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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절벽' 해소하려면 입주 날짜부터 밝혀라
[경제일보]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올 때마다 수십만호, 백수십만호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인허가를 늘리고 착공을 앞당기며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따라붙는다. 발표문만 놓고 보면 몇 년 뒤에는 집이 넘쳐날 것 같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서민이 마주하는 현실은 딴판이다. 들어갈 집은 줄고 전셋값과 월세는 오르는데, 주택 당국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물량까지 공급 실적으로 내세운다. 집 없는 서민에게 공급은 계획도, 인허가도, 착공식도 아니다. 이삿짐을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집이 공급이다.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지어지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가 빠진 대책은 가장 중요한 내용을 비워 둔 약속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통계는 발표 숫자와 국민 체감이 왜 다른지를 보여준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늘었지만 준공 물량은 47.6% 줄었다.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크게 늘었는데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는 8.1% 줄었고 착공도 0.7% 감소했다. 분양은 계약자를 모집했다는 뜻이고 착공은 공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세 시장에 집이 나오고 매매 시장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때는 공사가 끝나 입주가 시작된 뒤다. 분양 증가를 공급 회복으로 포장해도 당장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에게 돌아오는 집은 없다. 서울의 사정은 더 답답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줄고, 2027년에는 1만8682가구, 2028년에는 1만3683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물량은 지난해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 특정 지역의 대단지에 몰려 있다. 서울 전체 입주 물량만 보면 어느 정도 공급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 아파트가 한 채도 나오지 않는 자치구도 있다. 직장과 학교 때문에 생활권을 쉽게 옮길 수 없는 서민에게 서울 전체 합계는 큰 의미가 없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출퇴근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언제 집이 나오는지에 관한 정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는 크지만 2030년까지 착공한다는 말과 2030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2030년 말 첫 삽을 뜬 아파트라면 실제 입주는 그로부터 몇 년 뒤다. 토지 보상과 사업 승인, 공사비 협상,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 착공 시점부터 밀린다. 지금 전세계약 만료를 걱정하는 세입자와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2030년 착공 목표는 눈앞의 공급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답은 앞으로 2∼3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실제로 입주하느냐다. 먼 미래의 착공 총량으로 당장의 공급 공백을 덮어서는 안 된다. 주택 당국도 인허가 숫자의 허점을 알고 있다. 인허가를 받고도 사업이 멈추거나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이 늘자 공급 관리의 무게중심을 착공으로 옮겼다. 인허가 실적만으로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착공에서 멈출 이유가 없다. 준공과 입주까지 추적하고 공개해야 한다. 공사비가 오르면 시공사와 조합이 다투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막히면 현장이 멈춘다. 도로와 학교가 늦어지면 집을 다 짓고도 입주가 미뤄진다. 이런 위험을 관리하지 않은 채 착공 물량만 발표하는 것은 공급 정책이라기보다 첫 삽을 뜬 횟수를 세는 행정에 가깝다. 공급 대책마다 사업별 입주 예정 연월을 붙여야 한다. 최초 계획과 현재 예상 시점을 나란히 적고, 일정이 늦어졌다면 지연 기간과 원인을 밝혀야 한다. 토지 보상 때문인지, 공사비 분쟁 때문인지, 금융 조달에 문제가 생겼는지, 기반시설이 늦어지는지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 기관과 정상화 목표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계획 물량을 부풀려 보여주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체 건립 가구 수를 모두 새 공급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기존 2500가구를 철거하고 3000가구를 짓는 사업이라면 시장에 새로 보태지는 집은 500가구다. 전체 가구 수와 순증 물량, 조합원 몫, 일반분양, 공공임대를 나눠 보여줘야 실제 공급 규모를 알 수 있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도 총물량만 발표할 일이 아니다. 지구별·블록별 입주 시기와 도로, 철도, 학교의 완공 일정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집은 완성됐는데 교통망이 열리지 않고 학교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주거 공급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주민이 입주 뒤 몇 년 동안 불편을 떠안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행정이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결과다. 입주 시계를 공개하면 어느 사업이 멈췄고 어느 기관에서 일정이 지연됐는지가 드러난다. 그동안 착공식은 정부의 성과가 되고 입주 지연은 시행사나 조합의 문제로 남는 일이 반복됐다. 착공 날짜만 관리하고 입주 날짜를 관리하지 않으면 성과는 행정이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현장에 남는다. 공급 대책은 발표 당일의 박수로 평가받는 정책이 아니다. 몇 년 뒤 약속한 주택이 제때 완공됐는지, 국민이 예정된 날짜에 입주했는지로 성패를 따져야 한다. 일정과 책임자가 공개되지 않은 계획은 늦어져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계획이 된다. 입주 물량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세입자,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 아이가 생겨 더 넓은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다. 매매시장을 대출 규제로 누르면 이들은 전월세 시장으로 밀려난다. 그곳에서도 입주 물량이 부족하면 선택할 집은 줄고 주거비는 더 오른다. 서민에게 주택 공급은 먼 미래의 국가계획이 아니다. 다음 계약 때 올려줘야 할 보증금과 매달 빠져나갈 월세의 문제다. 정부가 5년 뒤 착공 물량을 자랑하는 동안 국민은 6개월 뒤 이사할 집을 찾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공급 대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년, 2년, 3년 동안 실제로 입주할 주택이 어디에 얼마나 나오는지 공개해야 한다. 약속한 일정대로 가는 사업과 지연된 사업을 구분하고, 공급이 비는 지역에는 어떤 대책을 언제 시행할지도 밝혀야 한다. 주택 공급 실적은 장관이 착공식에서 삽을 든 날 생기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이 열쇠를 받아 현관문을 여는 날 비로소 완성된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겠다면 더 큰 숫자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입주 날짜부터 내놓아야 한다.
