵다. 장 과장은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공개될 초안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설비·규모 기준과 개방형 센터의 증빙 요건, 비수도권 계통영향평가 면제 전력용량, 기존 센터에 대한 경과조치가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26-09-07 09: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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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엿새 만에 다시 손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경제일보]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고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늘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발표한 지 엿새 만에 여당이 다시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주요 쟁점을 정부와 조율해 8월 말까지 정리하겠다고 한다. 국회가 정부안을 심사하고 고치는 것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다. 입법예고도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은 세부 문구나 시행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실거주와 비거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자기 집에 살지 못한 경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누구에게 세금을 더 물릴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제도의 뼈대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부안에 따르면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반면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가격의 집 한 채를 갖고 있어도 실제 거주하는지에 따라 공제액이 5억원이나 차이 난다. 보유기간에 따라 주던 종부세 공제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뀐다. 실제로 거주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을 곧바로 투자자나 투기 목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의 취학, 부모 봉양, 해외 근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는 경우가 있다. 임차인의 계약기간이 남아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재건축 과정에서 잠시 이주한 사람도 있다. 정부안에는 전근과 취학,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에 관한 예외가 들어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해당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했어야 하고 비거주 기간도 최장 3년까지만 인정한다. 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사유와 기간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 부담의 많고 적음에만 있지 않다. 직장과 가족 문제처럼 흔히 생길 수 있는 사정을 정부가 발표 전에 충분히 따졌는지가 의문이다. 세법은 국민의 생활 사정을 반영해야지, 국민에게 세법에 맞춰 살라고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직장을 옮기지 말고 부모를 돌보러 가지 말며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기 전이라도 자기 집에 들어가 살라는 식으로 세제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처음부터 다양한 거주 사정을 검토했다면 발표 직후 예외 규정을 다시 설계하는 일도 줄었을 것이다. 정부안을 먼저 내놓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예외를 붙이는 방식은 과세 기준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납세자는 자신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계산해야 하고 과세당국은 개인의 거주 사정을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끝난다며 재연장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도 2월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내세웠다. 정부가 정한 날짜를 믿고 집을 팔거나 계속 보유할지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부동산 거래는 며칠 만에 끝나지 않는다. 세입자에게 계약 종료를 알리고 매수자를 찾은 뒤 계약금과 잔금 일정을 맞춰야 한다. 매수자는 대출을 준비하고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중과 유예 종료 날짜를 못 박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 일정에 맞춰 수개월 전부터 움직인다. 그런데 정부는 8월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027년과 2028년에 다시 한시적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5월에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이유로 중과를 재개했고 석 달 뒤에는 매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몇 달 전까지 재연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던 정부가 반대 방향의 정책을 내놓고도 그 사이 정부 말을 믿고 움직인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전 판단이 왜 틀렸는지, 새 기준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를 연상시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이 상대해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신혼부부와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은퇴자, 전세계약이 끝나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 직장 발령으로 다른 지역에 살아야 하는 1주택자의 선택이 모여 시장을 이룬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들의 결정을 바꾼다. 대통령이 세금 강화를 예고하면 매도자는 계약을 서두르고 매수자는 기다린다. 유예가 끝난다고 못 박으면 잔금 날짜와 등기 일정이 달라진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갈지 계산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면 결과에 대한 설명도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 세부 규정은 재정경제부가 만들고 국회가 법안을 고치더라도 큰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신호를 보낸 사람은 이 대통령이다. 정부안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부처의 준비 부족이나 여당의 의견 수렴 문제로 돌릴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왜 비거주 1주택자를 실거주자보다 크게 불리하게 과세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직장과 가족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도 밝혀야 한다. 양도세 중과를 다시 완화하면서 불과 몇 달 전 강조했던 예측 가능성과 신뢰는 어떻게 되는지에도 답해야 한다. 