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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바꾸는 자산의 질서...금으로 돌아가는 세계 금융
[경제일보] 중동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단기간의 군사 충돌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자산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위기 때마다 투자자들이 피난처로 삼았던 국채가 흔들리고 대신 금과 달러가 새로운 안전 자산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과 달러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주식은 매도하고 방산·에너지 기업으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도 나타난다. 시장이 전형적인 ‘리스크 회피’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 가격은 전쟁 이후 급등하며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 반면 전통적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던 국채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위기 때마다 자금을 끌어들였던 국채가 이번에는 보호막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시장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대에는 채권의 실질 가치가 훼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고정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매력은 떨어진다. 결국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환경에서는 국채가 더 이상 완전한 피난처가 되기 어렵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투자기관들 역시 장기 국채가 포트폴리오의 안정 장치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금융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오늘날 진정한 안전 자산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변수다. 만약 이곳의 항로가 차질을 빚는다면 에너지 공급망은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다. 지정학적 충돌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통화 정책의 방향까지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산 시장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도 전쟁 이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대체 자산이 주목받는 현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세 가지 흐름을 동시에 보여준다. 금과 달러로의 자산 이동, 국채의 안전 자산 지위 약화 그리고 가상자산을 포함한 새로운 대체 자산의 부상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전쟁의 일시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언제나 금융 질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 왔다. 두 차례 세계대전은 달러 중심 체제를 만들었고, 1970년대 중동 전쟁은 석유 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금의 중동 충돌 역시 또 다른 금융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이 진정한 안전 자산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산 시장의 질서는 지금 재편의 문턱에 서 있다. 전쟁은 인간에게 비극이지만 금융의 세계에서는 또 하나의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시장은 도덕이 아니라 위험을 계산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국채에서 금으로, 그리고 새로운 자산으로. 전쟁이 세계 금융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2026-03-09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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