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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기반 묶는다…'기틀' 출시
[경제일보] LG CNS가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사업에 필요한 공통 인프라를 플랫폼으로 묶었다. 전자지갑부터 거래 처리와 기록 수집까지 기존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해, 금융사가 자산과 네트워크별로 시스템을 반복 구축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LG CNS는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인프라 플랫폼 ‘기틀(KITL)’을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은행·증권사·카드사·결제사가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으로 발행·관리하는 토큰증권, 실물자산의 권리 등을 토큰으로 구현하는 실물연계자산(RWA)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시 시점은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인프라 준비가 구체화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 4일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토큰화가 가능한 증권의 범위와 분산원장 구성 요건,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 요건 등이 담겼다. 금융사는 발행·유통 서비스와 함께 새 원장을 기존 업무시스템에 연결할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기틀은 전자지갑, 거래 처리, 수수료 대납, 거래 내역 수집 등 네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지갑은 고객의 디지털자산 관리와 전송에 필요한 전자서명을 담당하고, 거래 처리 기능은 금융기관이 요청한 거래가 블록체인에서 완료되는 과정과 결과를 추적한다. 블록체인 이용 수수료인 ‘가스비’는 서비스 제공사가 정한 구조에 따라 나눠 부담하도록 처리한다. 고객이 결제나 송금에 필요한 수수료를 별도로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거래 기록은 해당 금융기관과 관련된 내역을 수집해 정산·회계·감사 업무에 연결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량과 준비자산을 대조하는 자료로도 쓸 수 있다. 지갑 발급 규모를 늘리는 기술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개인키를 상시 저장하는 대신 전자서명이 필요한 순간 생성해 사용한 뒤 폐기하는 방식을 특허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암호키를 관리하는 하드웨어 보안 장비를 늘리지 않고도 수천만명 규모의 지갑 발급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술 기반은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증 사업 ‘프로젝트 한강’에서 확보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을 연계해 실제 지급결제를 검증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6월 실거래 테스트에 7개 은행이 참여했다. LG CNS는 7개 은행과 약 8만명 규모의 실증 환경에 적용한 전자지갑 기술을 기틀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참여자가 제한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적용한 기술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공통 기능을 여러 자산과 블록체인에서 재사용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회사 측은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사업을 늘리거나 이더리움 외에 솔라나 등 다른 네트워크를 추가할 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 달라지는 업무와 규제 대응은 추가하되 지갑과 거래 처리 기반을 공유하는 구조다. 글로벌 기업·재단 5곳과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국내 기술·규제 환경에 맞는 솔루션 개발을 추진한다. 시큐리타이즈와는 펀드·채권의 토큰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캔톤 파운데이션과는 국내 금융기관의 캔톤 네트워크 참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체이널리시스와는 범죄 관련 자금의 지갑 유입을 탐지·차단할 거래 모니터링 기능을 통합할 계획이다. 체인링크와는 환율·펀드 기준가 등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제공하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서비스의 결합을 추진한다. 금융기관이 자산 발행과 유통, 거래 감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려는 협력이다. 김홍근 LG CNS 디지털비즈니스사업부장 부사장은 “디지털자산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틀로 함께 제공해, 금융기관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하위법규 입법예고는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며, 금융위는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시행할 예정이다.
