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
롯데, 신성장 사업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다진다
[경제일보] 롯데가 바이오, 전지소재, 수소 등 신성장 사업 육성과 한일 롯데 간 협업 강화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롯데는 기존 사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 산업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병행해 왔고, 올해 들어 각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바이오는 대규모 생산기지 구축을 마치고 상업 생산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전지소재는 AI 시대 고부가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고, 수소는 발전소 상업운전으로 생산부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사업 기반을 갖췄다. 한일 식품사는 합작법인 출범으로 '원롯데 협업'을 한 단계 높였다. 바이오, 송도 1공장 사용승인… 글로벌 CDMO 도약 본격화 31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의 주요 건설을 마치고 사용승인을 받았다. 2024년 착공 이후 약 2년 만의 성과다. 1공장은 총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로, 1만 5000리터급 스테인리스 스틸 배양기 8기를 갖춰 대규모 상업 물량에 대응한다.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 제조관리시스템(MCS)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반영해 주문부터 제조, 품질 검증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와 연계한 '듀얼 사이트' 전략도 가능해졌다. 시러큐스가 초기 임상과 소규모 생산을, 송도가 대규모 상업 생산을 맡는 이원화 체계다. 고객사는 개발 단계와 상업화 단계 간 기술 이전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송도 캠퍼스를 찾아 주요 시설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신 회장은 "바이오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핵심 산업군"이라며 "준공 이후 예정된 일정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 시운전과 생산 시스템 검증을 거쳐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긴 연내 GMP 인증 완료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에서 송도 1공장의 공정과 핵심 설비를 소개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알리는 활동에도 나섰다. 화학 계열사, 전지소재·수소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 롯데 화학 계열사들은 전지소재 사업의 고부가가치 재편과 수소 발전소 상업운전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속신호 전송용 HVLP(초극저조도) 동박 대응에 나섰다. AI용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 판매가 늘며 전사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45%에서 올해 1분기 67%로 반등했다. 국내 유일의 회로박 생산기지인 익산공장에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AI용 회로박 라인을 증설한다. 이번 증설로 익산공장 생산능력은 기존 3700톤에서 2027년까지 총 1만6000톤 규모로 늘어난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익산의 전지박 물량을 이관받아 ESS용 전지박에 집중하며 거점별 효율을 높인다. 자회사 롯데에코월 지분 90%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은 ▲AI 데이터센터용 회로박 ▲반도체용 초극박 ▲ESS용 전지박 ▲EV 배터리용 전지박 등 4대 고부가 제품군에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 사업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이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세운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는 지난해 6월 20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를 가동한 데 이어, 올해 4월 같은 규모의 1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두 발전소는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부지에 있으며, SK가스 자회사와 롯데 화학군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전력을 생산한다. 롯데SK에너루트는 올해 12월까지 총 80MW 규모의 종합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한일 식품사, 합작법인 출범으로 원롯데 시너지 가속 롯데는 한일 원롯데 전략을 고도화하며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신규 법인은 한일 식품사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며, 사업별로 나뉘어 있던 경영관리와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한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양국 식품사의 시너지 창출과 해외 사업 전략을 이끈다. 이번 출범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강조해 온 원롯데 전략이 그룹 핵심 사업에서 이뤄낸 성과다. 신 회장은 정기적으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양사 협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 왔다. 한일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양사는 원재료 공동 구매와 마케팅 협력, 제품 교차 판매로 협업 영역을 넓혀 왔다. 그 결과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4.4% 늘어난 1조2205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롯데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약 9000억원의 해외 실적을 올렸다. 원롯데 1호 글로벌 메가 브랜드인 빼빼로 역시 지난해 24%에 이어 올해 1분기 33% 신장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합작법인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메가 브랜드 육성, 양사 생산·물류 인프라 연계, 잠재력이 큰 신규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협업은 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호텔앤리조트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9월 합작법인 '롯데호텔스 재팬'을 세워 일본 호텔 사업을 함께 키우고 있다. 한일 롯데벤처스는 '엘캠프 재팬(L-CAMP JAPAN)'을 통해 양국 스타트업의 상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2026-07-31 15:27:39
-
타이어코드 섬유 기술로 세계 1위…HS효성,미래소재로 확장
