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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주가 폭락' 책임지는 시대 오나…상법 조항 9개월째 해석 논란
[경제일보] 개정 상법 한 줄이 기업 경영의 경계선을 흔들고 있다. “이사는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지난해 7월 바뀐 상법 382조의3이다. 문장은 짧지만, 이 조항이 실제 법정에서 효력을 가지는지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와 소송 지형이 달라진다. 9개월이 지났지만 대법원 판단은 아직 없다. 13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LKB평산에서 열린 금융법센터 심포지엄. 논쟁은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이 조항 하나로 소액주주가 이사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느냐였다. ‘회사’에서 ‘주주’로…70년 만의 축 이동 개정 전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했다.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판단의 기준이었다. 개정 이후에는 ‘주주’가 명시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이 함께 들어왔다. 형식상 문구 추가에 그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이사가 회사라는 법인만을 상대로 지던 의무가 투자자인 주주에게까지 닿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법 체계에서 이사의 책임 범위를 한 단계 넓힌 변화로 읽힌다. 논쟁은 여기서 갈린다. 이 조항이 기존 원칙을 다시 적은 수준인지, 아니면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법적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소송의 무기 되나…갈라진 주주충실의무 해석 법조계 해석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은 ‘확인적 개정설’이다. 이번 개정이 기존 법리를 다시 적은 수준에 그친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책임 판단 기준은 여전히 상법 401조에 묶인다. 이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돼야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책임을 묻기 위한 문턱이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 반대편은 ‘변경적 개정설’이다. 이사가 주주에게도 직접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이 해석을 따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주는 경과실만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사회 결의 이전 단계에서 가처분으로 거래를 막는 시도도 가능해진다. 손해 산정 시점 역시 변론 종결까지 넓어질 수 있다. 결국 쟁점은 하나로 압축된다. 이사의 책임 문턱을 기존처럼 높게 둘 것인지, 아니면 주주 보호를 위해 낮출 것인지다. 현재 하급심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정 조항만으로 독립적인 청구권이 바로 인정된다고 보지는 않는 흐름이다. 다만 이는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제한적 판단에 가깝다. 최종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숫자가 말한다…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주주충실의무 이 논쟁은 법리 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가치와 곧바로 연결된다. 경북대 로스쿨 이상훈 교수는 기업 가치를 따질 때의 기본 원리를 짚었다.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는지를 따져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미래의 돈은 더 크게 깎여 평가된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주주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투자자는 그만큼 위험을 높게 본다.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받는 평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은 시장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평균 PBR은 0.90배에 머물렀다. 기업이 장부에 쌓아둔 자산 가치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 시장은 4.99배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주주충실의무가 실제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투자자 신뢰가 개선되고, 기업 가치도 함께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상증자·쪼개기 상장…실무에 들어온 질문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유상증자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발행 가격이 적정한지만 따지면 됐다. 이제는 질문이 달라진다. 왜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했는지,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 매각 등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 특정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는지까지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자회사 분리 상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제는 분리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른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거래에서도 변화는 이어진다. 이른바 M&A다. 공정성 의견서는 더 이상 ‘가격이 적정하다’는 확인에 머물기 어렵다. 해당 거래가 주주 전체의 가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영판단 원칙과 충돌…재량 위축 우려 기업 측의 우려도 뚜렷하다.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절차를 거쳐 판단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이른바 ‘경영판단 원칙’이다. 법원이 사후적으로 기업의 선택을 다시 평가해 뒤집지 않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주주충실의무가 강화될 경우 이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다. 주주 가치라는 잣대가 별도로 작동하면, 같은 의사결정이라도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 재량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다. 법조계에서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적용하는 ‘전면적 공정성’ 기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절차가 적법했는지뿐 아니라 거래 결과가 실제로 공정했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현실의 장벽은 입증…자료는 회사 안에 있다 이론과 달리 소송의 문턱은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입증이다. 이사의 판단이 주주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려면 이사회 논의 과정과 대안 검토, 외부 자문 내용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자료는 대부분 회사 내부에 있다. 주주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전 법무부 법무실장 구상엽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의 연계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나 확정된 형사 판결을 민사 소송에 활용하면 입증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 미국처럼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이 폭넓게 인정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 입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주주충실의무가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답은 결국 판례가 쓴다 법 시행 9개월. 해석은 갈려 있고 기준은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답은 판례가 쓴다. 이 조항이 선언에 머물지,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로 작동할지는 첫 대법원 판단에서 갈린다. 그 한 번의 판단으로 소액주주 소송의 문이 열릴 수도 있고, 기업 경영의 재량 범위가 다시 설정될 수도 있다. 상법 382조의3은 아직 진행형이다. 법전이 아니라 판례 속에서 완성될 조항이다.
2026-04-14 14: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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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확인…5개월간 '몰라', 정부 합동조사 착수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에서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유출된 계정 수만 3370만개에 달하며 해킹 시도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의 보안 관제 능력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30일 IT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29일) 공지를 통해 "고객 계정 약 3370만개가 무단으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지난 20일 당국에 최초 신고했던 4500여 개보다 무려 7500배나 늘어난 수치다. 쿠팡의 지난 3분기 활성 고객 수(2470만명)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현재 이용 중인 고객은 물론 휴면 계정이나 탈퇴 회원의 정보까지 사실상 전 국민의 데이터가 털린 '보안 참사'다. ◆ 5개월간 제집 드나들듯…구멍 뚫린 '로켓 보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늑장 인지'다. 쿠팡과 정부의 1차 조사 결과 해커들은 이미 지난 6월 24일부터 해외 서버를 우회해 쿠팡 내부망에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이 이를 처음 인지한 시점은 11월 18일로, 무려 5개월 가까이 고객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기술 기업'을 자처하던 쿠팡의 보안 시스템이 반년 가까이 무력화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IDS)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내부 모니터링 인력이 이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배송지 주소 등이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나 비밀번호 등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며 "무단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일로 발생한 모든 우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수사기관 및 규제 당국과 협력해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 "현관 비번은 안전한가?"…안일한 해명이 키운 공포 쿠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배송지 주소' 유출은 단순한 스팸 문자를 넘어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 특성상 대다수 고객이 '공동현관 비밀번호'나 '자택 현관 비밀번호'를 배송 요청 사항에 기입해 두기 때문이다.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다 털렸는데 결제 정보만 안전하면 끝이냐", "현관 비밀번호까지 넘어갔을까 봐 두렵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쿠팡은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민감 정보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느끼는 실질적인 공포를 외면한 기계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30일부터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역시 지난 25일 수사에 돌입했다. 핵심 쟁점은 쿠팡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대규모 집단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김경호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 규모가 3700만명으로 전 국민에 육박하고 주소 정보는 스토킹 등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쿠팡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10만 원 중반대 이상의 손해배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네이버 카페 등에는 피해자 모임이 결성돼 가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쿠팡의 위기 관리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초 신고 당시 피해 규모를 4,500명 수준으로 축소하려다 조사가 본격화되자 9일 만에 3,370만 명으로 정정한 행태는 기업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롯데카드나 KT 등 과거 대형 보안 사고 때마다 반복됐던 ‘간 보기식’ 공지가 쿠팡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한편 쿠팡은 그동안 택배 노동자 과로사, 블랙리스트 의혹, 입점 업체 수수료 갑질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여기에 고객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정보 보호’마저 뚫리면서 스스로 자부하던 ‘혁신 기업’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번 사고는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본질은 미국 법인(Coupang, Inc.)인 쿠팡이 과연 한국 시장에서 그 거대한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2025-11-30 11: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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