2026-10-06 13: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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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블록 '파블로', RWA 정보 품는다…리워드 앱 넘어 웹3 포털로
[경제일보]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주최사 팩트블록이 웹3 플랫폼 ‘파블로(FABLO)’에 실물연계자산(RWA)과 토큰증권 정보 기능을 추가한다. 게임과 퀘스트 중심의 리워드 앱에서 디지털자산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웹3 포털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행보다. 팩트블록은 파블로에 RWA·토큰증권 정보 레이어를 구축해 관련 시장 정보와 발행 토큰의 발행사, 거래 가능 거래소, 가격 등을 한 화면에서 제공한다고 23일 밝혔다. 여러 프로젝트 홈페이지와 영문 자료에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 일반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RWA는 채권·부동산·미술품 등 현실 자산이나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토큰증권은 이 가운데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성격을 가진 권리를 분산원장 기술로 표시한 형태다. 명칭에 RWA가 붙었다고 모두 토큰증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기초자산과 권리·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파블로가 제공하는 것은 거래 중개가 아닌 정보 조회 기능이다. 이용자가 실제 투자를 결정하려면 발행사의 인허가 여부와 토큰 보유자가 갖는 법적 권리, 기초자산의 실재성과 가치평가 방식, 거래소별 규제 상태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가격 정보의 출처와 갱신 주기, 발행사 자료 검증 절차도 서비스 신뢰도를 좌우할 요소다. 팩트블록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웹 플랫폼도 제공한다. 앱 설치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 웹3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까지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과 베트남, 북미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파블로 앱은 이미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를 지원하고 있다. 확장 기반은 기존 이용자와 참여 데이터다. 팩트블록에 따르면 파블로 누적 회원은 70만명을 넘어섰고 제공한 퀘스트는 1500건, 누적 참여는 540만회를 기록했다. 파블로는 캐릭터 육성과 미니게임, 뉴스 요약, 시세 조회, 퀴즈와 퀘스트를 결합한 ‘플레이·런·언’ 구조로 운영된다. 적립한 포인트는 상품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KBW 공식 앱으로도 활용돼 행사 세션과 연사, 부대행사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라운지’를 통해 프로젝트와 이용자를 연결한다. 박위익 팩트블록 대표는 “토큰화 자산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창구가 부족했다”며 “정보 레이어와 웹 플랫폼을 기반으로 웹3 게이트웨이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파블로가 리워드로 모은 이용자를 정보 서비스의 지속 이용자로 전환하려면 데이터의 정확성과 이해상충 관리, 국가별 규제 차이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6-09-23 08: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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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대신 내부 확장…태평양이 종합로펌이 된 방법
[경제일보] 1980년 12월 서울 서소문.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김인섭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해외 로스쿨이나 외국 로펌 경력은 없었다. 김 변호사가 내세운 목표는 한국 법률시장에서 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로펌을 만드는 것이었다. 6년 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배명인 변호사와 이정훈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영문명 ‘BKL(Bae, Kim & Lee)’은 배명인·김인섭·이정훈 세 창업자의 성에서 따왔다. 1987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했고 1995년 지금의 법무법인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46년이 흐른 현재 태평양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매출 2위 로펌이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 특허법인과 해외법인을 합친 매출은 470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약 25%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지난 6월 기준 628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다. 김앤장이 국제금융과 외국 기업 자문에서 출발했고 광장이 서로 다른 두 로펌의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면 태평양의 길은 달랐다. 국내 송무에서 시작해 기업자문과 M&A를 붙이고 국제중재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기업형사로 영역을 넓혔다. 외부 로펌과의 대형 합병 없이 필요한 분야를 조직 안에서 키워온 것이 태평양 성장사의 한 축이다. ◆ 법정에서 시작한 ‘한국형 로펌’ 창업자 김인섭 변호사는 196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다. 1980년 법원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할 때 김 변호사가 구상한 조직은 몇 명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함께 쓰는 합동사무소와는 달랐다. 당시 한국 법률시장은 개인 변호사의 송무가 중심이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법무 시장도 열리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대형 종합로펌은 막 걸음을 떼던 시기였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법관 경험을 토대로 송무를 맡으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조직적으로 제공하는 로펌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6년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출범은 개인사무소에서 조직형 로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배명인·김인섭·이정훈을 비롯해 이재식·황의인 변호사 등이 초기 조직을 만들었고 이후 기업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이 잇달아 합류했다. 송무에서 시작한 조직에 기업자문과 금융, 지식재산권 분야가 하나씩 붙었다. 태평양이 당시 내세운 말은 ‘한국적인 국제로펌’이었다. 외국 로펌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국내 법률시장과 법조 실무에 뿌리를 두고 국제 업무까지 처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김인섭 변호사는 훗날 이를 ‘한국적 국제로펌’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 외환위기, 송무 로펌이 기업 안으로 들어갔다 태평양의 업무가 크게 넓어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기업 매각과 구조조정, 워크아웃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기업의 생존 문제가 법률 문제로 이어지면서 송무뿐 아니라 금융과 M&A, 기업회생을 함께 다룰 변호사들이 필요해졌다. 태평양은 기아자동차 파산 처리와 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등에 참여했다. 법원에서 분쟁을 처리하던 변호사들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채권관계, 구조조정 과정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회생과 M&A 업무 경험도 쌓였다. 1998년에는 서소문을 떠나 강남 테헤란로로 본사를 옮겼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모이는 곳으로 로펌의 중심도 이동했다. 