[경제일보] 자동차에는 수많은 기업의 기술이 집약돼 있다. 차체와 엔진, 배터리처럼 눈에 보이는 부품이 주목받지만, 자동차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떠받치는 핵심 소재는 대부분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는 타이어코드와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이 대표적이다. HS효성은 이처럼 완제품 뒤에 가려진 소재를 세계 1위 사업으로 키워왔다. PET 타이어코드와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을 기반으로 자동차 내장재와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혔다. 완제품 제조사가 쉽게 교체하기 어려운 핵심 소재 공급자로 자리 잡는 것이 HS효성이 계승한 효성의 성장 방식이다. HS효성은 2024년 7월 효성그룹의 인적분할을 통해 출범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창립 2주년을 맞아 그룹의 핵심 경영 키워드로 ‘헤리티지 DNA’를 제시했다. 효성이 60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 고객 신뢰를 계승해 미래 시장에서도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이지 않는 소재, 세계 1위 장벽 HS효성의 산업적 뿌리는 타이어코드다. 타이어코드는 고무 내부에서 골격 역할을 하며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하중을 견디게 하는 핵심 보강재다. 자동차 안전과 직결되는 소재인 만큼 신규 업체가 개발한 제품이 곧바로 공급되기는 어렵다. 타이어 제조사의 품질 검사를 거쳐 실제 납품에 이르기까지 통상 2~3년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HS효성첨단소재가 PET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20년 넘게 세계 1위를 유지해온 배경에도 이 같은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회사는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타이어코드의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강도와 수축률, 내열성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성을 구현하려면 원사 생산부터 연사와 제직, 열처리에 이르는 전체 공정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HS효성첨단소재는 축적된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별 요구에 맞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효성은 1968년 울산공장에서 타이어코드지 생산을 시작했고, 1978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지 공업화에 성공했다. 이후 글로벌 타이어 업체와 장기 공급 관계를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과 중국, 미국 등에 생산기지와 현지 창고를 구축했다. 고객사 인근에서 제품을 공급해 납기 대응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고객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차세대 타이어의 규격과 성능에 맞춘 소재를 함께 개발하는 점도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장기간의 품질 인증과 전 공정 기술, 글로벌 생산망, 공동개발 체계가 결합하면서 고객사가 단기간에 공급처를 교체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HS효성첨단소재는 올해 4월 추진하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도 철회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공급망 안정성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스틸코드는 타이어 내부에서 하중을 지지하는 강선 소재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차량 중량이 무거워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HS효성은 국제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 전기차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스틸코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에어백과 자동차 인테리어, 탄소섬유·아라미드 사업에서 나타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흐름도 매각 철회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투자재원 확보보다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비드와이어를 함께 공급하는 종합 타이어보강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존 고객 관계와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헤리티지 DNA, 미래소재로 확장 HS효성은 타이어코드에서 축적한 산업용 섬유 기술을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로 확장하고 있다.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과 아라미드 브랜드 ‘알켁스’를 앞세워 수소에너지와 전력, 우주항공, 방산 시장을 공략한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높아 수소 고압용기와 항공·우주 분야 등에 활용된다. 아라미드는 내열성과 인장강도가 뛰어나 방탄 장비와 광케이블, 산업용 호스, 고성능 타이어 보강재 등에 사용된다. HS효성 관계자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는 항공기 동체와 우주발사체, 방산 소재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탄소섬유는 항공기와 무기체계의 경량화에, 아라미드는 방탄 장비와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미래소재 사업은 생산능력 확대만으로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설비 가동률과 판매가격을 동시에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HS효성은 수소 고압용기와 전력망, 드론, 항공우주, 방산 등 성능과 인증이 중시되는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판매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고객사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공급자로 자리 잡은 타이어코드 사업의 성공 방식을 미래소재 분야에도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의 긴 인증 기간은 변수다. 소재의 기술적 적용 가능성을 실제 양산 공급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미래소재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재무 부담을 관리하고 신사업의 수익화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HS효성은 AI·데이터 인프라 기업인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토리지와 서버,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플랫폼 등을 공급한다. 소재 제조와 AI 기술을 결합할 경우 생산공정 최적화와 품질 관리, 예측정비, 공급망 관리 등에서 협업 여지가 크다. 다만 현재까지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HS효성첨단소재가 협업을 통해 직접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한 사례는 뚜렷하지 않다. AI 사업은 아직 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수단이라기보다 앞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 영역에 가깝다. 계열사 간 협업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신규 고객 확보로 이어져야 그룹 포트폴리오의 시너지 역시 구체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S효성은 출범 3년 차의 신생 그룹이지만 산업적 뿌리는 효성이 60년간 축적한 소재 기술과 고객 신뢰에 닿아 있다”며 “‘헤리티지 DNA’는 과거의 유산을 미래 사업의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이어 “타이어 속 실 한 가닥을 세계 1위 사업으로 키운 경험은 HS효성의 분명한 자산”이라며 “타이어코드에서 구축한 초격차를 미래 시장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가 출범 3년 차 HS효성의 다음 성장을 가를 분기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3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3 09:39:57
