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독] 준공 뒤에도 끝나지 않은 발릭파판…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손실 분담 분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07/20260907103512597727_388_136.png)

![[단독] 판 아인 선 VUFO 회장 한·베 관계, 교류 넘어 가치 함께 만드는 단계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07/20260907093308755046_388_136.png)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