세제 변경이 반복되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집을 팔았다가 다음 달 세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매도자는 기다린다. 집을 샀다가 새로운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 매수자도 계약을 미룬다. 거래가 멈추면 매물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가 먼저 불편을 겪는다. 세법이 자주 바뀌고 예외 규정이 늘어날수록 일반 국민은 정부 발표만으로 자신의 세 부담을 알기 어려워진다. 세무사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산가는 변경된 규정에 맞춰 계약 시기와 보유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평범한 1주택자와 세입자는 뒤늦게 바뀐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과세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정상적인 세제라면 국민이 몇 년 뒤 자신의 세 부담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원칙도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 과세 대상과 공제 기준이 몇 달마다 바뀌고 발표 직후 다시 조정된다면 국민은 정부 발표를 마지막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거와 생업, 가족생활이 얽힌 재산이다. 정부가 그 세금을 고칠 때는 충분한 검토와 예고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먼저 발표하고 관료들이 뒤늦게 예외를 채우는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세금을 얼마나 올리고 내릴지가 아니다. 어떤 원칙으로 세금을 매기고 그 원칙을 얼마나 오래 지킬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정부안을 발표하기 전에 시장과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일단 내놓은 기준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말 수정안이 나오면 정부는 국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 반발이 생긴 뒤 고치는 일을 의견 수렴이라고 포장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세율표가 아니라 내년에도 믿을 수 있는 기준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대한민국이 예측 가능한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의 부동산 세제부터 그 말에 맞는지 돌아볼 때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원칙을 몇 달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수십 년짜리 주거와 재산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2026-08-10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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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ISA·주가누르기법 재검토 지시…여야 공방 격화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수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당초 정부가 마련한 세제 개편안에 대해 투자자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여당 내에서는 그동안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의원들이 재검토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국민의힘은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한 책임을 정부와 대통령이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 개선안을 다시 검토하고 국회와의 협의에도 나설 예정이다. 당초 정부 세제 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28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었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국회 제출 전 정부안을 수정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 ISA 혜택 축소 논란에 대통령 직접 재검토 논란의 중심에 선 ISA는 예·적금과 펀드, 주식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형 계좌다.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에는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기존 ISA의 의무 가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기존 ISA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특히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ISA를 활용해 온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존 계좌의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담당 부처를 질타하며 관련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책 발표 이후 시장과 정치권에서 예상보다 큰 반발이 나오면서 정부가 당초 마련한 개편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다시 따져보게 된 것이다. ◆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실효성 논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일정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안에서는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 등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기업들이 일부 기간에만 PBR 순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관리한 뒤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소영·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그동안 관련 법안과 정부안의 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해왔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가 나오자 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수많은 개미투자자에게 ‘장기투자’를 위해 ISA 계좌를 권유했던 본래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더 이상은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잡도록 조치하신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와 관련해 “바로잡겠다. 재정경제부는 정신 차리시라”고 밝혔다. 이훈기 의원은 “이소영 의원과 제가 대표 발의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K-코스닥 지킴이’, ‘K-개미 지킴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안에 대한 여당 내 공개적인 이견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 국민의힘 “졸속 국정…책임 회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비판했다. 