태평양이 송무를 중심으로 성장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업의 거래와 경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우던 때였다. 외환위기는 태평양에 새로운 숙제도 안겼다. 국내 기업을 둘러싼 분쟁의 상대가 외국 기업과 해외 자본으로 넓어지면서 국내 법원만 알아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은 다음 승부처로 국제분쟁을 택했다. ◆ 2002년 국제중재팀 만들고 해외로 태평양은 2002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중재팀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수출이 늘면서 계약 분쟁을 해외 중재기관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었다. 국제중재가 지금처럼 대형 로펌의 주요 업무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2009년에는 현대 측을 대리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넘어갔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통해 되찾는 사건에 참여했다. 국제중재팀을 만든 지 7년 만이었다. 기업 간 국제분쟁을 넘어 국가를 상대로 한 투자분쟁으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6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태평양은 정부 측 대리를 맡았다. 13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은 2025년 원 판정이 취소되면서 한국 정부가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끝났다. 해외 거점도 늘렸다. 2004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고 이후 상하이와 홍콩, 하노이, 호찌민, 두바이,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동하는 곳을 따라 법률서비스의 범위도 넓혔다. ◆ 기업의 싸움이 바뀌자 ‘경영권 분쟁’을 따로 떼냈다 기업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기업 지배권을 두고 주주와 경영진, 국내 기업과 해외 펀드가 맞붙는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이 일찍부터 공을 들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경영권 분쟁이다. 2000년대 초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에서 태평양은 SK 측을 대리했다.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내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법원에 소집 허가까지 신청하자 태평양은 SK 측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법원이 소버린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SK 측에 유리하게 끝났다. 태평양은 2012년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별도의 경영권 분쟁팀을 만들었다. M&A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를 한 조직에 모아 주주총회와 이사회, 가처분, 공개매수 등 경영권 싸움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하며 이 분야를 주요 업무로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태평양의 출발점이었던 송무와 이후 키운 기업자문이 만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을 알아야 하고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대응해야 한다. 태평양이 오랫동안 두 분야를 함께 키운 효과가 드러나는 시장이다. ◆ 로펌도 회사처럼 운영했다 업무 분야만 넓힌 것은 아니었다. 조직 운영에서도 몇 차례 변화를 먼저 시도했다. 2007년에는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법무법인(유한)은 구성원 변호사의 책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고 규모가 커진 로펌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다. 변호사 개인의 사무실을 크게 만든 수준에서 벗어나 수백 명의 전문가가 일하는 조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려는 선택이었다. 공익활동도 조직 안에 넣었다. 2001년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었고 2009년에는 공익법률지원 활동을 전담하는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태평양이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 프로보노 조직을 만든 뒤 별도 공익재단까지 설립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에는 22년간 머물던 강남을 떠나 종로 센트로폴리스로 본사를 옮겼다. 당시 약 650명의 전문가를 포함해 1300여 명이 여러 건물에 나뉘어 근무하던 조직을 한 건물에 모았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기관, 법원 등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이전이었다. ◆ 송무와 자문을 함께 키운 46년 태평양의 현재 업무를 보면 처음부터 키워온 송무와 이후 확대한 기업자문이 함께 남아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태평양의 기업·M&A와 송무, 조세, 공정거래 등을 국내 주요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M&A에는 2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대형 사건도 한 분야에 몰리지 않는다. 론스타 ISDS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특허 분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전KPS 중대재해 사건 등을 맡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형사재판에도 김앤장과 함께 참여해 대법원 무죄 확정까지 변론했다. 실적도 회복됐다. 태평양의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으로 2024년 3918억원보다 12.4% 늘었다. 김앤장을 제외한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며 6년 만에 2위로 올라섰고 올해 상반기 성장률도 약 25%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업무집행대표는 이준기 변호사가 맡고 있다. 1996년 태평양에 입사한 이 대표는 M&A와 해외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삼성·한화 빅딜과 금호타이어 인수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외부에서 경영자를 데려오기보다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도 태평양의 세대교체를 보여준다. ◆ 2위 탈환했지만 격차는 사라졌다 매출 2위 복귀만으로 앞으로의 경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5년 태평양 매출은 4402억원이었지만 세종은 4363억원, 광장은 4309억원이었다. 2위부터 4위까지 불과 93억원 안에 들어와 있다. 한두 건의 대형 사건이나 인재 이동으로 순서가 달라질 수 있는 격차다. 기업 고객의 평가에서도 태평양이 모든 분야를 앞서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태평양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 평가에서 각각 4위를 기록했다.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 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도 4위권이었다. 세종은 최근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렸고 광장과 율촌 역시 M&A와 송무, 규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형 로펌 사이의 변호사 이동도 잦아졌다. 태평양이 2025년 되찾은 2위 자리를 지키려면 과거에 쌓은 송무 경쟁력과 최근 확대하는 기업자문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한다. 