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건
-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 민원인가 압력인가
[경제일보] 국회의원에게 민원은 일상이다. 지역 주민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행정기관에 전달하고, 기업의 규제 애로를 정부에 설명하는 것도 의원의 역할이다. 문제는 어떤 사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추진하던 업체와 관련해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도된 문자에는 식약처 내 담당 부서가 언급됐고,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김 후보자는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후보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며 2024년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법원 판결문에도 해당 행위를 곧바로 부정한 청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겼다. 현 단계에서 위법성을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 여부와 공직자로서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은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느 지점부터 권력의 압력으로 작동하느냐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일반 민원과 다르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고 전문적인 과학 판단이 요구된다. 승인 여부와 자료 보완은 정치권이 아니라 규제기관과 전문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다. 국회의원이 식약처장에게 직접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면 무게가 달라진다. 의원은 정부를 국정감사하고 예산을 심사하며 법률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다. 형식은 민원 전달이라 해도 행정기관에는 압박으로 읽힐 여지가 크다. ‘승인해달라’와 ‘빨리 검토해달라’는 표현도 다르지만 처리 속도 자체가 행정 판단의 일부다. 특정 사건을 먼저 챙기게 하는 순간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물론 신속한 행정은 필요하다. 규제 때문에 기술개발과 사업화가 지연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특정 의원의 전화로 속도를 높일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과 처리 시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것이 규제 혁신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행이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정상 절차와 기술력보다 정치권과의 연결이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기업은 연구개발보다 인맥과 로비에 비용을 쓰게 된다. 정치권 주변에는 내가 의원과 장관을 안다는 브로커가 몰려든다. 대관과 로비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정부기관에 직접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정치인이나 전직 관료를 찾는다. 이들이 고위공직자에게 연락하면 해당 민원을 다른 민원과 똑같이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정치와 행정 사이의 회색지대가 그렇게 생긴다. 현행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만으로 이 문제를 모두 가려내기도 어렵다. 금품이 오가지 않고 노골적으로 허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부정청탁 여부가 쉽게 갈리지 않는다. 그래서 접촉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인허가·제재 관련 민원을 전달할 경우 접촉 사실과 주요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의약품 허가, 금융 인허가, 공정거래 조사, 세무조사, 수사처럼 독립적 판단이 중요한 분야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국회의원에게도 선은 분명해야 한다. 민원을 전달한다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검토해달라’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 기한이나 담당자를 찍어 속도를 요구하면 행정기관에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사건에서 정치후원금 제공 시도와 주변 인물들의 금전 관계를 둘러싼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과 정치권 주장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업체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확인된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개인의 유무죄 공방으로만 끝내서는 곤란하다. 같은 구조가 남아 있으면 또 다른 의원과 기업, 정부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논어>에는 군자는 말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반복된다. 권력자의 말은 명령이 아니어도 주변의 행동을 바꾼다. 오늘날 국회의원의 문자 한 통, 기관장에게 건 전화 한 통도 다르지 않다. 공직자의 영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한번 봐달라’는 말이 실무자에게는 ‘반드시 챙겨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무게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정치인이 기업의 어려움을 듣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행정부에 전달하는 것은 국회의 기능이다. 다만 그 과정이 특정인의 절차를 앞당기는 통로로 변질되는 순간 민원은 특혜 논란으로 바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과 행정기관 사이의 접촉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전문 규제기관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은 가볍지 않다. 그 무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평범한 국민의 민원은 뒤로 밀리고 행정의 공정성도 흔들린다. 권력에 가장 먼저 필요한 덕목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영향력을 절제하는 태도다.
2026-09-03 09:41:18
-
엔블로 임상 중간결과 공개…아시아 환자 효과 확인 外
[경제일보] 대웅제약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9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당뇨 신약 ‘엔블로’의 ‘ENVELOP’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당뇨병 극복을 위한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총 63개 세션과 213명의 발표, 106편의 포스터 발표가 이어졌다. ENVELOP 연구는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팀이 주도한 다기관 대규모 연구로 엔블로의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를 아시아 환자 대상 실제 진료 환경에서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특히 본 연구는 SGLT-2 억제제 간 최초의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으로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비열등성을 검증 중이다. 현재 대상자 2862명 중 약 88%가 등록됐으며 중간 분석 결과 당화혈색소, 신기능, 단백뇨 지표에서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안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중대한 약물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환자 중심의 실제 임상 근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당뇨병 치료 기준과 처방 근거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발표를 진행한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GLP-1 계열이 각광받고 있으나 확실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와 비용효과성이라는 측면에서는 SGLT-2 억제제가 독보적인 우수성을 입증해 가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환자에 대한 장기적 근거를 확보하고 K-메디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 본부장은 “ENVELOP 연구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블로의 차별화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세계 최초의 SGLT-2 억제제 간 직접 비교 데이터인 만큼 국내에서 치료 선택 기준을 바꿀 수 있는 학술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내∙외 시장에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강화하고 한국형 임상 근거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보령, ESG 경영 강화…CP A등급·탄소중립 추진 성과 보령은 2025년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6’을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ESG 경영 성과와 중장기 전략이 담겼으며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필요한 약을 끝까지 구한다’는 정신을 자전거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보령은 지난해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주력해 경구용 페니실린계 항생제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세포독성항암제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추진했다. 또한 소세포폐암 환자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연탄 나눔·급여 우수리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화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태양광 설비 도입, 친환경 차량 운영 등을 추진했으며 예산캠퍼스는 ‘자발적 에너지효율목표제 우수 사업장’에 2년 연속 선정됐다. 이와 함께 멸종위기종 황새 복원을 위해 인공 둥지 설치와 서식지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공정거래 및 청탁금지 교육을 강화하고 자율준수 체계를 구축해 ‘2025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이번 보고서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지난 한 해 보령의 노력과 실행 과정이 담겨 있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책임 이행, 투명한 거버넌스 강화 등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체중 50% 줄였다”…대원제약, ‘4중 작용 비만신약’ 전임상 공개 대원제약이 다중 작용 기전 기반 비만·대사질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4일 말했다. 대원제약은 오는 5일부터 8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 참가해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연구 중인 ‘GLP-1/GIP/GCG/Gastrin 4중 작용제’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해당 후보물질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췌장 베타세포 보호와 신장 기능 개선까지 동시에 겨냥한 다중 표적 신약이다. 기존 비만 치료제가 장기 투여 시 체중 감소 정체나 장기 기능 저하 우려가 제기돼온 점을 고려한 설계다. 대원제약은 이번 전임상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중 작용제 기전에 가스트린 수용체 활성화를 추가해 세포 재생과 장기 보호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약물 투여 22일 만에 대조군 대비 최대 50% 이상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공복 혈당 역시 대조군(223 mg/dL) 대비 최대 70 mg/dL 수준까지 낮아지는 등 유의미한 약리 효과가 확인됐다. 회사 측은 학회에서 체중, 음식 섭취량, 혈당 변화 등 주요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가스트린 기전을 결합한 다중 작용제 개발을 통해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장기 기능 회복까지 겨냥한 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2026-06-04 16:43:12