2026-08-05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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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신안우이 해상풍력 착공…개발부터 설치까지 맡는다
[경제일보] 한화오션이 3조4000억원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조선사를 넘어 종합 해상풍력 사업자로 영역을 넓힌다. 사업 개발과 투자 유치부터 설계·조달·시공(EPC), 풍력발전기 해상 설치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16일 한화오션은 전남 신안군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인근 해상에 총 390MW 규모의 발전단지를 조성해 2029년 준공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사업 발굴과 인허가, 투자 유치를 총괄하는 개발사업자이자 설계·조달·시공을 이끄는 EPC 주간사로 참여해 현대건설과 함께 발전단지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준공 이후 25년간 발전단지를 운영하며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신안우이 사업은 국민성장펀드와 미래에너지펀드가 각각 선정한 첫 투자사업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 국내 정책금융과 민간자본을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 가운데 5100억원은 자기자본, 2조8900억원은 대출로 조달한다. 한국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이 참여했으며, 첨단전략산업기금도 장기 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한화오션은 약 8000억원을 투자해 건조 중인 차세대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도 신안우이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WTIV는 선체를 해수면 위로 들어 올린 뒤 대형 크레인으로 터빈과 블레이드를 설치하는 특수선이다. 자체 설치선을 확보하면 해외 선박 용선에 따른 비용과 일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대형 구조물 설계와 해상 공정관리 역량을 활용해 EPC와 설치 능력을 함께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터빈을 제외한 하부구조물과 해저케이블, 해상변전소, 설치선 등 주요 기자재는 국내 공급망을 중심으로 조달한다. 정부는 순수 국내 자본으로 추진되는 첫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조선·케이블 등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국내 기술과 공급망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사업”이며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조성과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고,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7-16 1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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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심장 변압기서 배전반까지"…AI 혁명, 숨은 주인공은 K-전력 3사
[경제일보] AI 산업의 주인공은 GPU와 HBM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주인공을 무대 위에 세우는 것은 전기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빨라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뜻밖의 주전’으로 떠올랐다. 승부는 더 이상 초고압 변압기 하나에 머물지 않고, 변압기에서 차단기, 배전반, 마이크로그리드, ESS 연계 솔루션까지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가장 중요한 증가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력기기는 이제 낡은 인프라 교체산업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이 됐다. 초고압의 HD현대, 배전으로 2막을 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에서 먼저 판을 키웠다. 지난 3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북미 생산법인 부지에서 제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약 2억 달러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며, 공장이 가동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50퍼센트 늘어난다. 765kV급 변압기 제조와 시험 역량까지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공장 완공 이후 연간 약 2000억원의 추가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승부처는 배전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청주 배전캠퍼스를 공개하며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초고압 변압기를 넘어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설비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약 1161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배전기기 생산 거점이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500만대에서 850만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저압기기 생산라인 자동화율도 95퍼센트까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압 변압기가 먼 거리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송전망의 심장이라면, 배전설비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전기를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혈관에 가깝다. 발전과 송전의 병목이 풀려도 마지막 구간의 배전설비가 부족하면 데이터센터는 제때 가동되기 어렵다. HD현대일렉트릭이 청주 배전캠퍼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력기기 호황의 2막이 ‘초고압’에서 ‘배전’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일렉트릭의 강점은 납기와 현지 대응력이다. 미국 앨라배마 초고압 변압기 공장, 울산 생산기지, 청주 배전캠퍼스를 연결하면 초고압과 중저압 제품을 함께 제안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 쌓아온 대형 프로젝트 관리 경험도 자산이다. 전력시장 관계자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경쟁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배전기기 시장에는 LS일렉트릭이라는 기존 강자가 버티고 있는 만큼 배전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려면 초고압 변압기에서 입증한 수익성과 품질 신뢰를 중저압 제품에서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효성, 765kV와 북미 수주잔액의 힘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의 전통 강자다. 154kV, 345kV, 765kV 초고압 변압기 개발과 공급 경험을 쌓아왔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거점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HVDC, ESS,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주 흐름도 효성 쪽에 힘을 싣는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1분기 신규 수주는 4조1745억원,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북미 물량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미국 대형 송전망 운영사와 체결한 7871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계약은 국내 전력기기업계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의 강점은 ‘큰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다. 