태평양도 사람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변호사는 628명으로 1년 전보다 41명 증가해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AI와 디지털금융, 공급망, 통상, 중대재해 등 새로운 규제 분야에도 별도 조직을 두고 있다. ◆ 국내 법정에서 시작해 바다를 건넜다 태평양의 출발점에는 국제금융 계약서도, 두 대형 로펌의 합병도 없었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1980년 서소문에 연 작은 법률사무소가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송무를 했다. 기업이 커지자 기업자문과 금융, M&A를 붙였고 외환위기가 터지자 구조조정 업무를 키웠다. 국내 기업의 분쟁이 해외로 넘어가자 국제중재팀을 만들었고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늘자 경영권 분쟁팀을 따로 꾸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대형 로펌을 합병하거나 조직을 나눠 새 로펌을 만드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필요한 분야를 내부에서 만들고 사람을 영입해 조직 안에 쌓았다. 1980년 김인섭 변호사가 말했던 ‘한국적인 국제로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태평양으로 이어졌다. 법정에서 출발한 로펌은 이제 국제중재와 M&A, 공정거래, 조세, 기업형사를 함께 다룬다. 태평양이 46년 동안 넓혀온 영역이다.
2026-09-11 0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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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안 한 OpenAI도 ETF로 산다…월가, 비상장 AI 투자 장벽 허문다
[경제일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OpenAI와 Anthropic에 개인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ETF에 편입하는 구조다. 그동안 일부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가 ETF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경쟁은 물론 국내 ETF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Yorkville America의 상품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미국 자산운용사 Yorkville America Equities는 지난달 31일 ‘Yorkville America MANGOS Plus Index ETF’를 출시했다. 티커는 ‘FRUT’이며 NYSE Arca와 NYSE Texas에 상장된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이 상품이 기존 인공지능(AI) ETF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안에 비상장 AI 기업인 OpenAI와 Anthropic을 사실상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OpenAI·Anthropic, 주식 대신 파생상품으로 투자 FRUT의 핵심 투자 대상은 Yorkville America가 이른바 ‘MANGO Companies’로 분류한 6개 기업이다. 메타플랫폼스와 엔비디아, 알파벳, SpaceX, OpenAI, Anthropic이다. 여기에 샌디스크와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론, 인텔, 델테크놀로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7곳을 ‘Parabolic 7’으로 묶었다. 전체 순자산의 최소 80%를 이들 ‘MANGO Plus’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띄는 것은 OpenAI와 Anthropic을 편입하는 방법이다. 두 회사는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일반 ETF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일 수 없다. Yorkville America는 이 문제를 퍼페추얼 선물(perpetual futures)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우회했다. 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OpenAI와 Anthropic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주로 퍼페추얼 선물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직접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두 회사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합산 순자산의 5% 이하로 제한한다. 퍼페추얼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실제 OpenAI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OpenAI의 평가가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계약을 설계하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다. 상품 출시 자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노출을 주로 스왑 계약을 통해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수 자체에는 OpenAI와 Anthropic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OpenAI 주식을 가진 ETF’라기보다 ‘OpenAI 기업가치 움직임에 투자하는 ETF’에 가깝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상장 유니콘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기다리지 않는다’…비상장 기업 ETF 시대 열리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OpenAI나 Anthropic 등 대형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나 사모펀드,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이용해야 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최소 투자금액도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ETF가 비상장기업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ETF 한 주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AI 기업을 ETF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EC에는 최근 Anthropic을 기초로 한 Direxion의 일일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신고됐고, Tuttle Capital은 SpaceX와 Anthropic 등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Harbor ETF Trust도 OpenAI와 Anthropic을 각각 테마로 한 ‘AI Lab Ecosystem ETF’를 등록했다. ETF 시장의 경쟁축이 기존 상장주식에서 ‘누가 먼저 유망 비상장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품화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일부 자료에서 비상장기업으로 분류됐던 SpaceX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 SpaceX는 올해 6월 IPO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 FRUT에서는 상장기업으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품에서 파생상품을 통한 비상장기업 투자라는 의미가 가장 큰 대상은 OpenAI와 Anthropic이다. ◆트럼프 테마 ETF에서 종합운용사로…12개 상품 추가 예고 FRUT를 출시한 Yorkville America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 브랜드를 활용한 ETF를 운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America First’ 투자철학을 앞세워 미국 방산과 에너지, 미국 대표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 테마를 넘어 AI와 디지털자산, 거시경제 등으로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Yorkville Americ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12개의 ETF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계좌(SMA)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거래는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는 