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
건설업 줄폐업 현실화…하청·전문건설업체부터 무너진다
[경제일보] 건설업계의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청과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하단에서 시작된 충격이 자재 공급과 고용, 본공사 일정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국내 전문건설업 폐업 신고는 2020년 2187개사에서 지난해 2969개사로 35.8%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전문건설업체 6만6368개사 가운데 약 4.5%가 문을 닫은 셈이다. 전문건설업은 철근콘크리트, 전기, 설비, 도장, 방수, 토공 등 개별 공종을 맡는 업체들이 중심이다. 대형 건설사가 전체 사업을 총괄하면 전문건설업체들이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현장에서 공사를 움직이는 실무 축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폐업 증가를 단순한 경기 순환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재무적으로 취약한 업체 비중이 구조적으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주 감소와 공사비 상승, 금융 비용 부담이 동시에 누적되면서 체력이 약한 업체부터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올해 1월 건설업 파산이 277건으로 전체 산업 파산의 17.1%를 차지했다. 최근 1년 누적 건수는 3912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1.5% 증가했다. 특히 같은 달 영국 전문건설업종 파산은 128건으로 전체 건설업 파산의 46.2%를 차지했다. 하도급 비중이 높은 업종부터 타격을 받는 구조가 국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건설업체가 먼저 흔들리는 이유로는 낮은 협상력과 취약한 자금 여건이 꼽힌다. 이다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은 대금 회수와 금융 접근성, 원가 전가 능력에서 모두 취약해 외부 충격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수주 규모보다 현금흐름 관리가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전문건설업체는 공사를 먼저 수행한 뒤 기성금이나 준공 대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발주처나 원도급사의 지급이 늦어지면 곧바로 운영자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도급 거래 특성상 미수금 위험도 크다. 공사비 정산이 늦어지거나 추가 공사비 협의가 장기화되면 자금 압박은 더 심해진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몇 건의 대금 지연만으로도 경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금 조달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소 전문건설업체 상당수는 은행권 대출보다 개인 자금이나 고금리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금리 상승기에는 같은 충격에도 부실이 더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문건설업 부실은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자재·장비 공급업체, 현장 근로자 고용, 공정 일정까지 연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공종 업체가 현장에서 이탈하면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공사대금이 제때 지급되느냐가 생존의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 준수, 지연 지급 모니터링, 미수금 관리 강화가 우선 과제로 거론된다. 부실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와 유동성, 수익성, 운영 효율성 등 재무 지표를 활용해 전문건설업 특성에 맞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 속도 역시 중요 변수다.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신용과 거래 관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업종 특성상 부실 기업 정리와 인수합병(M&A)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산업 전반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현장의 하단을 지탱하는 전문건설업체가 버티지 못하면 그 충격은 결국 산업 전체로 번질 수밖에 없다.
2026-04-23 16:28:14
-
재정·표준·발주부터 바꿔야 OSC 시장 열린다
[이코노믹데일리] 오프사이트 건설(OSC)과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과 표준화된 감리 체계 정비, 공공 발주 관행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와 시장 수용성을 높일 제도적 장치가 필수라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5 OSC·모듈러 산업 정책포럼’ 토론회에서는 OSC·모듈러 산업 확산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 요인과 개선 방향을 놓고 산업계·학계·공공부문 간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 좌장은 김인한 경희대학교 교수이자 OSC·모듈러산업협회장이 맡았으며, 패널로는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사, 송상훈 LH연구원 박사, 최문수 KC산업 대표, 이윤호 자이가이스트 대표, 조익희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백정훈 박사는 모듈러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과거 유사 입법이 이해관계자 반발로 무산된 경험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적용 범위를 우수등급 등 제한된 구간부터 시작해 설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백 박사는 “특별법 제정이 우선 과제”라면서도 “재정 지원과 조세 지원은 국토교통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기획재정부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선을 그었다. 민간에서도 필요성에 힘을 실어야 협력 동력이 생긴다는 점도 덧붙였다. 유일한 박사는 부품 산업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박사는 “단순 조립 단계를 넘어 공장 제작 과정에 전문건설업이 참여해야 요소 기술의 분업과 전문화가 지속될 수 있다”며 “공장 제작 비중이 커질수록 하자 원인이 제품인지 현장 마감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 검측과 기록을 남기는 감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증 비용 부담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박사는 “공장 인증과 제작품 인증이 결합될 경우 비용이 사실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복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장 인증을 받은 시설에 대해서는 반복 검증을 서류로 대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제작 때마다 발생하는 인증 비용이 공사비에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하며, 중소 전문업체의 부담을 혜택으로 상쇄할 균형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한 좌장은 “감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해외 수출 과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며 감리 정비가 수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김 좌장은 “표준화 논의가 확대될수록 인증 제도와의 연동이 중요해진다”며 표준화와 차별화의 경계 설정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기·통신·소방 분리 발주가 공장 제작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 역시 개선 대상으로 언급됐다. 백 박사는 분리 발주 문제와 관련해 “우수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분리 발주 면제를 추진 중”이라며 “특별법은 생산 인증, 건축 인증, 소규모 건축 인증으로 나뉜 ‘3트랙’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인증은 공장 품질관리 체계와 설비·인력 운영 역량을 평가하고, 프로젝트 단위 품질은 제작 단계 감리와 품질 관리로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는 설계 변경과 대금 지급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윤호 자이가이스트 대표는 “가장 어려운 지점은 설계 단계”라며 “모듈러는 제조업 특성상 제작 투입 전 설계 확정이 필수인데, 발주처가 준공 시점까지 변경을 반복하면서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발주부터 일정 수준 이후 설계 변경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변경은 비용과 공기에 반영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금 흐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윤호 대표는 “제조업 특성상 초기 선투자가 크고, 프로젝트마다 선구매가 불가피하다”며 선급금 제도 정착을 요구했다. 