미국의 최상위 전력망인 765kV급 시장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대형 전력망 장비는 한 번 사고가 나면 고객사의 피해가 막대하다. 가격보다 품질, 납기보다 신뢰, 단품보다 장기 실적이 중요하다. 효성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오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북미 수주잔고가 두터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효성중공업의 과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성이다. 효성중공업이 HVDC, ESS, 디지털 전력관리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AI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솔루션까지 한꺼번에 공급하는 역량은 확인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향후 ‘단품 강자’에서 ‘시스템 공급자’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LS, 데이터센터 안쪽을 파고드는 배전 강자 LS일렉트릭은 앞선 두 기업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HD현대와 효성이 초고압 변압기에서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LS일렉트릭은 배전·차단기·스위치기어·자동화 솔루션에서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전쟁이 송전망에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망으로 들어갈수록 LS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공급 프로젝트로 1억1497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또 5월에는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약 7000만 달러 규모 배전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전날에는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의 ‘LS일렉트릭 유타’ 생산기지 확장에 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 1만3223㎡ 규모 시설을 7만9338㎡로 키우고, 2027년 초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연결 매출은 1조3770억원, 영업이익은 127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 증가했다. 주요 데이터센터, 반도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초고압 변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고, 전체 수주잔고도 5조643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LS의 승부처는 데이터센터 내부다. 순간적인 전력 이상은 서버 장애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진공차단기, 배전반, 저압·중압 변압기, ESS 연계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진다. LS는 이 영역에서 제품군과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갖고 있다. 전력망의 ‘마지막 구간’을 장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 전력망 승부처는 ‘종합 대응력’ 이들 세 기업은 전력기기 호황을 타고 공격적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쟁의 핵심은 수주액 자체보다 납기, 품질, 원가 관리, 현지 대응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울러 AI 전력망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변압기 한 대가 아닌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종합 역량이라는 점에서 복잡해진 전력망을 감당하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대의 또 다른 주전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시대의 승자는 수주액이 가장 큰 기업이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납품하고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HD현대·효성·LS의 격돌은 단순한 장비 경쟁이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 한국 제조업의 새 시험대”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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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개국의 두꺼비… 창립 100년 하이트진로, K소주로 세계를 공략한다
[경제일보] 한국의 소주가 처음 해외로 나간 것은 1960년대였다. 수출 대상은 재일교포가 밀집한 일본이었고, 물량도 미미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는 86개국 유통망을 갖추고 호주 멜버른의 대형 마트 술 코너와 필리핀 편의점 냉장고 안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주류 시장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주세 통계 기준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19년 337만6714㎘에서 2024년 315만1371㎘로 5년 사이 6.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위축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음주 빈도를 낮추면서 내수 소비는 뚜렷한 감소세다. 하이트진로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2조4986억원에 그친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을 반영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마주한 역풍은 주류 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다. 중소 브랜드들이 밀려나는 사이 1위 사업자로의 쏠림이 심화된 결과다. 증류주 시장 세계 1위라는 '진로' 브랜드의 저력이 내수 방어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년 브랜드, 세계로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4년 평안남도에서 진천양조상회로 시작한 소주 회사가 한 세기를 거쳐 연매출 2조5000억원대의 주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상장사 기준으로는 9번째, 식음료 업계에서는 최초의 100주년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 '참이슬'은 1998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390억 병을 돌파했다.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 국내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영국 주류전문지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진로' 소주가 2001년부터 16년 연속으로 전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집계했으며, 2위 브랜드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었다. 100주년을 기해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화두는 다음 100년이었다. 