MANGOS Plus ETF 이외에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MANGOS 상품, 프리미엄 인컴 상품, 차세대 메모리 ETF, 우주산업 ETF 등 다수의 상품이 포함돼 있다. Yorkville America가 단순한 ‘트럼프 테마 운용사’에서 종합 ETF 운용사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OpenAI ‘진짜 가치’ 누가 정하나 비상장기업 ETF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발견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시장에서 매 순간 주가가 형성되지만 OpenAI나 Anthropic 같은 비상장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투자유치 가격이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기업가치 평가모델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SEC에 제출된 FRUT 투자설명서도 비상장기업 가격 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적고 재무·경영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IPO나 인수·합병 시 실현되는 가치와 파생상품에 반영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도 문제다. OpenAI나 Anthropic을 기초로 한 퍼페추얼 선물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거래가 충분하지 않으면 ETF가 원하는 가격에 포지션을 만들거나 청산하기 어렵다. 기초기업의 가치와 파생상품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orkville America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시장이 기존 상장주식이나 전통적인 선물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며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ETF 시장도 ‘비상장 빅테크’ 압력 커질 듯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번 상품은 관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국내 ETF와 해외 ETF 사이의 상품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잇따라 손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주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의 길을 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쏠림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OpenAI처럼 공식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국내 ETF가 편입하는 문제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기초자산의 적정가격 산출과 공정가치 평가, 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관리, ETF 기준가격(NAV) 산정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평가가치와 파생상품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경우 ETF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상품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가격 투명성과 파생상품시장 유동성, 공시체계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와 ETF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TF의 경쟁력은 낮은 보수와 지수 추종 능력에서 갈렸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커버드콜, 가상자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제 월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의 초대형 기업을 얼마나 빨리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시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OpenAI와 Anthropic이 상장하기 전에 이미 이들의 기업가치를 사고파는 ETF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경계가 다시 한번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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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T에 몰린 '퇴근 후 매매'… KRX, 밤 8시 장으로 맞불
[경제일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한국거래소 정규장 전후 시간대에 체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팔려는 투자자가 출근 전과 퇴근 뒤 NXT로 몰린 것이다. NXT가 ‘출퇴근길 매매’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키우자,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9월 장 마감 뒤 4시간 동안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열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이 정규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정규장 외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56%에서 지난달 중순 45.47%로 높아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밖에서 사고팔린 셈이다. 거래가 몰린 곳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다음 날 정규장을 기다리지 않고 NXT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문을 냈다. 미국 장 마감 뒤 나온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환율 변화에 즉시 대응하려는 수요도 시간외시장으로 향했다. NXT에는 거래량 규제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달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9%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거래량만으로 규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NXT로서는 거래량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XT는 1일 프리마켓부터 코스피 20개, 코스닥 12개 등 32개 종목을 거래 대상에서 뺐다. LG씨엔에스, 대한항공, 삼성E&A, 카카오,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새로 편입한 종목이 없었다. 거래 종목을 줄여 규제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두 시장의 거래 방식 차이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때다. 거래 재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NXT 사이에 약 2초의 시차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매매를 거쳐 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NXT는 기존에 남아 있던 호가를 바로 체결했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삼성전자 예상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에 NXT 주문이 남아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2억6000만원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하는 기관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XT는 오는 9월 14일부터 서킷브레이커 해제 뒤 거래를 재개할 때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장에서 두 거래소의 가격 형성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반격에 나선다. 당초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4시 애프터마켓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전산 개발 부담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도입은 2027년 말로 미뤘다. 