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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정치'가 '안보'를 앞설 순 없다
안보는 국가 존립의 최후 보루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오직 냉철한 현실 진단과 철저한 대비태세만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한다. 그러나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 동맹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던진 "정치적 편의주의(political expediency)가 조건을 앞서면 안 된다"라는 일침은 현재 한미 공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전작권 환수는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로서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군사 주권이라는 명분이 안보의 실체적 공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전작권 전환의 대전제는 2014년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 구비, 그리고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 조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그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뼈아픈 이유는 우리 정부가 이 '조건'이라는 본질보다 '임기 내 전환'이라는 '정치적 시간표'에 매몰되어 있다는 의구심을 동맹국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올해를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현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안보 지형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억지력 확보보다 정치적 선언에 무게를 두는 것은 자칫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고 대북 억제력에 균열을 낼 위험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작권 외에도 한미 간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DMZ 방문 권한 확대, 연합훈련 축소, 9·19 군사합의 복원 시도 등 미국 측과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사안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핵시설 관련 발언까지 더해지며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와 전략적 보조에 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동맹은 상호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건재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지휘권의 명의를 바꾸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한반도 방위의 책임을 재편하는 고도의 군사적 결단이다. 준비되지 않은 서두름은 아군에게는 불안을, 적에게는 오판의 빌미를 줄 뿐이다. 다가올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전례 없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대미 설득과 내부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군사 안보는 '상식'과 '원칙'의 영역이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단순한 견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독자적 작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조건'을 충실히 채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전작권 환수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동맹의 균열은 안보의 붕괴로 이어진다.정치적 편의주의를 걷어내고, 오직 국가 안위라는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더 안전한 대한민국'은 가능해질 것이다.
2026-04-23 10: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