-
조용한 혁신의 시간…구광모식 AI 전환, 제조 DNA를 재설계하다
[경제일보] 화려한 AI(인공지능) 경쟁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반도체가 서 있지만 산업 현장의 판을 바꾸는 진짜 승부는 결국 제조업에서 갈린다. 전통 제조기업 LG는 지금 AI를 단순한 서비스나 기능이 아니라 공장과 공급망, 고객 경험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제조 DNA'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며 AX(AI 전환) 속도전을 직접 주문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안정과 신중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LG가 AI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직과 사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오랫동안 '전통 제조업의 강자'로 불려왔다.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실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물류와 마케팅,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이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를 단순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의 운영 체계 자체를 바꾸는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LG 내부에서는 AX가 특정 IT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생산과 연구개발(R&D), 공급망, 고객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AI에 의한 산업 구조 변화를 전기와 인터넷의 등장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업 임팩트가 있는 영역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AX의 핵심을 속도와 실행력으로 규정했다. 기존 제조업 강자의 성공 공식이었던 신중한 검토와 안정적 운영만으로는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LG전자가 있다.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 가전회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냉난방공조(HVAC)와 스마트팩토리, 전장,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솔루션 영역에서는 AI 기반 생산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는 LG전자에게 새로운 제품 기능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다. 생산라인 운영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며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과정 전반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급성장 중인 HVAC 사업 역시 단순 냉방기기가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인 캐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증설 경쟁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핵심은 공장 운영 효율과 수율 개선,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예측 기술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생산 효율과 운영 최적화를 중심으로 AX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공정 데이터 분석과 불량 예측 시스템 고도화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생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그룹 차원의 AX 전략 중심에는 LG AI연구원이 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그룹 내부 AI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경쟁이 소비자 서비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LG는 상대적으로 산업 현장과 제조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실전형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도 엑사원을 활용해 실시간 논의 분석과 키워드 추출, 회의 요약 등을 진행하며 회의 자체를 AX 실행 사례로 구현했다. AI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녹여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면이었다. LG CNS 역시 그룹 AX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LG CNS는 그룹 내부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외부 기업 대상 AX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와 물류, 금융, 공공 영역 전반에서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LG의 AX 역량이 새로운 B2B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구조다. LG의 움직임은 삼성이나 SK와는 결이 다르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집중하고 SK가 배터리·바이오 중심의 대규모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가운데 LG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로운 판을 벌이기보다 제조와 품질, 고객 경험이라는 기존 강점에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LG다운 AI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LG는 과거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했고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 비중도 줄였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HVAC, 산업용 솔루션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지금의 AX 전략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그룹의 미래 체력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제조업 경쟁력은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 규모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LG가 지금 추진하는 AX 역시 결국 제조업의 본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화려한 AI 서비스 경쟁보다 산업 현장에 AI를 깊숙이 녹여내는 조용한 혁신이 LG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05-11 16:2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