정책의 내용 자체뿐 아니라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뒤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이 담당 부처를 질책하며 방향을 바꾸는 과정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비겁한 책임 회피”라며 “일단 발표하고 국민이 반발하면 고치는 졸속 국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하며 ‘왜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진행했느냐’고 참모들을 질책했다”며 “국민이 분노하면 정책 입안자를 탓하고, 문제가 터지니 보고가 잘못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의 거센 저항이 없었다면 졸속 개편안을 그대로 밀어붙였을 것 아니냐”며 “결국 드러난 것은 대통령도, 청와대도, 정부도 발표 전에 정책의 파장과 부작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ISA 개편과 함께 비거주 1주택자 과세 문제,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의 역효과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정책 검토 과정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ISA 한도 이월과 기한 연장은 반드시 원상복구 돼야 한다”며 “개악에 동의한 책임자들 역시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회 제출 전 정부안 얼마나 바뀔까 이번 재검토의 핵심은 정부가 기존 개편안에서 어느 정도까지 수정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 당초 정부안은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고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촉진한다는 정책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ISA 혜택과 투자자의 장기투자 유인 사이의 충돌, PBR을 활용한 규제의 실효성 등이 논란이 되면서 세부 설계에 대한 보완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반영한 개선안을 마련할 경우 기존 ISA 가입자의 혜택을 어떻게 유지할지, 생산적 금융 ISA를 기존 ISA와 어떤 관계로 설계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PBR 기준만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특정 기간의 주가나 PBR을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기업의 배당,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 실제 주주환원 노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이달 입법예고 이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세제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국회 제출 전 정부안이 얼마나 수정될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의 입장 차이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정책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발표한 뒤 여론에 따라 수정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6-08-08 12: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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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는 가야 한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건설 현장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산성 저하가 고착화한 데다 숙련인력 부족, 고령화, 청년층 신규 유입 감소가 겹치며 예전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래서 탈현장 건설(OSC)과 모듈러 건축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를 줄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며, 고소작업을 줄여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정부가 2025년 12월 “더 빠르고, 보다 안전하게”를 내걸고 특별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방식이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법이 혁신의 이름으로 책임의 질서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반대 의견만 7077건이 접수됐고, 2026년 3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도 무산됐다. 이 정도면 단순한 업계 민원이 아니라, 법안의 설계에 중대한 충돌 지점이 있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옳다. 쟁점도 분명하다. 법안은 일정 요건 아래 건축공사업 등록이 없는 업체에도 도급의 길을 열고, 공공기관이 모듈러 건축공사에 일괄입찰이나 대안입찰을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듈러 제작업체가 공동수급체 대표가 될 수 있는 특례 논란까지 낳고 있다. 전기·정보통신·소방 업계가 통합발주와 분리발주 예외에 반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이 법은 단순한 기술 진흥법이 아니라 업역, 책임, 발주 질서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법안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세우느냐다. 건축은 블록을 끼워 맞추는 조립 게임이 아니다. 부지 조성에서 설비, 방재, 마감, 하자 책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건축물이 된다. 기술은 공장에서 시작할 수 있어도, 책임은 현장에서 끝까지 완결돼야 한다. 이 기본을 놓치면 혁신은 진보가 아니라 혼선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법 자체를 무조건 접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모듈러는 한국 건설산업이 외면할 수 없는 미래다. 세계적으로도 건설의 제조업화, 표준화,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가 계속 현장 중심의 낡은 규제와 관행에만 기대어 있다면 생산성의 벽을 넘기 어렵다. 공기 단축과 품질 안정, 탄소 저감, 인력난 대응이라는 과제 앞에서 모듈러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혁신일수록 더 원칙적이어야 한다. 논어의 말처럼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무작정 같아져서는 안 된다. 모듈러 산업을 키우자는 목표에는 뜻을 함께하되, 그 방법까지 졸속 특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법은 산업의 요구만 반영해선 안 된다. 국민의 안전, 공정한 거래 질서, 명확한 하자 책임까지 함께 담아야 비로소 법답다. 해법은 전면 완화가 아니라 단계적 허용이다. 공공 시범사업부터 좁게 적용하고, 생산인증과 건축인증, 보험과 하자 책임, 현장 총괄관리의 주체를 먼저 촘촘히 세워야 한다. 분리발주 예외 역시 포괄적으로 열 것이 아니라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엄격하게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 종합건설업계의 불안도, 전문업계의 생존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혁신의 길은 넓혀 주되, 책임의 문턱은 더 높여야 한다. 모듈러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맹목적 반대도 답이 아니고, 무조건적 완화도 정답이 아니다. 기본과 원칙, 상식과 책임 위에서 길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듈러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한국 건설산업을 바꾸는 진짜 혁신이 될 수 있다.
2026-05-02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