싱가포르와 영국처럼 제조에 맞는 기성 지급 방식과 선급금 체계가 있어야 중소 업체가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와 금융권이 참여하는 사전 인증 체계가 신뢰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인한 좌장은 모듈러가 여전히 ‘물품’으로 취급되는 현실도 짚었다. 김 좌장은 “건설은 유치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모듈러는 납품 후 대금을 받지 못해도 회수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계약과 금융 제도 전반의 정합성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상훈 박사는 “금융권이 모듈러 건축물의 성능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PF와 감정 평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송상훈 박사는 영국과 싱가포르의 보증·인증 제도를 언급하며 “인증을 통해 성능과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면 금융권의 모기지 대출 인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2024년부터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하는 건축신축단가표에 모듈러 주택 비용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공사비 산정과 적정 가치 평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시장 확대를 위한 진입 장벽 완화 방안도 논의됐다. 송상훈 박사는 “공공 발주자가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면 물량 소화와 경쟁을 통한 가격 합리화가 가능하고, 특정 업체 쏠림에 따른 공정성 논란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계약자 공동도급 활용과 지역별 소규모 모듈러 사업에 소형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여는 방안도 제시됐다. 최문수 KC산업 대표는 중앙정부 중심 제도 설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대표는 “현장을 보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모듈러 활성화에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발주 방식과 실제 적용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입법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듈러 건축 정의가 모호할 경우 경량철골조나 컨테이너까지 혼용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 명확성도 요구했다. 토론회는 모듈러 특별법이 ‘속도’와 ‘신뢰’라는 두 과제 앞에 서 있다는 평가 속에 마무리됐다. 재정·조세 지원은 관계 부처 협력이 필수인 만큼, 민간과 공공이 필요성을 함께 제기할 때 제도 개선의 동력이 생긴다는 데 참석자들의 인식이 모아졌다.
2025-12-16 21:49:58
-
유일한 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OSC·모듈러, 법이 현장을 따라오지 못한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건설산업의 생산성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오프사이트 건설(OSC)과 모듈러 건축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제도의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장 제작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산업 현실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국회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건설포럼에서 ‘법·제도 측면에서의 OSC·모듈러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장 중심으로 설계된 법체계로는 공장형 건설기술 확산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건설산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층 이상 중고층 PC 모듈러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면서 LH 의왕초평,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하남교산 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기술적 진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제7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2023~2027)에 ‘OSC 기반 건설산업 제조화’를 핵심 과제로 포함시키고 설계·시공 기준 정비, 공공주택 발주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 선임연구위원은 “정책 방향과 달리 현행 법·제도는 여전히 모듈러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현장 중심 법체계의 한계를 꼽았다. 모듈러 유닛의 제작과 설치 과정에는 종합건설업, 전문건설업, 제조업,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업 등이 동시에 관여하지만, 관련 법령상 업종 경계가 불명확해 시공 주체와 책임 구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선과 분쟁 소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이어졌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표준화 건축위원회를 중심으로 제도 정비를 지속해 왔고, 미국 역시 이미 공급 체계 중심의 제도 운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는 아직 ‘공업화 주택’이라는 개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제도적 정의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주 제도의 비효율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모듈러 건축 발주 과정에서 건설공사와 물품구매가 혼재 적용되면서 모듈러 제작업체의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렵고, 잦은 설계 변경과 공사·물품 기준 차이로 인한 하자 담보 책임 기간 불일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 법률 차원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부터 모듈러 제도 개선 추진 계획을 제시했고, 그 결과가 특별법 논의로 이어지고 있으며 LH 역시 연간 5000호 주택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소개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한준호 의원을 포함해 다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며 “업계에서는 공법과 기술 특성을 반영한 건축 규제 완화와 공사비 상승을 고려한 인센티브 제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업 생태계 정비를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을 활용한 유닛 모듈화 설계·시공 표준화, 생산성 향상 기술 정책 수립, 생산성 평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설공사 실적 신고 시 유형 구분을 명확히 해 통계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강소기업 육성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확산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소규모 OSC·모듈러 발주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주택법 개정안 일부 통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제도 정비가 이뤄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발의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고, 규모의 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제도 정비 자체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12-16 21:12: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