지난해 6월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17년 571억원이던 해외 소주 매출을 13년 만에 아홉 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황정호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글로벌 종합 주류 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공장, 동남아 공략의 교두보 올 2월,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첫 해외 소주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11배 크기인 약 8만2000㎡ 부지에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 연간 최대 500만 상자, 1억5000만 병의 소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창사 이래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현지 생산으로 물류비를 절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14년 만의 교체, 글로벌 전략에 속도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14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사장이 물러나고 장인섭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 대표는 1995년 입사해 경영전략,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을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내부 전문가다. 이사회는 "폭넓은 실무 경험과 경영 전문성이 회사의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장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20여 명이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장 교체가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 전환과 함께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 완공을 앞두고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길 적임자를 내부에서 발탁했다는 것이다. ◆필리핀 67%, 호주 20%… 이미 달라진 지도 글로벌 전략의 성과는 이미 일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법인은 2019년 설립 이후 현지 시장점유율 67%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인 교민 수가 같은 기간 61% 줄었음에도 소주 수출량은 3.5배 늘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접한 현지인 소비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결과다. 호주에서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2025년 호주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대형 주류 유통채널 BWS와 댄머피의 1400여 개 전 점포에 '참이슬 후레쉬'와 과일 리큐르 '에이슬 시리즈'가 입점돼 있다. 멜버른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거점 '진로포차'는 현지인들이 한국식 포장마차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황정호 전무는 "현지 문화와 연계한 밀착형 마케팅이 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소주 외에 과일 리큐르도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 리큐르 제품군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통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먼저 접근하는 역할이다. 소주 1924년, 맥주 1933년. 두 이름이 하나의 회사가 된 지 15년이 됐다. 재일교포를 향해 처음 국경을 넘던 소주 한 상자가 이제 86개국을 향하고 있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이 처음으로 소주를 생산하면, 그 목적지는 더 늘어난다.
2026-06-08 16: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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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베트남 23억 달러 LNG 발전소 착공…2030년 상업운전 목표
[경제일보]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총 23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1.5GW 발전 용량에 LNG 터미널을 결합한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로, 2030년 12월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한다. 19일 SK이노베이션은 PV Power(페트로베트남 파워), NASU(베트남 TH그룹 산하)와 구성한 컨소시엄이 지난 18일 베트남 응에안성 떤마이 지역에서 '뀐랍 LNG 프로젝트 실행 발표 및 기술 인프라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뀐랍 프로젝트는 SK그룹이 베트남 정부에 제안한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의 첫 실현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 전력 생산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 인근에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 단지를 연계하는 '한국형 AI 풀스택' 밸류체인을 적용해 베트남 산업 고도화를 지원하는 구조다. 착공식에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레 띠엔 쩌우 베트남 부총리, 도안 밍 후언 호치민 국립정치학원장 등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와 응우옌 칵 탄 응에안성 서기장, 보 쫑 하이 인민위원장 등 지방정부 관계자, 컨소시엄 측 주요 인사를 포함해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전소는 베트남 하노이 남쪽 약 220km에 위치한 응에안성 뀐랍 지구에 들어선다. LNG 복합화력발전소와 LNG 터미널을 함께 건설하며, 완공 후에는 송전망을 통해 인근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LNG, ESS, 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솔루션을 결합한 글로벌 전기사업자로의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EIC 모델의 방향성을 직접 제안하고,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 지원 등을 통해 현지 최고 지도부와의 신뢰를 구축해 이번 수주의 토대를 마련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이번 기반 시설 착공은 베트남의 전력난 해소와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의 초석이자 뀐랍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한 역사적인 첫걸음"이라며 "베트남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기지가 될 이번 프로젝트가 2030년 상업 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PV 파워, NASU 등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2026-05-19 09: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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