대신 애프터마켓은 예정대로 9월 1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지금처럼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없어진다.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바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도입된다. 매매 방식이 NXT와 같아지면 종목별 거래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NXT 경쟁매매 대상인 638개 종목은 한국거래소 시간외단일가매매에서 거래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시장의 거래 방식이 통일되면 이런 제한을 계속 둘 이유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싸움터는 ETF다.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헤지 목적 공매도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시간외시장에서도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XT는 오는 11월 ETF 거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와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울 계획이다. 개별 주식에서 시작된 두 거래소의 경쟁이 ETF로 옮겨가는 셈이다. 거래 시간을 늘린다고 유동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장이 길어질수록 증권사 주문 시스템, 시장감시 인력, 유동성공급자 운용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난달 서킷브레이커 뒤 발생한 2초의 시차는 거래소 간 경쟁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전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07-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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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2심 24일 본격화…카카오 '무죄 논리' 다시 시험대
[경제일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항소심이 오는 24일 본격화된다. 1심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와 시세조종 성립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이번 2심은 검찰이 무너진 입증 구조를 다시 세울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는 24일 오후 3시30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에 대한 항소심 첫 정식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이후 7월22일, 8월26일, 9월23일, 10월21일에도 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10월경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출발점은 2023년 2월 SM 인수전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 등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대규모 장내 매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1심은 이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SM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주가와 거래량, 고가 매수 주문 비율, 주문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종합해도 인위적으로 시세를 고정하려는 주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2심 법정에서 다시 다뤄질 핵심도 이 지점이다. 카카오 측은 SM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인수전 전략이었다고 주장한다. 공개매수 국면에서 장내 매수는 경영권 경쟁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며 불법적 시세조종 목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카카오 측 매수가 하이브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하기 위한 계획적 거래였다고 본다. 같은 매수 행위를 두고 정상적인 투자 판단인지, 공개매수 방해를 위한 시세 고정 행위인지가 항소심의 첫 관문이 된다. 김 센터장의 관여 여부도 항소심의 무게 있는 쟁점이다. 검찰은 김 센터장이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SM 인수 과정의 핵심 논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불법적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맞선다. 시세조종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넘어 그 목적을 김 센터장 개인의 인식과 실행 관여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검찰에는 부담이다. 1심에서 검찰에 가장 뼈아팠던 대목은 핵심 진술의 신빙성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별건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수사기관의 의도에 맞는 진술을 할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이 진술의 증명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공모관계 입증은 다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메시지와 통화 녹음 등 객관 자료를 둘러싼 해석도 치열할 전망이다. 검찰은 관계자들의 대화와 녹취에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의도와 시세조종 정황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해당 자료가 경영권 인수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일 뿐, 불법 목적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항소심 첫 기일에서도 양측은 이 자료들의 의미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공동보유자 판단과 법인 책임도 남아 있다. 1심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이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 판단이 유지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의 양벌규정상 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 현재까지의 재판 구조만 놓고 보면 김 센터장 측의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1심은 일부 사실관계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시세조종 목적, 공모관계, 핵심 진술의 신빙성, 공동보유자 판단 등 공소사실의 주요 축 전반에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새로운 결정적 증거나 더 촘촘한 법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1심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 센터장은 1심 선고 직후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시세조종 의혹의 그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장기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항소심은 김 센터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카카오의 경영 정상화와도 맞물려 있다. 카카오는 SM 인수 과정의 법적 불확실성, 경영 쇄신, 계열사 재편, AI와 플랫폼 사업 재정비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2심에서 1심 무죄 판단이 유지될 경우 김 센터장의 경영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카카오도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덜고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여지가 커진다.
2026-06-23 17: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